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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으로 압구정동에 간 날을 기억한다. 서울에 산 지 10년이 지난 때였음에도 스무살 무렵의 내 마음속 압구정은 ‘부자들만 살고, 연예인들이 길에 막 돌아다니는’ 그런 동네였다. 아는 언니에게서 로데오 거리에 자리한 연예인들도 많이 오는 술집을 알아냈으니 같이 가보자는 제안을 받고 들뜬 동시에 도대체 뭘 입고 가야 할지 덜컥 겁부터 난 것은 그런 이유에서였다. ‘압구정 사람들’이 나를 보면 다른 동네 출신 뜨내기임을 눈치챌까봐, 그리고 속으로 ‘촌년’이라고 무시할까봐서였다. 결국 높은 통굽 구두를 차려신고 뻣뻣이 긴장한 채 지하철과 버스를 갈아타며 압구정동을 찾아갔던 날, 연예인은 한명도 보이지 않았고 거리의 사람들도 그냥 ‘사람’이었다. 하지만 그 뒤 10년이 훌쩍 넘게 흐른 지금도 내게 압구정은 어쩐지 주눅 드는 공간이고, 그 옆 청담동은 그보다 더 범접하기 어려운 동네다. ‘OO동’으로 통칭되는 세계에서 일상을 영위한다는 것, 그리고 그 계층에 속하거나 편입되는 것은 결코 간단
[최지은의 TVIEW] 재벌 2세 원하는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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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포도 감수성도 동결될 것 같은 독한 겨울. 액화 니트로겐으로 냉동한 꽃을 네덜란드 정물화 관습대로 배치한 다음 폭파의 순간을 초고속 디지털카메라로 찍은 오리 거쉬트의 <Blow Up: Untitled4>를 보며, 꽃들의 파편에 찔려 더운 피를 확인하는 몽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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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세 할스트롬 감독에 의해 영화화된 적 있는 존 어빙의 장편소설 <사이더 하우스>의 첫 장을 지배하는 주제는 “고아에게는 쓸모가 매우 중요하다”로 요약된다. 미국 메인주 세인트 클라우즈 고아원에서 태어난 소년 호머 웰즈는 몇 차례 파양 끝에 스스로가 매우 쓸모있는 존재임을 확인할 수 있는 세인트 클라우즈를 집으로 선택한다. 그리고 고아원을 운영하는 괴짜 의사 윌버 라치는 소년의 의지를 받아들인다. (닥터 라치가 이 소년에게 기울이는 무뚝뚝한 애정의 강도는 웬만한 러브 스토리를 무색하게 한다.) 20쪽에 이르러 존 어빙은 주인공 호머를 가리켜 “그는 ‘쓸모’ 빼면 시체였다”고 기술하는
[김혜리의 영화의 일기] 쓸모의 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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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즈 다이어리] <마마> 그릇만 바뀌었을 뿐인데!
[헌즈 다이어리] <마마> 그릇만 바뀌었을 뿐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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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이 만화] <로봇 앤 프랭크> '알아서 척척'
[정훈이 만화] <로봇 앤 프랭크> '알아서 척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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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디지털 온라인 시장이 2011년에 비해 26%나 성장했다는 영화진흥위원회의 발표는 여러모로 반갑다. 영진위에 따르면 지난해 인터넷 VOD, IPTV, 디지털케이블TV 등을 포함한 디지털 온라인 영화시장의 매출은 2158억원을 기록했다. 2009년 888억원 정도였던 디지털 온라인 매출액은 2010년 1109억원으로, 2011년에는 1709억원으로 크게 상승해왔다. 4년만에 거의 세배 정도 시장이 커졌다는 이야기다. 영진위는 제도적, 기술적 보완을 통해 이 같은 분위기를 살려나가 2017년에는 디지털 온라인 영화시장을 1조원 규모로 키우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부가판권 매출이 전체 영화시장의 40%를 차지해 한국 영화계는 지금보다 훨씬 안정적인 터전을 갖게 되는 셈이다.
사실 디지털 온라인 시장의 성장은 한국 영화계의 숙원이었다. 지금부터 10여년 전인 1999년만해도 비디오 매출은 8970억원으로 전체 영화시장의 76%를 차지했다. 당시는 멀티플렉스가 거
[에디토리얼] 닥치고 합법 다운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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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레이코프를 처음 알게 된 건 2000년 중반이었다. 정확히 어떤 이유로 그가 쓴 책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를 접했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어쨌거나 그의 책을 읽자마자 그의 열혈 팬이 됐다. 사실 그의 책은 대단히 정치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소재’일 뿐 그는 인지언어심리학자답게 사람의 ‘생각’과 ‘마음’에 대해 이야기를 한다. 그리고 바로 이 점이 내 마음을 사로잡았다. 어렸을 때부터 ‘왜 나는 이런 생각을 할까?’, ‘왜 내 마음은 이렇게 변화되는 걸까’에 대해 쓸데없이(?) 궁금해했었는데 그의 책은 바로 이러한 나의 궁금증을 후벼팠고, 때렸고, 동시에 어루만져줬다. 요약하자면 그동안 읽었던 그 어떤 심리학 책보다 충격적이었다.
이후 난 ‘프레임’이란 개념에 푹 빠져 지냈다. 당연히 많은 것들을 프레임이란 개념으로 보고자 했고, 그럴 때마다 그동안 미처 몰랐던 혹은 알고 있었지만 또렷하지 않았던 것들을 좀더 잘 이해할 수 있었다. 당연히
[김진혁의 디스토피아로부터] 박근혜, 문재인 그리고 조지 레이코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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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21일. 마야 달력의 마지막 날엔 대통령선거 이틀 뒤의 우울한 여흥거리로 지구 종말론을 다뤘던 방송을 다시보기했다. 종말론에 심취한 청년의 안색은 창백하고 멸망의 날을 대비하던 또 다른 사내는 약속된 시간이 지나도 ‘들림’받지 못하자 겸연쩍은 표정으로 바닷가 방죽을 서성거렸다. 구원은커녕 모든 사람이 공평하게, 단번에 망하는 일 따위도 여간해선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을 재확인했으니, 새해도 밝은 참에 관심사는 자연스럽게 생존으로 흘러갔다. 타인의 편의에 기대 사는 연약한 대도시 문명인 입장에서 생각하는 생존이란, 적어도 위급한 상황에서 무리에 폐를 끼치는 존재가 되고 싶진 않은 심정이랄까. 가스와 전기, 물이 끊긴 비상시에 온수로 씻고 싶다고 투덜대거나 남이 애써 피운 불을 꺼뜨리는 사람이 나는 아니었으면 좋겠다. 불을 피울 기술을 습득한다면 더 낫고.
SBS <생활의 달인> 무인도 생존대결 편에선 세 사람이 각자의 방식으로 불을 피운다. 물이 담긴 페트병을
[유선주의 TVIEW] 종말에서 생존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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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 인터뷰에 응해주신 한 감독님께 선물받았던 10년 다이어리. 용도가 다했으려니 막연히 체념하고 있었는데 막상 펼쳐보니 4년이나 남아 있다. 진즉 성실했다면 365일이 ‘원데이’가 될 수도 있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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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 1’에 <원데이>를 보러가는 것도 나쁘지 않을 성싶었다. 새벽 5시부터 날리기 시작한 눈을 맞으며 동트기 전 집을 나섰다. 정결히 쌓인 첫눈에 두줄의 점선이 찍혔다. 새해에도 여전히 비뚤고 서툰 나의 궤적. 눈발이 멎지 않았기에 나 다음 이 길을 걸을 누군가도 천진하게 처음의 기쁨을 누릴 거라는 사실이 더 흐뭇했다. 4시에 출근하셨다는 택시기사 아저씨에게 날이 험해 일찍 퇴근하셔야겠다고 참견했더니 “그럼 손님처럼 택시 필요한 사람들은 어쩌고요”라고 웃어넘기고 “시베리아 사는 사람들에 비하면 이쯤은 아무것도 아니죠”라고 덧붙이신다. 그냥 수사인 줄만 알았더니 여행을 다녀오셨단다. 바이칼 호수 깊이가 1740m인 거 알아요? 호수로 흘러들어가는 물은 서른
[김혜리의 영화의 일기] <원데이>로 시작한 DAY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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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드독의 영화노트] <클라우드 아틀라스> 어떤 모호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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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즈 다이어리] <몬스터호텔> 빈 방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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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이 만화] <라이프 오브 파이> 영리한 놈이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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