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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타워 엄마와 나, 때때로 아버지>. 네개의 명사와 하나의 접속사, 그리고 부사. 영화의 원제를 구성하는 문장 성분이다. ‘도쿄타워’는 그 첫머리에 홀로 서 있고, ‘엄마와 나’는 ‘와’란 접속사로 친밀하게 묶여 있다. 그리고 ‘아버지’는 쉼표 바깥에서 ‘때때로’와 함께 호명된다. 각각의 항은 공간, 관계, 시간의 성격을 띠고 있다. 그중 ‘사연’의 그림자가 어리는 것은 마지막 항이다. 그러니까, 때때로 + 아버지. ‘가끔’이나 ‘종종’보다 더 띄엄띄엄한 느낌을 주는 시간의 마디. 우리는 그가 가족에게 손님 같은 존재였으리란 걸 눈치챌 수 있다. 그런 아버지가 어떤 아버지였을지. 그런 아버지를 둔 자식의 기분이 어떠했을지도. 동시에 우리는 제목만으로, 아버지에 대한 자식의 태도를 짐작할 수 있다. ‘마사야’(오다기리 조)는 일찌감치 아버지를 멀찍이 떼놓고 호명하지만, 한 박자 쉬고 부르는 쉼표 안에서, 그가 옛 시절을 매만지는 손길과 애정을 가늠할 수 있게 해준다. 이
[냉정과 열정 사이] 그 남자만의 사모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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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두나의 손놀림, 전도연의 눈웃음, 임수정의 시선, 공효진의 말투, 김정은의 울먹임에 비교할 만하다. 반쯤 말과 섞여서 터져나오는 흐느낌과 울 때 빨개지는 그 코의 자연적인 반응이 좋다. 게다가 애교인 것도 같고 능청인 것도 같은 약간의 비음은 언제나 초현실적이다. 엄지원이 지닌 몸의 세세한 감각이 좋다. 하지만 기록적일 만큼 아름다웠던 <극장전>의 영실을 제외한다면 지금까지 엄지원의 역할은 그녀의 구체적인 감각이 돋보이기보다 스스로의 말처럼 남자들이 염원하는 이상적 이미지에 초점이 맞춰진 쪽이었을 것이다. 혹은 그 이미지 중에서 영실의 이미지가 가장 압도적이었다.
<스카우트>의 세영도 어쩌면 이미지다. 하지만 잔인했던 시대의 70년대 학번, 80년 광주의 활동가라고는 해도, 영화의 정서 안에서 어딘가 귀여운 소시민의 캐릭터로 포현되어 있는 것이 긍정해줄 만한 부분이다. 대학 1학년 새내기로 같은 과 선배이자 야구선수인 호창(임창정)을 만나 풋사랑에 빠졌지만
[엄지원] 시대를 건너온 순수의 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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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 스튜디오 중에서 스탠리 큐브릭과 가장 돈독한 관계를 유지한 곳은 워너브러더스사였다. 큐브릭이 번번이 예산과 시간을 초과해도 참고 기다린 워너브러더스사는,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의 성공으로 재미를 보았으면서도 큐브릭의 일생의 프로젝트인 <나폴레옹>을 거절한 MGM사와 달랐다. 큐브릭은 <시계태엽 오렌지> 이후 원하는 작품의 선택권을 부여받았고, 다른 감독들은 꿈도 꾸지 못하는 최종편집 결정권을 누렸다. 전직 임원이 “1년에 다른 감독의 작품을 한편 받는 것보다 7년에 큐브릭 작품을 한편 받는 게 낫다”라고 말한 것은 그들이 큐브릭의 가치를 제대로 알고 있었다는 사실의 방증이다. 워너브러더스사가 홈비디오 분야에서 큐브릭의 작품에 부여하는 의미 또한 남달라서, DVD의 짧은 역사 속에 스탠리 큐브릭 작품집을 세 차례나 선보이고 있다. 1999년과 2001년에 각각 출시한 작품집(한국에선 두 번째 작품집부터 출시됐다)에 이어, 새로운 기획인
궁극의 큐브릭 세트, <스탠리 큐브릭 컬렉션: 특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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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시 11월15일 목요일 오후 2시
장소 서울 명동 롯데시네마
이 영화
뉴욕 최고 법률회사에 다니는 45세 이혼남 마이클 클레이튼(조지 클루니)은, 변호사이면서 변호사가 아니다. 그는 법정 안에서 고객을 돕는 게 아니라, 법정 '밖에서' 고객을 돕는다. 말하자면 사건을 은폐하거나 조작해 고객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해결사'다. 어느 날 클레이튼의 동료 아서(톰 윌킨슨)는 자신이 6년간 담당했던 글로벌 기업 'U/노스'의 케이스를 포기하겠다며 극도의 조울 증세를 보인다. 'U/노스'에서 제조한 비료로 한 마을에 대규모 인명피해가 생기고 주민들이 집단 소송을 제기하는 와중에, 'U/노스'를 변호해야 하는 아서가 양심의 가책을 못 이기게 된 것. 클레이튼은 친구를 업무에 정상 복귀시키려고 애쓰나, 아서는 자살하고, 회사는 클레이튼에게 뒷처리를 맡긴다.
100자평
‘품격’은, <마이클 클레이튼>에게 아주 적합한 단어다. 거대기업의 음모에 맞서는 변호사의 이야기는 비교적 흔하
조지 클루니 주연 법정 드라마 <마이클 클레이튼> 언론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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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독립영화제2007> 이 '다른 영화는 가능하다' 라는 슬로건을 내 걸고
오는 11월 23일부터 30일까지 개최된다.
<서울독립영화제2007>은 국내 장편/단편영화 경쟁부문을 비롯해
국내 초청, 해외 초청부문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총 21편의 독립 영화들을 되돌아 볼 수 있는'서울독립영화제 역대 수상작 회고전'과
아시아 영화의 세로운 페러다임, '아핏차퐁 위라세타쿤' 감독의 특별전도 만나 볼 수 있다.
동영상을 보시려면 '동영상 보기' 버튼을 클릭해 주세요.
‘다른 영화는 가능하다’ <서울독립영화제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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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안의 영화를 별탈없이 좋아하는 편이다. <와호장룡>이 홍콩의 60, 70년대 무협영화를 모르는 사람들을 위한 눈속임 오리엔탈리즘 영화라는 비평을 혹평이라고 생각했고 <결혼피로연>을 투항성 퀴어영화라고 지적하는 시선에서도 거리를 두었다. <헐크>는 걸프전에 대한 재치있는 코멘트라고 여겼다. <브로크백 마운틴>은 쉬르리얼하게 아름다웠다.
작가의 개인사가 깊게 배어있는 원작
내게 <색, 계>는 리안의 영화 중 별탈이 많은 영화다. 우선 나는 이 영화의 색과 계, 이 양자에 대한 이해가 좀 어설픈 기반 위에 세워진 뒤 과잉 이항 대립되고 과속 질주 뒤 단죄되고 파국에 이른다고 생각한다. 알려진 대로 이 영화의 서사적 기반이 된 동명의 단편은 1921년 상하이에서 태어나 1940년대 인기를 얻었던 장아이링(張愛玲, 엘렌 창)의 동명 소설이다. 장아이링은 현재 중국 현대문학사에서 가장 중요한 작가 중 한 사람으로, 여성주의 작가로
[전영객잔] ‘색’은 ‘계’를 넘어서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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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브란스>는 이상한 영화다. 끔찍한 장면에서 음흉하게 유머의 화살을 날리는 이 작품은 관객을 질겁하게 만들다가 웃기고, 배꼽을 쥐고 뒹굴다가 또 깜짝 놀라게 만든다. 등장인물들도 하나같이 뭔가 이상하다. 무기회사 팔리세이드의 영국 지사에서 일하다 헝가리로 워크숍을 떠난 이들은 부하직원이 “Fuck me now, Fuck me hard!”라고 외치는 황당무계한 꿈을 꾸거나, 테이블 위에 놓인 정체불명의 파이를 누군가의 선물이라고 여기거나, 악당들을 새 무기로 혼내주겠다고 장담하다가 애꿎은 비행기를 박살내기도 한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이상한 인물은 스티브다. 환각 버섯을 아무렇지 않게 씹어 먹는가 하면 글래머 간호사가 등장하는 섹시한 백일몽을 서슴없이 읊조리는 이 남자는 마약과 섹스에 환장한, 혹은 도통 이를 숨기려들지 않는 문제적 인간이다. 심지어 악한들의 손아귀에서 간신히 목숨을 건진 뒤 장엄한 음악을 배경으로 동료에게 건네는 말이, “넷이서 할까?”(foursom
[대니 다이어] 구겨진 청바지가 어울리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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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 것 같은데 잘 모르겠다. 수더분한 인상과 얼굴의 절반을 가린 마스크, 아래로 깐 눈빛에 가려진 쌍꺼풀. <저수지에서 건진 치타>의 조성하는 익숙한 인상을 어두운 그림자로 가린 남자다. 스스로 죽음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생각하고, 사육사인 직업을 통해 동물과 이야기하며, 인터넷 채팅으로만 타인과 소통한다. 어둠에 잠시 빛을 비춰 기억을 더듬으면 <여교수의 은밀한 매력>의 박석호, <미소>의 비행 교관이 떠오른다. 어슴푸레하지만 낯이 익다. 지진희의 형이자 문소리의 옛 애인으로 출연했던 <여교수의 은밀한 매력>의 박석호는 폭력과 협박으로 일관된 인물. <저수지에서 건진 치타>의 최병철과는 연결할 수 없을 만큼 멀지만 마스크에 잠재된 폭력은 어딘가 풍기는 냄새가 비슷하다. <미소>의 비행 교관은 조금 더 쉽다. 병철만큼 폐쇄적이지만 좀더 내면으로 깊이 패어 있던 비행 교관은 시력을 잃은 사진가 소정(추상미)의 상처를 시리
[조성하] 낯익은 그 남자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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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나 기구한 인생이라니. 영종과 그의 가족에게 삶이란 풍랑이 연이어 덮쳐오는 거친 바다와도 같다. 고통스러운 나날을 간신히 삼켰다 하면 그보다 더 쓰디쓴 어둠이 다시 슬금슬금 찾아온다. 슬픔과 분노, 절망에 찌든 이들에게 마지막 희망은 바로 그들 자신과 그 옆을 지키고 선 가족. 미8군 밴드 출신이나 밥벌이를 위해 기타 대신 커다란 가위를 쥐고 각설이 공연을 준비하는 영종, 가족의 반대를 무릅쓰고 결혼에 골인했지만 아이를 출산한 뒤 7살 지능의 정신지체 장애인이 된 혜연, 어릴 때부터 자상하게 엄마를 돌봐온 어른스러운 성탄은, 무슨 일이 있어도 서로의 손을 꼭 쥐고 있으리라 다짐하고 또 다짐한다. 2002년 KBS <인간극장>에서 방영된 ‘성탄이의 열두 번째 크리스마스’편을 토대로 영화제작사 싸이더스FNH와 공연기획사 이다엔터테인먼트가 공동제작한 <샤인>은 다큐멘터리를 바탕으로 한다는 점에서 더욱 절절하게 다가오는 창작뮤지컬이다. 못 견딜 듯한 괴로움에도 끝
삶의 그늘 밝히는 희망의 노래, 뮤지컬 <샤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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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갑이 묵직하다. 이게 다 돈이 많아 묵직한 것이면 얼마나 좋겠냐마는 현금은 탈탈 털어도 별로 보이지 않고 쓸데없는 카드들만 그득이다. 그러고보니 요즘 광고하는 웬만한 신용카드는 지갑에 한장씩 다 들어 있는 것 같다. 연회비 없으니 받고 가위로 잘라버리라며 신청서를 떠맡기는 지인들의 청탁(?)에 못 이겨 만들었다가 계속 지니고 있는 카드들이 대부분이고 주로 쓰는 건 한두장쯤 될까.
플라스틱 시대에 신용카드 좀 가지고 있는 게 무슨 잘못은 아니지만 안 그래도 큰 씀씀이에 지니고 있으면 지름신이 언제 튀어나올지 모르는 이 카드들 좀 정리해야겠다는 생각을 하던 중 TV를 돌려보니 요즘 신용카드 광고들이 유독 많다.
오, 격세지감이라. 원래 전통적으로 금융권 광고는 좀 무게도 잡고, 신뢰감있게 세련되면서도 진중하게 가야 한다는 것이 일종의 불문율이라 생각해왔는데 적어도 신용카드에 있어서는 그런 불문율이 깨진 지 오래인 듯하다. 요즘의 카드 CF는 도대체가 한없이 가벼워 깃털처럼 날
[도마 위의 CF] 긁어라! 니들이 88만원 세대든 아니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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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11월18일(일) 오후 2시20분
어린 마리아는 아일랜드 테러리스트인 아버지와 중남미를 돌며 폭탄테러를 감행하며 자라났다. 어느 날 테러 현장에서 아버지를 잃고 갈 곳 없어진 마리아(브리지트 바르도)는 우연히 보드빌 서커스단과 마주치게 되고, 서커스단의 가수인 또 다른 마리아(잔 모로)의 눈에 띈다. 마리아2(잔 모로)는 마리아1(브리지트 바르도)에게 공연을 제안하고 둘은 “마리아 & 마리아”라는 호칭으로 노래와 춤이 어우러진 쇼를 만들어낸다. 이들의 아름다움이 남자 관객의 열렬한 지지를 얻으면서 “마리아 & 마리아”는 유명인사가 된다. 이 지점까지 영화는 보드빌 쇼 장면과 이들을 태운 마차가 또 다른 공연장으로 이동하는 장면을 반복하면서 가볍고 유쾌한 뮤지컬 분위기를 자아낸다. 그러나 영화의 중반, 독재자와 교회에 저항하는 혁명가 플로레스(조지 해밀턴)가 등장하면서 영화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나아간다. 사실 플로레스는 등장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살해되지만,
노래도 혁명도 신나게! <비바 마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