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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피아니스트>는 슈베르트와 슈만, 브람스의 선율을 타고 흐르는, 중년의 피아니스트와 그에게 매혹된 젊은 남성에 대한 이야기다. 여기에 덧붙여 영화를 보기 전에 알아두어야 할 것이 있다. 휴양지에서 단란한 한 가족이 두 젊은이에 의해 이유없이 잔인하게 살해되는 과정을 담은 <퍼니 게임>(1997)의 미하엘 하네케가 이 영화의 감독이라는 사실이다. <피아니스트>에서도 하네케는 로맨스에 대한 관객의 예상과 기대를 여지없이 배반하며 당혹스럽고 불편한 여정으로 안내한다.40대의 독신여성 에리카 고후트는 오스트리아 빈 음악원의 피아노 교수다. 에리카는 시간대별로 딸의 동선을 체크하며 옷 한벌 사는 것도 간섭하는 어머니와 둘이 산다. 늘 웃음기 없는 얼굴로 학생들을 가혹하게 가르치는 에리카에게 어느날 젊고 잘생긴 청년 발터가 나타난다. 에리카가 연주하는 모습에 매혹된 발터는 공학도이면서도 뛰어난 피아노 연주실력으로 음악원에 입학해 에리카의 지도를 받게 된다.
이 여자가 사이코라 생각해요? <피아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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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대학로의 하이퍼텍 나다는 올해 개봉작 가운데 언론과 평단의 호평에도 불구하고 개봉관을 많이 확보하지 못해 관객과 제대로 만날 기회를 갖지 못했던 영화를 모아 27일부터 내년 1월 16일까지 앙코르 상영한다.
상영작은 <로드 무비> <남자 태어나다> <낙타(들)> <죽어도 좋아> 등 한국영화 4편과 <도니 다코> <이브의 아름다운 키스> <피아니스트> <걸 파이트> <레퀴엠> <범죄의 요소> <워터 보이즈> <텐 미니츠 트럼펫> 등 외화 8편이다.
매일 상영순서를 바꿔 오전 11시 30분부터 하루 5차례씩 상영된다.
☎(02)766-3390
(서울=연합뉴스)
하이퍼텍 나다, 최근 개봉작 12편 앙코르 상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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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개봉하는 영화 <품행제로>(제작ㆍ제공 케이엠컬쳐)는 김승진의 ‘스잔’과 박혜성의 ‘경아’가 하이틴들의 마음을 사로잡던 80년대 남자고등학교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영화는 그 시절 한 학교에 한 두 명씩은 있었던 적당히 카리스마도 있고 무식하며 싸움도 잘하는 1~2년쯤 ‘꿇은’ ‘XX형’이 등장하는 이야기다.<품행제로>의 가장 큰 장점은 ‘빛나는 디테일’에 있다. 영화 속의 80년대 모습은 당시의 학창시절을 뚝 떼서 그대로 스크린에 옮겨놓은 듯 하다.나무 책상 위에 새겨놓은 낙서나 요즘은 예비군 훈련에서도 보기 힘든 ‘쌈치기’, 책장 넘기며 만들어내는 ‘활동만화’ 등 그 시절 학생들이 했던 장난은 사실적이고 ‘한 놈, 두시기, 석 삼, 너구리~ 구봉서’식의 숫자세기나 ‘원 펀치 쓰리 강냉이’ 따위의 ‘유치 뽕짝’인 대사도 정겹다. 반달가방에 신발은 ‘나이스’ 운동화, ‘헤어 고정제’인 '웰라폼'을 머리에 바르고 허리띠를 길게 늘어뜨린 모습도 옛날 그대로
빛나는 디테일이로소이다, <품행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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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7시리즈 최신작인 를 “더럽고 비열한 소극”으로 비난한 북한 지도자들은 “느긋해질 필요가 있다”고 이 영화를 연출한 리 타마호리 감독이 17일 주장했다.
뉴질랜드 현지 시사회 참석차 고국을 방문중인 타마호리 감독은 이날 한 지방지와의 회견에서 “스탈린 시대의 정치를 답습하고 있는 호전적인 지도자들의 불평을 듣는데 관심이 없다”면서 “나는 싸움을 말리고 싶다”고 밝혔다. 그는 “북한의 열악한 인권 상황을 잘 알고 있다. 영화에 대한 북한 대중의 반응이 ‘재미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북한은 주인공인 제임스 본드가 북한 요원에 의해 고문당하는 것으로 묘사되는 이 영화의 상영을 중단할 것을 미국측에 촉구한 바 있다.
(웰링턴 dpa=연합뉴스)
“북한, 심각히 생각치 말아야”<신작 007시리즈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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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승 감독의 데뷔작 <그대안의 블루>를 촬영할 때였다. 나는 ‘프로듀서’의 자격으로 그 작품에 참여했는데, 말이 그렇지 감독과 시나리오만으로 강수연, 안성기라는 당대의 톱스타가 캐스팅되고 제작사가 나선 케이스여서, 별반 영향력이나 기여도 없이 무늬만 프로듀서인 초보 시절이었다. 거기에다 현재 영화세상의 대표인 안동규씨가 이현승 감독과 먼저 결합하여 진행되었던 영화여서, 다시 말하면 나는 무임승차한 프로듀서였던 셈이다.
어쨌든, 신발 밑창이 닳을 만큼 촬영현장을 열심히 쫓아다녔다. 강수연씨가 식장에서 뛰쳐나와 웨딩드레스를 입은 채로 고속도로에서 지나가는 차를 잡으려고 애쓰는 장면을 촬영할 때였다. 옆에 서서 딱히 할 일이 없던 나는 그날따라 웬일인지 강수연씨의 웨딩드레스 안에 받쳐입는 페티코트를 가슴에 안고 서 있었다.
한껏 부풀려진 페티코트를 안고 서 있는 내가 안쓰러웠는지 안성기씨가 ‘내려놓지 힘들게 왜 들고 있냐’고 예의 그 부드러운 표정으로 말을 건넸다.나는 평
[심재명] 배우 안성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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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FM <세계음악기행>을 맡으면서 서남준씨를 알게 됐다. 그리고 음악, 영화, 프랑스 유학 등 내 삶의 몇 가지 동기가 되어준, 학창 시절의 FM 영화음악 프로그램의 작가가 바로 그분이었다는 사실도 알게 됐다. 그러자 많은 기억들이 샘솟기 시작했다.
십년 전 유학 시절, 기자 어시스턴트로 칸영화제에 내려갔다. 종일 붙어다니며 하루에도 네댓 작품을 봐야 하는 일정이었다. 며칠이 지난 아침, <엘 비아헤>를 봤다(El Viaje 페르난도 솔라나스 감독, 1992, 아르헨티나). 팔레 데 페스티벌을 나오면서 나는 양해를 구하고, 당일 일정을 모두 취소하고 혼자가 됐다. 더이상 다른 영화를 볼 수가 없었다. 그날 하루만큼은 라틴아메리카의 자연과, 현실과, 그리고 아버지를 찾아 대륙을 종단하는 그 청년의 마음을, 아스토르 피아졸라의 음악에 실어 고스란히 간직하는 데, 그 무엇으로부터도 방해받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행복했다.
중학교 1학년 때인가 아버님이 카세트
내 심장이 섬세하던 시절에, <배리 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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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소년이었던 나는, 록음악을 사랑했다. 록이 나를 키워주었고 나의 생장점은 언제나 록의 비트로 세포분열을 하며 자라났었다. 20세기가 남긴 가장 위대한 문화적 유산. 록은 천박하며 위험하고, 생생하며 본능적이고, 진실하며 열정적이고, 단순하며 심오하였다. 세상의 모든 금지된 것들을 향한 출정가였다. 하지만 20세기는 끝났고 록의 시대도 가버렸다. 강렬한 기타 리프에 시대를 비판하는 가사를 열창한다는 것은 보기에도 민망한 올드패션일 뿐이다. 여자친구에게 호감을 얻기 위해서 전자기타를 사려는 소년들조차 더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지금의 록밴드는 일종의 연예흥행사업의 한 설정이고 패션일 뿐이다. 예쁘게 거세당한 록음악은 불만에 차 있지도 않고 무슨 경종을 울릴 만큼 너무 시끄럽게 연주하지도 않는다. 진정한 록의 시대는 갔다. 진실을 열창하던 시대는 가버렸다. 주먹을 높이 쳐들고 극한의 사우팅을 토해내던 시대는 갔다. 록의 남성적인 공격성은 싹둑 잘려버렸고 고작 1인치 정도 남은 돌출
김형태의 오!컬트 <헤드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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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정말 잘 어울리나봐요.” 새초롬한 금발 여기자와 잘생긴 파일럿의 만남! <리플리>에서 리플리(맷 데이먼)에 의해 비극을 맞는 연인으로 나와 잘 어울리는 한쌍을 보여줬던 기네스 팰트로와 주드 로가 새 사이언스픽션스릴러 시리즈에 함께 캐스팅돼 화제다. 이 작품은 <내일의 세계>라는 영화로, 스티븐 스필버그의 1981년작 <레이더스>의 느낌이 나는, ‘대작 복고풍 Sci-Fi영화’라고 알려져 있다. <내일의 세계>는 20세기 초를 배경으로 미녀 여기자가 한 파일럿과 팀을 이뤄 모험을 떠나 펼쳐지는 이야기를 담는다. 기네스 팰트로가 여기자 역을, 주드 로가 파일럿 역을 맡아 멋진 그림을 이룰 예정이다. 케리 콘랜이라는 신인 감독이 연출하며, 내년 2월 런던에서 촬영을 시작한다.
기네스 팰트로, 주드 로, <내일의 세계> 캐스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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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승업님 그동안 어찌 지내셨습니까 <취화선> 이후 최민식의 차기작 소식을 기다려왔던 관객에게 기쁜 소식 하나. 최민식이 박찬욱 감독 신작 <올드보이>(Oldboy)에 출연을 확정했다. 안정감 넘치는 연출력을 보여주었던 <공동경비구역 JSA>에 이어 자신만의 빛깔을 발산한 <복수는 나의 것>의 박찬욱 감독과 <파이란> <취화선>을 통해 인간 심연의 깊은 감정을 스크린에 불러냈던 ‘신들린’배우 최민식의 결합만으로도 비상한 관심을 끌어모으는 이 영화는 ‘15년’, ‘추적’, ‘비밀’에 얽힌 두 남자의 충격적인 대결을 그릴 스릴러영화다.
<복수는 나의 것> 개봉 이후 8개월, 적지 않은 시간 동안 수많은 아이템들이 자신의 손을 거쳐가는 사이, 박찬욱 감독이 새 작품 선정에서 가장 깊이 고려한 것은 바로 “관객이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작품”이었다고. 결국 흥행과 작품성 양면에서 박찬욱 감독의 확신을 얻은 아이템이 바
박찬욱, <올드보이>에 최민식 캐스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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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처없이 흔들리는 그 눈빛이 제대로라고 느꼈다. 살면서 바닥을 한번 이상은 쳤을 것 같은 굴곡진 눈빛의 박지아가 그래서 내내 궁금했다. 화면과 합쳐서 뭉개지는 얼굴선 사이로 언뜻언뜻 비치는 색스런 눈빛, 슬픈 눈빛, 환영을 보는 저 눈빛, 때로 현실과 맞부딪치면서 의식이 분열될 때 내는 쨍 하는 소리가 그대로 전달되는 눈빛의 박지아는 출렁이는 물이 담긴 투명한 유리잔 같았다. 깨지기 쉬운.
낯선 카메라의 모니터를 받으며, 전화통을 붙잡고 희로애락의 모든 감정을 쏟아내야 하는 쉽지 않은 오디션을 치러내면서도 그녀는 스스로 신기할 정도로 떨지 않았다. 감독이 직접 썼다는 오디션용 지문을, 감정을 염두에 두고 썼기에 문맥도 잘 연결되지 않던 긴 대화 문장을 큰 떨림없이 연기해내는 그녀의 모습을 가장 환영한 것은 김 감독이었다. 박지아말고도 또 한명의 경쟁자가 있었지만(박지아의 말에 의하면 그녀가 훨씬 역의 이미지에 맞는 마스크를 지녔다고 한다) 선뜻 김기덕은 박지아의 손을 들어주었다.
연기는 믿음이랍니다, <해안선>의 박지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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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진희는 깔끔한 사람이다. 좋고 싫은 것이 분명하고, 자기가 할 수 있는 것과 못 하는 것을 깨끗하게 가린다. 만약 그렇지 않았다면, 그의 필모그래피는 지금보다 훨씬 많거나, 적어도 한편은 더 많을 것이다. 인터뷰 시작 전 커피를 권했을 때 지진희는 “아니요”라고 조용히 거절했다. 커피는 원래 마시지 않는다면서. “커피는 향과 맛이 달라서 이중인격 같아요. 향은 달콤하지만 맛은 쓰잖아요.” 그리고 그는 녹차를 마셨다. 짧은 대화였지만, 그의 단면을 보는 것 같았다. 주관이 뚜렷하고, 커피의 향과 맛을 분리해 느낄 정도로 감각이 예민한 사람이라는.
지진희는 6년 동안 직장생활을 하다 연기자가 된 경력을 갖고 있다. 말하자면 보통 직장인의 생리를 알 대로 다 안 뒤, 전혀 다른 세계로 옮겨왔다는 것이다. 회사원으로서 지진희가 한 일은 디자인과 광고사진 촬영이었다. 어느 날 건너건너 아는 (그러니까 거의 모르는) 사람으로부터 연기자 데뷔를 권유받았고, 그는 마치 커피를 거절하듯 거절했다
느릿하게, 하지만 탄탄하게, 의 지진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