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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애니메이션 - 짧지만 큰 재미, 장편 부럽지 않소
올해 SICAF 경쟁부문에는 몇분밖에 안 되는 짧은 시간 동안 짙은 잔상을 남기는 다채로운 단편애니메이션들이 초청됐다. 후안 솔라나스의 <머리없는 남자>는 지난해 칸영화제 단편부문 심사위원상을 수상한 애니메이션이다. 르네 마그리트의 그림처럼 초현실적인 깊이를 가진 이 애니메이션은 머리없는 남자가 연인과 함께 무도회에 가기 위해 머리를 사러 나가는 이야기. 느리지만 섬세한 표정의 변화와 따뜻한 반전이 미소를 부르는 작품이다.
러시아에서 온 <뮤지컬 샵>은 어두운 녹색이 주가 되는, 마구 그어내린 듯한 거친 색감으로 서글픈 동화를 들려준다. 두 마리 귀뚜라미는 악기점을 열고 손님을 기다린다. 그들이 바이올린과 트럼펫을 연주하면 아름다운 선율을 따라 꽃이 피어날 정도지만, 손님으로 찾아온 파리 세 모자는 악기와 그 주인을 모욕할 뿐이다. 음악이 그림 위에 내려앉는 것 같은 귀뚜라미의 연주가 인상적이다.
SICAF2004 경쟁부문 - 단편 + 공식개막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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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토 사포레와 피자 이야기 Toto Sapore and the Magic Story of Pizza
마우리치오 포레스티에리 l 이탈리아 l 2003년 l 81분
피자는 어떻게 태어났는가에 관한 이야기. 명랑한 요리사 토토 사포레는 가난한 시장 사람들을 위해 노래하고 요리한다. 베수비오 화산의 마녀는 나폴리 사람들이 토토 덕분에 즐겁게 지내는 것이 못마땅해서, 네개의 마법 항아리를 이용해 토토를 궁지에 몰아넣는다. 옹졸한 마녀의 음모는 이탈리아와 프랑스의 전쟁으로까지 이어진다. <토토 사포레와 피자 이야기>는 <월리를 찾아라!> 시리즈처럼 작고 복잡한 캐릭터가 쏟아져나오는 정신없는 애니메이션이다. 저녁거리를 두고도 노래로 수다를 떠는 시장 사람들과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걱정근심없이 산다”는 인생관이 이탈리아 특유의 낙천적인 성격을 드러내는 작품. 토토가 생각해낸 피자가 프랑스와 이탈리아 사이에 화해를 불러온다는 단순한 결말도 공감이 간다.
어릿광대
SICAF2004 경쟁부문 - 장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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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날 Winter Days
가와모토 기하치로 외 l 일본 l 95분 l 아시아의 빛
꼬리에 꼬리를 무는 시와 일종의 시화 기능을 하는 애니메이션이 결합된 서정적인 영상시라 할 만한 작품. <겨울날>은 가부키 등 일본의 전통예술과 인형애니메이션의 접목을 통해 독특한 양식미를 추구해온 독립작가 가와모토 기하치로를 필두로 모두 35명의 애니메이션 작가와 작곡가, 음악효과 감독들이 함께 작업한 옴니버스 애니메이션이다. 에도 시대의 시인으로 일본의 전통 문학 형식인 하이쿠로 이름난 마쓰오 바쇼의 시 선집 <겨울날>, 그중에서도 두 사람 이상이 5-7-5 또는 7-7 음으로 된 구절을 이어가는 공동 창작인 렌쿠((連句)에 바탕하고 있다. 각 시인의 생각과 생각이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렌쿠의 전개에 따라, 비바람을 헤치는 나그네의 정교한 인형애니메이션부터 빈집에서 추위를 이기기 위해 애쓰는 아이의 모습을 그린 유화 질감의 이미지, 보티첼리의 <비너스의 탄생&g
SICAF2004 부문별 초청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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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갓파더즈 東京代父
곤 사토시 l 일본 l 2003년 l 90분 l 아시아의 빛
제목에서 <대부>의 일본 애니메이션 버전쯤을 기대한다면, 오산이다. 도시의 뒷골목, 밑바닥 인생, 총격이 등장하긴 하지만, 이 작품은 말하자면 ‘세 노숙자와 아기’에 가깝기 때문. 눈 내린 크리스마스, 노숙자인 여장남자 하나와 긴, 미유키는 쓰레기 더미에서 아기를 발견한다. 함께 발견된 명함과 사진을 단서 삼아 아기의 부모를 찾아나서는 세 사람. 이 도쿄의 대부, 대모들이 유괴 사건에 휘말리고, 타인을 돕기도 하며, 각자의 과거와 조우하는 동안, 무정한 겨울의 도시 곳곳에서 사람 사는 온기가 피어난다. <퍼펙트 블루> <천년여우>의 감독 곤 사토시의 신작. 전작들에서 보듯 다수 일본 애니과 다른 사실적인 이미지는 여전하나, 꼼꼼하게 연출된 아기자기한 에피소드 릴레이, 캐릭터의 개성과 스크루볼코미디식 웃음이 절묘한 하나의 퍼즐을 이루며 한층 푸근하고 가슴 따뜻
SICAF2004 초청작 - 장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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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틴 로맨스의 무난한 결말 - 영화
정성일 l <그놈은 멋있었다>에서 한예원, 지은성을 떠올린 배우가 있었나요?
귀여니 l 그게 없었어요. 이런 사람들은 있을 수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사람에 비유하지 않았어요. 지은성은 정말 모르겠고, 다만 예원이는 정다빈씨랑 배두나씨를 생각했어요. <위풍당당 그녀>에서의 배두나요. 정다빈씨는 <논스톱>부터 <옥탑방 고양이>까지….
정성일 l 결과론이긴 하지만, 장편소설의 성격상 영화보다는 텔레비전이 더 원작을 살릴 수 있다는 생각을 하진 않았어요?
귀여니 l <도레미파솔라시도> 드라마 제안이 왔는데 거절했어요. 나머지 세 작품을 다 계약했는데, 하나는 꼭 어린애처럼 내가 쥐고 있고 싶다는 생각도 했구요.
정성일 l <그놈은 멋있었다>가 영화로 옮겨오면서 사라진 것 중에 가장 아쉬운 건 어느 대목입니까?
귀여니 l 예원의 오빠, 한승표가 학교에 대걸레를 들고
영화평론가 정성일, 귀여니를 만나다 - 인터뷰 지상중계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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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되는 네티즌(^^v), 무서운 네티즌(-_-;;)
정성일 l 불편한 질문일 수도 있는데 네편 다 이야기 전체를 놓고 보면 이야기 균형감각은 참 불균질해요. 하지만 귀여니 최대의 장점은 심금을 울리는 상황을 잘 만들어요. ‘절대’ 명장면이라고 할까?
귀여니 l 구성 면에서 미약한 걸 알아요. 국어성적이 뛰어난 것도 아니었구요. (ㅜ.ㅜ) 글을 많이 쓴 것도 아니고, 쓸 때에도 몇 차례씩 탈고해서 올린 글도 아니었어요. 그냥 즉석에서 자판에 손 가는 대로 쓰는 스타일이거든요.
정성일 l 한번 쓰면 안 고쳐요? (@@)
귀여니 l 맞춤법은 고치지만 내용 면에서는 크게 바뀌는 건 없는 거 같아요. 상황들은 어려서부터 머릿속으로 아빠 차 타고 가면서 혼자 있는 시간에 상상하는 그런 애절한 상황을 그린 거예요. 그걸 소설 속에 넣을 때는 훨씬 수월했죠. (흠흠!!) 처음 생각한 게 아니라 어릴 때부터 차곡차곡 머릿속에 쌓아놓은 것들이니까.
정성일 l 귀여니 소설은 모두 온라인 연재를
영화평론가 정성일, 귀여니를 만나다 - 인터뷰 지상중계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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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은 모두 긴장해 있었다. 갑작스런 귀여니의 여행으로 부랴부랴 앞당겨 이루어진 만남의 자리에서, 귀여니 팬클럽 회원인 정성일 영화평론가는 책 속표지에 작가의 사인을 받을 준비를 하고 있었고, 작가 귀여니는 오늘의 인터뷰어가 연초에 <씨네21>에 쓴 ‘인터넷 소설의 영화화’에 대한 심오한 글의 기억을 떠올리며 각오를 다잡고 있었다. “백문백답은 어떨까요?”라는 정성일 평론가의 제안은 비유가 아니었으니, 여기 실린 짧지 않은 문답은 실상의 절반 정도다. 네 시간에 육박하는 기나긴 미팅 끝에, 믿을 수 없지만, 두 사람은 꼭 다시 만나자고 맞장구를 쳤다.
정성일 l 왜 이윤세라는 본명 대신 ‘귀여니’라는 아이디를 썼나요? 자신이 스스로를 귀여니로 부르는 건 ‘재수 털리는’ 일 아닌가요? *^^*
귀여니 l 누가 내가 쓰는 걸 알까봐 이윤세라는 이름을 올리기에 창피한 거예요. 동생 메일을 매일 읽었는데 동생 여자친구 닉네임이 귀여니였어요. 무난하다 싶어 썼어요.
정성
영화평론가 정성일, 귀여니를 만나다 - 인터뷰 지상중계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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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둥! 여름방학이다. <그놈은 멋있었다>와 <늑대의 유혹>이 같은 날 개봉했다. ‘귀여니 월드’는 드디어 아니 기어코, 스크린으로 열려버리고 말았다. 독자들의 욕구와 소녀 작가의 환상 사이로, 깜박이는 커서를 앞으로 앞으로 외롭게 밀어갔던 인터넷 연재물은, 종이책에 활자로 또박또박 박히더니, 이제 영화가 되어버렸다. 쿠궁! 영화는 리플도 달 수 없고, 여백에 낙서를 할 수도 없다. 영화는 ‘귀여니 월드’를 확장하는 척하면서 실은 닫아버린다. 그들은 당연히 두 시간짜리 필름으로서 예정된 오독을 원작 옆에 놓는다. 판본이 늘수록 궁금해지는 것은 진본이다. 귀여니 팬클럽의 멤버로서 귀여니(본명 이윤세)를 만나기를 소원했지만, 귀여니 영화를 보기는 두려워했던 정성일 영화평론가는 망설임을 떨치고 두편의 영화를 (귀여니와 송승헌과 강동원과 조한선의) 10대팬들과 함께 보았다. 애장한 귀여니 책들을 밤새워 재독했다. 그리고 귀여니를 만나 오래오래 대화했다. 우리는 그 결과물
영화평론가 정성일, 귀여니를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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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로봇을 둘러싼 다양한 인간 군상
<아이, 로봇>의 캐릭터들
<아이, 로봇>은 제목과 로봇공학 3원칙을 제외하면 아시모프의 소설집과 거의 관계가 없다. 그러나 앨프리드 래닝과 수잔 캘빈, U.S. 로보틱스는 많은 이들에게 친숙한 이름이다. 원작에서 캘빈은 U.S. 로보틱스에서 일하는, 개척자에 해당하는 로봇공학자 래닝의 세미나에 참석한 학생이었다. 그녀는 로봇이 말을 할 줄도 모르던 시대부터 인류의 파멸을 초래할 수도 있을 만큼 발달한 시대까지 지켜보았고, 그 곁에는 언제나 래닝과 U.S. 로보틱스가 있었다. 영화 <아이, 로봇>은 캘빈을 새로운 캐릭터 델 스프너의 파트너로 초대했지만, 원작대로라면 2035년엔 53살이 되었을 그녀를 젊고 아름다운 로봇 심리학자로 바꿔놓았다. 캘빈은 오직 논리에 의해서 움직이는 로봇을 사람보다 신뢰하고, 그 때문에 스프너와 충돌하곤 한다. 로봇 심리학자는 로봇의 심리를 분석하는 것이 아니라 로봇의 두뇌에 인
철학이 있는 SF 블록버스터 <아이,로봇>의 모든 것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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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작가들은 한권의 책을 쓰는 데 만족하지 못하고 하나의 세계를 창조하려 한다. 아이작 아시모프는 그런 작가였다. 그는 <로봇>과 <파운데이션> 시리즈로 아직 오지 않은 역사를 내다보았다. 두 시간에 불과한 영화는 아시모프로부터 로봇을 물려받았지만, 섣불리 그 장대한 시간의 중심을 건드리지는 못했다. 그러나 <아이, 로봇>은 SF의 전설이 된 소설 제목을 그대로 가져다쓰는 용기를 보여주었다. 아시모프를 안다면, 그 제목만으로도 이 영화를 기다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리고 보이콧 운동을 벌인 어느 아시모프의 팬도 인정했듯 알렉스 프로야스는 기대할 만한 영화를 내놓을 감독이기도 했다. 프로야스는 <크로우> <다크 시티>로 희망없는, 그러면서도 시선을 빨아들이는 미래 도시를 창조했다. SF문학의 뼈대를 세운 로봇공학 3원칙, 사막을 건너는 모세의 지팡이처럼 신천지를 예언하는 비전, 고풍스러운 이율배반의 미래. 드문 개성과 재능을 지
철학이 있는 SF 블록버스터 <아이,로봇>의 모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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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와서 정씨는 사견과 인터뷰를 바탕으로 <발리에서 생긴 일>의 인기가 <파리의 연인>으로 어떻게 확장된 것인지 그 맥락을 생각해본다. <파리의 연인>의 현재 인기몰이를 정리해보기로 한다. 이하는 정씨 생각.
첫 번째, ‘엑조티즘’(이국성)이다. 두 드라마를 제작한 SBS 특별기획팀뿐 아니라 타방송사에서도 이국에서의 사랑은 지금 인기가 높은 소재다. 일에 매여 오도가도 못하는 시청자들은 매주 저녁마다 주중에 지쳤던 몸을 이끌고 돌아와 앉아 브라운관 안에서 펼쳐지는 이국적인 풍경들 안으로 상상의 여행을 떠난다. 현실을 잊게 할 만한 아름다운 풍경의 어느 도시. 과연 홀리지 않을 사람이 몇이나 있겠는가? 생각해보니, 정씨가 처음 <발리에서 생긴 일>의 첫회를 보면서 자리를 잡고 앉은 이유도 난생처음 나가본 해외 여행지 방콕의 풍경이 언뜻 스쳐서인 것 같다. 엑조티즘으로 현실의 고통을 날려버리는 것. 정씨는 스스로에게 이 점이 옳지 않다고 반복
‘럭셔리 멜로’ <파리의 연인> 열풍 분석 - 인기 원인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