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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강점기 부유한 집안의 막내아들로 태어난 백남준은 학창 시절 12음 기법을 처음 만든 아방가르드 작곡가 아널드 쇤베르크에게 매료돼 작곡가가 되기 위해 독일로 유학을 떠난다. 하지만 그곳에서 백남준은 미지의 나라에서 온 낯선 이방인이었다. 고독과 외로움에 고통받던 어느 날, 그는 아방가르드 작곡가 존 케이지의 공연을 보고 예술의 전환기를 맞이한다. 이후 당대의 아방가르드 예술가들과 함께 플럭서스 그룹에서 활동한다. 야심차게 준비한 파르나스의 첫 개인전 <음악의 전시-전자 텔레비전>의 실패 후 그는 TV 방송의 본고장 뉴욕으로 이주하고 새로운 기술을 예술에 접목하는 다양한 실험에 도전한다.
<백남준: 달은 가장 오래된 TV>는 한국계 감독 어맨다 킴의 장편 데뷔작이다. 영화는 예술의 혁명가로서 미디어아트라는 예술 분야를 개척하고 예술의 역사를 새롭게 써내려간 백남준의 생애와 작품 세계를 조망하는 다큐멘터리다. 영화에서 백남준의 글을 낭독하는 내레이션은 <
[리뷰] ‘백남준: 달은 가장 오래된 TV’, 시대를 앞선 미디어아트의 선구자 백남준에 대한 오마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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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93년 1월21일, 루이 16세와 마리 앙투아네트가 단두대 위에서 민중의 심판을 받은 뒤 사람들은 새로운 영웅을 갈망했다. 민주주의 실현의 성지로 떠올랐던 광장은 광기와 공분의 장으로 전환된 지 오래고, 사람들은 계급사회를 향한 단죄와 처벌에 중독된 듯 끝없는 판정을 원한다. 불안한 국가 정세 속에서 때마침 전쟁을 승리로 이끌어낸 나폴레옹(호아킨 피닉스)은 대중의 지지를 받으며 선망의 대상으로 떠올랐고, 1799년 브뤼메르 쿠데타를 통해 마침내 황제 자리에 오른다. 한편 한 사교파티에서 우연히 마주친 조세핀(버네사 커비)에게 첫눈에 반한 나폴레옹은 그의 마음을 얻는 데 성공한다.
<나폴레옹>은 역사가 다루지 않은 나폴레옹의 인간적인 면모를 다양한 각도로 조명한다. 대포를 터뜨릴 때마다 두손으로 귀를 막거나, 연인의 환심을 사기 위해 야트막한 허세를 부리거나, 이역만리 전쟁터에서 조세핀의 외도를 알게 된 직후 프랑스로 돌아가는 충동적인 모습이 그렇다. 동시에 세계사적
[리뷰] ‘나폴레옹’, 현대에 도착하지 못하고 그 시절에 갇혀버린 영웅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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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에서 백반집을 운영하다 돌연사한 복자(김해숙)는 사망한 지 3년째 되는 날 저승에서 3일간의 휴가를 받고 가이드(강기영)와 함께 이승으로 내려온다. 미국에서 명문대학(UCLA) 교수로 재직 중인 자랑스러운 외동딸 진주(신민아)를 만날 설렘도 잠시, 그녀가 도착한 곳은 미국이 아닌 생전에 그녀가 살았던 김천 백반집이다. 설상가상으로 그곳에서 진주는 복자의 레시피로 백반 장사를 하고 있었다. 자신처럼 고생하고 살지 말라고 악착같이 진주를 가르쳤던 복자는 딸의 모습을 바라보며 억장이 무너진다. “왜 이러고 있냐? 빨리 가!”라고 아무리 말을 걸어도 영혼인 복자의 목소리는 진주에게 전달되지 않는다. 영혼은 살아 있는 사람을 만지거나 대화할 수 없다는 저승의 규칙이 있기 때문이다. 어느덧 밤이 되고 복자는 자다가 벌떡 일어나 밖으로 뛰쳐나가는 진주의 모습을 보게 된다. 진주는 복자의 갑작스러운 죽음에 충격을 받아 우울증을 앓고 있었다. 이러한 사실을 알게 된 복자는 진주에게 아무런 도움을
[리뷰] ‘3일의 휴가’, 희생을 부추기는 모성애는 이제 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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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ST’는 매주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에게 취향과 영감의 원천 5가지를 물어 소개하는 지면입니다. 이름하여 그들이 요즘 빠져 있는 것들의 목록.
고전 여성 서사
역사가 기록에 소홀했던 여성들의 이야기를 찾아 나선다. 일본 헤이안 시대의 작가 세이 쇼나곤이 쓴 수필들은 가식이 없어 독자를 행복하게 한다. 최근엔 여성의 몸으로 청나라 해적왕에 오른 정일수 선장의 일대기에 강하게 매료돼 있다.
버나 보이
요즘 가장 빠져 있는 아티스트. 나이지리아 출신의 뮤지션이다. 세계 각국의 음악을 가리지 않고 듣는 편인데, 음악만이 할 수 있는 크로스 컬처의 힘을 믿는다.
도자기
우리 가족 모두가 도자기를 사랑한다. 아시아 출장길에 오를 때면 도자기에 관한 역사서도 잔뜩 사서 돌아온다. 특히 명나라 왕조의 도자기에서 보이는 모던함과 우아함이란!
기 들릴의 그래픽 노블 <평양>
크리에이터로서 미지의 공동체에 언제나 감정적인 끌림을 느낀다. 북한은 난공불락의 나
[LIST] 아델 림이 말하는 요즘 빠져 있는 것들의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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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빙 네버랜드>
왓챠 / 플레이지수 ▶▶▶▶
마이클 잭슨의 아동 성 학대 혐의를 둘러싼 지난 35년은 법정 싸움, 거짓 증언, 유해한 보도 행태와 일부 팬들의 집단 린치로 얼룩졌다. 그동안 피해자 제임스 세이프척과 웨이드 롭슨은 45살, 40살의 중년이 되어 10살, 7살의 고통에 대해 말하고 또 말한다. <리빙 네버랜드>는 2019년 <HBO>에서 방영된 후 소송에 휘말리기도 했다. <리빙 네버랜드>는 아동 성폭력 피해자의 마음뿐만 아니라 그들의 증언을 경유해 가해자의 심연을 어루만지기까지 한다. 인류 최고의 팝스타이자 소아성애자인 그는 평생 외로웠다. 이것이 인간인가? 영화는 이것 또한 인간이라고 말하는 것 같다.
<플레져>
왓챠, 티빙, 웨이브, 시리즈온 / 플레이지수 ▶▶▷
니냐 티버그의 <플레져>는 포르노 현장의 신음을 보이스 오버로, 촬영을 위해 음모를 제모하는 모습을 깊은 클로즈업으로 담아낸
[OTT 추천작] ‘리빙 네버랜드’ ‘플레져’ ‘페어플레이’ ‘이블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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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빙 / 감독 필감성 / 극본 김민성, 송한나 / 출연 이성민, 유연석, 이정은 / 티빙 / 플레이지수 ▶▶▶▷
교통사고, 실패한 수술,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은 후유증을 남긴다. 감정을 상실하자 <비밀의 숲>의 황시목(조승우)은 검사가 됐고, <Dr.브레인>의 고세원(이선균)은 뇌과학자가 되었다. 그러나 금혁수(유연석)는 연쇄살인마가 되어 세상 가장 낮은 곳에 있는 사람들을 죽이기로 한다. <운수 오진 날>은 금혁수가 다수의 살인을 저지른 뒤 묵포로 가 밀항을 시도하는 하룻밤의 이야기다. 살인의 종결인가, 잠시 멈춤인가, 새로운 시작인가. 택시 운전사 오택(이성민)은 이 불쾌한 여정에 자신도 모르게 동참한다.
피 맛에 미친 늑대와 속절없이 쫓기는 착한 양의 구도는 익히 보아왔다. 특히 살인마와 택시 운전사의 뜻하지 않은 동행이라는 로그라인은 마이클 만의 걸작 <콜래트럴>을 빼닮았다. 그렇다면 이 이야기는 왜 다시 한번 영상화되
[OTT 리뷰] ‘운수 오진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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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로운 영혼을 지닌 파일럿 이사무(야마자키 다쿠미)는 이민 행성 에덴에서 옛 라이벌 걸드(이시즈카 운쇼)와 재회한다. 둘은 각각 통합 우주군의 최신 가변형 전투기인 YF-19와 YF-21의 테스트 파일럿이 돼 정식 파일럿 자리를 둘러싼 치열한 경쟁을 펼친다. 한편 마크로스 시티는 버추얼 아이돌 샤론 애플(효도 마코)의 인기로 들썩인다. 샤론 애플은 콘서트를 위해 에덴을 방문하고, 샤론 애플의 프로듀서인 뮹(후카미 리카)은 한때 이사무 그리고 걸드와 연정을 나눴던 여자다. 이사무와 걸드 그리고 뮹은 에덴에서 다시 한번 정삼각형의 꼭짓점에 마주 보고 선다. 세 청춘은 미련과 애증을 나누며 격렬한 공중전과 감정 싸움을 벌인다. 1982년 <초시공요새 마크로스>를 시작으로 40년 넘게 일본 리얼로봇 SF애니메이션의 걸작으로 평가받는 <마크로스>극장판이 국내 최초로 개봉한다. <마크로스 플러스 -무비 에디션->은 1994년 공개된 <마크로스 플러스>
[리뷰] ‘마크로스 플러스 –무비 에디션-’, 가와모리 쇼지의 비행(非行)이 만들어낸 걸출한 비행(飛行)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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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하안전단 철수팀 대장인 철수(김은아)는 부하 로봇과 동료들에게 은근슬쩍 무시당한다. 용기가 없는 겁쟁이여서 우주 괴물의 등장에 뒷걸음질쳤기 때문이다. 이에 철수는 박살행성의 쿠왕(엄상현)과 모종의 작당을 하게 된다. 캡틴 가르고리에게 전해 들은 용기의 가루를 구해 용기를 얻으려는 것이다. 철수와 쿠왕 일당은 모험을 통해 용기의 가루를 찾지만, 이내 가루의 부작용이 나타난다.
<트랜스포머>나 <카봇>과 같은 변신로봇 디자인을 기반으로 <로봇수사대 K캅스>를 떠올리게 하는 메카물, 전대물의 전개 방식을 취한다. 사회의 온갖 위기를 사람 주인공과 로봇들이 해결하는 것이다. 더하여 <인디아나 존스>류의 모험 활극까지 합쳐졌다. 이처럼 로봇이 등장하는 일종의 SF지만, 그 속의 요소들은 작금의 사회 지형도를 적절하게 활용한다. 부동산 과열로 인한 부작용, 신문이나 비디오 같은 레거시 미디어의 역사적 기능, 심지어 고양이의 사회적 득세까지 촘촘히
[리뷰] ‘극장판 우당탕탕 은하안전단: 진정한 용기!’, 웬만한 블랙코미디 뺨치는 사회 풍자의 아동 교육 교보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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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차네일 쿨라르)는 여행 가는 부모를 대신해 반려견을 봐주러 간다. 기차에 몸을 싣고 런던역을 벗어난 순간 사람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한다. 런던역에서 폭탄 테러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누군가가 CCTV에 찍힌 테러 용의자의 모습이 해리와 닮았다고 그의 SNS에 댓글을 남긴다. 이후 이 게시글이 삽시간에 퍼지면서 일이 점점 꼬이기 시작한다.
<어큐즈드: SNS 심판>은 기차역 테러범으로 누명을 쓴 한 남자의 고군분투를 그린다. 영화는 SNS 시대의 혐오를 보여주는 동시에 이민자에 대한 혐오 정서 역시 끌어들이며 상황을 입체적으로 펼친다. 영화는 죽음만이 해리의 유일한 탈출구인 양 극한의 상황을 연출하고, 급기야 온라인 마녀사냥은 자경단의 사적 제재로 이어진다. 도망자 신세가 된 해리의 외로움이 배가되는 데에는 시스템의 부재가 한몫한다. 사실 여부를 확인하지 않은 채 SNS 내용을 그대로 옮겨 적는 미디어와 집에 가만히 있으면 된다고 통보하는 경찰이 제기능을 다하지 못하면
[리뷰] ‘어큐즈드: SNS 심판’, 진실보다 믿음으로 작동하는 SNS 마녀사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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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고향을 찾은 마사야(오카다 겐시)는 자신에게 온 편지 한통을 발견한다. 감옥에서 온 이 편지의 작성자는 하이무라 야마토(아베 사다오), 연쇄살인범이다. 23명의 소년, 소녀와 한명의 성인을 살해한 죄로 사형을 선고받은 야마토는, 특이하게도 다른 모든 죄는 인정하지만 마지막 한건의 살인만은 무죄를 주장한다. 야마토는 중학생 시절 인연을 맺었던 걸 언급하며 마사야에게 자신의 무고함을 조사해 달라는 부탁을 한다. 그렇게 진상을 파악해가는 과정에서 마사야는 본인의 가족과 관련한 새로운 사실을 알아내고, 마침내 내면에 숨겨져 있던 자신의 폭력성을 마주한다.
여러 편의 범죄 스릴러 영화를 연출한 일본의 중견감독 시라이시 가즈야의 <사형에 이르는 병>은 동명의 사이코 미스터리 소설을 원작으로 만들어진 영화다. 탄탄한 극적 구성을 토대로 연쇄살인마의 심리 상태를 제3자의 시선에서 추적하는 작품이다. 특정 장면에선 살인범의 직접적인 범행 장면을 서슴지 않고 묘사하기도 하는데,
[리뷰] ‘사형에 이르는 병’, 이르는 과정을 이토록 생생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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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경계>는 지역 민영방송 <KNN>이 제작한 자연 다큐멘터리로 한반도 국립공원 22곳을 탐방한다. 해당 방송국의 기획특집국장이기도 한 진재운 감독은 전작 <물의 기억> <위대한 비행> 등에 이어 관심사인 환경과 생태라는 주제를 전국에 걸친 한반도 국립공원으로 규모를 키워 펼쳐낸다. 형식 면에서는 국립공원의 절경이 주는 시각적 쾌감을 전달하기 위해 다양한 촬영기법을 구사한 점이 눈에 띈다. 상공촬영, 타임랩스, 슬로모션, 고속촬영, 고화질, 극단적 와이드 숏과 접사, 심지어 CG까지 망라하는 데서 제작진의 노고가 느껴진다. 내용 면에서는 국립공원의 풍경뿐 아니라 그 속에 사는 특별한 사연을 지닌 인물과 동물을 담아내는 것으로 산과 바다와 생물은 구별되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자연으로서 하나라는 점을 강조한다. 그러면서 산봉우리를 넘나드는 구름은 물과 같고 망망대해에 불쑥 솟은 바위는 산과 같다고 말하며 경계 없음의 이치를 전달하려 애쓴다. 다
[리뷰] ‘무경계’, 어쩌면 다시 못 볼지도 모를 풍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