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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베트남의 친구.” 지난주 <씨네21>에 실린 한쪽짜리 기사 제목이다. 어린이 글짓기나 관광공사 홍보문구에 등장함직한 이 순박한 표현에 담긴 내력인즉 이렇다.다큐멘터리 감독으로서 베트남의 존경받는 지식인 중 한명인 반레 감독은 한국을 정말 싫어했지만, ‘미안해요 베트남’ 캠페인을 주도한 구수정씨를 알게 된 뒤 서서히 마음을 돌이켜 이제는 한국을 친구의 나라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는 구수정씨를 주인공으로 하는 다큐멘터리를 만든 바 있고, 베트남을 소재로 영화를 제작하려는 영화사를 돕기 위해 한국을 방문한 김에 5·18 묘역과 부산영화제를 둘러봤다.그가 한국을 증오하고 이해하고 마침내 포용하는 치열한 생의 격류를 겪게 된 뿌리는 물론 베트남 전쟁이다. 1945년부터 10년간 프랑스에 대항한 독립전쟁을 치른 베트남에 다시 미국이 개입하기 시작한 것은 1961년. 한국 정부는 1964년 이동외과병원 장병과 태권도 교관을 100여명 파견하더니 점차 전투부대쪽으로 옮겨 급
반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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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즈 다이어리] <이탈리안 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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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이 만화] <대장금> 오이상궁이 되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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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주 <씨네21> 특집 기사는 영화와 TV쪽에서 동시에 일어나고 있는 사극의 변화를 관찰했다. 필자들은 MBC의 <다모>와 <대장금>, 지금 극장에 걸려 있는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와 <황산벌>을 대표 사례로 들고 그 정황을 진단했는데 공감하는 바가 크다.이 현상은 여러 가지로 음미할 만한데, 우선 사극이 한국 대중영화의 장르로 부활하는 기폭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지금 관객은 멜로와 코미디, 액션에 이어 공포와 사극을 반복 재생산이 가능한 장르로 끌어올리고 있다. 한국영화사의 황금기라고 평가되는 1960년대 전반기에 거의 10여 가지 장르가 동시적으로 성행했던 것을 상기할 때, 지금의 한국 영화계 또한 성장기를 지나 황금기로 진입하고 있다는 판단을 내려봄직하다.또한 역사라는 것이 얼마든지 새로워질 수 있는 상상적 공간으로 재인식되고 있다는 점도 특기할 만하다. 그동안 사극이라 하면 대부분 조선왕조실록이라는 어마어마한 텍스트
상상력의 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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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즈 다이어리] <봄날의 곰을 좋아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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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이 만화] <보디가드> 보디가드가 된 남기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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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각이나 오해가 가끔 뜻밖의 진입로 구실을 하기도 한다. 일본영화 <냉정과 열정 사이>를 보고 난 뒤 여주인공이 더 멋있게 나온다는 원작소설을 읽고 싶어졌다. 그런데 기억과 달리 내가 갖고 있는 책은 <열정>이라는, 제목이 얼추 비슷한 헝가리 소설이었다.대문호다운 필치로 묘사된 이 특이한 정념의 세계를 ‘헝가리적’이라고 받아들여도 좋을까, 생각해보니 나는 작가인 산도르 마라이는 물론이고 헝가리에 대해서도 아는 바가 없었다. 아마 헝가리 사람들도 한국을 잘 알지 못할 것이다.슬라보예 지젝의 강연을 들을 때 다시 비슷한 기분이 떠올랐다. 지젝의 방한과 연이은 강연회는 한국의 진보적 학문 공동체를 술렁이게 만들었는데, 놀랄 만한 지적 섭렵을 바탕으로 새로운 대안 담론의 동력을 일구고 있는 ‘유럽 인문학의 천재’마저도 어떤 맥락에서는 주변인의 신세를 벗어나지 못한다는 것이다.슬로베니아 출신인 그는 미국에서 있었던 하나의 에피소드를 소개했다. “내가 히치콕에 관해 강연하
오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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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이 만화] <헐크> 화가 나면 헐크로 변하는 남기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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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즈 다이어리] <스캔들 - 조선남녀상열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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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이란 겉보기에 근사한 한두 가지 의미나 기쁨을 위해서 백여 가지 견마지로를 수행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매체를 만드는 일도 예외가 아닌데 이번주에는 견마지로를 하는 동안 여러 번의 기쁜 일이 있었다.그중에서도 영화를 통해서 마음과 관계를 치유해보자는 정성어린 제안, 이재용 감독과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의 내면에 대한 진솔하고 진심어린 소개를 접하는 기쁨은 청명하고 깊다. 기력이 쇠한 몸이 기름기 없이 맑은 고급 음식을 접한 듯한 쾌감과 통한다.이들 감독 혹은 필자들의 태도는 ‘이질적인 것에 대한 관조와 연민’으로 요약할 수 있을 것 같다. 분야와 직능을 막론하고 문화라는 이름으로 진심을 다해 무언가를 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가만히 귀기울이면, 그 수많은 이야기들은 하나의 메시지로 모아진다. 그것은 바로 승인된 문화 규범의 바깥에 있는 이질성이나 불일치를 인정하자는 것이다. 리오타르의 표현을 빌리면 우리가 지키려고 노력할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은 ‘화합할 수 없음’ 자체다.이런 가치를
쿨한 관조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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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에서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은 국제영화제 개막 이틀째 되는 날이다. 개막 당일 수영만은 한국 가을날씨의 매력을 유감없이 뽐내는 저녁 바닷바람 속에 성황을 이뤘다. 확실히 축제는 단조로운 일상과 노동의 리듬을 일탈하고 궁극적으로는 보완하는 생활의 악센트다.올해는 부산영화제가 해운대 시대로 전환하는 원년이라고 기록될 것이다. 국제적으로 명망있는 영화제들이 거의 예외없이 쾌적한 휴양 기능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는 점은 부산영화제에도 시사하는 바가 큰데, 영화제 전용공간이 착공되는 2005년이면 멀티플렉스를 포함하는 안정적인 상영관 인프라, 배후의 고급 숙박시설 등과 더불어 영화제가 제2의 도약기에 접어들 것으로 보인다.그런데 이러한 공간상의 변동과 더불어 미묘하지만 중요한 변화가 동시에 감지된다. 남포동의 좁은 광장을 송곳 꽂을 데도 없이 가득 메우며 스타를 향해 꺅꺅 환호하던 예의 팬덤을 어떤 이는 세계 어디에도 없는 젊은 영화 열기라고 불렀지만, 무언가 결핍에서 기인한 극단적인 열
영화제의 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