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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어서 마포대교를 건넌 적이 있다. 처음엔 가볍게 장난처럼 한강을 내 다리로 건너볼까, 시작한 일이었다. 북단에서 남단으로. 그러나 그건 결코 즐거운 장난이 될 수 없었다. 강위에 걸린 다리위에는 분명 인도가 양켠에 있는데, 그 다리로 올라갈 길이 없다. 가장자리에 심어둔 철제 난간에 바짝 붙어서야 인도를 밟을 수 있었다. 이 다리는 자동차용이다. 그럼 저 인도는 누굴 위한 거지, 운전자가 따로 있는 자동차 이용자. 그런 사람들만, 자, 나는 잠시 강바람을 쐬고 싶으니 당신은 저 앞에서 나를 기다리시오, 그리고 차에서 내려 산책을 즐기라는 얘기다. 옳으냐 그르냐를 떠나서, 편하냐 불편하냐를 따지기 전에 이런 건 싫다. 차를 타고 달려 그 거리와 시간을 압축하는 `현대인`들도, 느릿느릿 걸어가며 그걸 늘여보고 싶은 때가 있는 법이다. 가끔은.영화도 그렇다. 안그러면 왜 에이젠슈테인은 오뎃사 계단의 시간과 공간을 그렇게 분할하고 다시 붙여서 확장했겠는가. 스쳐지나갔으면 놓치고 말았을 많
마포대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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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VS 영화]스페이스 카우보이
[만화 VS 영화]스페이스 카우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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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vs 영화] 기프트
[만화 vs 영화] 기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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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여명의 생명을 앗아간 이번 물난리는 집 뒷산 너머 동네에도 피해를 남겼다. 배수관이 수용 못한 물더미가 한밤중에 지하셋방으로 흘러들었단다. 밤새 물을 퍼내다 새벽녘에 병원으로 실려가 아기를 낳은 새댁이야기며, 출장간 방주인이 잠가둔 방문을 여차저차 열고 짐을 들어낸 이야기들이 골목으로 번져갔다. 어쩌다 들여다본 연립주택 지하에는 네 가구의 살림터가 자리잡고 있었다. 바닥이 배수관보다 너무 낮아서, 화장실을 천장 가까이에 높다랗게 배치해놓은 집. 습기를 말리는 데는 햇빛만한 게 없다고 동네사람들이 반가워하던, 해가 쨍쨍 맑은 날이었지만 사람도, 살림도 모두 몸을 피한 지하셋방에는 그 빛이 허락되지 않았다. 이런 날, ‘영화구경’이 주업인 사람에게 어떤 회의가 찾아들지는 뻔한 일. <사무라이 픽션>에서 조금 얼띤 남자주인공은 계곡 맑은 물에, 행복에 취해 있다가 벌떡 일어서 소리쳤다. “내가 이러면 안 되는데.” 가보인 명검도 찾고, 죽은 친구의 복수도 해야 하는데 개
행복해도 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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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여명의 생명을 앗아간 이번 물난리는 집 뒷산 너머 동네에도 피해를 남겼다. 배수관이 수용 못한 물더미가 한밤중에 지하셋방으로 흘러들었단다. 밤새 물을 퍼내다 새벽녘에 병원으로 실려가 아기를 낳은 새댁이야기며, 출장간 방주인이 잠가둔 방문을 여차저차 열고 짐을 들어낸 이야기들이 골목으로 번져갔다. 어쩌다 들여다본 연립주택 지하에는 네 가구의 살림터가 자리잡고 있었다. 바닥이 배수관보다 너무 낮아서, 화장실을 천장 가까이에 높다랗게 배치해놓은 집. 습기를 말리는 데는 햇빛만한 게 없다고 동네사람들이 반가워하던, 해가 쨍쨍 맑은 날이었지만 사람도, 살림도 모두 몸을 피한 지하셋방에는 그 빛이 허락되지 않았다.이런 날, ‘영화구경’이 주업인 사람에게 어떤 회의가 찾아들지는 뻔한 일. <사무라이 픽션>에서 조금 얼띤 남자주인공은 계곡 맑은 물에, 행복에 취해 있다가 벌떡 일어서 소리쳤다. “내가 이러면 안 되는데.” 가보인 명검도 찾고, 죽은 친구의 복수도 해야 하는데 개인적
행복해도 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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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VS TV] 러브하우스
[만화 VS TV] 러브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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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가 사라졌다. 언제부터인가. 한참을 뒤돌아봐야 한다. <마부> <박서방> <월급봉투>, 제목을 짚어가면 그건 이미 ‘조국의 근대화'가 조국을 뒤덮기 전이다. 그때 이미 아버지들의 위치는 불안불안했다. 옛시대의 심성으로 변화하는 세태를 맞는 그 모습에는 희생의 그림자가 드리워 있었다. 그래도 그들은 주인공이었다. 그들이라기보다 배우 김승호라고 말해야 정확하겠지만.그의 아들들은 어디로 갔을까. 영화에서건 현실에서건 아들들은 이미 그때의 아버지 나이를 넘겼을 텐데. 한해 1인당 평균 영화관람 횟수가 5회, 10회를 웃돌던 극장가의 황금기가 순식간에 막을 내렸을 때, 한국영화도 긴 불황에 들어갔다. 영화는 혼자서 늪에 빠지지 않았다. 배우들도, 스타들도 끌고 침몰했다. 시기적으로 대략 유신시대부터 80년대 초반까지로 계산된다. 한국영화가 수면 위로 다시 떠올랐을 때, 구명정을 탄 몇몇을 빼면 한국영화 황금기의 아들들은, 그리고 딸들은 돌아오지 못했다.
아버지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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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VS 영화] 패스워드
[만화 VS 영화] 패스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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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의 제네바에 가본 적은 없지만, 세계화란 단어와 세계화 강박증을 세계화한 WTO 본부는 그곳에 있다. 본부가 자리한 로잔거리가 어디로 통하는지, 그 거리 154번지가 어디쯤인지 알 리가 없지. 어쨌든 스크린쿼터문화연대의 ‘대표단’이 7월2일, 그 낯선 거리로 향한다. 유럽방송연합(EBU), 영국영화자문위원회(BSAC), 유로시네마(EUROCINEMA), 유럽영화감독연합(FERA) 등 이름만으로도 유럽 영상기구라는 걸 알 수 있는 비정부기구, NGO들이 문화적 다양성에 관한 시청각 세미나를 열며 초청장을 보내온 것이다. 자국영화를 지켜낸 한국의 경험에 관해 발제를 해달라는 내용이었다.다시, 가본 적은 없지만 WTO 건물에서는 다양한 의제를 놓고 비정부기구 대표들과 사무국, 그리고 WTO 회원국 대표들 사이에 포럼이 자주 벌어진단다. 이번 세미나도 그런 모임 중 하나다. WTO는 자신들의 활동에 관한 대중의 이해를 높이는 데 NGO가 중요한 역할을 하리라고 판단해, 대화창구
지금 우리는 제네바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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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VS TV] 가요톱텐
[만화 VS TV] 가요톱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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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저런 우려를 들어 등급보류를 내리고 잘라오면 허용하는, 이런 식의 운용은 사실상 검열이다.” 대마초 흡입장면이 많다는 이유로 등급보류 판정을 받았던 <오! 그레이스>의 수입사가 영화를 잘라와 ‘18살 이상 관람등급’을 받자, 영화평론가 전찬일씨는 한 일간지와 인터뷰에서 그렇게 말했다. 그는 등급판정을 담당하는 영상물등급위원회 위원이다.그의 말은 옳다. 한국 사정은 등급을 받기 싫으면 상업적 이익을 희생하고라도 등급없이 상영할 수 있는 택할 수 있는 다른 나라와 같지 않다. 등급매기기를 위원회가 유보라는 이름으로 거부하면, 해당영화가 택할 길은 두가지다. 상영을 포기하거나, 필름을 자르거나. <오! 그레이스>는 두번 째 방법을 택했다. 영화는 졸지에 남편을 잃고, 빈털털이가 된 여자가 우연찮게 ‘삼’(대마)을 기르면 돈이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고 포석을 놓아둔다. 자기가 재배한 거니까, 직접 경험을 해봐야 된다고 여자는 생각하고, 대마초무해론을 주장하는
청소년과 성인을 차별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