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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가 세상을 바꿀 수 없을지라도, 생각의 실마리는 던질 수는 있다. 일군의 무사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일본영화 두편을 보고나서 하는 얘기다. 같은 제목으로 번역해놔서 김성수 감독의 <무사>와 자꾸 혼동하게 되는 일본판 <무사>와 <올빼미의 성>이 그것이다.<무사>는 이미 소개됐다시피 가정과 개인의 삶을 희생하고 설국의 철도를 지키는 데 평생을 바친, 멸사봉공의 화신이라 부를 만한 산골역장이 등장하는 <철도원>의 후루하타 야스오 감독의 닌자영화다. 특수효과와 액션영화적인 요소들을 듬뿍 섞어 ‘현대화’하기는 했지만, 고갱이까지 바뀐 건 아니다. 주인공은 에도 막부의 군주가 호출한 그 아들을 아버지 앞까지 호위해가는 무사다. 아들이 내 친자일까 끊임없이 의심하는 군주가 먼 여행길에 장치해놓은 갖가지 난관을 뚫고 무사 일행은 달려가는데, 우리가 모두 죽더라도 왕자, 너만 살아남으면 그건 승리라고 무사는 거듭 선언한다. 그리고 영화는 그
닌자들이 던진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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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영화는 아직도 발명중입니다. 우리는 그저 시작을 목격한 것에 불과하죠.” <씨네21>에 보낸 편지에서 빔 벤더스는 말했다. “디지털영화의 도래는 유성영화의 그것에 비할 만한 이행”이라고 그는 디지털을 편들었다. 영화에 소리가 도입될 때, 무성영화가 획득한 아름다움이 사라지는 것을 슬퍼하는 소리가 있었고 드디어 영화가 현실만큼 풍부해지리라고 반기는 선언도 있었는데.민규동 감독이 라스 폰 트리에 감독의 영화촌에서 보내온 감동적인 보고서에서도 디지털은 중요한 단어다. 가볍고, 쓰기 쉬운 디지털카메라가 영화창작에 어떤 자유를 부여하는가를 디지털영화 <어둠 속의 댄서>의 감독은 이야기했고, <여고괴담2>의 감독은 공감했다. 디지털이 라스 폰 트리에게 100대의 카메라를 동시에 돌릴 수 있는 환경을 제공했다면, 한국의 가난한 감독에게는 35mm 필름으로는 엄두를 낼 수 없는 영화제작을 실현시켜주었다.디지털은 또 영화유통산업에도 당연히 변화를 불러온다. 국
너의 디지털, 나의 디지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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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컴, Mr. 맥도날드
웰컴, Mr. 맥도날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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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이 만화] <여인천하> 세상의 반이 여자
[정훈이 만화] <여인천하> 세상의 반이 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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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영화제에 처음 갔을 때, 가장 인상적인 건 포룸이었다. 영화가 끝나고 관객과 감독들의 토론이 벌어지는데, 공식경쟁부문의 기자회견 못지않게, 아니 더 깊은 얘기들이 오가고는 했다. 이거 참 재미있다고, 우리도 이런 걸 한번 해봤으면 좋겠다고 ‘우리’ 영화평론가와 부러워했는데 그 평론가는 한국에서 국제영화제를 만드는 일에 참여하더니 정말 그런 자리까지 장만했다. 한국의 국제영화제들은 이제 하나같이 관객과의 대화를 주요프로그램으로 잡아놓고 있다. 영화제가 토론문화가 자리잡지 못한 한국에서 꽤 의미있는 토론교육장이 된 셈이다.포룸에서 모방하지 못한 장점은 그 배후, ‘독일키네마테크의 친구들’이란 운영주체다. 포룸은 지난 1971년, 베를린영화제가 이미 경직되어서 새로운 영화를 수용못한다고 판단한 이들이 만든 대안영화제로 시작됐다. 베를린영화제는 곧 자기들의 대안을 포섭해들여 포룸에 독립된 땅을 분양해주었다. 그곳은 정치적으로건 영화적으로건 첨단이나 변방에서 떠오르는 영화들의 포럼이 되
어느 영화의 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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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이 만화] <캐스트 어웨이> 무인도가 아니였어?
[정훈이 만화] <캐스트 어웨이> 무인도가 아니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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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이 오기는 왔다. 지난해, 축제용 불꽃놀이 화약을 다 써버린 듯, 21세기의 시작이라 명명된 새로운 연도는 경제위기의 조짐과 구조조정, 그리고 실업의 불안 속에서 무겁게 시작된다. 그래도 영화는 계속될 것이다, IMF 한파 앞에서 사람들은 그렇게 말했다. 경제공황기에도 할리우드는 성업중이었거든. 그 단순한 예언은 복잡다단한 요소들 덕에 적중했다. 충무로에서도. 다시 그 예언은 반복된다. 한국에 이식된 할리우드식 대작전략은 더욱 공격적으로 확대적용될 예정이며, 다른 부문과 달리 엔터테인먼트산업의 투자는 성장했더라는 지난해의 기록은 올해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새해 벽두부터 자꾸 지난해 이야기를 하는 것이 거북하기는 하지만, 2000년 <씨네21>을 다시 들추면, ‘영화는 디지털 혁명중’이었다. 그 혁명은 여전히 진행중이다. 하기는 과학기술의 자식인 영화가 그 기술의 발전과 유리된 적이 있었던가, 생각한다면 디지털화 역시 그런 진화의 한 대목일 뿐이라고 정리할 수 있
21세기의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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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냥공장을 만들고 싶어요.” 아주 오래된 신문인터뷰에 실렸던 어느 나라 ‘퍼스트 레이디’의 말이 문득 생각났다. 누구였는지는 고사하고 얼마나 오래된 기사였는지, 어느 나라였는지조차 기억이 나지 않는다. 성냥이라는 품목만 이상하게 머릿속에 남은 걸 보면, 한국이 일정 정도 2차산업을 일궈낸 다음이었으리라 짐작할 뿐이다. 그런데 왜 그 성냥이 떠오른 걸까.<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에서 설경구씨가 친구 진희경씨가 개업한 가게에 축하선물로 들고간 팔각성냥통들 때문이었을지도 모른다. 아직도 저런 선물을 갖고 가는 사람도 있네, 싶었다. 그러니 주변머리 없고 유행에 뒤진 주인공의 됨됨이를 보여주는 소품으로서 성공했구나, 그건 다음 생각이었다. 그래도 꼭 그 영화 때문만은 아닌 듯싶다.한국영화의 최신유행 탓이 더 컸다. 블록버스터, SF, 그런 표제어로 지칭되는 유행 말이다. 약속이나 한듯, 큐브릭의 미래였던 2001년 벽두 충무로에는 대형 공상과학영화 프로젝트들이 일시에 떴다
SF영화는 나의 성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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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철, 저 사람들을 1세대 영화광이라고 할 수 있어?” 마감을 끝내고 나서 두어 시간 ‘대화와 맥주’로 목을 축이고 돌아온 허문영이 던진 질문. “영화를 좋아한 사람들이 그 전에도 있기야 했죠. 그렇지만, 세대라고 부를 만큼 많은 수가 일제히 영화에 탐닉하지는 않았으니까….” “시네마테크는 없었어도, 프랑스문화원이니 독일문화원에서 고전과 걸작들을 열정적으로 찾아보며 집단적으로 환호하고 토론하고 고민하기 시작한 사람들이기도 하고.” 그러고보니, 정말 시네마테크는 없었어도 이들이 모여 자신들의 영화와 성장하던 그때부터 한국영화의 새물결은 준비되고 있었던 것 아닌가. 잡담인 척, 몇마디 주고받다가 <씨네21>은 290호 특집의 주인공들을, 아니 그들의 무리를 ‘1세대 영화광’이라 부르기로 한다. 2월 두 번째 주말, 토요일 새벽 5시.영화감독 김홍준씨가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의 집행위원장으로 결정된 뒤, <씨네21>은 김 감독이 정성일 전주국제영화제의 초대프로그래머와
전주영화제 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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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에서 프로듀서라는 존재를 처음 알린 제1세대가 이태원, 황기성씨를 꼽는 데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신상옥 감독의 신필름에서 영화를 시작한 황기성씨는 ‘황기성 사단’이란 자신의 영화사를 만든 뒤, <안개기둥> <단지 그대가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같은 초창기 여성주의 영화에서부터 멜로, 로맨틱 코미디 등의 장르영화들을 매만져 왔다. 태흥영화사의 이태원 대표는 이제 임권택 감독, 하면 맨먼저 떠오르는 이름이 되었다. 배급과 극장업에서 먼저 자리를 잡았지만, 임권택 감독과 만난 뒤로 상업적 목표보다 작가와 동행하는 명예를 선택했다. 영화가 어느새 새로운 자본증식의 수단인 ‘콘텐츠’가 된 벤처의 시대, 문화‘산업’의 시대에 이건 참 아름답고 낭만적인 시대착오라 할 밖에.프로듀서의 전문성이 영화의 기획부터 배급까지, 모든 과정에서 반드시 필요하다는데 생각이 미친 건 겨우 10년 남짓한 일이다. 연출과 시나리오, 촬영 등과 함께 영화교육 과정에 독립적 영
낭만 이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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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이 만화] <퍼펙트 스톰> 다음 편은 <캐스트 어웨이>?
[정훈이 만화] <퍼펙트 스톰> 다음 편은 <캐스트 어웨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