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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겹다. <정글>을 읽는 동안 치밀어오르는 한 가지는 메스꺼움이다. <정글>의 주인공, 리투아니아 출신의 이민자 유르기스는 행복을 꿈꾸며 미국 땅을 밟았다. 그리고 시카고의 식육공장에서 일을 시작한다. 하루에 버는 돈이래야 고작 1달러75센트. 열악한 조건에도 경쟁이 치열해, 하루라도 결근하면 그 자리는 또 다른 ‘유르기스’에게 빼앗기고 만다. 처음에 그는 아메리칸 드림을 믿었다. 하지만 오래지 않아 그것이 덫이라는 걸 알게 된다. 자본주의가 들이미는 교활한 낯짝은 노동과 가난의 악순환을 구르는 그의 삶을 비참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각종 공장들을 전전하는 동안 유르기스는 누구도 사지 않는 중고품으로 전락한다.
악취를 시각화하는 업튼 싱클레어의 생생한 필치는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이다. 하나 모퉁이마다 괴로운 진실이 기다린다. 1906년의 이야기가 현재에도 똑같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드림 아메리카로 우리가 떠날 때, 또 다른 사람들은 드림 코리아에 도착한다. 발
[도서] 꿈이 졌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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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카페, 시작했습니다> 다케무라 마나 지음, 아우름 펴냄
<작은 가게, 시작했습니다> TimemachineLabo. 지음, 아우름 펴냄
실생활 응용 지수 ★★★☆
카페 창업 도움 지수 ★★★☆
홍대 주차장 골목이건, 신사동 가로수길이건, 삼청동 뒷길이건… ‘뜬다’는 거리에는 꼭 예쁜 카페들이 즐비하다. 처음엔 새로 생긴 집 찾아다니는 재미가 쏠쏠했다. 어느 카페는 의자가 다 제각각이라 즐거웠고, 어느 카페는 음악을 잘 틀어 좋았고, 색다른 메뉴가 허기를 자극하기도 했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그 집이 그 집 같아 보이기 시작했다. 작은 골목 하나에 카페만 대여섯곳 되는데, 각각의 개성이 느껴지지 않아서다. 메뉴는 고만고만, 인테리어 설정자료집이라도 있는지 분위기가 천편일률적이고, 음악도 보사노바와 시부야계의 곡들로 통일된 경우가 꽤 많다.
<작은 카페, 시작했습니다>와 <작은 가게, 시작했습니다>는 일본의 빈티지 카페, 빈티지숍
[도서] 이 카페를 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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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클레지오, 오르한 파묵, 주제 사라마구, 오에 겐자부로,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를 비롯한 작가 10명의 노벨문학상 수상 연설집이다. 대표작 모음집도 아니고 연설집이 뭐 특별할까 생각한다면 오산. 이 책은 그들이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물어온 “왜 쓰는가”에 대한 대답이자 문학에 대한 사랑고백이다. 특히나 감사를 바치는 사람들의 이름을 열거할 때, 생활인으로서의 그들과 소설가로서의 그들을 뒷받침해준 이들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좋아하는 작가들이 사모하는 작가들 명단을 얻을 수 있으니 어찌 신나지 않겠는가). 문학을 이야기하기 위해 삶을 이야기하는 그들의 글을 읽으면 전쟁이나 근대화와 같은 그 시대의 고민도 알 수 있는데, 이런 이야기는 그들의 글을 이해하는 실마리를 제공하기도 한다. 엄청 길기 때문에 정말 이걸 다 읽는 걸까 생각하면 청중이 약간 딱하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지적 발달 장애를 안고 살아가지만 작곡가가 된 아들 이야기로 연설을 맺는 오에 겐자부로, 여성으로 태어난다
[도서] 연설입니까? 고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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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잡지 <팝툰>에 연재됐던 권리의 소설이 단행본으로 출간됐다. 성장소설이자 여행소설인 이 책은, 작가가 352일 동안 39개국을 여행하며 집필한 결과물. 때문에 소설은 당연히 집을 떠나는 것에서 시작해 집으로 돌아오는 것으로 끝마친다. 대신 두 주인공의 여정은 <론리 플래닛>식의 뻔한 루트가 아닌, 지적이고 미스터리한 사건들에 의해 진행된다. 스무살 청년 유석은 저명한 화가였던 아버지의 임종을 맞이한다. 이후 유석은 “18세기 유럽인들이 그랑 투르를 떠났듯” 친구 쇼타와 함께 긴 여행길에 나선다. 두 청년에겐 각자 다른 여행의 목적이 있다. 유석은 위작 시비에 휘말린 아버지의 대표작 ‘야마 자화상’의 진실을 추적해야 하고, 쇼타는 6년 전 행방불명된 형을 찾아야 한다. 목적이 분명한 여행이지만, 타지에서의 삶은 두 청춘에게 치열한 성장통의 기회가 된다. 대개의 여행이 그렇듯 말이다. 픽션으로서의 평가는 잠시 미뤄두더라도, <눈 오는 아프리카>의 진짜
[도서] 길 위에서 쓴 성장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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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흐 좋아하는 이에게 추천 지수 ★★★★
서경식의 다른 책도 궁금해진다 지수 ★★★★
아름다움이란 무엇인가. 미의식이란 무엇인가. 서경식은 예쁜 것이 넘쳐나는 세상에서, 예쁜 것이 주는 치유와 위안이 경제적 가치를 갖는 세상에서, 미의식에 대한 근본적 고민을 시작한다. 이쯤에서 묻고 싶은 것. 그런데 예쁜 게 왜 나쁜가. 예쁜 게 아름다움이라고 생각하면 안되는 이유는 무엇인가. 서경식은 이렇게 말한다. “‘예쁘다’는 것은 보는 이가 그다지 저항감을 느끼지 않는 것으로, 엄밀하게 말하자면 지루하다는 것도 된다. 미술도 인간의 영위인 이상, 인간들의 삶이 고뇌로 가득할 때에는 그 고뇌가 미술에 투영되어야 마땅하다. 조선 민족이 살아온 근대는 결코 ‘예쁜’ 것이 아니었을뿐더러, 현재도 우리의 삶은 ‘예쁘지’ 않다.” 미의식은 예쁜 것을 좋아하는 의식이 아니고 무엇을 미라고 하고 무엇을 추라고 하는 의식이라는 말이다.
첫 글인 ‘통일독일 미술기행’은 에밀 놀데의 <성>에서
[도서] 아름다움을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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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관련 뉴스 중에는 이런 게 있다. 노 전 대통령의 사법연수원 시절, 판사 출신인 연수원 교수들이 수업하다가 “어이, 상고 출신 노무현이 대답해봐”, “나이 많은 노무현은 어떻게 생각하나” 식의 짓궂은 질문을 많이 했다는 게 있었다. 우와, 설마 그렇게 더럽고 치사하게 굴까 싶었는데, 아직도 그런 모양이다. 판사, 검사, 변호사, 법조기자, 경찰, 마담 뚜까지 법조인이거나 법조계와 연이 닿은 스물세명의 사람들을 인터뷰해 재구성한 <불멸의 신성가족>(부제: 대한민국 사법 패밀리가 사는 법)을 보면 아직까지도 법정에서 그와 비슷한 일이 벌어지는 모양이다. 법정에서 변호사에게 반말을 하거나, 조정에 응하지 않으면 반드시 불이익을 준다고 하거나 “연수원 몇기냐?”는 말을 의뢰인이 듣는 앞에서 한다. 이 책 속 다양한 이야기는 법조계에 무지한 사람들에게 꽤 재미있는 읽을거리다. 가장 놀라운 대목은 뭐니뭐니해도 브로커에 대한 이야기. 수임료를 많이 냈지만 사무장
[도서] 법조계 비하인드 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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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대 중기, 말기에서 청대에 이르기까지, 남성에 대한 사회적 심미 기준이 달라졌다. 중국 명·청시대 성애풍조를 다루는 연구자인 우춘춘은 그 이유를 남색 풍조에서 찾았다. 통속소설의 남자주인공이 “문약하고 선세하고 수려한 여성적인 백면서생” 유형이어야 인기를 얻었다. 많은 소설들이 한 남자의 미모에 대하여 “아름다운 아녀자와 흡사하다”, “여자보다도 더 아름답다”는 미사여구를 늘어놓았다는 말이다. 강한 남성적인 인물보다 수동적이고 겁이 많은 인물이 사랑받았다. 명·청 시기의 이러한 심미 관습은 사회에서 이상하게 꾸미는 버릇을 대대적으로 양산, 소설에서 남자가 여장을 하고 여자가 남장을 하는 줄거리가 범람했다고 한다. <남자, 남자를 사랑하다>는 중국 명나라 말기부터 청나라 말기까지 400여년에 걸쳐 남성 문인사회에 불어닥쳤던 남색 풍조를 다룬다. 그 원인은 여성의 금욕을 요구하는 사실상의 성차별 관념에서 비롯한 것이었다. 아름다운 남성에 대한 선호가 이성애 여성 사이에서
[도서] 옛날 옛적 남남상열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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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서 관심고조 지수 ★★★★
저자 신뢰도 지수 ★★★☆
인터넷 서점 알라딘에서 인문서를 구입하느라 서평이나 리스트, 페이퍼를 참고한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로쟈라는 닉을 모를 수가 없다. 예를 들어 바흐친의 <말의 미학>을 검색하면 로쟈의 마이페이퍼가 총 6편이 뜬다. 그중 내가 바흐친의 책을 사려는 이유에 가장 가까워 보이는 페이퍼 제목 ‘미하일 바흐친, 산문학의 창조’를 클릭하면 <말의 미학>과 더불어 읽을 만한 바흐친의 저서에 대한 뉴스 자료와 로쟈 자신의 간략한 생각을 볼 수 있다. 그 생각의 깊이가 놀라워 이 글 저 글 클릭하고, 그의 페이퍼를 하나 읽을 때마다 보관함에 책 쌓여가는 소리가 들린다. 각종 이벤트니 행사 때문에 온라인 독자 리뷰가 광고 문구처럼 여겨지는 세상에, 꽤나 귀한 서평꾼인 셈이다.
알라딘의 페이퍼에 썼던 글을 손보고 혹은 새로 써 나온 책이 <로쟈의 인문학 서재>다. 인터넷에서 클릭을 반복하며 책으로 책으로 타
[도서] 묵은 인문서의 먼지를 털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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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 한장 펼쳐놓고 상상력을 동원해 상상의 여행을 떠나는 이 책의 부제는 이렇다. ‘게으름뱅이도 즐기는 종이 한장의 여행법.’ 이 책의 저자인 박사와 이명석은 그런 상상의 밑거름이 될 만한 사실들을 이야기해주고 지도를 보여준다. 오리엔트 특급의 흥망을 설명(1883년 10월4일 최고급 설비를 갖춘 오리렌트 특급이 운행을 시작, 1920년대와 30년대에 최고의 전성기를 누리고 비행기의 시대가 도래하면서 1977년 5월20일 마지막 운행을 했다)하고, 일본 에도시대 하이쿠 작가 마쓰오 바쇼의 하이쿠 소절에 등장하는 실제 장소를 상상한다. 스페인의 투우에 대한 글을 쓰고 스페인 내전에 참전했던 헤밍웨이에 대한 이야기도 있다. 지도를 들고 주마간산식으로 상상의 여행하기.
이 책의 가장 큰 효용이라면 지도를 펴고 당신이 궁금해하는 이야기의 현장을 찾아보는 일이 생각보다 즐거울 수 있음을 알게 해주는 것이다. 좋아하는 커피 원두가 나는 곳을 지도에서 찾아보고 관련 자료를 책과 인터넷에서 알
[도서] 머리로 하는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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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심장을 쏴라>는 진실에 가까워지는 여정을 그린 휴먼드라마다. 주인공 이수명은 정신질환을 앓던 어머니의 자살을 목격한 뒤 머릿속에서 울리는 목소리와 친구가 된다. 그 뒤 정신병원 드나들기를 몇년, 집 안에만 틀어박힌 그를 못마땅해한 아버지 때문에 외출을 감행하지만 성폭행 미수라는 오명을 쓰고 강원도 산골짝의 ‘쌈마이’ 정신병원에 입원된다. 이수명은 같은 날 감금된 재벌 2세 류승민과 친구가 되는데, 소설은 동갑내기 두 남자가 병원에서 탈출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데 공을 들인다. 병원의 일상은 시시콜콜하다. 맞고 터지는 군대식 무용담도 씁쓸하게 재밌지만, 결국 독자는 탈출이 기다려진다.
작가는 수상소감을 빌려 말한다. 정신병동을 일주일간 경험한 뒤 떠나던 날, 환자들이 “우리의 한을 풀어주기”를 원했다고. 단숨에 읽히는 매력적인 문장들과 리얼한 장면들은, 그렇게 몸으로 부대낀 취재를 바탕으로 탄생했다. 그래서일까? 공간은 병원 내부에 한정되지만 그 안에서는 활극과 로맨
[도서] 정신병원 엑소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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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통에 공감 지수 ★★★★☆
야마다 에이미가 좋아진다 지수 ★★★★
초등학교 5학년인 한 소녀 모토미야 안이 지방도시 학교로 전학을 간다. 첫 전학이 아니다. 전학을 다니지도 전학생을 맞아본 적도 없는, 다소 배타적인 학교 분위기. 소녀의 말 하나 행동 하나가 다 또래 아이들에게는 낯설다. 하지만 이미 전학을 경험한 소녀는 주변에 동화되고자 안간힘을 쓰지도, 그렇다고 선망 혹은 질시의 대상이 될 정도로 잘난 척을 하지도 않는다. 소녀는 전학생을 맞아들인 아이들이 단체 행동을 하길 좋아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냥 조용히 있고 싶을 뿐이다. 소녀의 의도대로 학교생활은 그럭저럭 잘 풀려간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젊은 남자 선생님이 쾌활한 태도로 소녀에게 호의를 보이기 전까지. 별것 아니었던 일을 계기로 주변 아이들의 작은 악의는 둔한 칼날처럼 소녀를 죽지 않을 정도로만 꾸준히 괴롭힌다. 시간이 지나면서 아이들의 이지메는 구체적이고 공격적으로 변해간다. 그러던 어느 날, 그 모든
[도서] 소녀는 어떻게 단련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