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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장난 같겠지만, <미완의 작품들>을 읽고 나면 미완성(未完成)이 완성미(完成美)의 다른 이름일지 모른다는 의혹이 슬금 고개를 쳐든다. 저자의 말처럼 마무리되지 못하고 대중에 공개된 작품들은 도처에 있다. 책이 다루는 미켈란젤로의 노예상, 가우디의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 마릴린 먼로의 <섬싱스 갓 투 기브> 등이 그렇다. 대부분은 유작인 셈인데, 책은 이런 작품들을 둘러싼 야사에 집중한다. 미완성의 배경에는 어떤 사건, 어떤 인물이 있으며, 시대의 공기는 어땠는지가 옛이야기처럼 흘러나온다.
손을 댔으나 끝내 마치지 못한 작가의 역경 뒤 숨은 상처와 치유의 과정은 그 자체로 훌륭한 예술품이다. 특히 푸치니의 유작 오페라 <투란도트>의 초연 때 벌어진 해프닝과 그 뒤 결말을 위해 계속됐던 후대 작곡자들의 도전은 재미를 넘어 감동을 준다. 좋은 이야기의 필수조건은 “잊을 수 없는 결말”이라는데, 이 책이 다루는 미완성이라 아름다운 미술, 소설, 음악,
[도서] 미완성의 완성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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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배우 신성일 인터뷰집. 506편에 이르는 작품에서 주인공으로 출연하며 1960년대 한국영화 흥행을 주도했던 그의 삶과 영화 이야기를 담고 있다. 6·25 때부터 현재에 이르는 시간을 들여다보는 만화경 같은 책이다. 1957년, 신상옥 감독을 처음 만났던 순간, 바로 눈에 들어 “야, 너 나하고 3년 동안 고생할래?”라는 말을 듣고 신필름에 입사하던 때부터의 이야기는 특히 눈길을 끈다. 그는 ‘뉴 스타 넘버원’을 한자로 풀어 성일이라는 이름을 지은 뒤 신상옥 감독의 성을 받아, 신성일이라는 예명을 지었다. 그리고 <로맨스 빠빠>의 막내아들로 데뷔하기 전까지 2년간 영화사에서 사원으로 일하며 인맥을 넓히고 자신을 알려나갔다.
신성일의 청춘을 함께했던 나이 지긋한 관객만 흥미를 가질 책은 아니다. 1970년대 이야기에 접어들면 장미희에게 “너처럼 빈대떡같이 생긴 애가 어떻게 배우가 됐어” 하고 놀렸다든지 여운계와 <산불>을 찍으며 티격태격 말을 나누었던 이야
[도서] 신성일, 회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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닉 혼비식 유머 지수 ★★★★
독서에의 유혹 지수 ★★★
“어째서 내게 <미스틱 리버>가 <무죄추정>과 <레드 드래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최고의 작품이라고 말해준 사람이 없었을까? 내가 그런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과 사귀지 못했기 때문이다. 바로 그거다. 지난 3주 동안, 다섯명가량의 사람들이 앨런 홀링허스트의 <아름다움의 선>이 천재적인 작품이라고 말해주었고, 나도 그럴 것이라고 확신한다. 그 책을 제일 먼저 읽을 생각이다. 하지만 그 옛날 <무죄추정>을 읽다가 그랬듯이, <아름다움의 선>을 읽다가 가로등에 부딪힐 일은 없을 거라고 확신한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한국어판 제목에 붙은 ‘런던스타일 책읽기’라는 말과 별 상관없는 책. 읽는 내내 여러 번 웃음을 터뜨렸다. 문화적으로 예민하지만 전반적으로 찌질하게 살아가는 닉 혼비 소설의 남자 주인공 내레이션 같은 이 책은 대체 뭐란 말인가. 이 책은 <빌리버&
[도서] 투덜투덜 독서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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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이 더우니 달고 시원한 과일차를 마시고 싶다. 코끝을 간질이는 과일향은 생각만 해도 즐겁다. 과일차를 사러 갔다가 위타드의 서머 스트로베리, 블루베리 요거트 같은 달짝지근한 이름을 보고 마시기도 전에 기분부터 좋아졌다. 그런데 가격이 비싸다. 좀 싸게 구할 수 없을까? 홍차에 빠지면서 겪는 다양한 시행착오, 그 과정에서 배워가는 것들을 담은 책이 출간되었다. 정보와 감상의 균형이 잘 잡혀 있고 사진도 적절하게 실려 있다. 이 책을 읽어가면서 궁금해지는 홍차는 또 어찌나 많은지. 하드보일드 소설 같은 홍차라는 랍상소우총에서는 바비큐와 소시지를 굽는 데 쓰는 나무 장작의 진한 훈연향이 난다고 한다. 스모키한 홍차. “홍차에도 레벨테스트가 있다면 랍상소우총은 어퍼 어드밴스드 정도의 단계가 아닐까?” 도전정신을 불러일으키는 설명이다. 한국보다 홍차 문화가 발달한 일본(홍차의 고장 영국보다 훨씬 가깝다는 장점도 있다)의 좋은 홍차 가게들에 대한 이야기도 있다. 홍차 캔에 쓰여 있는 ‘크리스
[도서] 눈도 머리도 향긋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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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스 지수 ★★★★
액션·스릴러 지수 ★★
뱀파이어가 남자친구라면 뭐가 특별할까? <트와일라잇>은 창백한 피부를 가진, 인간의 존재를 초월한 듯한 아름다움을 가진 존재가 뱀파이어이기 때문에 뱀파이어 남자친구가 특별하다고 이야기한다. 그래서 십대 소녀들이 전세계적으로 열광했다. 하지만 작가의 종교적 성향 때문인지 뱀파이어 남자친구라는 말에서 즉각적으로 연상되는 삽입-흡혈의 이미지는 노골적으로 드러나는 대신 은근히 감추어졌고, 그래서 애타는 풋사랑이 강조되었다. 그 시리즈에 비교하면 <어두워지면 일어나라>를 위시한 ‘남부 뱀파이어’ 시리즈는 ‘언니들’용이다. 뱀파이어의 피에는 최음제 효과가 있고, 그래서 인간이 그들의 피를 밀거래하기도 한다. 뱀파이어는 인간의 피가 아닌 인공혈액으로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이지만, 되려 인간들이 그들에게 피를 빨리고 싶어한다. ‘송곳니 중독자’들은 뱀파이어에게 물리고 싶어하는 사람들이다. 그에 따르는 쾌락이 있기 때문이다. 잘생
[도서] 섹시한 뱀파이어 남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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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대 중반 만화방에서 <2001밤이야기>라는 만화를 빼들었다가 기절하는 줄 알았다. 기대를 뛰어넘는 역작이었다. 과학적 고증없이 오락의 흥취 하나로만 질주하는 당대 소년지풍의 만화가 아니었다. 책은 아서 C. 클라크의 오마주로 시작되더니 무려 4세기에 걸친 인간의 우주 진출을 다양한 각도에서 그려냈다. 멋진 하드 SF였다. 장르 특유의 경이감을 극대화한 훌륭한 문학이었다. 그걸 만화방에서 훔치지 않은 걸 천추의 한으로 생각한 지 어언 15여년. 호시노 유키노부의 <2001밤이야기>가 <2001 SPACE FANTASIA(2001야화)>라는 제대로 된 이름을 달고 총 3권으로 출간됐다(알고보니 90년대 읽었던 책은 해적판이었다). 사실 <2001 SPACE FANTASIA(2001야화)>가 온전하게 창의적인 건 아니다. 호시노 유키노부는 서구 SF문학의 걸작 단편들에서 꽤 많은 영감을 얻었다. 중요한 건 제대로 된 영감을 제대로 표현했다는
[도서] 멋진 하드코어 S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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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디 앨런의 단편소설집이 출간되었다. 우디 앨런 영화를 연상시키는, 신경 쇠약 직전의 남자들이 겪는 이야기들이다.
<궂은 날, 영원히 볼 수 있으리>의 화자 ‘나’는 맨해튼 시내에 있는 저택을 구입한다. 부동산 업자는 그에게, 그 집이 스텔스 폭격기보다 훨씬 싼값에 나왔다며 부추겼다. 집을 산 뒤, 집을 개조하려고 보니 개조비용이 타지마할을 보수하고도 남을 정도의 액수로 올라가고 있었다. 서둘러 계약을 한 건축업자는 시간이 지나고 보니 지독하게도 솜씨 없는 인간이었고, 결국 주인공은 샤워도 잠도 제대로 할 수 없는 공간에 추가 비용만 들이게 된다. 딴에는 머리를 쓴다지만 고민의 결과는 악화일로를 걷는다. 우디 앨런의 소설 속 주인공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겠지만, 우디 앨런 자신과 그의 영화 속 페르소나를 지독하게도 닮아 있다. 가끔은 우디 앨런의 목소리로 진행되는 내레이션이 귓가에 울리는 가운데 영화를 보고 있는 듯 기시감이 들 정도다.
<나의 가치와 몸값은
[도서] 우디 앨런표 단편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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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카의 극영화 수상작과 배우들만 기억하는 사람들에게 반기(?)를 들었다. <오스카 애니메이션>은 부제 그대로 ‘오스카 수상 애니메이션 속에 숨겨진 독창적인 아이디어와 제작 기법’에 관한 책이다. 지난 오스카 수상작 가운데 노먼 매클라렌의 <이웃>(1952), 프레데릭 벡의 <나무를 심은 사람>(1987), 타이런 몽고메리의 <퀘스트>(1996) 등 가장 멋진 단편애니메이션 13편을 선정해 제작 기법 분석은 물론, 감독 및 스탭들과의 인터뷰도 꼼꼼하게 실었다. 작품마다 시놉시스와 숏 바이 숏, 창작자에 대한 설명, 그리고 사운드트랙에 이르기까지 치밀한 분석과 더불어 제작 과정에 대한 상세한 설명은 정말 구체적이다.
연속적으로 펼쳐놓은 스틸 컷에는 프레임 번호가 달려 있는데 이에 대해 옮긴이는 “이러한 표시는 애니메이션 창작자와 연구자 모두에게 중요하다. 프레임 번호는 그저 이미지의 순서를 표시하는 게 아니라, 그것들의 지속시간을 가늠할
[도서] 대가의 지혜를 나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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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득키득 웃음 지수 ★★★★
친구에게 권한다 지수 ★★★☆
<플리즈, 플리즈 미!> <오늘의 커피> <로맨스 워크샵> 같은 기선 작가의 요즘 작품들은 딱 성인 여성을 위한 명랑순정만화다. 이 ‘성인을 위한’이라는 말은 약간 미묘하다. 일단, 전혀 야하지는 않다. 어른만 알 수 있는 대단한 깨달음을 갖춘 것도 아니다. 산전수전 겪어가며 피곤하게 나이드는 여자들을 소소하게 웃기는 재주가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의 기본 인물 구성에 어머니가 게임방을 운영한다는 설정으로 비튼 <게임방 손님과 어머니> 때만 해도 순정보다는 명랑에 더 무게중심이 강했는데 근작들에서는 연애담쪽에 무게중심이 많이 기운 인상이다.
<오늘의 커피>는 커피에 대해서라면 더없이 진지한 바리스타 나기태와 자판기 커피마저 특별한 맛으로 둔갑시키는 가난한 여자 오난지의 이야기다. 두 사람이 최고의 커피를 향해 다가가는 이야기를 그
[도서] 언니들을 위한 명랑만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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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기차 여행기를 드로잉으로 읽는다. 한달여 동안 후쿠오카에서 시작, 도쿄에서 끝나는 여정. 기차 여행에 관심있는 초보 여행자라면 여행 루트나 전반적인 여행 요령을 익히는 데 도움을 얻을 수 있을 뿐 아니라 꽤 재미있게 볼 만한 책이다. 철도 여행을 해본 사람이라면 공감할 철도 여행의 운치에 대한 감상도 곳곳에서 발견된다. 한달여 동안 일본을 여행하면서 보고 생각한 것들을 드로잉으로 정리했다. 기차여행의 빼놓을 수 없는 묘미라고 할 수 있는 에키벤(기차역에서 파는 도시락)의 경우, 일본 각지의 특산품과 개성을 맛볼 수 있어 인기가 높은데, 인기 있는 에키벤을 모아 소개한 코너가 특히 눈길을 끈다.
특히, 구간별로 독특한 모양의 기차를 타게 되고 지역 특색을 느낄 만한 도시락을 맛보는 일본 철도 여행 특유의 즐거움에 대한 이야기가 읽는 재미를 더한다. 여행정보서라기보다는 드로잉 에세이라고 볼 만한데 여행의 정취를 전하는 데나 정보를 전하는 데나 미흡한 점이 눈에 띈다는 점은 아쉬
[도서] 그림 보고 기차 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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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로 유명한 아트 슈피겔만의 만화 잡지 <Raw>에서 작품활동을 시작한 작가 찰스 번즈의 걸작 그래픽 노블. 1970년대 중반 시애틀 근교의 한 고등학교에서 신체가 기묘하게 훼손되는 ‘벌레병’이 퍼진다. 증상은 다양하다. 어떤 소녀는 피부가 계속해서 벗겨지고, 어떤 소년은 쇄골 위에 작은 입이 생겨나고, 어떤 소녀는 꼬리가 자라난다. 그러나 사회는 이들의 변화에 대해 아무런 조처도 취하는 것 같지 않다. 신체가 훼손된 친구들은 숲에 모여서 숨어 살기도 하고, 또 어떤 친구들은 그저 감염 사실을 철저하게 숨긴 채 살아가기로 결심한다. 어떤 의미에서 <블랙홀>의 벌레병은 성인이 된다는 것에 대한 일종의 은유처럼 보인다. 아이들은 환각제와 섹스와 자기혐오로 비틀거리고, 찰스 번즈는 그 모든 고등학생들의 지옥도를 독자의 신경이 끊어질 듯한 예민함으로 차갑게 그려낸다. <블랙홀>은 펼친 자리에서 순식간에 읽히는 그래픽 노블은 결코 아니다. 하지만
[도서] 고등학생의 지옥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