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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나> TINA
댄 린제이, T.J 마틴 / 미국 / 119분 / 2020년 / 개막작
티나 터너의 삶을 압축한 다큐멘터리에 붙은 <티나>라는 제목은 어쩐지 심심하게 들린다. 마이크를 쥐면 감전되듯 터지는 허스키한 음색, 리듬에 맞춰 촉수처럼 흔들리는 몸짓, 흥을 주체 못하듯 객석으로 뻗치는 야성적인 머리칼까지 온통 비범한 그에게 좀더 걸맞은 문구는 없었을까. 아쉬움에 질문을 던져봤지만 <티나>는 곱씹을수록 필연적인 타이틀이다. 이 영화는 1939년 목화 소작농의 딸로 태어난 애나 메이 불록이 음악적 파트너이자 훗날 남편이 된 한 남자를 만나 티나 터너가 되고, 그와의 결별로 이름을 빼앗길 위기에 처하지만 끝내 티나라는 정체성을 지켜내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초반은 티나 터너와 아이크 터너의 관계에 집중한다. 아이크의 등장이 티나의 커리어에 터닝 포인트가 되었지만 그 영향력은 폭력을 동반한 채 티나를 코너로 몬다. 이를 이슈 삼아 떠들기 좋아
[제천국제음악영화제 추천작] 댄 린제이, T.J 마틴 감독 - '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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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발디의 아리아 <Nisi Dominus>가 흐르면서 막을 연 영화는 영국 웨일스의 아름다운 저택 곳곳을 비춘다. 이 아름다운 곡조에는 “주님이 집을 세우지 아니하시면”이란 성경 시편 구절이 담겼다. 내포된 의미는 “신이 없으면 의미가 없다”는 뜻이다. 아니나 다를까, 이 집에 살고 있는 이들은 믿음을 상실한 것 같다. 첫째 아들 기토는 성도착증을 앓고 있으며 둘째 아들 그웨리드는 마약에 탐닉 중이다. 아버지 그윈은 약한 동물을 사냥하는 데서 활력을 찾는다. 국회의원인 그윈은 런던 정치계에서 권력을 쥔 것은 물론 웨일스 땅을 이용해 돈도 푸지게 벌어들였다.
한데 곧 이 집에서 만찬이 열릴 예정이다. 어머니 글렌다만 동동거리며 만찬을 준비하고 있다. 글렌다와 함께 음식을 준비하고 서빙할 젊은 여성 카디가 일일 고용돼 저택을 찾고, 말수가 적은 카디는 만찬을 준비하면서 가족의 눈을 피해 괴이한 행동을 하기 시작한다. <그녀는 만찬에 초대받지 않았다>는 웨일스 태
[부천 초이스: 장편 부문 감독상 수상작] '그녀는 만찬에 초대받지 않았다' 리 헤이븐 존스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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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과 디아스포라”. 2019년 뮌헨에서 열린 김진아 감독의 회고전의 타이틀은 그의 필모그래피를 정확히 요약한다. 유학 생활 6년 간 거식증을 포함한 자신의 일상을 비디오 카메라로 기록한 후 157분의 비디오 에세이로 편집해 탄생한 <김진아의 비디오 일기>, 사랑하는 남편과 관계에서 임신이 잘 되지 않자 한국에서 온 불법체류자 지하(하정우)와 비밀리에 잠자리를 갖는 중년 여성 소피(베라 파미가)가 주인공인 <두번째 사랑> 등 김진아 감독의 영화는 늘 여성의 욕망과 이방인의 정서를 담고 있었다.
그가 만든 VR 영화 연작 역시 여성주의와 타자성과 관련이 깊다. 1992년 주한미군 윤금이 씨 살해사건을 다룬 <동두천>, 1970년대 초 성병에 걸렸다고 의심받는 기지촌 여성들을 감금하고 치료했던 ‘몽키 하우스’가 배경인 <소요산>은 김진아 감독의 ‘미군 위안부 3부작’에 해당한다. UCLA 영화과 종신교수로 재직 중인 김진아 감독이 현재 부
'소요산' '동두천' 김진아 감독, VR을 통해 여성 재현의 윤리적 딜레마를 해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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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을 꿈꾸는 소라(박시연)와 복싱 챔피언을 꿈꾸는 경호(정용주), 교집합이 없을 것만 같은 두 사람이 체육관에서 만난다. 함께 운동하며 체육관 사람들과 돈독해지는 사이, 소라와 경호는 꿈을 향한 각자의 여정에 어떤 사건을 겪는다. <신림남녀>를 만든 정지영 감독은 막 헤어진 연인(<농담>), 데이트 폭력 피해자(<나의 괴물>), 노량진 생활의 공허함을 가벼운 섹스로 푸는 고시생(<은미>) 등 일상에서 공감할 수 있는 인물을 조금씩 비틀어 묘사해왔던 연출자다. <신림남녀> 역시 청춘들의 꿈이란 보편적인 주제를 담았지만, 위기에 대처하는 방식이나 영화의 마무리에서 감독 고유의 개성이 묻어난다.
-어떻게 시작된 영화인가.
=대학원 졸업하고 <은미>를 찍으려고 돈을 벌던 때였다. 동생이 체육관에서 복싱 코치를 하면서 시합 준비를 병행했는데, 너무 큰 꿈을 품었던 것 같다. 혹독하게 연습하는 모습을 보면서 다른 가족도
<신림남녀> 정지영 감독, '슬램덩크' 같은 90년대 만화처럼 찍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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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가장 귀엽고 유쾌한 영화 한 편을 꼽으라면 단연 <액션히어로>라 할 만하다. 아날로그한 홍콩 액션 영화의 향수를 간직한 이진호 감독이 막강한 개성으로 무장한 두 배우 이석형, 이주영과 합심해 이른바 ‘학식코믹액션’을 선보인다. 공무원 시험을 준비 중인 연극영화학과 청강생 주성(이석형), 학과 조교와 카페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며 피로에 찌든 대학원생 선아(이주영)는 겉으로는 평범해 보이지만 실은 남다른 히어로적 소울을 타고난 괴짜들이다. 학과장인 차 교수(김재화)의 입시 비리에 얽히게 된 두 사람은 삭막한 한국 청년들의 세태 위로 부정부패를 타파하는 B급 액션 영웅의 행보를 옹골차게 써 내려가기 시작한다.
<꿈의 제인> <하트>로 독립영화계의 신선한 뉴페이스로 떠오른 이석형, 최근 <삼진그룹 영어토익반> <아무도 없는 곳>에서 또렷한 존재감을 드러내 보였던 이주영의 내공이 빛을 발한다.
-이경미
'액션히어로'의 배우 이석형, 이주영 - 현실과 장르 사이에서, 돌려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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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니 러브 유> Benny Loves You
칼 홀트 / 영국 / 94분 / 2020년 / 월드 판타스틱 레드 / Wavve 온라인 상영
30대 중반의 장난감 디자이너 잭에게는 어린 시절 어머니가 선물해준 테디베어 베니가 있다. 사고로 부모가 사망한 뒤 그는 집을 정리하기로 마음먹는데, 이 과정에서 베니가 생명을 얻는다. 피에 굶주린 곰 인형의 등장으로 잭의 인생은 엉망진창이 된다. 심지어 집을 사려고 방문한 사람을 베니가 무참히 살해하면서, 사건은 점입가경으로 복잡해진다. 베니가 잭의 직장 상사는 물론 잭의 연인까지 없애려 들기 때문이다.
어쩌면 <베니 러브 유>의 장점은 저예산영화의 매력으로부터 나오는 것 같다. 감독인 칼 홀트는 주인공을 연기하는 동시에 각본과 편집, 제작까지 동시에 맡았는데, 이 과정에서 온갖 상상력과 창의력이 동원된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유쾌하게 감상할 수 있는 B급 코미디 호러 영화다.
상영정보
7월 14일 오후 8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추천작] 칼 홀트 감독, '베니 러브 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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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령 이미지> Ghost Image
이상준 / 한국 / 84분 / 2020년 / 코리안 판타스틱: 경쟁 / Wavve 온라인 상영
사진작가 정후는 바닷가 절벽에서 엄마의 뒷모습을 닮은 여자 영을 발견하고 사진을 찍는다. 홀로 여행 중이던 영이 정후의 카메라에 관심을 보이면서 둘은 캠핑카에서 함께 생활하는 사이가 된다. 엄마를 그리워하는 공통점을 가진 정후와 영은 서로를 사랑하게 되지만 이내 각자의 상실감에 골몰하며 숲과 바다, 도시를 유령처럼 헤맨다.
영화 <유령 이미지>는 에르베 기베르가 쓴 동명의 저서를 떠오르게 한다. “우리는 모두 뭔가를 잃어버렸다. 어떤 사진도 잃어버린 시간을 불러올 수는 없었다”라는 오프닝의 내레이션처럼, 인물들은 삶을 붙잡아두기 위해 강박적으로 셔터를 누르지만 공허는 채워지지 않는다. 사진의 존재론에 대한 고찰을 바탕으로 서로를 온전히 이해하지 못하는 남녀의 사랑과 이별, 그리고 각자의 고독을 응시했다. 부천의 장르영화들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추천작] 이상준 감독, '유령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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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할 만한 애니메이션 감독은 많지만 자기만의 세계를 꾸준히 쌓아나가고 있는 작가는 드물고 귀하다. 제93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단편 애니메이션상 부문 후보에 오른 <오페라>를 통해 그간의 성과를 증명한 에릭 오 감독이 그중 한 명이라는 걸 부정할 이는 없을 것이다. 올해 부천판타스틱국제영화제에서는 에릭 오 특별전을 마련, <오페라>를 포함하여 <심포니> <하트> <사과 먹는 법> <나무>까지 그의 초창기 작품부터 최신작까지 아홉 작품을 한 자리에서 만날 수 있다. 픽사 애니메이터를 거쳐 독립 애니메이션 작가로서 다채로운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는 에릭 오의 이야기를 전한다.
-특별전과 마스터클래스를 통해 단편 작품을 한 자리에 모은 감회가 남다를 것 같다.
=감사하게도 부천판타스틱영화제에서 제안을 주셔서 성사됐다. 이제까지 두세 번 정도의 전시회를 가진 적이 있는데 이번 특별전은 한층 각별한 느낌이다. 그동안 작
판타스틱 단편 걸작선- 에릭 오 특별전…삶, 순환, 그리고 단편 애니메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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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홍진 감독, 그리고 김은희 작가가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마스터클래스에서 작업의 비기를 공개했다. 괴담을 주제로 한 극영화·시리즈를 전문가 멘토링, 마스터클래스 등을 통해 개발하는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의 제작 지원 프로그램 ‘괴담 캠퍼스’를 통해서다. 올해 영화제 개막(7월 8일)에 앞서 열린 괴담 캠퍼스는 지난 4월 미리 공모를 열고 108편 중 8편 작품 및 창작자를 엄선했다. 포스트 나홍진·김은희를 꿈꾸는 이들과 두 창작자의 마스터클래스는 영화제 공식 유튜브를 통해 7월 13일, 14일에 공개된다.
나홍진 감독, 당신의 ‘피’가 시키는 대로 나아가라
반종 피산다나쿤 감독의 <랑종> 제작 및 각본가로 활약하며 올여름 극장가를 달구고 있는 나홍진 감독은 한국 영화계에 일약 독한 기운을 뿜으며 등장했다. 연쇄살인마와 형사의 쫓고 쫓기는 추격전을 담으며 한국 스릴러 영화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한 <추격자>(2008), 연변과 서울을 잇는 이주노동자의 하드보
[SPECIAL FOCUS] 당신의 피가 시키는 대로, 쉼 없이 쓸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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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베타 테스트>의 공동연출자인 짐 커밍스와 PJ 맥케이브는 16년간 함께 공동각본가이자 공동연출자, 그리고 동료 배우로 함께 활동해온 친구 사이다. 2005년 대학에서 각각 영화 연출과 연기 전공자로 만난 인연이 지금까지 굳건히 이어져오고 있다. 두 사람이 함께 각본을 쓰고,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제작비를 마련한 <더 베타 테스트>는 할리우드에 대한 우화로 요약할 수 있다. 주인공인 할리우드 탤런트 에이전트 조던(짐 커밍스)은 결혼을 6개월 앞두고 보랏빛 편지봉투에 담긴 유혹적인 초대장 하나를 받는다. 성적 취향을 체크해서 우편으로 부치면 그에 부합하는 상대를 지정해 정해진 시간에 한 호텔에서 만나게 해준다는 내용이 담긴 초대장이다.
스탠리 큐브릭의 <아이즈 와이드 셧>을 떠올리게 하는 <더 베타 테스트>의 랑데부는 단순히 유혹에 빠진 남성에 대해서 이야기할 뿐 아니라 인터넷과 SNS의 발달로 사라져 가는 조던의 직업군, 즉 할리우드
'더 베타 테스트' 짐 커밍스, PJ 맥케이브 감독 - 할리우드에 대한 우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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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래완료>는 중고거래와 관련된 5개의 이야기로 구성된 옴니버스 영화로, 거래되는 물건마다 깊게 스며들어 있는 사람들의 사연을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작품이다. 물건마다 사연이 다양한데, LG 트윈스 팬인 초등학생(임승민)에게 야구잠바를 팔러 온 전직 야구 선수(전석호)는 안타까운 이유로 야구의 꿈을 접었어야 했다. 수능을 코앞에 두고 불면증을 해결하기 위해 신체에 부착하면 바로 수면에 빠질 수 있는 장치를 중고로 사러 온 재수생(복권일)은 판매자인 고3 수험생(채서은)에게 찰나의 떨림을 느낀다.
밴드로 활동하고 싶은 신입 공무원(이규현)과 그에게 공무원 시험 수험서를 사는 기타리스트(이교형)의 운명도 얄궂다. 사형 집행을 앞두고 비디오 게임 막판을 깨야겠다며 게임기를 중고로 사들이는 사형수(조성하)와 20년 가까이 신춘문예에 낙방하자 소장하던 세계문학전집을 팔러 온 작가 지망생(태인호)의 이야기도 안타깝다. <거래완료>는 인물들을 향해 알맞게 따스한 시선
'거래완료' 조경호 감독, 진솔하게 나를 담아서 만든 다섯 편의 이야기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