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혼자 사는 사람들> Aloners
홍성은 / 한국 / 91분 / 2021년 / 한국경쟁
<혼자 사는 사람들>은 단순히 1인 가구를 지칭하지 않는다. 노동현장, 주거공간, 가족관계에 있어 타인의 개입을 꺼리고 오직 단독적 개인을 유지하는 데에 몰두한 자들. 영화는 그들 각자의 이유로 홀로 된 모두를 <혼자 사는 사람들>로 바라보며 카드사 콜센터 직원인 주인공 진아(공승연)를 따라간다. 아버지와의 대화도 이웃과의 인사도 껄끄럽기만 한 진아에게 불편한 이별과 만남이 차례로 찾아온다. 그렇게 스친 사람들을 통해 진아는 고독과 고립의 경계에 선 자신을 발견하고 봉인되었던 감정을 두드려본다.
<혼자 사는 사람들>의 미덕은 세태를 조명하기 위해 인물을 도구로 쓰지 않는다는 점에 있다. 대신 이 영화는 시종 건조하던 진아의 일상에 작은 물방울이 맺히기까지의 시간을 따라가 변화의 가능성을 설득해낸다.
상영정보
4월 30일 오후12시 CGV전
[2021전주국제영화제 추천작] 홍성은 감독, '혼자 사는 사람들'
-
J 스페셜 : 올해의 프로그래머는 전주국제영화제가 올해 첫 선을 보이는 섹션이다. 올해 초청된 프로그래머는 <신기전>(2008) <전국노래자랑>(2012) <오피스>(2014) <아이>(2021) 등에 출연한 배우이자 <광태의 기초>(2009) <날강도>(2010)를 연출한 감독이기도 한 류현경이다.
프로그래머 류현경이 전주를 찾은 관객들과 함께 보기 위해 선정한 영화는 장편 4편과 단편 4편 합쳐 총 8편이다. <아이>(감독 김현탁, 2021) <빛과 철>(감독 배종대, 2020) <우리들>(감독 윤가은, 2016) <8월의 크리스마스>(감독 허진호, 1998 이하 장편) <동아>(감독 권예지, 2018) <이사>(감독 김래원, 2014) <환불>(감독 송예진, 2018) <날강도>(감독 류현경, 2010, 이하 단편)이 그것들이
[인터뷰] ‘전주 프로그래머’ 류현경이 선정한 8편의 영화는
-
이재은, 임지선/한국/94분/2021년/한국경쟁
삼행시 클럽을 결성해 함께 삼행시를 짓고 추억을 공유하던 정희(김주아)와 민영(윤서영), 수산나. 세 사람은 고3이 된 후 학업에 전념하기 위해 클럽을 해체한다. 수능이 끝난 후 수산나는 하버드에 진학하고 민영은 편입 준비를, 정희는 대학 대신 테니스장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한다. 전혀 다른 길을 걷게 된 세 친구는 현재의 상황이 기숙사에서 함께 생활하던 시절과 너무나 달라졌음을 깨닫는다. 한편, 민영은 정희에게 자신의 집으로 놀러오라고 초대하고 정희는 설레는 마음으로 민영과 하고 싶은 것들을 챙겨간다. 하지만 정희와 함께 하는 하루 동안 민영은 교수에게 성적 정정 메일을 쓰느라 여념이 없다.
<성적표의 김민영>은 친구들 간의 관계에서 발생하는 미묘한 감정에 주목한 작품이다. 도드라지는 갈등 대신 친구의 말 한마디, 작은 행동에서 비롯되는 서운함을 세밀하게 묘사해냈다. 미래에 대한 정희와 민영의 고민을 다루되, 비오는 날
[2021전주국제영화제 추천작] 이재은, 임지선 감독 '성적표의 김민영'
-
희수(공민정)는 공장 노동자다. 영화 <희수>는 그가 강원도 도경리역에 도착하는 모습으로 시작된다. 하지만 바로 다음 장면은 희수가 자신의 일터인 대구의 한 염색 공장에 출근하는 풍경으로 점프한다. 학선(강길우)은 그의 연인이자 동료다. 희수와 학선은 계획했던 강원도 여행을 연기하려고 한다. 이 영화는 두 사람이 따로 또 같이 여행을 떠나는 사연을 담담하게 그려낸다. 거창한 사건은 일어나지 않고, 대사가 거의 없다. 오히려 이야기는 대구와 강원도 두 공간을 수시로 교차되고, 이들의 사연은 퍼즐처럼 쉽게 짜 맞춰지지 않는다.
특히 배우 공민정이 연기한 희수가 살아온 삶의 잔상이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다. 감정원 감독은 “영화는 세상을 배우는 창 같은 건데 지금은 창을 통과하는 과정을 겪고 있고 앞으로도 계속 그럴 것 같다”며 “내가 좋아하는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상영하게 돼 얼떨결 하면서도 마음이 무겁다”고 첫 장편을 만든 소감을 전했다.
-어떻게 구상하게 된 이야기인
[인터뷰] '희수' 감정원 감독 - 희수의 흔적을 따라가는 동시에 지워내는
-
-
소정은 좋아하는 음악을 만들면서 자유롭게 살고 싶지만, 병 든 어머니와 살아가는 집에서 벗어날 길이 없다. 그에게 집은 언젠가 벗어나고 싶은 공간이다. 그런데 어머니가 갑자기 세상을 떠나면서 혼자가 된 그는 불안해하는 동시에 꿈을 찾아 나선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장편극영화 제작 지원 프로젝트인 이 영화는 집을 벗어나고 싶은 열아홉 소녀 소정의 아슬아슬한 내면을 세심하게 담아내는 성장 이야기다. 특히 소정이 공장 실습에서 만난 남자친구인 성현과 함께 만드는 음악은 서사에 활력을 불어넣는 동시에 소정에게 살아갈 용기를 불어넣는다. 영화를 연출한 우경희 감독은 “단편과 호흡이 다르다 보니 시나리오 작업부터 후반 작업까지 영화의 모든 공정이 쉽지 않았다”고 첫 장편영화를 만든 소감을 밝혔다.
-집에서 벗어나고 싶은 고3 소녀의 이야기인데 어떻게 구상하게 됐나.
=독립하고 싶은 여성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대학 시절 집에서 나와 자취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다. 대학
[인터뷰] '열아홉' 우경희 감독 - 열아홉 소녀의 아슬아슬한 홀로서기
-
<첫번째 아이> First Child
허정재 / 한국 / 93분 / 2021년 / 한국경쟁
최근 드라마 <며느라기> <산후조리원>, 영화 <고백> 등을 거치며 인상적인 행보를 걷고 있는 배우 박하선이 또 한번 분투하는 여성 캐릭터의 스펙트럼을 넓힌다. 그가 <첫번째 아이>에서 연기하는 정아(박하선)는 출산 후 복직한 지 얼마 안된 30대 여성. 육아와 직장 생활을 병행하는 그의 앞에 매일같이 산 넘어 산이 펼쳐진다. 언덕을 넘는 정아에게 조선족 보모, 비혼주의자 후배, 야근을 일삼는 남편은 불안과 신경과민을 선사한다.
정아에게 집중하던 카메라가 다른 인물을 비출 때 일어나는 찰나의 소통과 어긋남은 영화가 던지는 질문에 여러 층위를 더한다. 서늘한 분위기 속에서 인물의 심경을 묘사하는 이 영화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답안을 섣불리 내놓기보다 그럴 수 없는 맥락을 신중히 서술해가며 현실을 스캔한다.
상영정보
4월 30일
[2021전주국제영화제 추천작] 허정재 감독, '첫번째 아이'
-
2021년 전주영화제는 지난해부터 지속된 코로나19로 변화하는 세계의 단면들을 되짚으며 특별전을 기획했다. 11편의 작품을 담은 ‘스페셜 포커스: 코로나, 뉴노멀’ 기획전이 그것이다. 갑작스레 도래한 팬데믹 사태에서도 여전히 적지 않은 작품들이 제자리에 꼿꼿이 버티고 서서 인류가 새로이 맞닥뜨린 세계를 치열하게 탐색했다.
많은 영화들이 코로나19가 가져온 필연적인 단절에 대해 이야기했고, 잘 보이지 않는 곳에 있는 자들을 찾아 그들을 유심히 지켜보기도 했다. 또 시대의 우울을 체화한 사건 앞에서 가족, 이웃들과 연대하기도 하고, 때로는 사라진 시스템에 분노하며, 새로이 삶의 의미를 되짚기도 했다. 무수한 이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카메라를 들고 촬영한 영상들이 하나의 영화로 탄생하기도 했다. 그렇게 눈에 보이지 않는 재앙 앞에서 현실을 목도하고 이면을 들여다보며, 동시대를 포착하려는 부지런한 시도들이 영화로 완성되어 전주를, 그리고 우리를 찾아왔다.
영화 <방주>가 시
[SPECIAL FOCUS] 변화하는 세계, 변화하는 우리
-
제22회 전주국제영화제 개막작은 데뷔작 <빗나간 과녁>부터 전작 <트랩> <써클즈>까지, 정치적 혼란을 통과한 세르비아의 그림자를 카메라에 담아온 스루단 고르보비치 감독의 신작 <아버지의 길>이다.
실화에서 영감을 받은 이 작품의 주인공 니콜라는 아픈 아내, 불안한 고용 상황 등을 이유로 정부에 아이들을 빼앗긴다. 위탁가정에 맡겨진 두 남매를 다시 만나기 위해 걷고 또 걷는 남자의 이야기는 고르보비치 감독에게 “세르비아 버전의 <파리 텍사스>”로 다가왔다고 한다. 스루단 고르보비치 감독을 화상으로 만나 절실한 아버지이자 존엄한 개인으로서 행동한 니콜라의 여정에 대해 물었다.
-정부에 의해 아이들과 떨어져 지내게 된 주인공 니콜라의 실제 모델이 있다고 들었다. 그를 어떻게 알게 되었는지, 그의 어떤 점이 시선을 붙잡았는지 궁금하다.
=니콜라의 모델이 된 사람을 신문기사로 처음 접했다. 그가 아이들을 만나기 위해 세르비아의
[인터뷰] '아버지의 길' 스루단 고르보비치 감독 - 부패를 밟고 고독을 넘어
-
진아(공승연)의 세상은 정확히 1인분의 크기다. 직장에서도, 집에서도 타인과 교류가 없으니 특별히 감정이 동요할 일도 없다. 때문에 어떤 전화 상담도 능숙하게 받아내며 콜센터의 에이스라 불린다. 그런 진아의 세상에 신입사원 수진(정다은)이 들어온다. 콜센터 업무에 쉽사리 적응하지 못하는 수진을 보며 진아는 자신이 처음 입사했을 시절을 떠올린다. 그러던 어느 날, 진아는 퇴근길에 자신의 옆집 남자가 홀로 사망한 채 발견됐다는 사실을 전해 듣는다.
<혼자 사는 사람들>은 1인 가구가 마주한 고독과 불안을 내밀하게 들여다보는 영화다. 외로움과 죽음에 대한 두려움, 타인과 헤어지고 새롭게 관계를 맺는 순간들까지, 영화는 나홀로족의 현실과 변화의 가능성을 다양하게 포착한다. “영화감독의 꿈이 단순한 일상으로부터의 도피인지 아니면 진심인지” 확인하고 싶었던 홍성은 감독은 2017년 한국 영화아카데미에서 영화를 공부하기 시작했다. 장편연구과정 13기에 선정되어 데뷔작 <혼자
[인터뷰] '혼자 사는 사람들' 홍성은 감독 - 제대로 된 작별 인사
-
<인플루엔자> Influenza
황준하 / 한국 / 73분 / 2021년 / 한국경쟁 / 온라인
신종 바이러스가 한 작은 마을까지 전파되고, 그곳에 있는 병원도 덩달아 분주해진다. 3개월차 간호사 다솔은 태움을 당하고 있다. 태움은 영혼이 재가 될 때까지 태운다는 뜻으로, 선배 간호사가 신입 간호사를 교육하는 명목으로 가해지는 육체적·정신적 괴롭힘을 의미한다. 바이러스 전파 상황이 심각해지면서 환자는 늘어나고, 예정보다 일찍 신입 간호사 은비가 다솔 밑으로 들어온다. 선배들로부터 제대로 교육을 받지 못한 다솔은 은비에게만은 자신이 당한 것을 물려주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하고 잘 챙겨주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은비가 업무에 실수하는 모습을 연달아 지켜보면서 현실은 그의 마음처럼 쉽지 않다.
영화 <인플루엔자>는 간호사 사회에서 여전히 해결되지 않는 폭력의 대물림 문제를 소재로 한 이야기다. 엄격한 서열 관계를 통해 업무 교육 명목으로 선배 간호사가 후배에게 폭
[2021전주국제영화제 추천작] 황준하 감독, '인플루엔자'
-
<희수> The Train Passed by
감정원 / 한국 / 75분 / 2021년 / 한국경쟁
귤 하나를 코트 주머니에 넣은 채 기차에 오른 희수(공민정)의 종착지는 강원도 도경리역이다. 그러나 바로 다음 장면에서 영화는 희수가 대구에 위치한 공장으로 출근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공장엔 희수의 애인 학선(강길우)이 있는데, 둘은 계획했던 여행을 연기해야 하는 일로 대화를 나눈다. 그들은 원래 강원도로 떠날 예정이었다. 그렇다면 영화 초반 희수의 여행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이었을까.
대사 없이 느리고 담백하게 진행되는 <희수>는 희수와 학선이 따로 또 같이 여행을 떠날 수밖에 없는 사연을 조심스럽게 보여주는 영화다. 쉽게 짜맞춰지지 않는 영화의 장면 장면들이 색다른 감상을 자아낸다. 홍상수 감독의 최근작 몇편과 여러 독립영화에서 인상을 남긴 공민정 배우가 희수를 연기한다.
상영정보
5월 1일 오후1시30분 CGV전주고사 6관
5월 1일 오후1시30
[2021전주국제영화제 추천작] 감정원 감독, '희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