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동주택 66> Tenement 66
래 레드 / 필리핀 / 84분 / 2021년 / 부천 초이스: 장편 / Wavve 온라인 상영
이제 막 감옥에서 풀려난 10대 소년 태반은 다시는 지긋지긋한 범죄와 엮이지 않으리라 마음먹는다. 형 토니와 사촌 론론과 함께 살게 된 공동주택 66에서 새로운 삶이 시작되기를 기대해보지만, 그가 만난 어른들의 세계는 이기적이고 악의에 가득차 있다. 태반을 먼저 찾아온 소녀 레아는 최근 옥상에서 떨어져 죽은 늙은 여자는 난도라는 노인이 살해한 것이라고, 자신이 직접 목격했다고 털어놓는다. 그리고 이 건물에 있는 흉악범들은 점점 태반과 론론, 레아 세 청소년의 목숨까지 위협한다.
거의 대부분의 사건이 벌어지는 공동주택 66은 복도를 걷다 보면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잊게 되는, 누군가 갑자기 나타나도 사라져도 이상할 것 없는 괴이한 구조를 띠고 있다. 장소가 곧 장르적 텐션을 뒷받침하면서 돈이 꼭 ‘더 나은 삶’을 보장하진 않는다는 메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추천작] 래 레드 감독, '공동주택 66'
-
<디너 인 아메리카> Dinner in America
애덤 카터 레마이어 / 미국 / 108분 / 2020년 / 월드 판타스틱 블루 / Wavve 온라인 상영
마약과 방화, 기물 파손 등으로 경찰에 쫓기게 된 사이먼이 우연히 10대 소녀 패티를 만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사실 사이먼은 ‘존 큐 퍼블릭’이란 가명으로 펑크밴드에서 활동 중인 예술가인데, 공연 때 늘 두건을 쓰기 때문에 패티는 사이먼을 알아보지 못한다. 하지만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상대방의 장점을 알게 되고 둘은 사랑에 빠진다. 이후 패티가 사이먼의 정체를 깨닫고 자신 역시 숨겨진 재능을 드러내면서, 이들의 하모니는 최상이 된다.
<디너 인 아메리카>는 90년대의 복고적인 분위기가 지배하는 깔끔한 코미디 드라마다. 정반대의 분위기에서 자란 두 사람이 서로의 단점을 메우는 과정이 다소 형식적으로 그려지지만, 우울하고 외로운 정서만큼은 독특하고 매력적이다. 한마디로 관객의 마음을 끄는 안티로맨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추천작] 애덤 카터 레마이어 감독, '디너 인 아메리카'
-
<사악한 쾌락> Vicious Fun
코디 칼라한 / 캐나다 / 104분 / 2020년 / 부천 초이스: 장편 / Wavve 온라인 상영
호러 장르가 사랑받는 부천의 정체성에 어울리는 마니악한 영화. 1983년 미네소타주의 작은 마을, 컬트 호러 잡지의 영화평론가 조엘에게 어울리는 수식어는 ‘너드’와 ‘오타쿠’ 정도일 것이다. 그는 좋아하는 동거인이 다른 이와 데이트하는 것을 보고 분노해 이를 방해할 생각으로 중식당에 따라간다. 하지만 의도치 않게 술을 많이 마시는 바람에 구토와 함께 기절한다. 눈을 떠보니 그는 연쇄살인범들의 모임에 함께하고 있다. 이들과 함께 살인에 가담하느냐, 아니면 이들에게 죽느냐. 우리의 호러광 주인공은 선택의 기로에 놓인다.
최근 <기묘한 이야기>를 비롯해 80년대 대중문화를 소재로 삼은 작품들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사악한 쾌락>의 매력은 80, 90년대 슬래셔 무비를 비롯한 다채로운 레퍼런스들을 마음껏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추천작] 코디 칼라한 감독, '사악한 쾌락'
-
<만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게 있어> Till We Meet Again
구파도 / 대만 / 128분 / 2021 / 개막작
부부의 연을 맺어준다는 전설 속 인물인 월하노인과 사후세계에 대한 상상력을 엮은 로맨틱 코미디. 농구 시합 중 벼락을 맞아 사망한 샤오룬(가진동)은 기억을 잃고 저승에 떨어지는데, 흰 구슬과 검은 구슬로 된 염주 하나를 손목에 차게 된다. 구슬의 빛깔은 그동안 살아온 삶에 따라 결정되는데, 남모르게 좋은 일을 하거나 숨어서 베푼 은덕이 있으면 흰 염주알을, 악행을 저질렀으면 검은 염주알을 지니게 된다. 다시 인간으로 환생하기 위해 검은 염주알을 흰색으로 바꿔야 하는 샤오룬은 월하노인이 되어 커플을 성사시켜야 하는 미션에 뛰어든다.
비슷한 시기 저승에 온 핑키(왕정)와 파트너가 되어 이승 사람들에게 부부의 연을 맺어주던 샤오룬은 우연히 연인이었던 홍징칭(성 유 후아)을 만나 잃어버린 기억을 한순간에 되찾는다. 그 과정을 바라보는 핑키는 샤오룬을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추천작] 구파도 감독, '만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게 있어'
-
-
신철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이하 부천영화제) 집행위원장은 2018년 8월 위촉된 지 만 3년 동안 두번의 영화제를 코로나19와 치르게 됐다. 하지만 이같은 변수는 일찌감치 디지털 액터나 글로벌 IP에 대한 꿈을 꾸며 할리우드 진출을 모색했던 그에겐 영화와 영화제의 개념을 재정의하고 새로운 도전을 꾀할 수 있는 발판이 됐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부천영화제는 OTT 플랫폼 웨이브와 손잡고 온오프라인 상영을 겸한다. 7월 8일 개막을 앞두고 막바지 준비에 한창인 신철 집행위원장을 만났다.
-3년 전 집행위원장 제안을 받았을 당시 얘기부터 들어보고 싶다.
=프로덕션은 지속적인 수익이 들어오지 않기 때문에 유지가 너무 어렵고 항상 불안하다. 해결책은 두 가지다. 돈을 아주 많이 벌거나, 지속적인 수익이 가능한 모델을 만들거나. 아니면 전우의 시체가 된다. 그래서 지난 20여년간 한국영화의 다음 모델을 만들겠다고, 브루스 리(이소룡)가 디지털 액터로 출연하는 <드래곤 워리어>
신철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집행위원장, 장르영화제는 새롭게 정의되어야 한다
-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이하 부천영화제)가 올해로 스물다섯돌을 맞았다. 부천의 프로그래머들은 과거를 돌아보고 앞으로의 방향을 꾸리는 자리로 올해 영화제를 소개했다. 한편의 영화 같은 개막식을 꾸리기 위해 민규동·김태용 감독에게 연출을 맡겼고, 영화제 초반부터 금기를 다룬 영화들을 모아 상영했던 ‘금지구역’ 섹션을 없애야 하나 고민하면서, 장르영화 복원작을 모으는 ‘스트레인지 오마쥬’ 섹션을 론칭했다. 영화제 개막을 이틀 앞두고 아시아권 영화를 담당하는 김영덕 프로그래머와 영어권 영화와 산업 프로그램을 책임지는 남종석 프로그래머, 한국영화 담당 모은영 프로그래머와 유럽영화를 맡는 박진형 프로그래머를 부천에서 만났다.
-예매창이 열리자마자 26초 만에 서버가 다운됐다.
김영덕 관객에게 미안한 마음이다.
박진형 코로나19로 인해 관객이 어느 정도 반응할지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인데 관객도 영화제에 대한 갈증이 있구나 하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올해 초청작의 경향은 어떤가.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김영덕·남종석·모은영·박진형 프로그래머, 충격(shock)의 새로운 패러다임이 필요하다
-
<파편> Splinters
나탈리아 가라샬데 / 아르헨티나 / 69분 / 2020년 / 국제경쟁 / 온라인
<파편>은 나탈리야 가라샬데 감독이 12살 때 찍었던 8mm 비디오카메라 영상을 편집하여 만든 다큐멘터리이다. 영화는 감독이 어릴 적 무심코 담았던 리오테르세로 지역의 일상적인 모습들로 시작된다. 부모님과 형제자매들이 차례차례 소개되고 평화로워 보이는 동네의 풍경이 익숙해질 때쯤, 인근의 군수품 공장이 폭발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그리고 영화 속 감독의 말처럼 모든 것이 바뀐다. 아르헨티나 정부는 사고의 책임에 대해 미온적인 반응을 보이고, 그렇게 평범한 일상을 보내던 나탈리야 가족을 비롯한 동네 주민들의 삶은 거대한 역사 속으로 휘말리게 된다.
<파편>은 2015년 감독이 우연히 자신이 20년 전 찍었던 테이프를 발견하게 되면서 방향을 잡은 프로젝트로, 감독의 고향이기도 한 리오테르세로는 현재까지도 군수품 제조업이 대표적인 산업이다. 1
[2021전주국제영화제 추천작] 나탈리아 가라샬데 감독, '파편'
-
좋은 영화는 확실히 시대와 지역을 뛰어넘는다. 1995년에 아르헨티나 코르도바 주의 리오테르세로에서 8mm 비디오카메라로 찍은 60분 가량의 영상은, 한 편의 영화가 되어 2021년 지구 반대편인 한국 전주에서 관객들의 큰 호응을 받고 국제경쟁 부문 대상을 수상하게 된다. 나탈리야 가라샬데 감독은 수상 결과에 대하여 예상했던 것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자신의 영화가 담고 있는 “보편적”인 이야기가 어떤 나라의 관객들의 마음도 움직이게 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파편>은 나탈리야 가라샬데 감독이 자신이 12살 때 찍은 비디오를 20년 뒤에 우연히 발견하면서 영화의 방향이 크게 바뀐 영화이다. 당초에 오랜 기간 동안 같은 사건을 시사프로그램 느낌의 다큐멘터리로 제작하고 있었던 가라샬데 감독은, 긴 고민 끝에 촬영을 마친 1차 편집본 대신 자신과 가족의 개인적인 모습이 담긴 이 영상을 사용하기로 마음을 먹었다는 놀라운 비하인드 스토리를 전했다.
-20년
[2021전주국제영화제 수상작] 해외경쟁 대상 수상작 '파편' 나탈리아 가라샬데 감독
-
<친구들과 이방인들>은 갈증에의 갈증을 느낀다. 무언가를 욕망한다는 감각을 잃은, 어쩌면 그게 어떤 건지 여태껏 경험해보지 못한 중상류층 밀레니얼 세대가 이 영화의 연구대상이다. 제임스 본 감독은 호주 북부 출신의 자신과 또래들을 이 영화적 실험 공간에 초대했다. 그들을 대표해 창조된 캐릭터 레이는 친구라기엔 은밀하고 연인이라기엔 부담스러운 앨리스와 캠핑을 가고, 업무라기엔 비전문적이고 경험이라기엔 조건을 따지게 되는 결혼식 비디오 촬영 에 나선다.
한 편의 백일몽 같은 이 영화는 제22회 전주국제영화제 국제경쟁 부문에서 심사위원특별상을 수상했다. 첫 장편으로 영예를 안은 제임스 본 감독은 “영화가 너무 서구적인, 호주만의 상황을 그리는 건 아닐까 걱정했는데, 아시아의 한국 관객과도 공감대를 형성하고 연결되었다니 기쁘다”고 화답했다.
-영화 속 호주 중상류층 밀레니얼의 초상을 보며 한국의 그들이 함께 떠올랐다. 어설픈 관계와 불투명한 진로 때문에 헤매는 인물들이 매
[2021전주국제영화제 수상작] 국제경쟁 심사위원특별상 수상작 '친구들과 이방인들' 제임스 본 감독
-
소냐는 2차 세계대전 당시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레지스탕스 운동을 이끈 지도자이자 유고슬라비아 최초의 여성 빨치산(파르티잔) 중 한 명이자 반파시스트 운동가다. <저항의 풍경>은 죽음의 문턱에서도 저항의 끈을 놓치지 않았던 소냐의 기억을 담아낸 다큐멘터리다. 하지만 이 영화는 소냐의 전기영화도, 레지스탕스 역사물도 아니다. 소냐의 인터뷰 영상, 뉴스 푸티지 영상, 레지스탕스 운동이 일어났던 공간의 현재 풍경 등 여러 이미지를 재구성해 과거와 현재의 연결을 시도한다. 이 영화로 국제경쟁 부문에서 작품상을 받은 마르타 포피보다 감독은 “좋은 영화가 모이는 전주에서 상을 받게 돼 영광이고 기쁘다”며 "저항은 언제나 가능하다는 영화의 메시지를 널리 알리겠다”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소냐를 어떻게 알게 됐나.
=오랫동안 협업했고, 이번 영화의 각본을 함께 쓴 작가 안나 부야노비치를 통해 소냐의 삶에 대한 놀라운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그러면서 그녀의 이야기를 좀 더 알고 싶
[2021전주국제영화제 수상작] 국제경쟁 작품상 수상작 '저항의 풍경' 마르타 포피보다 감독
-
<저항의 풍경> Landscapes of Resistance
마르타 포피보다 / 세르비아, 프랑스, 독일 / 95분 / 2021년 / 국제경쟁 / 온라인
고양이를 키우고 사는 97살 소냐는 젊은 시절 지옥에서도 저항의 끈을 놓지 않았던 사람이다. <저항의 풍경>은 2차 세계대전 당시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레지스탕스 운동을 이끈 지도자이자 유고슬라비아 최초의 여성 빨치산(파르티잔) 중 한명이자 반파시스트 운동가인 그의 기억을 담아낸 다큐멘터리다.
영화는 그의 증언을 차례로 나열하는 단순한 다큐멘터리가 아니다. 결혼과 동시에 빨치산이 되었고, 나치 체제의 인정 청소가 자행되던 곳으로 악명이 자자한 아유슈비츠에 들어간 뒤 생지옥이나 마찬가지인 그곳에서 레지스탕스 운동을 이끌었던 생애를 그의 인터뷰 영상, 아카이브 자료, 당시 레지스탕스 운동이 일어났던 장소의 현재 풍경 등 여러 이미지로 재구성한 작품이다. 오래전 벌어졌던 끔찍한 일을 담담하게 얘기하는 소냐의
[2021전주국제영화제 추천작] 마르타 포피보다 감독, '저항의 풍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