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hort Cut] 반성을 회의(懷疑)함 텔레비전을 보려고 쇼파에 길게 누워 있는데 벽에 걸었던 달력이 툭하고 떨어진다. ‘저게 이유없이 왜 떨어졌지?’ ‘못을 잘못 박았나?’ ‘허어, 정말 이상한 일일세….’ 얼른 일어나 무엇이 잘못됐는지 살펴보면 되는데 꼼짝하기 싫은 나는 그냥 그 자세로 계속 궁리만 하였다. 궁리만 한 게 아니고 벽이며 못이며 달력에다 대고 화까지 냈다.혀를 차며 신경을 끄고 2001-06-07
- [Short Cut] 진정한 마니아란… 얼마 전 인터넷을 서핑하다가 흥미로운 사이트 하나를 발견했다. ‘아이디어회관 SF 직지 프로젝트 1999.’ 사이트 소개를 보니 “한국의 SF 고서를 모아 CD-ROM으로 만드는 작업인 ‘직지 프로젝트’는 1999년 3월20일 시작되었습니다. ‘직지 프로젝트’는 새로운 세기를 앞두고 순수한 아마추어들이 모여 다음 세대에게 우리 세대가 어린 시절에 가졌던 꿈 2001-05-30
- [Short Cut] 글쎄, 손끝을 보지 말라니까 며칠 전 ‘오늘 한 일은 없지만 끼니는 때워야지’ 하면서 식당에 들어갔다가 텔레비전에서 <조용한 가족>을 방영한다는 예고편을 보게 되었다. 처음엔, ‘아니 공중파에서 <조용한 가족>을?’ 하면서 놀랐다가 주말의 ‘명화’라기에 더욱 놀랐다. ‘아… <조용한 가족>이 이번주 주말의 ‘명화’로 선정됐구나.’ 혼자 이런 생각을 하며 2001-05-23
- [Short Cut] 절대선은 없다, 절대악도 구로사와 기요시의 영화에는 섬뜩함이 있다.그가 그려내는 현실은 지나치게 예리하다. 그걸 보고 있으면 내 살점 어딘가가, 혹은 가슴 한구석이 베어져나가는 듯한 서늘함이 느껴진다. 막막해진다.‘강령’이라도 되어, 내 안에 다른 영혼이 비집고 들어오는 것처럼.<큐어>에서 살인자의 희생물이 되는 시골 부부는 단 한번의 싸움도 하지 않은 잉꼬부부였다. 어 2001-05-16
- [Short Cut] 너희는 우리가 본 것을 아느냐 외국에 갔다오면 만나는 사람마다 “어땠어? 좋았어?” 하고 물을 때가 많다. 부에노스아이레스를 갔다왔다면 “뭐 보고 왔어?” 하고 물어본다. 그러면 나는 궁색하게… 탱고 추데… 하고 대답한다. 사실 외국에 나가면 유명한 장소보다는 뒷골목을 헤집고 다니는 편이다. 그리고 그렇게 뒷골목을 휘젓고 다닐 때 그곳에 있다는 느낌을 더욱 강렬하게 받는다.전 지구인도 2001-05-09
- [Short Cut] 서른, 공평한 비극의 이름 하루모토 쇼웨이의 <기린>은 ‘라이더’의 부나방 같은 삶을 그린 만화다. 자동차 대신 오토바이를 고집하는, 극단적인 스피드와 자유를 꿈꾸는 자들. 세상 사람들은 흔히 나이 30이 넘어서도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는 이들을 ‘또라이’라고 생각한다. 맞다. 극단적인 자유는, 끝까지 돌진해봐야 직성이 풀리는 무모함은 젊은 시절에나 가능한 특권이다. 나이가 2001-05-02
- [Short Cut] 말하기의 어려움 인터뷰를 끝내고나면 “자 이제 끝났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하는 인사와 거의 동시에 나는 “음… 오늘도 인터뷰 엉망으로 했군” 하고 후회를 하는 일이 많이 있다. “아… 왜 그런 말을 했지? 도로 빼달라고 할까?” 또는 그 말이 잘 전달됐을까 하는 걱정으로 내내 밥을 먹어도 톱밥을 씹는 것 같고 커피를 마셔도 사약을 먹는 기분이 된다. 친한 매체이거나 친 2001-0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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