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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런트 라인]
'스파이의 아내'는 어떻게 밀도 있는 실내극을 완성해냈나
한 남자가 스파이 혐의로 잡혀가기 직전에 옷걸이에 걸린 코트를 걸쳐 입는다. 카메라는 침묵을 지키며 이 몇초 동안의 동작을 보여준다. 이런 호흡을 놓치지 않는 작가의 영화라면 무조건적인 신뢰를 보내고 싶다.
두개의 세계, 두개의 필름, 두개의 얼굴
영화의 초반부에 사토코(아오이 유우)는 남편 유사쿠(다카하시 잇세이)에게 말한다. “당신은 언제나 나보다
글: 김병규 │
2021-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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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런트 라인]
'정말 먼 곳'의 거리두기가 의미하는 것
영화 속에는 무수한 거리들이 있다. 의도된 것과 인식되는 것 사이의 거리. 보이는 것과 들리는 것 사이의 거리. 보는 것과 인식하는 것과 느끼는 것 사이의 거리. 느껴야 하는 것과 느끼는 것 사이의 거리. 그 모든 거리의 거리의 거리에 관해.
아이, 게이 그리고 양
한국 멜로영화가 실종되었다는 표현은 분명 과장이다. 그렇다 해도 멜로영화가 환영받지 못
글: 김소희 │
2021-0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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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런트 라인]
'미나리'의 세 가지 결정적 순간
<미나리>는 매우 좋은 영화지만 할 말이 많은 영화는 아니다, 라고 생각했다. 영화는 맑고 투명하며 정직해 보였고, 영화의 국적부터 의미까지 이미 많은 이야기들이 쏟아져나온 탓도 있다. 하지만 막상 걸음을 떼고 보니, 내가 가진 언어의 역량으로 포획하기 힘든 장면들이 너무 많다. <스파이의 아내>를 비롯해 최근 부쩍 그런 영화들이 극장
글: 송경원 │
2021-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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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런트 라인]
‘사랑에 대한 영화’라는 왕가위의 말이 의미하는 것
왕가위 특별전에 젊은 관객이 꽤 많다고 한다. 한편에서는 ‘라떼는 말이야’라고 빈정거리면서 우리 세대가 과거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원천봉쇄한다. 또 다른 한편에서는 그 시절 우리를 매혹시켰던 왕가위 영화를 보겠다고 달려든다. 라떼는 말이야, 라며 코아아트홀에서 왕가위 영화 보던 시절을 이야기하면 좋아하려나?
다시 오지 않을 날들을 위한 연가
왕가위의
글: 안시환 │
2021-0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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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런트 라인]
프랑스 시나리오작가 장 클로드 카리에르의 죽음이 남긴 질문들
장 클로드 카리에르에 대한 부고이자 그가 직간접적으로 흔적을 남긴 세편의 영화(<세브린느>(1967), <세브린느, 38년 후>(2006), <사랑을 카피하다>(2010))에 공명하는 제스처와 소리를 둘러싼 짧은 생각이다. 지나고 보니 미로처럼 만들어진 묘지를 헤쳐왔다는 인상이다. 카리에르에서 루이스 부뉴엘로, 부뉴엘로부터
글: 김병규 │
2021-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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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런트 라인]
<아이> <빛과 철> <고백>이 남자를 죽이는 방법
세 영화는 각자의 자리에서 반란을 도모한다. 세 영화 속 세 인물이 마구 뒤섞이는 투쟁과 화해의 장으로 당신을 소환한다.
반동의 트라이앵글
남자들이 죽었다. 여자들의 만남이라는 ‘빛’ 뒤에는 남자들의 죽음이 ‘그림자’처럼 따라붙는다. 남자들은 존재하지 않거나(<아이>), 이미 죽은 상태이거나(<빛과 철>), 죽은 것과 다를바 없는
글: 김소희 │
2021-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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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런트 라인]
'승리호'를 마냥 좋아하기도 싫어하기도 힘든 이유
감탄하면서 봤다. 아마도 한국영화 역대 최고의 가성비 영화일 것이다. 이만한 예산에 이만한 결과물을 뽑아냈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 꼭 극장에서 봐야 할 영화를 집에서 보는 아쉬움을 삼키며 이 영화가 지닌 초월성에 대해 썼다. <탐정 홍길동: 사라진 마을>의 말순이가 초월적으로 귀여웠다면 <승리호>의 꽃님이는 초월적으로 사랑스럽다. 그리
글: 송경원 │
2021-02-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