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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적인 극장 비수기가 끝나는 4월의 마지막 주말 한국영화 흥행 삼파전이 시작된다. 27일 동시에 개봉하는 〈도마뱀〉 〈맨발의 기봉이〉 〈사생결단〉은 모두 50억~60억원대의제작비와 상영관 300개 안팎의 엇비슷한 조건으로 치열한 접전을 예상하게 한다. 〈도마뱀〉은 실제 커플인 강혜정·조승우의 캐스팅으로 제작 초반부터 화제를 일으켰고 〈맨발의 기봉이〉는 흥행작 〈가문의 위기〉 팀 배우들이 다시 뭉쳤으며, 〈사생결단〉은 지난해 상종가를 친 실력파 배우 황정민과 류승범이 ‘짝패’를 이뤄 관심을 모은다.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는 세 영화의 제작사는 경쟁작들의 가편집본을 이미 시사회 전에 돌려보고 각각 겨냥하는 관객층이 모두 다르다는 점을 들어 조금은 ‘안심’했다는 후문이다.
도마뱀 실제 연인 조승우·강혜정 내세워 20대 공략
세 영화가 피할 수 없는 맞대결을 하게 된 이유는 무엇보다 시기적인 이유가 크다. 중간고사가 끝나고 극장에 다시 관객이 몰려드는 5월10일부터 〈미션
[주말 극장가] 내일 동시개봉 한국영화 ‘흥행 3파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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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이었던 지난 23일. 저녁을 먹으러 광화문에 갔다가 교보빌딩 앞에서 손팻말을 들고 서 있는 젊은 남자와 눈이 마주쳤다. ‘문화침략 저지 및 스크린쿼터 사수’. 영화인대책위에서 나온 1인 시위대로, 중부대학교 연극영화과 학생회장 최승완씨였다. 일면식도 없는 사이지만, 두달 전 연예인 전문 사진작가 김중만씨의 1인 시위를 끝으로 영화인대책위 1인 시위 취재를 잠정적으로 접은 터라 미안한 마음에 움찔하며 눈길을 피했다.
영화인대책위는 ‘한-미 자유무역협정을 빌미로 문화 침략을 노골화하고 있는 미 정부 규탄과 스크린쿼터 사수를 위해’ 지난 2월4일 영화배우 안성기를 필두로 1인 시위를 시작했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촛불문화제나 대규모 장외집회가 있었던 2월8일과 17일, 4월1일과 15일을 제외하고 매일 1~2명의 영화인들이 광화문 교보빌딩 앞에서 시위를 계속하고 있다.
1인 시위 초반, 박중훈·장동건·최민식·전도연·강혜정·김주혁·이준기·문소리·박해일·황정민·김혜
[팝콘&콜라] ‘146일’ 그날까지 1인 시위는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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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생결단〉은 배우 류승범(26)의 성인 신고식처럼 보이는 영화다. 교복 연기는 한번도 한 적이 없고 〈아라한 장풍 대작전〉에서는 어엿한 경찰이었지만 그가 연기한 캐릭터들에는 성장의 통증을 앓는 소년성이 큰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허망한 야심일지언정 스스로 완결한 세계 안에서 살며 바깥세계와 거래하고 때로 협잡하며 싸우는 〈사생결단〉의 상도는 어른이다. 20일 삼청동에서 만난 류승범은 “과연 배우라는 게 직업이 될 수 있을까 생각했는데 이제 직업인이 된 것 같다. 그래서 이 직업에 대한 고민이 많아졌는데 아직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재미와 모험의 세계에서 자유자재로 ‘놀던’ 소년이 이제 치열한 생존경쟁과 승부의 세계로 들어선 것, 즉 성인배우 류승범이 된 것이다.
본능은 계산을 동반한다
지금까지 류승범의 연기평에는 정규적인 연기수업을 받지 않았다는 경력에 “본능적인 순발력” “놀라운 자연스러움” 같은 찬사가 덧붙여지곤 했다. 그저 칭찬이라고 여겨졌던 이 말들이 이제 무섭다고
<사생결단> 주연 류승범, 성인배우로 본격 신고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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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문과 열정을 연결하는) 그 다리가 없으면 우리는 모두 의미없는 조각들, 절반은 수도승이고 절반은 짐승인 채 인간으로 연결되지 못하는 부서진 아치들일 뿐이다. (중략) 단지 연결하라! 그녀의 설교는 그게 전부였다. 산문과 열정을 연결하라. 그러면 그 양쪽이 모두 고양되고, 인간의 사랑은 정점에 이르게 될 것이다. 다시는 조각난 삶을 살지 말라.” - <하워즈 엔드> 중에서
<인도로 가는 길>과 더불어 포스터의 최고작으로 꼽히는 <하워즈 엔드>(Howards End, 1910)는 계급의 전쟁을 그린 소설이다. 전원 저택 하워즈 엔드가 상징하는 ‘영국’을 누가 상속할 것인가를 놓고, 식민지에서 부를 축적한 산업자본가 윌콕스가와 진보적 중류층 슐레겔 자매, 중산층의 문화를 동경하는 도시 근로자 레너드 바스트가 보이지 않는 투쟁을 벌인다. 결국 하워즈 엔드는 물질과 문화, 전원과 도시를 ‘연결’하려고 애쓴 마가렛의 손을 거쳐 헬렌과 레너드의 사생아에
E. M. 포스터를 아시나요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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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망 좋은 방>? 아, 그거 영화로 봤지. <오만과 편견>이랑 원작자가 같은 것 아냐?”
따지고 보면 다 영화 때문이다. 우리가 <전망 좋은 방> <하워즈 엔드> <인도로 가는 길> <모리스>의 원작자 E. M. 포스터(1879∼1970)를 한 세기 앞선 제인 오스틴이나 뉴욕에서 태어난 헨리 제임스 심지어 <남아있는 나날>을 쓴 가즈오 이시구로와 혼동하게 된 것은. 우선 그들이 창조한 남녀는 대체로 약혼과 결혼을 둘러싼 소동을 빈번히 일으키고, 유산을 놓고 갈등하며, 이탈리아 여행지에서 인생의 의미를 각성하기 일쑤다. 부풀린 스커트 자락과 티파티, 녹색 장원의 이미지는 이방 관객이 그들의 작품을 한 덩어리로 기억하도록 현혹한다. 세월이 흘러 영국 중산층의 계급성과 완고한 매너도 유적이 된 지금, 문학도가 아닌 우리에게 그들을 분별하는 과제는 얼 그레이와 다르질링 홍차의 구별만큼이나 긴급할 게 없다.
E. M. 포스터를 아시나요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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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봤던 일본영화나 텔레비전 드라마 가운데 가장 미스터리한 건 TV애니메이션인 <아따 맘마>다. 일본의 평범한 서민 가족의 일상을 그린 이 애니메이션의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는 엄마는 지금까지 봐왔던 일본영화나 드라마 속의 여성과 거리가 멀어도 너무 멀다. 속된 의미로 ‘아줌마’스러운 모든 것을 다 갖추고 있다. 뚱뚱하고 억척스럽고 수다스러우며 뻔뻔하기까지 하다. 한마디로 <순풍 산부인과>에서 옆집 아줌마로 등장할 법한 캐릭터다. 뭐 그게 이상하냐 싶겠지만 일본영화나 드라마에서 한번도 이런 캐릭터를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내가 봤던 일본 여성 캐릭터는 과하면 <도쿄 타워>의 여주인공, 덜해봤자 <메종 드 히미코>의 여주인공 정도로 그들은 여성스럽거나 귀엽다. 30∼40대 여성들은 언제나 상냥하고 조용하며 10∼20대 여성들은 귀엽고 사랑스럽다. 특히 그런 느낌을 강하게 주는 건 말투인데, 이게 얼마나 본래 일본어 말투와 상관관계가 있는지
[투덜군 투덜양] 옆나라의 미래가 걱정돼, <오늘의 사건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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맷돌춤이라도 배워둘걸. “돈 차 위쉬 유어 걸 프렌드 워즈 핫∼ 핫∼”(Don’t cha wish your girl friend was hot∼). 휴대폰 광고에 나오는 그 노래, <돈 차>가 댄스 플로어를 달구고 있었다. 역시 플로어는 좁았고, 댄서들은 넘쳤다. 미모 한류를 일으키지는 못할지언정 자라목이라도 멋지게 돌려서 춤바람 한류를 일으켰어야 하는 건데. 주위 눈치를 보면서 슬쩍 흉내내다 어림도 없어서 혼자 피식 웃는다. 홍콩갔다 방콕하고 있다. 타이의 새해, 쏭크란을 맞아 푸미폰 국왕께 새배하러 왔다.
방콕은 내게 ‘생활의 중심’이다. 방콕 생활의 중심은 클럽 생활. 방콕에 오면 같은 클럽에만 간다. 거기서 자주 ‘플레이’되던 음악은 추억의 노래가 됐다. 대중가요의 다른 이름은 유행가 아니던가. 흘러간 유행가를 들으면 그 시절 그분들이 떠올라서 콧등이 시큰해지게 마련이다. 나의 방콕 유흥가 데뷔 시절의 ‘주제가’는 로열 지골로스(Royal Gigolos)의 <
[이창] 추억의 국적성, 고통의 계급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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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오래된 이미지의 기억들이 있다. 세살 때 봤던 김포공항 상공 위의 불꽃놀이의 영상, 산타클로스로 변장한 미군 병사가 과자를 나눠주던 모습, 거적때기 위에 앉아 구경하던 유랑극단의 공연. 하지만 내가 실제로 봤다고 믿는 이미지들 중에는 정체가 수상한 것들도 있다.
예를 들어 동네에 살던 무당이 굿을 하는 장면. 내 기억 속의 그녀는 무릎 아래가 잘린 채 피를 줄줄 흘리며 장단에 맞춰 미친 듯 춤을 추었고, 그 집 뒷마당에서는 연탄화덕에 얹은 커다란 양은 솥 속에서 그녀의 잘린 두 다리가 삶아지고 있었다. 물론 있을 수 없는 일이지만, 이상하게도 삶은 다리에서 나는 역겨운 냄새까지 기억한다.
어머니가 어린 시절에 목격한 것 중에도 이상한 것이 있다. 어머니가 살던 마을에 귀신 들린 집이 있었는데, 귀신 들린 집이라 그런지 그 집 남정네들은 6·25 때에 모두 몰살당하고 과부만 남았다고 한다. 어쨌든 그 집 귀신들은 장난도 심하여, 어느 날 자고 일어나니 그 집 옆 미루나무
[유토피아 디스토피아] 이미지의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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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고향이라는 단어를 들어도 떠오르는 이미지가 아무것도 없다. 기억이 남아 있는 서너살 무렵부터 2, 3년 단위로 이사를 다녔고, 충청도를 거쳐 전라도를 돌아다니다가, 열다섯살이 되어서야 전주시 효자동에 정착했기 때문이다. 그 작은 아파트에서 5년을 보내며 나는 풍경이 변해가는 모습을 처음으로 보았다. 묘목이 자라 나무가 되었고, 화단의 철쭉 덤불은 해마다 꽃송이가 늘어났고, 냇가에 한두 마리 찾아오던 물새는 조그만 떼를 이루었다. 거기에 애착을 갖게 되면서 비로소 궁금해졌었다. 태어난 곳에서 그대로 살았더라면 나는 지금보다 따뜻한 사람이 되었을까, 다른 아이들처럼 헤어지는 일이 서운해 울기도 했을까, 가끔은 누가 보고 싶다는 생각도 할 수 있었을까. 나는 돌아보면 그 자리에 있는 무언가가 갖고 싶어졌지만 그 사이 부모님은 다른 집으로 이사를 했다. 철쭉이 없는 아파트로.
몇번이나 이사를 했는지 세는 일을 포기하면서 내가 배웠던 건 버리고 잊는 법이었다. 마음을 굳게 먹고 재래식
[오픈칼럼] 잘라낸 기억 박혀버린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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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1945>를 한동안 보다가, 최근엔 뜸해졌다. 식민지 시절에서 시작하여 한국전쟁에 이르기까지, 한국 현대사에서 가장 드라마틱한 순간을 그린 <서울 1945>의 시작은 흥미로웠다. 1회에서 보여준 한국전쟁이 발발한 순간의 서울 풍경도 나름 자극적이었다. 그런데 아역배우들이 성인배우로 바뀌고, 이야기가 작위적으로 흘러가기 시작하면서 차츰 재미가 없어졌다. 이야기가 느슨해지면 배우들이라도 뒷받침을 해야 하지만, 그것조차 없었다. 캐릭터의 개연성이 없기는 하지만, 가장 중요한 역을 맡은 소유진과 한은정이 대하드라마의 주역을 맡기에는 아직 미숙하다는 느낌마저 들었다. 그 무겁고 진중한 시대에 비하자면, 소유진과 한은정의 존재감은 너무 약하다. 남자배우들도 그렇다.
개인적으로, 소유진과 한은정은 비교적 호감을 가진 배우들이었다. 소유진이 출연한 <내 인생의 콩깍지>를 즐겁게 봤고, <귀엽거나 미치거나>의 맹한 캐릭터도 좋았다. 한은정의 도회적
[B딱하게 보기] 그대의 노력에 갈채를, <불량가족>의 남상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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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무라카미는 이 글을 쓴 사람이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도쿄기담집>은 책 제목만큼이나 사실과 픽션을 혼동하게 만드는 문장으로 시작한다. ‘아는 사람의 아는 사람’이 겪었다고 전해 들었을 법한 도시의 전설들을 무라카미 하루키는 단편들로 엮어냈다. <우연한 여행자>는 ‘무라카미’의 시점에서 시작한다. 미국 체류 중 재즈클럽에서 토미 플래너건의 라이브 연주를 듣다가 실망한 ‘나’는, 두곡을 신청한다면, 이라는 상상을 하며 듣고 싶은 곡을 마음속에 그린다. 대중에 잘 알려지지도 않은 두곡을 생각했을 뿐이건만 공교롭게도 플래너건은 그 두곡을 이어 연주한다. ‘하늘의 별처럼 많은 재즈 곡 가운데서, 무대의 마지막에 이 두곡이 잇따라 연주될 확률’이 <도쿄기담집>에 실린 이야기들의 공통점이다. 무의식이 실제 사건으로 벌어지는, 간절함이 낳는 기이한 동시성은 <하나레이 만>에서도 일어난다. 하와이 하나레이 만에서 서핑을 하다가 상어에 오른쪽 다리를
일상에 존재하는 작은 균열, <도쿄기담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