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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선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지만 스콧 맥기와 데이비드 시겔은 그리 만만한 감독이 아니다. 두 사람은 십여년 동안 세편의 영화를 공동 연출하면서 ‘가족 게임과 정체성’이라는 일관된 소재를 다루고 있다. 에드 우드와 막스 오퓔스 영화의 자장 아래 위치한 <봉합>과 <딥 엔드>의 주제인 ‘위기에 빠진 가족의 길 찾기’는 두 사람이 타인의 각본으로 처음 작업한 <다섯 번째 계절>에서도 유효하다. 지적인 부모과 똑똑하고 예쁜 두 아이, 영화엔 겉으로 보기에 부러움을 살 만한 가족이 등장한다. 종교학 교수로서 카발라 신비주의에 심취한 남자는 평소 문자 속에 우주의 비밀이 담겨 있다고 믿던 중 딸에게서 비범한 재능을 발견한다. 그러나 철자법 대회에서 승승장구하는 딸을 통해 신과 소통하고자 하는 그의 바람은 그를 점점 조용한 독재자로 만들어나가고, 부서진 세상을 다시 결합시키기 위해 빛을 열망하는 네 사람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가족은 내부로부터 붕괴하기 시
할퀴고 헐뜯어도 가족이기에 소중합니다, <다섯 번째 계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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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산>은 뮤직비디오를 통해 주목받은 기리야 가즈아키 감독의 극영화 데뷔작. 그는 메이킹 필름이 시작되자마자 스탭에게 ‘영상이 가장 중요하다’고 힘주어 말한다. 이를 위해 그는 직접 HD카메라를 잡았고, 두달 동안의 강행군 촬영 뒤에도 CG와 편집 작업에만 거의 반년이라는 기간을 투입했다. 영상 위주의 작품이다보니 말로 하는 감독의 컨셉 설명은 알아듣기가 어렵다. 시나리오를 읽을수록 이해도가 떨어졌다고 토로했던 의상담당자가 ‘확실히 말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 그게 감독의 태도냐’며 따지는 장면을 보니 감상자만 헤맨 게 아니구나 하는 생각에 안도감까지 든다. 허구한 날 그린스크린 앞에서 뛰고 구른 배우들도 평소의 성취감을 느끼기 어려웠다고 할 정도다. 하지만 그럴수록 감독은 전쟁터의 한가운데를 향해 더 깊이 뛰어든다. 그의 얼굴에는 피로감이 덧씌워지고, 어느새 촬영 분량은 테이프만 4700개에 2천컷을 훌쩍 넘어간다. ‘다크 서클’에 퀭한 얼굴이 되어갈수록 감독의 눈빛은 더
[서플먼트] 감독의 창작의 고통을 보여드립니다, <캐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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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21>이 창간 때마다 실시하는 충무로 파워 50 설문조사 결과, 올해 1위는 싸이더스FNH의 차승재 대표가 선정됐다. 8년간 1위였던 강우석 감독이 2위로 물러난 것이 지난해의 화제였다면 올해는 차승재 대표가 1위라는 사실 자체가 이목을 끈다. 지금 영화계의 가장 큰 돈줄인 CJ와 쇼박스를 대신해 차승재, 강우석 두 사람이 1, 2위를 차지한 결과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부정적으로 보면 대기업에 대한 견제심리이겠으나 긍정적 의미를 부각할 필요도 있어 보인다. 영화계가 자본의 힘에 일방적으로 휘둘리지 않는 대등한 관계를 맺고 있는 증거로 말이다. 부동의 1위를 고수하던 무렵 강우석 감독은 파워 1위로 선정됐다는 전화를 받을 때마다 “내가 하든 누가 하든 영화인이 1위를 계속 했으면 좋겠다”고 말하곤 했다. 투자자와 영화인을 적대적으로 구분할 필요는 없지만 그의 말에 공감하는 대목이 적지 않다. 나는 영화인, 이라는 자존심이 아니었다면 한국영화는 지금보다 훨씬 보잘것없
[편집장이 독자에게] 모두 건강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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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에 사는 소는 12억8천 마리, 사육지는 세계 토지의 24%, 인구의 20%인 13억명이 영양실조에 시달리는 동안 지구에서 생산되는 곡물의 3분의 1을 소와 다른 가축들이 먹어치우고 있다(<육식의 종말>, 제레미 리프킨 지음). 쇠고기는 단백질 사다리(닭과 생선 빼고도, 돼지고기->우유->낙농제품->목초사육쇠고기->곡물사육쇠고기)의 정점에 있는 ‘럭셔리 고기’다. 웰빙 바람에 주춤하지만 우리 의식 속의 ‘럭셔리 식사’는 여전히 미국 사람처럼 스테이크 잘라 먹는 것이다. 씨앗과 화학제품, 도축장과 판매·유통망을 꽉 쥔 미국의 다국적 기업들은 개발도상국을 겨냥한 광고·판촉으로 ‘쇠고기 먹는 것=성공의 표상’으로 둔갑시켰다. 채식 위주의 식단이었던 많은 아시아 인민들도 그 사다리를 헐레벌떡 올라갔다. 덕분에 미국은 쇠고기 수출뿐 아니라 자국 생산 곡물의 3분의 2를 사료용으로 수출하게 됐다. 또 개발도상국의 농토를 생계용이 아닌 사료용 곡물 생산지로
[이슈] 럭셔리 고기의 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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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의 국민배우 라지쿠마의 죽음이 폭동을 일으켰다. 지난 4월12일 인도 방갈로르에서 라지쿠마의 죽음을 애도하기 위해 모인 팬들과 경찰 사이에 충돌이 일어났다. 수백명의 팬은 라지쿠마의 장례식에 참석하기 위해 그의 집으로 가고 있었고, 경찰은 이를 강압적으로 저지했다. 팬들은 버스의 창문을 부수고 오토바이와 경찰차를 불태웠으며, 그 와중에 한명의 팬과 경찰이 사망했다. 이에 대해 정부 관계자인 쿠마라솨미는 “이러한 행위로는 결코 그에 대한 존경을 표할 수 없다. 더이상 그의 이름에 먹칠하는 행동은 자제해줬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이후 인도 정부는 라지쿠마의 장례식을 체육관에서 진행했고, 팬들의 참석도 허용했다.
올해 77살로 세상을 떠난 라지쿠마는 1990년대 중반 연기를 그만두기까지 총 200여편의 영화에 출연했으며 가수로도 활약했다. 정부 관련 단체들은 그의 죽음을 기리기 위해 조기를 내걸었으며, 각종 상점들은 애도의 표시로 이틀간 문을 닫았다. 영화제작자이자 라지쿠마의 친구인
[What's Up] 애도의 물결이 폭동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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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교동의 어느 권투연습장에서 이준기를 만났다. 연습 중이던 사람들이 체육관 한쪽에 얌전히 앉았다. 기자와 스탭들 곁에 여자 한명이 바짝 서 있다. 이준기와 동갑이며 이준기 팬이라고 한다. 사인 받아도 되겠느냐고 묻는 얼굴이 너무 간절하다. 사진촬영이 끝나면 사인을 받게 해주겠다고 매니저가 말했다. “웬일이야. 너무 감사합니다.”
자리를 커피숍으로 옮겨 인터뷰를 했다. 시작한 지 10분도 안 돼서, 이준기가 등지고 앉은 쪽의 문이 딸랑거리며 열린다. 여자 두명이 지나가는 척하면서 소곤거린다. “이준기야, 이준기야.” 커피숍 내부에 있던 어떤 손님이 근처 친구에게 전화라도 건 모양이다. 야, 여기 이준기 와 있다. 빨랑 와서 봐. 4월17일, 이준기의 생일날 네이버 검색어 순위 2위에 ‘happy birthday to junki’가 올랐다.
전지현, 이효리, 문근영의 인기가 하늘을 찔렀을 때(물론 이들은 지금도 인기를 누리고 있다) 그건 그저 인기가 아니라 신드롬이었다. 어느 날
예쁘게 날아서, 열정으로 쏜다, <왕의 남자> <플라이 대디>의 이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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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첼 바이스는 2006년 아카데미와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여우조연상을 수상했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와 유럽 작가주의 감독의 작품 사이를 자유롭게 넘나들며 고군분투했던 지난 14년간의 노력을 인정받은 것이다. 그녀에게 오스카를 안겨준 영화 <콘스탄트 가드너>에서 레이첼 바이스는 거대 제약회사의 음모에 맞서 싸우다 살해당하는 운동가 테사로 분했다. 테사는 아프리카의 헐벗은 아이들을 돌보고 제약회사의 횡포에 맞서는 따뜻함과 정의로움을 겸비한 인물이다. 극이 시작하자마자 변사체로 발견되지만, 안정된 삶을 꿈꾸는 저스틴(레이프 파인즈)을 움직여 이야기를 전개하는 주체이기도 하다. 바이스는 테사를 무한한 모성과 섹스어필한 여성성을 동시에 지닌 인물로 묘사해 자칫하면 여성운동가의 삶을 다루는 뻔한 이야기가 될 수 있는 영화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그래서 테사는 긴장감 넘치는 정치스릴러에 출연하면서도 남편을 사랑하고, 아이들의 불행에 진심으로 마음 아파하는 인물이 될 수 있었다. 아프리
정의를 지키는 섹시한 방식, <콘스탄트 가드너>의 레이첼 바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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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국제영화제 상영작들이 예년에 비해 월등히 높은 예매율을 보이고 있다. 4월 27일 현재 예매율은 49.1%. 전주영화제 역사상 최고 예매율을 경신했다는 작년 개막일과 비교해도 10% 이상 높은 수치다. <오프사이드>(개막작), <디지털 삼인 삼색>, <연애의 기술>, <혼몽>+<마법사들> 등의 매진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53회분이 매진된 상태. 섹션별 매진율은 고른 편이다. 특히 단편 영화들의 인기가 높아 <홈커밍>, <곤충의 집>, <코마> 등은 2회 매진을 기록했다. 대중성이 약하다고 생각됐던 <영화보다 낯선>과 <로컬 시네마 전주>가 의외의 반응을 얻고 있음도 주목할 만 하다. 전주 지역에서 활동하는 감독들의 작품을 모은 <로컬 시네마 전주>는 2회 매진을 앞둔 상태다.
전주영화제 역사상 최고 예매율 경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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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제 키드에요." 전주영화제 사무국 직원은 이동현씨를 이렇게 소개했다. 지프지기(전주영화제 자원봉사자)매니저를 맡고 있는 이동현씨는 지프지기의 모집, 선발부터 관리와 배치까지를 두루 담당한다. 2004년 부천판타스틱영화제 자원봉사를 시작으로 학교까지 휴학하고 서울여성영화제, 제천국제음악영화제, 부산영화제 등에서 스탭으로 일하며 영화제에 '올인'해 왔다. "작년 전주영화제에 관객으로 왔을 때 자원봉사하시는 분들이 정말 친절해서 깜짝 놀랐고, 도대체 어떻게 교육을 받는지 궁금했어요." 결국 부산영화제가 끝난 뒤 전주영화제에서 스탭을 구한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전주에 와서 일단 방부터 얻고 지원서를 냈다고 한다.
"전주영화제는 특히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아이디어를 최대한 반영해주기 때문에 다양한 기획을 해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요." 벌여놓은 일이 많을 때는 하루에 한시간도 못 잤는데 요즘엔 세시간이나 잘 수 있다며 웃는 이동현씨에게서 피곤한 기색은 전혀 없다. 그는 전주영화제를
지프지기 매니저 이동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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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27일 오후 한국소리문화의 전당, 개막식 리허설이 한창이다. 무대 뒤편에서 개막식 사회를 맡은 조재현, 현영이 그들의 몫을 준비하고 있다. 귀여운 수선스러움이 트레이드 마크인 현영. 그러나 잠깐 엿본 그의 태도는 조용하고 똑부러진다. “여기 제 멘트만 적혀 있는데요, 상대방 멘트도 같이 주셔야 해요. 그래야 어떻게 짝을 맞출지 생각하죠.” 영화제 스탭에게 건네받은 사회자 멘트를 본 그가 곧장 옳은 지적을 한다. “그래! 누가 이런 거야? 그리고 글씨는 왜 이렇게 커요? 내가 할아버지인 줄 알아?” 조재현이 화가 난 듯 목소리를 꾸며대며 맞장구를 친다.
“이렇게 다양한 영화를 소개하는 영화제는 전주 뿐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그런 영화들과 접할 수 있게 하는 자리구요.” “세계적인 영화제에 불러주신 것도 영광인데 사회를 맡겨주셔서 기쁘고 설레요.” 조재현과 현영이 각각 소감을 털어놓는다. 두 사람은 전주와 이런저런 인연을 맺고 있다. 조재현은 4년 전에도 이 자리의 사회를 맡았
[인터뷰] 개막식 사회 맡은 조재현과 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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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소비에트 연방은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하지만 그 시기에 만들어진 소비에트 영화들에 대한 국제적 관심은 90년대 이후 계속 높아져 왔다. 예컨대 칸, 베를린, 베니스, 로카르노를 비롯한 유수의 영화제들은 뒤늦게나마 각종 수상과 회고전을 통해 오랫동안 미지의 영화로 남아 있던 소비에트의 걸작들을 발굴하는 데 힘써 왔다. 그런 뜻에서 제7회 전주국제영화제에서 마련한 특별전 '저항의 알레고리 : 소비에트의 금지된 영화들'은 국내외 영화인들과 관객들에게 매우 뜻 깊은 자리가 아닐 수 없다.
전주국제영화제를 통해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10편의 영화는 흐루시초프의 유명한 스탈린 우상주의 파괴 선언에 따른 해빙 정책에 힘입어 소비에트영화가 그 미학적 절정에 달했던 60년대 초에서부터 고르바초프의 개혁개방정책이 펼쳐지기 전인 80년대 중반까지 25년여에 걸쳐 만들어진 것들로서 그야말로 “혁명 속의 혁명영화”라 불릴만한 걸작들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대부분이 소비에트 중앙 정부로부터 상영
[포커스] 소련이 금지한 영화 10편 상영, 소비에트 특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