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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영화배우 박중훈씨와 전화 통화할 일이 생겼다. 목소리가 갈라졌기에 물었더니, 어제 “승우씨 나오는 <라이터를 켜라> 시사회 보고 기분 좋아서 승우씨 등과 술을 마셔서 그랬다”고 한다. 이제껏 김승우가 출연한 모든 영화의 흥행성적을 합한 만큼 들 것 같다고도 했다. 나는 안 봐서 모르겠다고 했던가? 아무튼.그날 오후에 그 말이 진짜인지 궁금해져서 부랴부랴 도심의 한 극장으로 달려가 오후 표를 끊었다. 표를 끊고 주차를 위해 명동 한복판으로 차를 끌고 갔다가 휴일을 즐기는 청춘남녀의 인파에 꼼짝달싹 못하다가 겨우 차를 대고, 달려갔으나 이미 영화는 15분이 흘렀다.꽉 찬 좌석 사이를 뚫고, 비집고 앞에서 두 번째에 앉아 목을 빼고 보았다. 15분을 놓쳐서 허봉구의 머리 힘이 왜 세졌는지, 우동 그릇이 어떻게 박살났는지를 보지 못했다. 어느덧 시간이 지나면서, “300원짜리 1회용 가스 라이터”를 다시 손에 넣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그가, 어느 순간 자신의 머리통이 세
일단 한번 믿어보시라니깐요 / 심재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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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 만화보기를 꽤나 좋아했다. 내가 다닌 초등학교로 가는 길목에 ‘푸른집’이라는 만화방이 있었는데 돈만 생기면 그곳에 가서 만화를 보곤 했다. ‘돈만 생기면’이라고 표현했지만 그 돈이라는 게 생길 턱이 없는데도 어째 그리 그 만화방엘 자주 들락거릴 수 있었는지 모르겠다. 학교에서나 집에서나 만화만 있으면 코를 빠뜨리고 보고 있느라 어머니한테 혼이 나가게 야단을 듣기도 했다. 아궁이 앞에서 만화를 들여다보고 있다가 아궁이 불이 바깥으로 새나오는 통에 머리카락이 타버린 적도 있었다.만화책에서 정을 끊을 일은 뜻밖에 일찍 찾아왔다. 한번은 푸른집에서 만화를 빌려다 보다가 어머니한테 들켰는데 어머니가 만화책을 불싸질러버리겠다고 했다. 일찍이 어머니는 기타에 빠져 있던 둘째오빠가 공부는 안 하고 밤이나 낮이나 기타만 친다고 기타를 아작아작 부숴서 진짜로 불을 때버린 적이 있었다. 나는 어머니의 눈을 피해 얼른 옆마당의 감나무 속에(오래된 나무는 등허리가 오목 패 있어 어린애 하나쯤은
치히로를 잊고 센으로 살고 있는 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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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경하는 키팅 선생님.선생님께서 닐의 자살사건 때문에 150년 전통의 명문 웰튼고등학교에서 축출당하신 이후 선생님의 소식을 다시는 들을 수 없었습니다. 잘 계시는지요. 여기는 아시아 대륙의 동쪽 끝에 자리한 한국이라는 나라입니다. 선생님의 고향 영국과는 지구 반대편에 있는 나라이지요. 이렇게 먼 곳까지 날아온 ‘필름’을 통해서 선생님을 뵌 것이 어언 13년쯤 되는 것 같습니다. 당시에 열혈 20대 청년이었던 저는 미술학원에서 대학 입시생들을 가르치고 있었는데, 저의 제자들에게도 키팅 선생님을 만나게 해주고 싶어서 원장 선생님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한창 입시 준비를 해야 하는 미술학원 학생들을 이끌고 극장으로 단체 관람을 갔답니다. 새벽별보기 운동을 하던 고3 학생들이 눈물을 펑펑 쏟아내더군요. 그리고는 병든 닭 같던 아이들의 눈빛은 조금이나마 달라졌습니다. 선생님께서는 그 아이들의 마음속에 강한 에너지를 넣어주셨습니다. 그 다음주에 저는 학원에서 권고 사직을 당했습니다. 그때는 마치
김형태의 오!컬트 <죽은 시인의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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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0년대 중반 이후 소련의 영화가 당시 소련의 다른 예술과 마찬가지로 ‘해빙’의 거센 물결 속에 함께 있었다는 사실은, 무엇보다도 그 영화들이 그려낸 전쟁이 잘 확인해준다. 다소 일반화해서 말하자면, 그 이전 시기의 소련영화들, 그러니까 사회주의 리얼리즘의 원칙 아래서 만들어진 소련영화들에서 전장(戰場)은 영광이 살아 숨쉬는 곳이었다. 거기서 인민들은 대의를 위해 투쟁을 벌였고 결국 승리를 거두었다. 반면 ‘해빙기’의 영화들은 이것과는 다른 시각으로 전쟁을 바라보았다. 이전의 영화들이 집단을 강조했다면 해빙기의 영화들은 개인에 주목했고, 이전의 영화들이 영광의 전장을 그렸다면 해빙기의 영화들은 고통의 전장에 눈을 돌렸다. 그럼으로써 전쟁이란 개인들에게 참기 힘든 고통과 상실을 남겨주는 것이라고 해빙기의 영화들은 말했다. 미하일 칼라토조프 감독의 <학이 난다>는 그리고리 추크라이 감독의 <어느 병사의 발라드>(1959)와 함께 ‘수정주의적’인 시각으로 전쟁을
어느 전쟁의 발라드, <학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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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에 대한 나의 생각은 그다지 진보적이거나 자주적인 것이 못 된다. 나는 내 유년의 배고픔과 공포의 추억 속에서만 미군을 생각할 수 있다. 나이 오십이 훨씬 넘은 지금도 나는 길에서 주한미군을 마주치면 주눅이 들어서 피해간다.아아, 미군. 먼지를 일으키며 달리는 미군 지프를 따라가면서 그들이 던져주는 초콜릿을 받아먹으며 나는 자랐다. 나보다 좀더 나이 많은 소년들은 미군부대 하우스보이로 들어가 미군의 속옷을 빨고 쓰레기를 치웠는데, 그 하우스보이 자리는 미군과 특별한 은총의 관계에 있는 소년에게만 돌아가는 행운이었다. 그때의 초콜릿 맛은 천지가 개벽하고 장님이 눈을 뜨는 것과 같은 놀라움이었다. 미군에게 얻은 초콜릿을 들고 가족들이 사진관에 가서 기념촬영을 하는 집도 있었다.내 유년의 추억 속에서, 이 세상에서 가장 놀라운 색깔은 양담배 러키스트라이크 껍데기에 인쇄된 빨간색 동그라미였다. 그 진홍색은 내 어린 생애에서 일찍이 체험하지 못한 찬란한 광휘였다. 그 색깔의 풍요로움은 초
기브 미 초콜릿의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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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에 이어) 그래서 나와 제작부장이 입을 다문 상태에서 촬영이 무사히 끝났어. 장비를 철수하고, 인천으로 돌아오는 배 안에서 붕대 감은 내 손을 본 스탭들이 하나둘 이유를 물어오니, 그제야 비로소 얘기를 꺼낼 수 있겠더라고. 당시 옆자리에 배우 황해도 타고 있었는데, 그이 성격에 대충 넘어가지 못하고 대뜸 “그걸 왜 진작 얘기하지 않았냐, 사람이 중하지 촬영이 중하냐” 꾸짖더라고. 그래서 내가 그랬지. “전문으로 총을 쏘던 사람들도 아닌 배우들이, 가뜩이나 실탄이 든 총을 들고 연기를 하는데 얼마나 긴장이 되겠어. 그런데 누가 유탄을 맞았다는 소리가 들려봐, 배우들은 당연히 집중력이 떨어지고, 간혹 겁에 질리는 스탭들이 속출하지 않겠어? 그런 어수선한 분위기론 촬영이 제대로 될 리가 없잖아. 그래서 조용히 하라고 시킨 거야.” 순간 사람들이 조용해지더라고. 그때 제작부장이 다가와 참 고맙다고 몇번이나 인사를 하는 통에 어찌나 쑥스럽던지. 별거 아닌 것 같지만, 나로선 제작에 영
˝입체영상, 60년대 한국영화에도 쓰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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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폰>잡지사 기자 지원은 원조교제에 관한 기사를 썼다가 협박전화를 받는다. 친구 호정과 그녀의 남편 창훈은 지원의 딱한 사정을 듣고 집을 빌려준다. 협박전화를 피하고자 휴대폰을 바꾼 지원은 그때부터 정체불명의 괴전화에 시달린다. 호정의 어린 딸 영주는 지원의 휴대폰을 받고 나더니 이상한 행동을 하기 시작한다. 안병기 감독, 하지원, 김유미, 최우제, 최지연, 은서우 출연, 브에나비스타인터내셔널코리아 투자·배급, 상영시간 100분김봉석 짜증나는 충격 효과로 일관한다 ★★☆박평식 광케이블을 탄 토종귀신의 뒤늦은 깜짝쇼 ★★★■ <어머! 물고기가 됐어요>부모님이 외출한 사이, 플라이는 여동생 스텔라와 사촌 척을 끌고 바다낚시에 나섰다가 이상한 동굴을 발견한다. 그곳은 지구 온난화로 세상이 물에 잠길 때를 대비해 인간을 물고기로, 다시 인간으로 만드는 약을 개발중인 괴짜 맥크릴 박사의 실험실. 실수로 약을 마신 스텔라가 불가사리로 변하자, 플라이와 척은 해독제를
폰/어머!물고기가 됐어요/마이너리티 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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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셀 크로가 2000년 10월에 피운 단 한 개비의 담배로 인해 법정 공방에 연루돼 화제다. 크로는 2년 전 이라는 호주의 한 방송프로그램의 인터뷰 도중 담배에 불을 붙이고 담뱃갑과 함께 손에 감싸 들었는데, 이것이 방송프로그램의 담배 홍보를 금지하는 호주의 법을 위반했다는 것이다. 방송사 <더 나인 네트워크>는 시드니 연방법원을 상대로 이의소송을 제기하고 법정싸움에 본격적으로 돌입했다. 크로는, 담배회사의 중역이 <CBS>의 시사고발프로 의 인터뷰에 출연해 담배회사의 음모를 고발하는 내용의 영화 <인사이더>에서 내부고발자를 연기한 바 있어 더욱 흥미롭다.
담배로 법정 공방에 연루된 러셀 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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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언, 워쇼스키, 휴스, 그리고 팡…. 이들의 공통점은? 모두 영화를 만드는 ‘브러더스’라는 데 있다. <디 아이>로 주목받고 있는 홍콩 출신의 팡 브러더스는 최근 아시아 각국을 순회하며 섬뜩하고 차가운 공포의 기운을 전파하는 중인데, 이번에 한국이, 부천이 딱 걸렸다. 시력이 없던 한 소녀가 각막이식수술을 받은 다음부터 귀신을 본다는 내용의 <디 아이>는 부천에서 상영 때마다 매진돼 대기자 리스트가 나돌 만큼 높은 인기를 누렸다.이들은 15분 간격으로 세상에 나온 쌍둥이로, ‘뿔테 안경’이 형 옥사이드고, ‘금테 안경’이 동생 대니다. 외모는 특별한 표식이 없으면 알아보기 힘들 만큼 흡사하지만, 무뚝뚝한 형 대신 이야기는 동생이 도맡아 하는 식으로, 성격과 분위기는 판이하다. CF감독으로, TV프로듀서로 따로 활동해온 그들은 옥사이드의 영화데뷔작 <Who Is Running>에 대니가 편집을 맡으면서부터 의기투합하게 됐다. 연출자로 함께 크레딧을 올
<디 아이>로 주목받고 있는 팡 브라더스 내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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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2월 취임한 이십세기폭스코리아의 이주성(42) 대표는 여러 면에서 만나는 사람들을 헷갈리게만든다. 워낙 젊어 보이는 탓에 외부에서 영입한 전문 경영인일 거라 착각하게 되고, 홍보 행사에서 직접 마이크를 잡기 때문에 언론과 극장등을 상대하는 실무자로 짐작하기 쉽다. 그러나 그는 93년 이십세기폭스 홈엔터테인먼트에 입사한 뒤 지금의 자리에 이르기까지 한우물만 팠던마케팅 전문가다. 대홍기획에서 처음 일을 시작한 그는 마케팅을 더 깊이 배우기 위해 떠났던 일본 유학 시절 “일본어를 익혀야겠는데, 돈이없어서 영화 대신 비디오만 보다가 영화를 좋아하게 됐다”. 한국에 돌아와선 스와치 마케팅을 욕심내기도 했지만 일이 무산될 무렵, 신문에난 폭스의 직원모집 광고가 다시 한 번 마음을 움직였다. <스타워즈 에피소드2> <마이너리티 리포트> <아이스 에이지> 등 막강한 블록버스터를가졌으면서도 마케팅에 열을 올리는 이주성 대표. 그는 “처음 하는 영화마케팅도 어려울
공세적 마케팅 주도하는 20세기폭스코리아 대표 이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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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룸살롱을 개업했다? 그동안 영화의 조폭들이 학교로, 산사로, 열차로 휘젓고 다니는 동안, 최근 영화의 우리 검찰은 근사한 룸살롱을 개업했다. 영화 <보스상륙작전>은 조폭 일당을 소탕하기 위해 검찰이 룸살롱을 위장개업하면서 일어나는 소동을 그린 영화로, 검사가 웨이터, 여경이 룸살롱 아가씨로 위장근무하는 국립 룸살롱이 등장한다.6월말 양수리 서울종합촬영소에서 이루어진 ‘국립’ 룸살롱 촬영현장.이지현, 안문숙, 성현아 등 이른바 ‘나가요’ 언니로 분한 출연배우들이 경쾌한 음악에 맞춰 신나게 춤을 추고 있다. 나가요 언니로는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안문숙은 춤뿐만 아니라 노래까지 한 곡조 뽑는다. 물론 위장근무중인 경찰 역. 여기에 두 늘씬한 미인 이지현과 성현아는 국립 룸살롱에 스카우트된 전문 나가요 언니들. 무용가 박진수의 지도에 힘입어 일사천리로 NG없이 깔끔하게 촬영을 끝냈다. 과연 국립 룸살롱은 수지맞는 장사를 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TV시트콤 <남자셋
<보스상륙작전> 촬영현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