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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남자>는 한 젊은 여배우의 영혼에 지울 수 없는 상처와 영광의 기억으로 남았다. 여대생에서 창녀가 되고, 자신을 창녀로 만든 남자를 사랑하게 되는 선화가 되어가는 과정은 배우 서원에게 고통스런 경험이었지만, 그것이 평생 잊지 못할 커리어가 되었다는 사실 또한 부정할 수 없다.
“저, 사진 먼저 찍고 이야기하면 안 될까요?” <나쁜 남자>에 대해, 선화에 대한 이런저런 질문에 우물우물하던 서원이 불쑥 말한다. “<나쁜 남자> 이야기를 하면 촬영 때의 일이 떠올라 표정까지 이상하게 일그러지고 어두워지거든요.” 무엇이 그리도 괴로웠을까. “선화로 있어야 하는 제 모습이 끔찍했어요.” 파괴된 자신과 현실을 거부하던 초반의 선화는 차라리 쉬웠다. 중반부터 모든 것에 초연해져 멍하게 앉아 있는 선화는 선뜻 몰입할 수 없었다.
선화를 만들어낸 건 전적으로 김기덕 감독이었다. 워낙 리얼한 시나리오를 받아든 서원이 한 일은 단 두 가지. 최대한 자신을 선화
<나쁜 남자>로 영혼을 다친 배우, 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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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이 반지가 왜 나에게 온 것일까. 거역할 수도, 다스릴 수도 없는 운명을 작은 어깨에 지고, 짙푸른 눈동자에 수시로 깊은 번민의 그늘을 드리우는 프로도 배긴스. 하지만 실은 그 눈에 반지를 거머쥔 기쁨을 드러내지 않기 위해, 엘리야 우드는 부단히 표정 관리를 하지 않았을까. 9살 동심을 설레게 했던 <호빗>에 나온 것 같은 호빗이 되다니. 그것도 감당하기 어려운 줄 알면서도 모두가 욕망하는 절대반지처럼 수많은 또래 배우들이 탐냈을 <반지의 제왕>의 주인공 프로도에 덜컥 선택되다니.
짧지 않은 그의 배우 인생에서도 이보다 더 커다란 사건은 없었으리라. 그리고? “중요한 것은 반지가 나에게 오지 않았다면 하고 생각할 게 아니라 주어진 시간에 충실하게 사는 것”이라는 마법사 간달프의 조언처럼, 우드는 주어진 기회에 충실하게 빠져들었다. 호빗족의 터전인 샤이어의 안온한 초원을 벗어나 넓은 세상으로 모험을 떠나고 싶어했던 프로도, 빌보 삼촌의 111살 생일날 물
<반지의 제왕>의 프로도, 엘리야 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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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뜨거운 물 붓지 마아∼. 발에서 때밀려욧!” 코에서 울리는 특유의 오묘한 화음으로 엄정화가 제작부에게 말한다. 별로 안 뜨거우니, 걱정 말라고 하자 발을 쑤욱 ‘다라이’에 담근 그녀가 옷가지들을 신나게 밟아대기 시작한다. “자, 슛 들어갑니다” 하는 사인이 나왔지만, 꿀렁꿀렁 촉감이 좋은지 아예 물장난을 칠 기세다.
유하 감독의 재기작 <결혼은, 미친짓이다>의 막바지 촬영이 이뤄지고 있는 곳은 서울에서 얼마 남지 않은 산동네 금호동 언저리다. 주머니보단 마음이 넉넉한 부부들이 첫 보금자리로 삼기에 적당할 듯한 옥탑방에서 사이좋게 빨래를 밟고 있는 준영(감우성)과 연희(엄정화)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니, 샘이 날 법도 한데 사정은 간단치 않다. 이날 촬영분은 결혼한 지 두달밖에 지나지 않은 연희가 남자친구였던 준영을 찾아와 빨래를 하는 등, ‘딴집 살림’을 시작하는 대목. 이날 이후 연희의 옥탑방 체류시간은 점점 길어지고 아예 ‘본가’로 돌아가기 싫어하게 되기도 한다
<결혼은, 미친짓이다> 촬영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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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의 적>은 시네마서비스라는 영화 배급사 대표로 더 바쁜 강우석 감독이 <생과부위자료 청구소송>(1998) 이후 3년 만에 메가폰을 잡아 내놓은 작품이다.영화는 선이 굵은 두 남자의 대결구도로 압축된다. 한 축은 강철중(설경구)이란 강력계 형사다. 동료들은 골프 따위의 호사취미에도 은근히 관심이 있지만, 이 친구 서랍에선 오로지 모나미 볼펜 한 자루만 데구르르 굴러다닐 뿐이다. 이른바 `독수리 타법`으로 조서 꾸미는 일조차 서툴다. 물론 사회정의 실현에 몸 바치겠다는 어설픈 정의의 사도는 아니다. 오히려 폭력배보다 더 폭력적인가 하면 수사중 마약을 빼돌려 팔아먹으려 드는 타락한 `민중의 지팡이`다.다른 축은 조규환(이성재)이란 펀드매니저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어떻게 돈을 굴려야 하는지에 관한 한 동물적 감각을 지닌 냉철한 분석가다. 문제는 이 친구의 합리적 외모 속에 냉혈동물이 한 마리 숨어 있다는 데 있다. 가령 그는 접촉사고 낸 자신을 꾸짖은 늙은 택시
악받은 형사와 악독한 범인의 대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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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tory 비키(펠리시아스 볼)와 잉켄(다이아나 암프트), 리사(카롤리네 헤어퍼스)는 단짝 친구다. 고교생인 그녀들의 소원은 오르가슴을 느껴보는 것이지만, 그걸 경험하기란 쉽지 않다. 파티에서 남자친구와 섹스를 해도 오르가슴을 맛보지는 못한다. 어느날 잉켄은 자전거를 타고 가다 자전거 안장의 마찰 때문에 오르가슴을 느낀다. 잉켄은 친구들에게 이 사실을 알리고, 이들 역시 최초로 오르가슴을 느끼게 된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채워지지 않는다. 세 소녀는 기구에서 느끼는 오르가슴이 아니라 ‘진짜’ 오르가즘을 느끼고 싶어한다.■ Review 사춘기 시절 성에 대한 호기심은 시대도, 국경도 그리고 성별도 초월한다. 호기심과 두려움이 반반이지만 일단은 무모하게 달려들어보는 사춘기 시절 성에 관련된 에피소드를 코믹하게 풀어내는 영화는 <그로잉 업> <포키스>, 최근의 <아메리칸 파이>에 이르기까지 수없이 만들어져왔다. 독일영화 <걸스 온 탑>은
[Review] 걸스 온 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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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먼 네이처>는 <존 말코비치 되기>로 1999년과 2000년 미국의 각 지역 영화 비평가협회에서 주는 각본상이란 상은 거의 모두 휩쓸었던 찰리 카우프만이 두 번째로 쓴 시나리오다. <휴먼 네이처>의 아이디어는 <존 말코비치 되기>만큼이나 독창적이고, 유머러스하며 재기가 넘친다. 하지만 아이디어는 뼈와 살을 갖추고 하나의 드라마로 완결된 모습을 갖춰 가지 못한다. 카우프만은 아이디어를 힘있게 밀어붙여 깊이있는 얘기를 만들어가기보다는 그저 아이디어를 툭툭 끊어 던져 놓는 식이어서 현대사회에서 인간의 본성이 어떻게 억압되고 왜곡되었는가를 보여주려는 그의 의도는 한 편의 영화로서보다는 하나하나의 장면으로만 전해진다.구성은 상당히 독특하다. 세 명의 주인공인 라일라(패트리샤 아퀘트), 퍼프(리스 이판), 네이선(팀 로빈스)이 각각 경찰 취조실, 의회 청문회장, 저승 입구 대기실에서 서로 다른 진술을 하며 이야기는 시작된다. “후회하느냐”는 질문에
야생과 문명의 선택 <휴먼네이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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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tory 교도소장 원터(제임스 갠돌피니)가 담당하고 있는 트루먼 교도소로 어윈(로버트 레드퍼드)이 호송되어 온다. 어윈은 대통령의 명령을 어기고 임의로 작전에 임했다가 부하들을 죽음에 이르게 한 죄로 징역을 선고받은 전직 3성장군이다. 군인들의 존경을 한몸에 받고 있는 어윈의 존재에 윈터는 불안감을 느끼고 그들간의 감정의 골은 점점 깊어간다.■ Review 로버트 레드퍼드가 3성장군으로 분한 <라스트 캐슬>을 보다 보면 분명 잠시 의아해지는 순간이 찾아올 것이다. 연기하는 배우들이나 영화를 연출하는 감독 모두가 매우 심각한 자세로 영화에 임하고 있는 것이 사실인 것 같기는 한데, 그걸 지켜보고 있는 관객으로서는 자꾸 웃음이 터져나오는 것을 막을 도리가 없는 것이다. 가슴에 총을 맞아 죽어가면서까지 성조기를 깃대 끝에 올리기 위해 밧줄을 잡아당기는 로버트 레드퍼드의 모습이 나오는 장면에 이르면, 혹 이 영화가 기존의 전쟁영화에 대한 과격한 패러디가 아닌가 싶기도 하
[Review] 라스트 캐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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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tory 1938년 스페인은 파시스트 집단인 프랑코 정권에 대항하여 공화파가 맞서 일어나고 이를 전 유럽의 양심적인 지식인이 지지하는 내전 상태다. 독일 나치 선전부 장관이자 히틀러의 오른팔인 괴벨스는 스페인-독일 합작영화를 만들어 라틴아메리카 지역의 민중을 장악함으로써 ‘유대인의 소굴’인 할리우드를 무력화하겠다는 계획을 세운다. 이에 따라 여배우 마까레나(페넬로페 크루즈)를 포함한 일군의 스페인 영화인들이 베를린의 거대 스튜디오인 우파(UFA)를 방문하여 뮤지컬영화를 찍게 된다. 마까레나는 이내 여러 남자들의 ‘꿈의 여인’이 된다.■ Review <꿈속의 여인>은 전쟁을 피해 영화 좀 찍어보겠다며 히틀러 정권의 품에 안긴 한 무리의 의심스러운 영화인들을 통해, 2차대전 무렵 스페인 역사의 특정한 순간을 다큐멘터리와 멜로드라마풍으로 뒤죽박죽 불러들인다. 또한 극중에 영화 찍는 장면을 포함시킴으로써 거대 스튜디오 시절의 유럽영화산업을 회고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 영
[Review] 꿈 속의 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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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tory 록밴드 크라잉 너트는 서울 홍익대 앞에서 매일 저녁 공연을 갖고 있다. 한데 이들의 주변에서 의문의 연쇄살인사건이 일어나기 시작한다. 피해자들의 시체 위에 이소룡의 사진이 떨어져 있다는 공통점 때문에 폭력을 유발하는 ‘이소룡 바이러스’에 희생된 것이라는 소문도 나돈다. 베이시스트 경록이 이 사건의 실체를 파헤치기 위해 나선다. 그는 주변의 다양한 사람들을 ‘탐문수사’하며,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진 수많은 사람들이 복잡하게 얽혀 있는 서울을 새롭게 바라보게 된다.■ Review 디지털영화 <이소룡을 찾아랏!>의 장르를 구분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서울에 관한 민속지(ethnography)인가보다 하고 생각하면 코믹한 미스터리스릴러로 빠지고, 다시 록다큐멘터리로 흐르는가 싶으면 실험영화 내음이 물씬한 영상으로 넘어간다. 때문에 기존 영화문법에 익숙한 관객이라면 당황함을 느낄지도 모를 일.이 영화의 정체를 파악하기 위해선 강론 감독에 대한 이해가 필수적이다.
[Review] 이소룡을 찾아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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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tory 호르몬 이상으로 온몸이 털투성이가 된 라일라(패트리샤 아퀘트)는 자연으로 돌아가 자아를 되찾고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다. 짝을 찾기 위해 문명사회로 돌아온 라일라 앞에 문명 신봉자인 과학자 나단(팀 로빈스)이 나타나고, 둘은 사랑에 빠진다. 우연히 숲 속에서 유인원 인간 퍼프(리스 이판)를 만난 나단은 퍼프를 ‘인간으로’ 길들이는 실험에 착수한다. 라일라는 자신의 실체를 알고 떠난 나단의 맘을 돌리기 위해 실험을 돕지만, 문명인으로 길들여지는 퍼프에게 연민을 느낀다.■ Review 세상 어딘가 다른 사람의 의식세계로 통하는 입구가 있다고 할 때, 존 말코비치가 아니라, 이 사람, 찰리 카우프만의 머릿속을 들여다보고 싶어할 이들이 더 많았을 거라면, 지나친 억측일까. 기발함으로 똘똘 뭉친 영화 <존 말코비치 되기>의 시나리오를 썼던 찰리 카우프만의 차기작에 기대가 실리는 건 당연하다. 게다가 <존 말코비치 되기>의 감독인 스파이크 존즈가 프로듀서로
[Review] 휴먼 네이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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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tory 강철중(설경구)은 아시안 게임에서 은메달을 받아 경사로 특채된 권투 선수 출신 형사다. 그러나 세월이 흐를수록 강철중의 계급은 경사, 순경으로 낮아지기만 한다. 범인 잡기에는 별 관심이 없고, 마약범에 마약 빼앗아 팔아먹고, 길거리 노점상에 용돈을 받아 쓰는 악덕 경찰이다. 감찰이 들어오는 바람에 함께 부정을 저지르던 강력반장이 바뀌고, 선배가 자살을 해도 강철중의 삶은 별반 바뀌지 않는다. 억수같이 비가 내리던 밤, 조규환(이성재)을 만나기 전까지는. . 승승장구하던 펀드 매니저 조규환은 철저한 자본주의형 인간이다. 위기에 몰린 회사를 냉정하게 부도처리하며 사장을 자살로 내몰고, 자신을 화나게 한 택시기사는 벽돌로 때려죽인다. 조규환은 한달만 기다리면 수백억원으로 불어날 투자금을, 철거 위기에 몰린 고아원을 돕겠다며 빼오라는 아버지를 절대로 이해할 수 없다. 아니 용서할 수 없다. 그래서 조규환은 태연하게 부모를 죽인다. 그는 자신의 앞길을 가로막는 모든 것을 잔인
[Review] 공공의 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