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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이 막바지로 치닫던 시기의 도쿄. 사창가에서 일했던 여인(에구치 노리코)은 일을 그만두고 소설가(나가세 마사토시)와 동거를 시작한다. 하지만 그녀는 ‘육체적 기쁨’을 느끼지 못하고 폭력적이고 일방적인 관계에서만 약간의 자극을 느낄 뿐이다. 한편 전쟁터에서 오른팔을 잃은 군인(무라카미 준)은 겨우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지만 알 수 없는 이유로 아내에게 ‘육체적 기쁨’을 주지 못한다. 그러나 우연한 기회에 자신의 몸이 ‘특정 상황’에서만 반응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그날부터 쌀을 미끼로 다른 여인들을 성폭행하기 시작한다. 패전이 확실시된 가운데 여인과 소설가는 곧 다가올 죽음을 기다리며 서로의 몸을 탐닉하고, 군인은 계속해서 여인들을 폭행한다. 과연 이 세 사람의 잔혹한 운명은 어떤 결말을 맞을까.
삶의 의미를 찾지 못하는 사람들이 육체의 쾌락에 탐닉한다는 주제는 영화나 문학에서 오랜 전통을 갖고 있다. 일본 영화사만 한정해도 오시마 나기사, 마스무라 야스조, 이마무라 쇼헤이 등
죽음을 경유해 삶에 집착하다 <전쟁과 한 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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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오는 아침이면 오전 수업을 빼먹고 신주쿠교엔에 간다. 인적 없이 푸르고 축축한 정원엔 비와 선선한 공기가 그윽하다. 15살 다카오는 언젠가 멋진 구두 디자이너가 되고 싶다. 아빠는 돌아가셨고, 엄마는 연하 애인과 살림을 차렸고, 형이 독립을 시작하자 그는 혼자다. 6월의 비 오는 어느 날 공원 벤치를 찾은 다카오는 걷는 법을 잊어버린 듯한 이십대 중반의 유키노를 만난다. 투명한 꿈을 품은 애어른 다카오와 ‘그날’ 이후 거짓투성이인 어른아이 유키노는 고즈넉한 공원 정자에 앉아 비 오는 날이면 서로에 대해 조금씩 알아간다. 천둥소리, 희미하게 울리네, 구름이 끼고, 비라도 내린다면, 당신은 여기 있어줄까? 일본 옛 시집 <만요슈>에 나오는 시에서처럼, 비가 와야만 함께할 수 있던 다카오와 유키노. 장마 그리고 이어지는 무더운 여름이 지나고도 소나기처럼 우연했던 이들의 만남이 지속될 수 있을까.
신카이 마코토는 전작을 통해 감성멜로와 판타지의 세계를 교차해 보여줬다. 그
싱그러운 여름 애니메이션 <언어의 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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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수(손현주)는 성공한 사업가다. 고급 아파트에서 처자식과 함께 남부러울 것 없는 가정을 이루며 살고 있다. 하지만 어린 시절 형 성철에 대한 죄책감과 그것으로 인한 결벽증으로 괴로워한다. 어느 날, 그에게 한통의 전화가 걸려온다. 수개월째 연락이 되지 않는 형의 아파트를 비워달라는 아파트 관리실로부터 걸려온 전화였다. 수십년 만에 찾아간 형의 아파트에서 그는 집집마다 초인종 아래에 그려진 이상한 낙서를 발견한다. 그 집에 살고 있는 사람의 수, 성별을 뜻하는 낙서다. 그리고 그곳에서 형을 알고 있는 ‘이웃’ 주희(문정희) 가족도 만난다. 성철의 동생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주희는 성수에게 “당신의 형이 더이상 내 딸을 훔쳐보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경고한다. 다시 집으로 돌아온 뒤 그는 형의 아파트에서 본 낙서가 자신의 아파트에도 그려져 있음을 알게 된다.
<숨바꼭질>은 아파트 낙서 괴담을 호러 스릴러 장르로 풀어나가는 작품이다. 친숙하지만 옆집에 누가 사는지 알 수 없
아파트 낙서 괴담 <숨바꼭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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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당 아래 분당’이라 불렸던 분당에 최악의 바이러스가 퍼진다. 밀입국 노동자들을 분당으로 실어 나른 남자가 원인 불명의 바이러스에 감염돼 사망하고, 그로부터 채 24시간이 되지 않아 분당의 모든 병원에서 동일한 증상을 보이는 환자들이 속출한다. 정부는 국가재난사태를 발령, 급기야 도시 폐쇄라는 초유의 결정을 내린다. 한편, 구조대원 지구(장혁)는 지하철 공사장 함몰 사건으로 위기에 처한 감염내과 전문의 인해(수애)를 구하면서 그녀의 딸 미르(박민하)까지 알게 된다. 지구는 폐쇄령이 내려진 도시에서 바이러스 대책을 세우느라 바쁜 인해를 대신해 미르를 돌보면서, 혼란에 빠진 시민들 속에서 고군분투한다. 하지만 격리된 분당 시민과 감염의심자들은 정부의 부당한 처우에 항의하며 거대한 시위대로 변모해 서울로 향한다.
공교롭게도 정유정 작가가 <7년의 밤> 이후 최근 발표한 장편 <28>도 전염병을 소재로 삼고 있다. 서울 인근 인구 39만의 도시 ‘화양’에 정체불명
극단적 광기와 마주하다 <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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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대 소녀 엠케이는 오랜만에 아빠와 살기 위해 돌아왔지만, 괴짜 과학자 아빠는 숲속 작은 존재들을 증명하기 위한 연구에만 골몰해 있다. 초록 숲에는 우리 눈에는 보이지 않는 세계가 있다. 우연히 기이한 소동에 빠져든 엠케이는 숲의 생명을 품은 꽃봉오리를 보호하기 위해 문제아 노드, 수다쟁이 달팽이 듀오와 함께 험난한 모험을 펼치게 된다. 어두운 세력을 이끄는 맨드레이크는 초록 숲의 생명을 파괴하고자 호시탐탐 기회를 노린다.
<에픽: 숲속의 전설>의 전체적인 이야기는 생령의 인격화, 소녀의 모험담, 선악 갈등의 패턴을 선보이는데, 독창성에 욕심내지 않고 고전적인 방식을 따랐다. 작은 존재의 기이한 모험을 다룬다는 점에서 <엄지공주>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같은 유럽 동화의 전통을, 숲의 정령을 다룬다는 점에서 <이웃집 토토로>나 <모모모케 히메> 같은 에코 아니메의 전통을 반반씩 계승하고 있다. 식물을 의인화하는 방식에선 &
초록 숲의 황홀한 비주얼 <에픽: 숲속의 전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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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드나잇 선>은 독특한 감수성의 뱀파이어영화다. 주인공 제이콥(잭 킬버그)은 햇빛에도 화상을 입는 약한 피부 때문에 야간 경비원으로 일하며 홀로 살아간다. 그는 최근 찾아온 지독한 허기로 당혹스러워하다 우연한 계기로 자신이 원하는 것이 피라는 사실을 알아차린다. 그날 이후 미친 듯이 피를 찾아 거리를 헤매던 제이콥은 결국 인간의 피까지 손을 대고 만다. 하지만 허기를 채우면 채울수록 그의 정체성은 더욱 혼란스러워지고, 그 와중에 최근 가까워진 여자친구 메리(마야 패리시)와의 관계마저 엉망으로 꼬여간다. 한편 거리에서 사인을 알 수 없는 여성의 시체가 발견되자 제이콥은 이것이 자신의 소행일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사로잡힌다.
지금까지 영화와 문학에 등장한 수많은 뱀파이어 중 <미드나잇 선>의 제이콥은 유난히 약한 축에 속한다. 육체의 힘으로 보나 정신력으로 보나 그는 보통 인간의 평균에도 미치지 못한다. 발길질에 걷어채고 햇빛을 피해 허겁지겁 지하로 도망쳐 들
연약한 뱀파이어 <미드나잇 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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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모두 먹고 섹스하며 죽는다. 아우슈비츠에서 살아남은 아빠, 섹시하지 않은 엄마, 그리고 언제 죽을지 모르는 할머니와 함께 사는 8살 소녀에게 이 당연한 세상의 이치는 수수께끼 같다. 어린 라셸(줄리엣 곰버트)에게 죽음과 섹스로 가득한 세계는 알 수 없는 기호들로 가득하다. 라셸은 개학 전날의 불안감으로 인해 잘 때도 책가방을 메고 자는 순하고 내성적인 소녀다. 학교에서는 얄망궂고 대담한 발레리(안나 르마르샹)와 짝이 되어 둘도 없는 친구가 된다. 학교에서 섹시한 여선생의 은밀한 성생활을 엿보게 된 소녀들은 어른들의 괴이한 습속에 대한 호기심을 무럭무럭 키워간다. 라셸은 트레블라 선생에게 가서 자신의 마음을 상담받는다. 하지만 사는 게 버거운 사람은 어린 소녀만이 아니다.
라셸과 발레리 부모의 만남이 잦아지면서 아빠는 엉망인 자기 집 부엌은 아랑곳 않고 매력적인 싱글맘을 엄마로 둔 발레리네 부엌을 고쳐주고 있다. 한편 치매에 걸린 어머니, 자신의 죽음을 상상하는 어린 딸,
세상의 비밀을 알아가는 사랑스러운 이야기 <나에게서 온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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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1년의 스페인. 고통을 못 느끼는 아이들이 있다. 이들은 자기 몸에 불을 붙이거나 서로 손톱을 떼어내며 장난을 치고, 배가 고프면 자기 살을 뜯어먹는다. 사람들에게 공포를 일으키는 아이들은 결국 수용소에 격리당한다. 오직 홀스만 박사만이 아이들에게 ‘고통’을 가르치며 이들을 다시 사회로 돌려보내려 하지만 내전으로 인한 혼란스러운 정세 때문에 실패하고 만다. 한편 현재의 스페인에서 살고 있는 다비드(알렉스 브렌데뮬)는 백혈병을 고치기 위해 부모에게 골수 이식을 받기로 한다. 그러나 부모는 다비드가 입양아라는 사실을 뒤늦게 알려주고, 다비드는 자신의 과거와 친부모를 찾기 위해 경찰이었던 아버지가 일했던 감옥으로 찾아간다. 그리고 그곳에서 고통을 느끼지 못하는 아이들과 스페인의 역사에 대한 충격적인 진실과 마주한다.
<페인리스>는 공포효과를 전시하는 호러영화라기보다는 스페인 내전과 그 뒤 이어진 프랑코 정권의 악명 높은 독재를 그린 역사 미스터리물에 가깝다. 고통을 못
시대의 아픔을 생생히 증언하다 <페인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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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인 출신의 극우 반공주의자 할아버지(이봉규), 유산을 받아 펑펑 쓰며 놀고 싶은 손자(차래형), 돈을 노리고 이들에게 접근하는 정체불명의 여자(한은비), 이 셋이 삼각관계를 이루며 긴장을 조성하는 스릴러다. 돈을 목적으로 살인을 계획한다는 점에서 스릴러는 맞는데 여기서 비롯되는 긴장감은 크지 않다. 오히려 한 여자를 두고 벌이는 할아버지와 손자의 신경전이 스릴있다. 지훈은 할아버지가 암으로 곧 돌아가실 거라는 말을 듣자 유산을 상속받을 꿈에 부푼다. 젊은 시절 학생운동을 했던 아버지는 일찍부터 할아버지 눈 밖에 났으니 자연스레 상속 1순위는 자신이라 생각한다. 지훈은 이를 확실하게 해두기 위해 짐을 싸서 할아버지 농장으로 달려간다.
길어야 몇 개월이면 될 거라 생각했던 시골 생활이 4년째 이어지자 지훈은 더는 참기 힘든 지경에 이른다. 설상가상 할아버지는 날로 건강해지고 검은 머리까지 나기 시작한다. 실망과 분노에 찬 지훈은 무작정 서울로 올라와 친구들과 광란의 밤을 보낸다.
돈을 둘러싼 갈등과 암투 <죽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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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머페트의 출생의 비밀이 밝혀진다. 그녀는 가가멜이 만들어낸 가짜 스머프였지만 파파 스머프의 사랑과 돌봄으로 스머프 마을의 일원이 되었다. 정체성의 혼란을 겪고 있는 스머페트에게 파파 스머프는 “어떻게 태어났느냐는 중요하지 않아. 어떻게 살아가느냐가 중요한 거야”라는 말로 끊임없이 조언을 해준다. 한편 가가멜은 더 강력한 마법의 힘을 구하기 위해 ‘스머프 묘약’을 만들 줄 아는 스머페트를 납치해온다. 스머프들은 스머페트를 구출하기 위해 다시 한번 인간세계로 모험을 떠난다.
1편은 인간세계로 떨어진 스머프들을 뒤쫓는 가가멜의 추격극이었다면 2편은 가가멜의 납치로 시작된 구출극이다. 스머프도 스머프지만 항상 가가멜의 행동에서부터 이야기가 출발된다는 점이 흥미롭다. 만약 가가멜이 없었다면 스머프 마을은 그저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답니다’라는 문장으로 귀결되는 심심한 동네로 남았을 것이다. 가가멜의 목소리를 맡은 박명수는 완벽한 싱크로율의 연기를 통해 가가멜에게 한층 더 높은 리얼리티
‘가가멜’ 박명수의 완벽한 싱크로율 <개구쟁이 스머프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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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타라는 이름을 가진 흑인 여성의 인터뷰 장면부터 영화는 시작된다. 그녀는 자신이 일했던 잰슨가에 대해 이야기한다. 1969년 여름, 아니타는 전형적인 남부 백인 중산층 가정의 가정부와 보모 역할을 해왔다. 특히 둘째 아들 잭(잭 에프런)은 자신을 돌봐준 아니타를 엄마처럼 따른다. 아내와 엄마 자리가 비어 있다는 점을 빼고 이 가정에는 아무 문제가 없어 보인다. 당시 그 지역 최대 이슈는 백인 보안관이 잔인하게 피습된 사건으로, 추잡하고 더러운 인물이라 평가받았지만 살해당한 뒤 시내에 동상이 세워졌다. 동네를 떠들썩하게 만든 일이지만 잰슨가와는 관련이 없어 보였다. 그런데 잭의 형 워드(매튜 매커너헤이)가 취재를 위해 모트 카운티로 돌아오면서 형제는 이 사건의 중심에 휘말리고 비극이 예고된다.
인권운동가이자 <마이애미 타임스> 기자인 워드는 보안관 살해 용의자로 수감된 힐러리 반 웨더(존 쿠색)가 누명을 썼다고 확신하고 진실을 파헤치기로 결심한다. 그가 이 사건 조사
욕망이 떠미는 힘 <페이퍼보이: 사형수의 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