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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랜드는 미국 자체가 디즈니랜드라는 사실을 은폐하기 위해 존재한다”고 어느 철학자가 말했던가. <화이트 하우스 다운>은 백악관을 종종 그 디즈니랜드와 다를 바 없는 테마파크로 둔갑시켜온 롤랜드 에머리히의 전형적인 할리우드 액션영화다. 오바마의 백악관보다 스릴 넘치는 이 테마파크의 안내자는, <다이하드> 시리즈의 존 맥클레인의 대를 이으려는 듯 흰 소매 셔츠 차림으로 동분서주하는 사내 존 케일(채닝 테이텀)이다. 그에겐 미국의 대통령 제임스 소이어(제이미 폭스)를 여느 슈퍼히어로보다 동경하는 딸이 있다. 그는 딸의 마음을 얻고자 대통령 경호원 면접에도 응시하지만 고배를 마시고 대신 딸과 백악관 투어에 나서는데, 공교롭게도 마침 쳐들어온 테러 집단으로부터 목숨을 걸고 대통령을 구해내야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
<다이하드> 같은 액션영화를 가족영화로 확장시킨 듯한 이 영화의 강세는 의외로 액션보다 코미디에 찍힌다. 캐릭터, 대사, 소품, 상황 등
전형적인 할리우드 액션영화 <화이트 하우스 다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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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비에 마르샬 감독은 제55회 베를린국제영화제의 8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된 전작 <오르페브르 36번가>로 이미 한차례 호평받은 바 있다. 끊임없이 갱들의 사연에 천착해온 그답게 <대부: 끝나지 않은 이야기>에서도 갱의 이야기를 이어간다. 게다가 이번엔 실화다.
어린 시절, 집시 캠프에서 자란 모몽(제랄드 랑뱅)은 곤란에 처했을 때 도와준 서지(체키 카료)와 친구가 된다. “20살, 나도 모르는 새에 내 미래는 정해졌다”는 극중 대사처럼 장난으로 훔친 체리 한 상자는 둘의 삶을 암흑가로 밀어넣는다. 감옥을 다녀온 뒤 조직에서 발을 빼지 못하고 그대로 나이들어버린 모몽과 서지는 어느덧 리옹 갱들의 대부가 되어 있다. 모몽은 아내와 평범한 삶을 살고 싶어 하지만 쉽지 않다. 서지는 제어빕 일당과 작당해 조직을 배신했다가 교도소에 가게 된다. 모몽은 서지를 교도소에서 빼내주지만 이 일로 다시 지저분한 패거리에 얽혀든다. 제어빕 일당은 숨은 서지를 찾기 위해 모몽과
“나도 모르는 새에 내 미래는 정해졌다” <대부: 끝나지 않은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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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에 부모에게 버림받고 천애고아로 자라난 홀리(신이). 그녀는 기지촌의 클럽에서 춤을 추는 일로 돈을 벌면서 고등학생 딸 완이(민아)를 억척스럽게 키워낸 미혼모다. 댄서로 일하며 온갖 괄시와 천대를 받는 그녀는 하나뿐인 딸만큼은 번듯하게 키우려는 소망으로 하루하루 고된 생활을 이겨나간다. 하지만 피는 못 속이는 법, 완이는 홀리처럼 춤에 재능과 흥미를 보이며 발레리나의 꿈을 키우기 시작한다. 게다가 때마침 찾아온 홀리의 고아원 시절 친구이자 성공한 발레리나인 수진(정애연)이 완이의 재능을 알아보자, 모녀 관계는 갈등에 빠진다. 홀리는 수진이 부유한 외국인 부부에게 먼저 입양되기 위해 자신을 속였다고 기억하고 있기에 더더욱 딸을 내주려 하지 않고, 세 여자 사이의 갈등의 골은 점점 더 깊어진다.
<홀리>는 다수의 뮤직비디오와 CF를 연출해온 박병환 감독의 장편영화 데뷔작이다. 모녀의 갈등과 화해, 꿈 많은 소녀의 성장통을 그린 영화는 감각적인 영상미와 따뜻한 감성을
꿈 많은 소녀의 성장통 <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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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시청률을 자랑하는 아동용 TV만화 <부와 지노의 모험>은 상상의 세계 ‘가야’에서 벌어지는 가야인 영웅 부와 그의 친구 지노에 대한 이야기다. 하지만 꿈과 모험이 가득한 이 낭만적인 세계는 어느 날, 저조한 시청률 덕분에 자신의 프로그램을 빼앗긴 괴짜 과학자 아이슬리의 음모로 위기에 처하게 된다. 직접 공들여 개발한 양성자 로켓으로 차원을 뛰어넘을 수 있게 된 아이슬리는 만화 속 세계 가야로 들어가 가야의 보물 ‘댈러마이트’와 부, 지노, 공주 애틀란타와 말썽꾸러기 악동삼총사를 현실세계로 이동시킨다. 부와 지노는 적이었던 악동삼총사와 힘을 합쳐 댈러마이트를 되찾아야 함은 물론이고, 다음 방송시간에 맞춰 만화 속 세상으로 되돌아가 TV프로그램 또한 지켜내야 한다.
<백 투 가야>는 제작 전 과정이 독일에서 이루어진 최초의 컴퓨터애니메이션으로, 기획단계에서부터 야심차게 세계시장을 겨냥했다. 하지만 완성품은 화려한 컴퓨터그래픽 말고는 많은 면에서 부족하다.
최초의 컴퓨터애니메이션 <백 투 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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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연금술 같은 것으로 인간을 만들어내려 했다면 현대 과학은 기계장치와 전기를 응용해 로봇을 만들고 있다. 스스로 진화해 인간을 뛰어넘는 지능을 갖춘 로봇이 반란을 꾀하는 이야기도 자주 보았고, 인간과 진정한 사랑을 원하는 애달픈 로봇의 사연도 많이 접했다. 로봇을 소재로 한 <로봇G>도 인간과 로봇의 관계를 다룬다. 하지만 여타의 할리우드 블록버스터급 로봇영화들과는 다른 차원이다. 그 차이는 기술이나 제작비의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 언젠가는 SF영화에 등장하는 인간과 구별하기조차 어려운 로봇도 만들어질 수 있겠지만 현재는 인간과 로봇이 협력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보여준다. 코믹하고 소박한 분위기의 이 영화에는 로봇으로 세상을 정복하거나 거대 이윤을 창출하려는 원대한 목표 자체가 없다. 그러다 보니 로봇을 인간의 피조물로 통제하려는 음모도 없는 게 당연하다.
기무라 전기회사는 홍보용 로봇을 만들자는 아이디어를 실행하기로 하고 제작팀을 꾸린다. 하지만 제작팀으로 발탁된
인간과 로봇의 관계 <로봇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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틈만 나면 티격태격 싸우다가도 금세 죽고 못 사는 사이로 돌아오곤 하는 소피(장은숙)와 조나단(남도형) 남매는 방학을 맞아 숲속에 있는 할아버지(온영삼) 집에 놀러간다. “어디서든 놀아도 좋지만 깊은 숲으로 통하는 문은 나서지 말라”는 할아버지의 경고에 따라 남매는 마당에서만 놀기로 한다. 졸졸 따라다니는 소피가 귀찮은 조나단은 소피가 숲으로 통하는 문 밖에 있음을 알면서도 문을 열어주지 않는다. 소피는 어디론가 사라져버리고, 소피를 찾아 깊은 숲으로 따라들어간 조나단은 괴이한 동물들과 만나게 된다. 숲을 등에 이고 다니는 거대한 곰 토토를 본 조나단은 놀라 도망치던 중 사냥꾼(시영준)에게 신세를 지게 된다. 사냥꾼은 토토를 잡기 위해 벼르고, 조나단은 사냥꾼에 맞서 토토를 지키려 한다. 과연 조나단은 소피와 토토를 구해내 할아버지 집으로 무사히 돌아올 수 있을까.
또 한편의 따뜻한 유럽 애니메이션이 도착했다. 자연친화적이고 착한 애니메이션이지만 느리거나 지루하지 않다. 사냥꾼의
‘문 뒤의 또 다른 세상’ <토토의 움직이는 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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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생사여탈권을 갖고 있다고 믿는 ‘신(God) 콤플렉스’에 빠진 의사는 광기어린 연쇄살인범으로 자주 등장한다. <닥터>의 주인공인 성형외과 최고 권위자인 최인범(김창완) 역시 그런 망상과 광기를 내포하고 있다. 그는 젊고 아름다운 아내(배소은) 위에 군림하며, 그녀에게 자신의 로봇처럼 움직이기를 강요한다. 아내인 순정도 그의 작품이다. 외모는 완벽하게 변신시켰지만 순정이 본래 갖고 있던 습성이 불쑥 튀어나와 그의 비위를 거스를 때면 “천박”하다며 호되게 면박을 준다. 집, 병원은 그의 왕궁이고 거기서 그는 제왕이 된다. 냉철해 보이지만 충동적인 인범은 “말 안 듣는 것들은 모두 없어져야 해”라는 폭언도 서슴지 않는다. 자신의 왕국에 균열이 생겼음을 감지하는 건 순정의 외도를 발견하고 나서부터다. 물질적 풍요를 위해 인범과 살고 있지만 속으로는 그를 경멸하는 순정은 젊은 헬스 코치(서건우)와 바람을 피우고 있다.
장모 살해에 인육 시식까지 하드 코어 장면이 등장하는
병원 괴담 <닥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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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르디외에 의하면 특정 ‘예술’에 대한 선호는 대체로 학력 자본과 출신 성분에 의해 결정된다. 특히 ‘음악’적 취향만큼 한 사람의 계급을 분명하게 확정해주고 분류해주는 것은 없다고 한다. 음악회에 가거나 악기를 연주하는 일은 연극을 보러 가거나 미술관에 가는 일보다 더 대중적이지 않기도 하지만 ‘음악은 정신예술 중에서 가장 정신적인 것으로 음악에 대한 사랑은 정신적 깊이에 대한 보증’이 되기 때문이다. 영화에서도 음악은 종종 주인공의 정신적 순수성 혹은 선천적인 문화적 감수성을 증명하는 지표로 사용되기도 한다. 가령 <귀여운 여인>의 비비안이 출신 성분에 가려진 ‘진주’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라 트라비아타>를 활용했던 것처럼 말이다.
리자 랑세트 감독의 <퓨어>는 순수한 음악적 열정에 휩싸인 소녀의 냉혹한 모험담을 통해 문화적 허위의식과 부르주아의 위선을 드러낸다. 유튜브에서 우연히 모차르트의 레퀴엠을 듣고 클래식의 세계에 빠져버린 카타리나(알
음악적 열정에 휩싸인 소녀의 모험담 <퓨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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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적인 바이올리니스트 나세르 알리는 자신의 바이올린을 잃게 된 이후 더이상 연주를 하지 못하게 되고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없어 자살을 감행한다. 그런데 어떤 식으로든 단숨에 죽는 것은 ‘너무 아플 것 같아’ 자기 침대에 누워 죽음이 자신을 찾아오기를 기다리기로 한다. 영화는 사신(死神)이 그의 목숨을 거둬가기까지 일주일 동안 그가 침대 속에서 반추하는 삶의 중요한 순간들을 몽환적이면서 유머러스하게 풀어내고 있다. 나세르 알리의 마지막 일주일은 자신의 유년 시절과 엄마의 죽음, 가족 그리고 ‘이란’이라는 첫사랑 여인에 대한 기억으로 채워져 있다. 그는 그녀와의 사랑과 실연을 통해 음악적 기술자가 아닌 예술가로 거듭날 수 있었다.
2007년 칸 심사위원상을 수상했던 <페르세폴리스>처럼 이 영화도 감독 마르잔 사트라피 자신의 그래픽 소설을 기반으로 하고 있으며, 빈센트 파로노드와 공동 연출로 완성했다. 사트라피 감독은 프랑스의 ‘국민 배우’인 마티외 아말릭을 주연으로 프랑
운명적 사랑의 허황함 <어느 예술가의 마지막 일주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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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는 첫사랑과 불치병이 멜로드라마의 단골 소재였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편지> <선물> <국화꽃향기> 같은 최루성 멜로드라마가 나름 선전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요즘 이러한 소재로 최루성 멜로드라마의 시나리오를 썼다가는 영화사에서 문전박대당할 게 분명하다. 하지만 한/중 합작영화 <이별계약>은 ‘한국형 멜로’로 중국에 소개된 최루성 멜로드라마 장르가 지금의 중국 영화시장에서 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하나의 사례가 되었다.
리싱(펑위옌)과 차오차오(바이바이허)는 고등학교 시절부터 서로 사랑을 키워온 사이다. 그러던 어느 날, 청혼을 하는 리싱에게 차오차오가 냉정한 태도로 이별을 통보한다. 결국 두 사람은 “5년 뒤에도 둘 다 독신으로 남을 경우 결혼하기로 한다”는 내용의 이별계약서를 작성하고 헤어진다. 5년 뒤. 유능한 셰프로 성공한 리싱이 차오차오에게 자신의 결혼 소식을 전해온다. 5년 동안 리싱과의 만남을 학수고대해온
두 청춘의 사랑 이야기 <이별계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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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사랑했던 한 남자의 평범하지 않았던 실제 삶을 영화화한 범죄극 <버니>는 한순간도 상투적인 진행을 따라가지 않은 채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는 순간까지 이야기의 긴장감을 유지한다. 실력있는 장의사이자 예술감독인 버니(잭 블랙)는 활발하고 따뜻한 성격으로 동네 사람들에게 훌륭한 평판을 얻는다. 반면 마을의 소문난 부자인 마조리 여사(셜리 매클레인)는 괴팍한 성격 때문에 최악의 평판을 얻고 있다. 하지만 버니는 특유의 다정함으로 결국 그녀의 마음을 열고 유일한 친구로서 즐거운 시간을 함께 보낸다. 과연 이 이상한 ‘커플’은 앞으로도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을까.
<버니>는 리처드 링클레이터가 무엇을 가장 잘하는 감독인지 새삼스럽게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영화다. 일단 가장 인상적인 것은 스토리텔링 방식이다. 영화는 상영시간 내내 마을 주민들의 인터뷰와 작게 나뉜 에피소드들로 이야기를 끌고 나가는데, 이 에피소드는 단지 일상의 평범함을 그릴 뿐이다. 하지만 이
세상에 대한 기묘한 미스터리 <버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