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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정말 좋아해요.” “저는 사람을 너무 좋아하는 것 같아요.” 이 두 마디 뒤에 그는 “여행을 가면 꼭 친구를 만들어요. 그래서 전세계에 친구가 있죠”라고 이었다. 마치 그게 날마다 꾸는 꿈인 것처럼. 몽상가의 기질을 가진 윤진서는 아니나 다를까, 베르톨루치의 <몽상가들>을 너무나 좋아한다며, 그 영화와 사랑에 빠져서 그걸 몇번이나 봤다고 했다. “그 주인공들이 꼭 저 같았어요! 저도 걔네들 사이에 끼어서 같이 루브르박물관을 막 뛰어다니고 싶었어요!” 소녀처럼 주먹을 꼭 쥔다. 윤진서는 강경옥의 동명 만화를 원작으로 한 공포물 <두사람이다>의 개봉을 앞두고 있다. 소년의 ‘옆집 내 첫사랑’ 같은 이미지로 시작해서 엉뚱하거나 깍쟁이 같은 여자들을 거치고 최근에는 바람 피우는 유부녀를 능청스레 연기해낸 윤진서는 <올드보이> 이후 4년 동안 느리다면 느리게 자기 길을 걸어왔다. <두사람이다>에 나온 것과 동시에 장률 감독의 신작 <이
진서는 한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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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이 왔다. 올해 부천영화제에 깜짝 초청된 미이케 다카시의 신작 <용이 간다>는 숫제 놀이다. 플레이스테이션용 액션 게임 <류가 고토쿠>를 영화화한 이 작품은 “영화=놀이”라는 미이케의 공식에 아주 잘 들어맞는 영화로, 끈적끈적한 신주쿠 뒷골목의 인간들을 손바닥 위에 올려놓고 즐겁게 노는 데 온 힘을 쏟는다. 그러나 ‘이것이 바로 미이케 다카시 영화지!’라며 무릎을 친다면 미이케의 면박을 받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는 일년에 서너편의 영화를 뚝딱뚝딱 주문생산하는 열정적인 장인이다. 제작사에서 부탁하는 영화라면 웬만한 것은 다 오케이다. 여전히 비디오용 V시네마와 TV드라마를 만들면서 때때로(최근에는 종종) 상업적인 메이저 영화를 만들기도 한다. “감독은 영화를 열심히 만드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미이케는 또 “감독의 개성을 자의적으로 드러내는 영화는 재미없다”고 내뱉는 남자이기도 하다.
미이케 다카시는 부천에 도착하기 겨우 이틀 전에 신작 <스키야키 웨스턴
“일본영화가 호황이라는 건 절대 인정 못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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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거울도 못 봤는데….” 인터뷰 전에 사진부터 찍자고 했더니 최은희 선생은 같이 자리한 며느리에게 거울부터 달라 한다. 선생의 첫마디를 해석하면 이렇다. “나 할머니 아냐. 나 여배우야!” 카페 안의 조그마한 정원으로 선생을 인도했는데, 이번엔 사진기자가 호되게 당한다. 시선을 카메라쪽으로 유인하려는 사진기자에게 선생은 계속 “나, 정사진은 안 찍는데…”라며 놀리듯 허공으로 눈빛을 쏘아올린다. 일흔을 넘긴 연세지만, 여전히 배우로 살아가는 최은희 선생과의 만남은 다소 진땀나는 승강이로 시작됐다. 1960년대 한국영화의 황금기를 이끌었고, 거대한 영화왕국 신필름의 안살림을 챙겼으며, 1978년 납북된 뒤에는 북한영화에도 영향을 끼친 선생의 드라마틱한 인생을 어디서부터 여쭤야 하는 것일까. 고령에도 불구하고 고(故) 신상옥 감독을 기리기 위한 2007 공주 천마 신상옥 청년영화제(8월10∼14일) 준비에 여념이 없는 선생을 대면하자마자 숨이 턱 막혀왔다. 눈치챈 것일까. 질문지를
“앞으로 나하고 영화 같이 하자고 한 게 프러포즈였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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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민은 짐작보다 달변이었다. 비유는 풍성했고 예시를 끌어쓰거나 농담을 섞어가며 마음을 녹였다. 울림있는 목소리와 진심어린 어조. 대학 시절 이태원에서 스키복을 팔며 대단한 세일즈 실력을 뽐냈다는 일화는 어쩌면 농담처럼 웃어넘길 일이 아니었다. 우린 모두 그 목소리 때문에 김명민, 혹은 장준혁의 마력에 묘하게 이끌리지 않았던가. <리턴> 개봉을 앞두고 만난 김명민은 <하얀거탑>에서 완전히 벗어나지는 못한 듯했다. 동시에 장준혁의 그림자를 끊임없이 의식하기에는 10여년의 연기생활 동안 그가 끈질기게 쌓은 탑이 그보다 훨씬 크고 높고 단단해 보였다. 적지 않은 작품에서 조·단역으로 단련받고, <카이스트>로 얼굴을 알리고, <뜨거운 것이 좋아> <성난 얼굴로 돌아보라> 등을 거치고, <소름>으로 스크린에 데뷔하고, <거울 속으로>와 <스턴트맨>을 이겨내고, 드라마 <불멸의 이순신> <하
깊고 깊은 그 남자의 음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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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신촌에서 열린 <화려한 휴가>의 일반 시사회. 관객은 상영 직후 김상경과 함께 무대인사에 나온 박철민을 감독이라고 넘겨짚었을 것이다. 게다가 요즘 출연작 때문에 콧수염까지 길러 붙였으니 그의 얼굴을 알고 있는 이라도 쉽사리 분간이 어려웠다. 관객 또한 불과 몇분 전까지 총알 빗발치는 정글에서 예비군 통지서를 돌렸다는 전설의 월남방위 인봉이의 주접세례에 웃음보를 터트렸으면서도 폭소를 안긴 주인공을 선뜻 알아차리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다. 개사료를 영양제 삼아 투지를 불사르던 <목포는 항구다>의 가오리로 얼굴을 알리고, <불멸의 이순신>의 김완 역으로 팬층을 두텁게 했지만, 여전히 얼굴을 찬찬히 훑고 나서야 ‘아∼’ 하고 무릎을 치게 되는 배우. 박철민은 <부활의 노래>(1990) 이후 최근까지 40편에 달하는 영화에 출연했지만, 워낙 출연 분량이 적은 탓에 그동안 ‘잠깐 배우’로 인식되어왔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화려한 휴가>
먹물을 빼고 80년 5월의 광주 안으로 쑥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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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16일 오전, 영화기자들에게 보도자료 하나가 전달됐다. 강우석 감독이 신작으로 <공공의 적> 1편의 속편 격인 <강철중>(부제: 공공의 적1-1)을 선택했다는 소식을 담고 있는 이 자료에는 이 영화가 <투캅스> 1편에 가까운 코미디를 지향할 계획이고, 코미디에 일가견있는 장진 감독이 시나리오를 쓰고 있으며, 강철중 역의 설경구 외에도 정재영, 강신일, 임원희 등이 출연한다는 등의 내용이 담겨 있었다. 사실, 요즘의 강우석 감독은 좀 느끼했던 게 사실이다. <실미도> 이후 그는 <공공의 적2>에서 검사 강철중과 <한반도>에선 역사학자와 대통령의 입을 빌려 현실에 대한 발언을 우렁차게 해왔지만, 그 언어들이 너무나도 직설적이면서 일방적이었던 탓에 충분한 공감대를 얻어낼 수 없었다. 많은 사람들이 그의 신작 소식을 반기는 이유는 그런 ‘설교조’의 영화 대신 ‘강우석표 코미디’를 다시 만날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일 것이다.
“마지막 게임을 해보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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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엠파이어> <엔터테인먼트 위클리> 등 제시카 알바의 최근 해외 인터뷰 자료들을 모아 재구성한 것입니다.)
☆ 아, 아, 마이크 테스트. 잘되나요? 네, 안녕하십니까 ‘씨네섹시21’ 시청자 여러분. 저는 여러분의 이웃집 노처녀, 흔한 얼굴의 리포터 P양입니다. 오늘은 제가 여러분을 대신해서 할리우드 최고의 섹시한 여배우 제시카 알바를 만나러 할리우드로 날아왔습니다. 그녀의 최근 출연작인 <판타스틱4: 실버 서퍼의 위협>이 한국에서 개봉을 앞두고 있죠? 이 영화에서 제시카 알바는 투명인간으로 변신하는 초능력을 가진 수잔 스톰으로 열연을 했는데요, 사실 보기에 따라서는 이 영화의 열연이 새파란 바다색의 스판덱스 의상을 입은 그녀의 몸매 덕 아닐까 합니다만. 1981년생인 알바양은 20살 때 <맥심>이 뽑은 100명의 섹시한 여자 리스트에서 1위를 차지했죠. 2006년, 2007년에는 같은 설문으로 연달아 2위를 차지했군요. 그외에도
저 좀 안 예쁘게 해주세요,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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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타수가 바뀌었다. 한상준 전(前) 수석프로그래머가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의 집행위원장으로 위촉 된 건 지난 2월이다. 누구는 그에게 어울리지 않는 옷이라 했다. “그러니까 한상준이 어떤 분이죠?” 누군가가 대답했다. “그분은, 뭐랄까. 학자시지.” 그간 파행과 보이콧으로 얼룩졌던 영화제의 키를 잡을 조타수로서는 못 미더워 보인다는 말이었을까, 아니면 학자의 머리로 위도와 경도를 따지고 바람의 방향을 계산하며 영화제를 산에서 끌어내릴 수 있을 거란 기대였을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한상준 집행위원장의 지휘로 개막을 선언한 제11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의 시작이 전년에 비하면 매섭도록 화창하다는 거다. 예매율도 좋은데다 언론의 포화는 사라졌다. 솔로몬, 아니 한상준의 지혜가 어느 정도 빛을 발한 걸까. 사실 “대중성을 기반으로 하는 동시에 대중성에 부합하는 비주류영화들을 소개하겠다”는 그의 포부는 한편으로는 조금 복잡해 보이기도 했다. 약간 속좁지만 위험하고 음험하게 신나는 것들의 축
“생각보다 빨리 제자리를 찾은 것 같아서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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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7석 규모의 하이퍼텍 나다 상영관 내부는 아늑하다. 영화가 시작되기 전, 아담한 정원이 내다보이는 통유리에 커튼이 드리우기 시작하면 가슴이 설렌다. 나다의 전신으로 시네필의 성역이었던 동숭씨네마텍의 지하 카페도 그랬다. 언제고 변함없이 평온한 한편, 어떤 영화를 만나게 될 것인가 설레곤 했다. 지금의 하이퍼텍 나다의 라인업은 당시와는 비교도 안 될 만큼 다양하다. 규모의 경쟁으로 치닫는 분위기에서도 많은 이들에게 보여주고픈 신작을 소개하면서, 각종 감독들의 회고전을 준비하는 한편, 일주일에 한번 화요일 저녁에는 프랑스영화를 상영하는 시네프랑스를 진행 중이며, 7월5일부터는 매주 목요일 저녁 한국독립장편다큐멘터리를 상영한 뒤 감독과 대화하는 시간을 마련하고 있다. 의미있는 영화를 주어진 조건에서 최선을 다해 소개한다는 그 마음은 그러나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최근 이곳에서 배급한 <우리학교>가 독립영화계의 슬리퍼 히트를 기록한 것 역시 이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더욱 명확한 정체성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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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닷없는 표지라고 할지 모르겠다. 왜 지금 김민희였냐고 묻는다면 ‘너무 궁금했다’고 말하는 게 가장 솔직한 고백일 것이다. 잡지모델로 시작해 CF, 드라마, 영화를 아우르던 지난 10년 동안 그녀는 1페이지 이상의 인터뷰를 한 적이 거의 없었다. 검색창을 가득 메운 기사들은 대부분 그녀의 사생활을 들추거나 몸매를 찬양했고, 패션 스타일을 품평했다. 김민희 자신은 “처음 만난 사람과 편하고 솔직하게 이야기를 나눈다는 게 어렵기 때문”에 사양한 인터뷰가 많았다고 하지만 어쩌면 우리의 시선 자체가 그녀의 입을 닫아버렸는지도 모른다. 비로소 사람들이 그녀의 목소리를 듣고 싶어했던 건 노희경 작가의 드라마 <굿바이 솔로>에서 미리를 연기했을 때였다. 사랑을 찾아 가족을 버린 미리는 바보 같은 사랑에 웃고 울던 노희경의 여자들과 다를 바 없는 인물이었고, 사람들의 우려와 달리 김민희는 온몸으로 웃고 울며 미리를 완성해냈다. 과연 그녀에게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궁금했지만 드라마의 종영
굿바이 미리, 굿모닝 아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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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람을 알고 있다. 10여년 전쯤 영화계에 나타났고 6년 전 작은 외화 수입사 ‘스폰지’를 세우더니 어느새 브랜드형 극장까지 갖춰 전진기지로 삼은 뒤 특색있는 외국영화를 장기 상영하거나 특화된 영화제를 열면서 대안적 모델을 만들어나가고 있다. 근래는 소규모지만 놓쳐서는 안 될 한국영화를 배급하는가 싶더니, 그걸 넘어 국내외를 넘나들며 서서히 제작전선에까지 뛰어들고 있다. 즐겁게 하고 싶은 걸 하다 보니 일을 막 벌리게 되는 거라고 입버릇처럼 말하지만, 그걸 뒷받침하는 추진력이나 계산 없이는 가능하지 않은 일이다. 그가 또 모종의 프로젝트들을 무작정(!?) ‘벌리고’ 있다는 걸 알고 사무실을 찾았다. “인터뷰는 무슨. 독자들 식상하다”고 말했지만, 이것저것 빼놓지 않고 챙긴다. 그가 조성규다.
-진행 중인 프로젝트가 많다고 들었다.
=한국영화는 외화하고 또 달라서 좀 조심스럽기는 한데, 여하간 이윤기 감독의 <멋진 하루>, 용이 감독의 <오이시 맨>, 공식
“스폰지는 마이너의 어떤 상징적 존재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