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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내 영화를 100만명이 보는 일은 영원히 벌어지지 않을 것이다. 일본에서 1만명, 해외 100개국에서 또 1만명씩 보면, 결국엔 100만 정도가 모일 거라 보고 그 정도면 꽤 보람이 있는 게 아닌가, 하면서 영화를 만든다.”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이 인터뷰 초입에 농담처럼 꺼낸 그 말을 진지하게 받아들이자면, 올해 전주국제영화제에 <큐어>를 보기 위해 모인 관객들이 정확히 그 범주의 대상자들일 것이다. 게다가 2022년의 전주에선 그 중심에 ‘올해의 프로그래머’로 임명된 연상호 감독이 영화의 동료를 자처하고 나섰다. 도쿄의 평범한 군상들이 벌이는 연쇄살인 사건을 파헤치는 형사 다카베(야큐쇼 쇼지)의 불안을 담아낸 <큐어>(1997)는 25년이 지난 지금도 영화팬, 그리고 아시아 영화감독들에게 으스스한 최면 작용을 뻗치고 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지옥>을 제작 중에 <큐어>를 귀중한 영감의 대상으로 삼았다는 연상호 감독과 <부
JeonjuIFF #7호 [인터뷰] '큐어' 구로사와 기요시 X 올해의 프로그래머 연상호, 여전히 장르를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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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을 보여주지만 아무것도 규정할 수 없다. 알수록 미궁처럼 빠져드는 알프스 모텔엔 도우(이중옥)와 몸이 편치 않은 노모가 생활한다. 화 한 번 내지 않고 모텔을 관리하며 살뜰히 엄마를 모시던 도우는, 어느 날 밤 엄마가 실종된 모텔에서 눈을 뜬다. 엄마의 흔적은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고 자신의 이름을 밝히지 않는 정체불명의 손님만 모텔을 들락거린다. 실종자는 하나 둘 늘어나는데 진실을 알려 들수록 오히려 사건은 수렁 속에 빠진다. 임상수 감독의 장편 데뷔작 <파로호>는 진실과 환상의 경계를 교묘히 무너뜨리며, 관객으로 하여금 끝없는 추리를 펼치게 하는 작품이다. 도우의 엄마는 어디로 증발했고 손님의 정체는 무엇이며, 진실은 모텔의 어디에 숨겨져 있을까. 임상수 감독은 “그 모호함을 끝까지 유지하고 싶었다”고 강조한다.
- 10년 전에 쓴 단편이 <파로호>의 단초가 됐다고.
= 모텔을 운영하는 남자에 관한 이야기를 쓴 적이 있다. 장편 아이템을 고려할
JeonjuIFF #7호 [인터뷰] '파로호' 임상수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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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노센트> The Innocents
에실 보그트/노르웨이/2021년/117분/불면의 밤
어떤 세계는 누군가에게 영원히 열리지 않는다. <이노센트>가 비추는 아이들의 세계가 그렇다. 어른은 알 수 없는 아이들만의 세계. 날카롭고 스산하며 도처에 위협이 도사린 세계로 이다와 안나가 발을 들인다. 새로운 동네로 이사한 이다와 자폐증이 있는 언니 안나는 외톨이처럼 보이는 소년 벤과 피부병을 앓는 소녀 아이샤를 만나 급속도로 가까워진다. 서로가 가진 특별한 능력을 공유하면서다. 아이들은 텔레파시를 통해 멀리 떨어진 서로의 마음을 읽어내는가 하면, 염력을 써서 장난을 치기도 한다. 그러나 곧 아이들의 관계에는 어둠이 내려앉는다. 고양이를 죽이던 벤의 폭력성이 자신을 해코지한 이들에게 복수를 가하는 방식으로 발전했기 때문이다. 점차 강력해지는 벤의 능력 앞에서 도움을 청할 대상도 없이 아이들은 고립된다. 아이들 사이의 긴박한 도주극은 연쇄살인마나 괴생명체 없이도 스
JeonjuIFF #7호 [추천작] 에실 보그트 감독, '이노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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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렌의 토폴로지> Topology of Sirens
조너선 데이비스/미국/2021년/105분/영화보다 낯선
신진 음악가인 카스는 얼마 전 타계한 시골의 친척 집으로 거처를 옮겼다. 그곳에서 자신과 마찬가지로 음악을 하는 동료들과 어울리며 여러 고민들을 나눈다. 그러던 중 우연히 친척 집 다락방에 놓인 고전 악기와 미니 카세트테이프를 발견하고, 카스는 카세트테이프 주인의 흔적을 좇아 실험 음악의 세계에 입문한다. <세이렌의 토폴로지>는 기본적으로 카스의 여정을 따라가는 음악영화지만 그보다 소리의 본질에 대한 연구 집합체라 볼 수 있다. 영화는 가능한 모든 방식을 동원해 소리를 쪼개고 혼합하길 시도하고 그 과정에서 말과 음악의 경계는 종종 무너진다. 가령 카스가 인물들과 대화를 나누는 신, 그리고 여러 악기와 음악을 실험하는 과정이 영화에 병렬적으로 배치되는데 그때마다 음악이 엠비언스 사운드로 머무는 대신 인물들의 대화 속으로 적극적으로 파고드는 식이다.
JeonjuIFF #7호 [추천작] 조너선 데이비스 감독, '세이렌의 토폴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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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순>
정지혜/한국/2021년/105분/한국경쟁
결혼을 준비하는 딸과 단둘이 지내던 정순에게 새로운 만남이 찾아온다. 정순이 오랜 기간 근무한 식품공장의 동료 영수가 그 주인공. 정순과 영수는 녹록지 않은 공장 생활에서 생기를 건네는 사이로 발전한다. 그 무렵 정순은 영수가 묵는 모텔에서 자주 밤을 보내고, 두 사람은 타인의 시선이 두렵긴 하지만 즐겁다. 문제는 영수가 정순의 동영상을 촬영한 직후다. 속옷 차림으로 춤추며 노래하는 정순의 영상이 공장 직원 사이에 퍼져나가며, 정순의 일상이 멈춘다. 영상을 보며 낄낄대는 가해자와 피해자의 파괴된 일상의 대비는 잔혹하기 그지없다. 정순의 일상을 회복하기 위해 정순의 딸과 친구들이 분투하지만 대응은 좀처럼 쉽지 않다. 중년 여성 피해자에게 가해지는 선입견, 피해자를 끊임없이 회유하는 가해자의 폭력성, 피해 사실을 직접 증명해야 하는 수사 과정의 불합리함. 피해자의 회복을 요원하게 만드는 장면들은 N번방 이후를 다시 질문케
JeonjuIFF #7호 [추천작] 정지혜 감독, '정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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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윤시내를 동경해 이미테이션 가수가 된 순이(오민애)와 그런 엄마가 불만스러운 장하다(이주영)는 서로의 삶이 못마땅하다. 장하다는 자기 존재를 증명하기 싫어 가짜 뒤로 숨어버린 엄마가 참을 수 없이 밉고, 엄마 순이는 별풍선과 ‘좋아요’ 수를 위해서라면 사생활 노출도 불사하는 유튜버 장하다가 한심하다. 제대로 마주해본 지가 언젠지 까마득한 두 사람은 어느 날 갑자기 잠적한 가수 윤시내를 찾기 위한 여정에 오른다. 각자의 목적을 숨긴 채. 골이 깊은 두 모녀, 순이와 장하다를 연기한 배우 오민애와 이주영을 만났다. 촬영 후에도 개인적인 친분을 유지해오고 있다는 두 배우는 영화 촬영 현장이 즐겁고 행복했다며 연신 웃음을 나눴다. 오민애 배우와 이주영 배우가 특별한 애정을 담아 털어놓는 <윤시내가 사라졌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 이번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이주영 배우는 ‘8090 배우가 간다’라는 제목으로, 오민애 배우는 ‘전주가 사랑한 사람’이라는 타이틀로
JeonjuIFF #6호 [인터뷰] '윤시내가 사라졌다'의 배우 이주영·오민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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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을 앞둔 이의 얼굴에선 무엇을 읽어낼 수 있을까. 슬픔과 우울처럼 짙게 침잠하는 감정만이 떠오른다면, <안녕하세요>를 보며 그 위에 밝은 레이어를 하나 덧입혀보자. 차봉주 감독의 신작 <안녕하세요>는 죽음에 잠식되는 대신 새로운 목표를 세우고, 사랑하는 이와의 미래를 그리는 호스피스 병동 환자들의 일상을 그린다. 더 이상 살아갈 이유를 찾지 못하던 수미(김환희)는 호스피스 병동의 수간호사 서진(유선)의 권유로 병원에서 생활하면서 환자들의 밝은 에너지를 이어받는다. <안녕하세요>가 전주의 관객들과 인사를 나누기 전, 김환희, 이순재, 이윤지 배우를 만났다. 영화의 첫 상영을 앞두고 들뜬 기분을 숨기지 않으면서도 죽음을 앞둔 인물들의 삶의 태도에 관해 진중하게 대화를 이어나갔다.
- 영화로 뵙는 건 모두 오랜만이다. <안녕하세요>의 어떤 점 때문에 출연을 결심하게 됐나.
이윤지 시나리오를 읽을 때 마치 합창이나 오케스트라처럼 대인원
JeonjuIFF #6호 [인터뷰] '안녕하세요' 김환희, 이순재, 이윤지 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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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을 앞둔 딸과 단둘이 살던 정순(김금순)은 영수(조현우)를 만나 어렵사리 마음을 나눈다. 그러나 공장에서 함께 근무하던 영수가 정순의 내밀한 영상을 동료들에게 유포하면서 일상은 걷잡을 수 없이 무너진다. 영화 <정순>의 이야기다. 정지혜 감독은 영화를 통해 디지털 성범죄 논의에서 쉬이 언급되지 않는 이들에 대해 말하고 싶었다고 전한다. “디지털 성범죄는 젊은 사람들만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었다.” 평소 함께 다루기 어려워 보이는 두 소재를 시나리오에 녹여내고자 한다는 정지혜 감독은 한 중년 여성이 사고처럼 맞닥뜨리게 되는 사건으로부터 선입견을 깬 서사를 이끌어내고자 했다. 단편 <면도> <매혈기> <버티고>에서 보여준 불평등에 관한 풍자보다는 무겁지만, 약간의 위트와 아스라한 희망을 놓치지 않으려 노력한 작품이다. 정지혜 감독에게 첫 장편 <정순>을 제작한 전후의 사정을 들어봤다.
- <정순>의
JeonjuIFF #6호 [인터뷰] ‘정순’ 정지혜 감독, 디지털 성범죄는 젊은 사람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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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움직임> The Great Movement
키로 루소/볼리비아/2021년/85분/영화보다 낯선
볼리비아 청년 엘데르는 아프다. 몸엔 늘 기력이 없고 숨조차 가볍게 쉬지 못한다. 수도 라파스에서 도시 곳곳의 소일거리로 연명하는 그에게 신체적 아픔은 큰 약점이다. 엘데르의 대모는 그의 질환이 악마의 소행이 아닐까 추정하고, 의사는 정신적 문제로 진단한다. 어찌 됐든 차도가 없는 답답한 상황에서 막스가 엘데르의 치료를 감행한다. 막스는 산림과 마을을 전전하며 자연과 인간의 영역을 넘나드는 기이한 남성이다. 막스의 치료법 역시 신비하다. 그는 꿈과 같은 시공간 속으로 이동해 엘데르를 보거나 만난다. 그리고 라파스에 얽힌 사람과 사회, 자연 풍광의 교집합을 환상처럼 공유하는데 이는 <위대한 움직임>이 볼리비아의 면면을 그려내는 방식과도 일치한다.
<위대한 움직임>의 오프닝 시퀀스는 끊임없이 움직이는 카메라가 건물, 기계 등 라파스의 거시적 표
JeonjuIFF #6호 [추천작] 키로 루소 감독, '위대한 움직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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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의 지리학> Geographies of Solitude
재클린 밀스/캐나다/2022년/103분/국제경쟁
별이 수놓인 하늘과 바다, 한가로이 걸음을 옮기는 말들, 그 사이를 가로지르는 조이 루커스의 불빛. 고요한 밤을 지나 깊은 조감숏으로 해가 내리쬐는 섬을 조망한 뒤, 다시 카메라를 줌인해 해변가의 동물들을 비춘다. 대사 한마디 없이 잔잔히 흘러가는 이 영화의 오프닝은 뒤이어 펼쳐질 조이 루커스의 삶 그리고 영화의 메시지와 긴밀하게 연결된다. <고독의 지리학>은 환경 운동가인 조이 루커스의 행보를 기록한 다큐멘터리다. 1970년대 당시 미술 학도였던 루커스는 동료들과 함께 캐나다 노바스코샤주의 세이블섬을 방문한다. 동료들이 전부 철수한 뒤에도 루커스는 세이블섬에 남아 연구를 계속하기로 결심한다. 홀로 섬에서 살아온 지 수십년, 그에게 고독은 숙명이고 섬을 관찰하는 것은 당연한 일상이 된 지 오래다. 머문 시간이 길어지며 섬의 말들에게서 시작한 루커스
JeonjuIFF #6호 [추천작] 재클린 밀스 감독, '고독의 지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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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은원 감독의 책상 앞에 앉았던 적이 있어요. 그때 내가 1960년대에 활동한 여성감독의 책상 앞에 있네, 하고 생각했어요. 그 순간은 잊을 수가 없습니다.” 2011년 다큐멘터리 <여자만세>를 제작하며 홍은원 감독의 발자취를 좇던 신수원 감독은 취재차 방문한 홍 감독의 집에서 영화 같은 순간에 빠져들었다. 한국 영화 역사상 두 번째 여성감독 홍은원의 흔적으로부터 자신의 오래된 고민을 겹쳐 보아서다. 한국에서 여성감독으로 산다는 것. 이 오래된 화두에 답하기 위해 한국영화계에서 분주히 활약 중인 세 여성감독이 한 자리에 모였다.
4월30일 전주디지털독립영화관에서는 제23회 전주국제영화제 미니 특별전 ‘오마주: 신수원, 그리고 한국여성감독’과 함께하는 전주대담이 진행됐다. <레인보우> <오마주>의 신수원 감독을 필두로 <지금, 이대로가 좋아요> <카트>의 부지영 감독, <우리들> <우리집>의 윤가은 감독이
JeonjuIFF #5호 [스코프] 제23회 전주국제영화제 ‘전주대담 : <여자만세> <여판사>' - 신수원·부지영·윤가은 감독이 들려주는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