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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해사하게 웃는 얼굴로 청중과 만나던 정동원이 약간은 상기된 모습으로 제26회 부천영화제를 찾았다. 이번 영화제의 폐막작으로 선정된 <뉴 노멀>의 공식 일정을 소화하기 위해서다. 정동원은 영화 <기담> <곤지암>으로 잘 알려진 정범식 감독의 신작 <뉴 노멀>에 참여해 사춘기 소년 승진 역을 맡았다. <뉴 노멀>은 새로운 국면이 찾아온 지금을 살아가는 이들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일상에서 마주친 예기치 못한 사건이 이끌어내는 서스펜스를 옴니버스 형식으로 담았다. 정동원은 최지우, 이유미, 최민호, 표지훈, 하다인 등의 배우들과 함께 새로운 일상을 접하게 되는 인물을 연기했다. 지난 6월까지 이어진 전국 투어 콘서트를 소화하고 최근 종영한 드라마 <구필수는 없다>에 출연하며 쉴 틈 없이 지낸 정동원이지만, 영화제 행사만큼은 꼭 참여하고 싶었다며 열정을 내비쳤다. 공식 행사 일정인 개막식 레드 카펫에 오르기 전 정동원과
BIFAN #8호 [인터뷰] 배우 정동원, 음악도 연기도 욕심 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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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전 방송국 연기대상에서 최우수 연기상을 받은 정려원이 떨리는 목소리로 전했던 수상소감을 잊지 못한다. “<마녀의 법정>을 통해 성범죄, 성폭력에 대한 법이 강화돼 가해자들이 처벌을 제대로 받고 피해자들이 목소리를 더 높일 수 있는 기회가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는 여성·아동 대상 범죄를 다각도로 다룬 대중 드라마가 사회에 미칠 수 있는 힘에 기대를 걸며 약자들의 연대를 조심스럽게 제안했다. 올해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이하 부천영화제) 코리안 판타스틱: 장편 부문에 초청된 <하얀 차를 탄 여자> 역시 피해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정려원의 최근 행보의 연장선에 있는 작품이다. 칼에 찔려 의식을 잃은 언니를 데리고 설원병원에 도착한 도경(정려원)의 혼이 나간 얼굴은 매사에 무감한 경찰 현주(이정은)에게 미묘한 연민을 느끼게 한다. 평소답지 않게 수사에 열을 올리며 자매에게 생긴 일을 추적하던 현주는 병원에 누워있는 여자가 도경의 친언니가 아니라는
BIFAN #7호 [인터뷰] 배우 정려원 “결핍이 있는 사람은 다른 이의 결핍을 알아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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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차를 탄 여자> The Woman in the White Car
고혜진 | 한국 | 2022년 | 125분 | 코리안 판타스틱: 장편
7.13 SO10 13:30
눈덮인 산길을 달려 병원에 도착한 여자가 피투성이가 된 언니를 살려달라며 울부짖는다. 정신적 충격 때문인지 여자는 간밤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제대로 설명하지 못한다. 신고를 받고 도착한 경찰 현주(이정은)는 혼이 나가 치료도 거부하는 도경(정려원)의 모습에 기시감을 느낀다. 평소 쳇바퀴 도는 다람쥐처럼 틀에 박힌 나날을 보내던 현주였지만, 이번만큼은 도경의 사연에 관심을 가지며 수사에 남다른 의욕을 보인다. 하지만 병실에 누워 있는 여자와 도경이 친자매가 아니고, 도경의 진짜 언니는 병원에서 오래 근무한 간호사였으며, 도경이 예비 형부라고 지칭하던 남자의 어두운 과거가 드러나면서 사건은 미궁에 빠진다. 영리하게 복선을 깔아놓고 마지막까지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며 몰입도를 높이는 <하얀 차를 탄
BIFAN #7호 [프리뷰] 고혜진 감독, '하얀 차를 탄 여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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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드 갓> Mad God
필 티페트 | 미국 | 2022년 | 84분 | 매드 맥스
7.13 MM 13:30 / 7.16 CH 10:30
<스타워즈>와 <쥬라기 공원> 시리즈의 기념비적 크리처들을 탄생시켰던 특수효과 전문가 필 티페트가 만든 스톱모션 애니메이션. 낡은 스팀펑크 스타일을 연상시키는 어느 디스토피아 세계, 관객은 방독면을 쓴 ‘어쌔신’을 따라 이곳을 함께 탐험하며 기괴한 형상들을 마주치게 된다. 잠깐 등장하는 ‘마지막 인류’를 제외하면 인간 배우가 등장하지 않고 대사 없이 진행된다. 대신 <매드 갓>은 더러운 배설물과 절단된 신체, 악취의 이미지를 제멋대로 연금술하며 80~90년대 호러영화의 이미지를 부활시킨다. <로보캅2>(1990) 촬영이 중단됐을 때 처음 <매드 갓>의 아이디어를 떠올렸던 필 티페트 감독은 자투리 시간이 생길 때마다 애니메이션 작업에 매달린 결과 30여년 만에 영화를 완성해냈다
BIFAN #7호 [프리뷰] 필 티페트 감독, '매드 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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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의 망상이 현실이 된다. 학교 폭력을 당하던 중학생 호스케는 현실을 도피하기 위해 만화를 그린다. 미국의 스파이 죠지 와타나베가 랩으로 교리를 설파하는 허무달마를 암살하기 위해 K시에 침투한다는 내용의 만화다. 영화는 호스케의 상상이 실제 세계와 겹치는 순간을 포착한다. 호야 세이요 감독은 선과 악, 현실과 망상 사이의 경계선이 불분명한 중학생의 감각을 극화하기 위해 만화의 서사와 소년의 고통스러운 현실을 교차 편집하는 전략을 택했다. 컬러 화면의 만화와 흑백 화면의 현실이 반복해서 포개어지면서 무엇이 진짜이고 가짜인지 판단을 유보케 한다. 빛과 어둠을 선명히 구분 짓기보다 그 사이의 스펙트럼을 살펴보고 싶었다는 호야 세이요 감독은 소년의 순수하고도 위험한 상상력에 깊이 매료돼 있다. 1999년생인 호야 세이요 감독과 만나 그가 구축한 재기발랄한 세계에 대해 물었다.
- 제26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의 ‘부천 초이스: 장편’ 부문에 초청됐다. 소감을 전한다면.
= 오늘(
BIFAN #7호 [인터뷰] 호야 세이요 감독 “빛과 어둠 사이의 그라데이션을 표현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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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을 ‘집착하는 시네필’이라고 말하는 알렉산더 O. 필립 감독은 오래전부터 영화감독이나 특정 영화 혹은 팬덤을 주제로 독특한 다큐멘터리를 만들어왔다. 이번에는 데이비드 린치 감독의 작품과 영화 <오즈의 마법사>의 관계성을 탐구하는 다큐멘터리 <린치/오즈>로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를 찾았다. 조지 루카스와 팬덤을 분석한 <피플 vs 조지 루카스>(2010)나 앨프리드 히치콕의 <사이코>의 샤워신을 해체한 <78/52>(2017) 같은 그의 전작처럼 이번 영화에도 스크린 안팎을 넘어 데이비드 린치에 관한 일화가 풍성하게 아카이빙 되어 있다. 이번에는 이런 작업을 지속해온 알렉산더 O. 필립에 관해, 그리고 영화 <린치/오즈>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차례다.
- 데이비드 린치에 처음 매료된 건 언제였나.
= 1997년작 <로스트 하이웨이>를 보고 강렬한 인상을 받았다. 그 뒤로 데이비드 린치에게 빠졌다. 특
BIFAN #6호 [인터뷰] 알렉산더 O. 필립 감독 “데이비드 린치 영화 곳곳에 '오즈의 마법사'의 흔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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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 가는 줄 알고 차를 출발시켜요?” 손님이 택시에 올라타자마자 택시기사 태균(서현우)은 차를 몬다. “카지노 안가세요? 거기 말고 별 다른 게 있나요?” ‘코리안 판타스틱: 장편’ 섹션에서 선보이는 <썬더버드>는 돈을 향한 욕망이 노골적으로 전시되는 강원랜드를 배경으로 한 액션스릴러다. 이게 다 돈 때문이다. 주인공 태균(서현우)과 태민(이명로) 형제는 어디선가 빌린 돈을 갚아야 하고, 받아내야 한다. 태민이 도박으로 큰돈을 땄지만 그 돈을 넣어둔 자동차 ‘썬더버드’를 전당포에 저당 잡히는 바람에 차 열쇠를 얻으려면 돈을 또 구해야 한다. 돈으로 얽히고설킨 이야기와 제각각의 매력을 지닌 캐릭터는 첫 장면부터 관객을 사로잡는다. <썬더버드>는 한국영화아카데미 장편과정을 통해 이재원 감독이 각본, 연출, 편집을 맡아 완성한 영화다. 첫 장편영화로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난생처음 관객과의 대화(GV)를 한 이재원 감독은 “관객들이 어떻게 봤을지 너무 떨려서 정
BIFAN #6호 [인터뷰] 이재원 감독 “돈의 흐름을 재밌게 그려보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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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이하 부천영화제)는 환상영화학교 학장으로 브라이언 유즈나 감독을 위촉했다. 환상영화학교는 아시아 신진 영화인들을 위한 장르영화 제작 교육 및 네트워크 프로그램이다. 지난 5월엔 팬데믹 상황을 고려해 온라인 플랫폼 게더타운 내 메타버스 공간에 ‘부천 판타스틱 캐슬’을 만들어 마스터클래스를 진행했다. 하지만 부천영화제 참석을 위해 내한한 브라이언 유즈나 감독은 “굉장히 재미있는 경험이었지만 개인적으로는 사람을 직접 만나는 게 더 좋다”며 곧 있을 오프라인 마스터클래스 행사를 고대하고 있었다. <리애니메이터> 시리즈 등으로 대표되는 저예산 호러 영화의 거장, 브라이언 유즈나 감독을 만났다.
- 처음부터 호러영화를 만든 건 아니라고 들었다. 어떻게 이 세계에 입문하게 됐나.
= 원래 영화 공부를 한 적도 감독 데뷔를 준비한 적도 없었다. 대신 목수로 일하거나 그림을 그려서 팔거나 레스토랑을 운영하면서 돈을 벌었다. 그러다 취미 삼아 카메라를 갖
BIFAN #6호 [인터뷰] 브라이언 유즈나 감독 “디지털보다 고무 크리처가 더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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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숨 건 스트리밍> Deadstream
조셉 윈터, 바네사 윈터 | 미국 | 2021년 | 88분 | 아드레날린 라이드
7.12 SO6 20:00
과감한 챌린지를 일삼는 스트리머 숀이 다시 한번 무모한 체험에 나선다. 논란에 휩싸이며 6개월간의 자숙 기간을 거친 후 컴백하는 자리에서 숀은 흉가 체험 콘텐츠를 내놓는다. 11명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진 유타의 유명한 흉가에서 하룻밤 묵으며 실시간 스트리밍을 진행하겠다는 기획이다. 숀은 흉가에 도착하자마자 공포로 인해 도망칠 자신을 방지하기 위해 모든 도주로를 차단한다. 그러고는 70여년 넘게 방치된 흉가를 직접 중계하고 그에 얽힌 사연을 소개하며 시청자의 관심을 고조시킨다. 1880년에 시인 밀드렛이 자살한 자리나 영문 모르게 죽어간 아이들이 남긴 인형을 비추면서. 사건은 숀이 옷장에 붙어 있던 기묘한 판자를 깨면서 발생한다. 이 판자는 사실 흉가에 떠도는 귀신을 봉인하기 위해 설치된 부적 ‘함자’였고, 결국 숀은
BIFAN #6호 [프리뷰] 조셉 윈터, 바네사 윈터 감독, '목숨 건 스트리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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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계인 아티스트> Alien Artist
호야 세이요 | 일본 | 2021년 | 97분 | 부천 초이스: 장편
7.12 SO10 17:00
학교 폭력을 당한 소년이 악당을 물리치는 만화를 그리며 현실에서 도피한다. 허무달마가 지배하는 K시에 미국의 스파이 죠지 와타나베가 임무를 받고 침투한다는 서사의 만화다. 와타나베는 허무달마를 암살하고 ‘진리의 빛’을 내뿜는 무기 달마광현기를 찾아 나선다. 달마광현기는 무한히 퍼지는 광선을 발사해 악인을 섬멸하는 무기로,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의 관동군이 발명했다. 허무달마의 부하들은 과거 일본제국의 영광을 다시 누리고자 달마광현기를 수소문하고 와타나베는 이를 저지하고자 한다. 영화는 소년의 만화로부터 시작된다. 별다른 부연 설명 없이 곧바로 진입하는 판타지적 시공간이 당혹스럽지만, 관객은 이내 무엇이 만화이고 현실인지 구분하는 일이 무용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중요한 건 프리 스타일 랩으로 설법을 전한다는 기발한 컨
BIFAN #6호 [프리뷰] 호야 세이요 감독, '외계인 아티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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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의 진주> Jinju’s Pearl
김록경 | 한국 | 2022년 | 89분 | 메리 고 라운드
7.12 SO9 14:00 / 7.14 FA 14:00
영화감독 진주(이지현)가 진주시를 찾은 사연은 다음과 같다. 메인 촬영 장소이자 아버지의 작업 공간이었던 낡은 카페가 철거되는 날벼락을 맞은 뒤, 선배 소개로 진주에서 재계획을 짜게 된 것이다. 구사일생으로 그녀는 삼거리 다방이라는 비슷한 느낌의 장소를 발견하지만 곧 문을 닫을 거란 얘기를 전해 듣는다. 다방의 폐업 소식은 단골인 이 지역 예술인들에게도 충격을 안긴다. 얼떨결에 진주는 이들과 함께 다방 살리기 운동에 뛰어든다. 추억의 장소를 막 상실한 주인공의 마음이 비슷한 위기에 처한 낯선 장소로 스며들듯 옮겨간다. 망진산과 진주성을 담은 풍경에서는 살아남은 것의 쓸쓸함이 진하게 배어난다. 건물의 문화적 가치와 경제적 가치를 주제로 한 대화 장면은 노골적이나 건물이 빠르게 부서지고 세워지는 도시에 사는 현대
BIFAN #6호 [프리뷰] 김록경 감독, '진주의 진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