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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멘터리는 상대적으로 화제작의 극영화들에 비해 스포트라이트를 덜 받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다큐멘터리만큼 영화제와 잘 어울리는 부문도 없다. 세상을 말하는 입이나 날카로운 시선으로 지금, 여기의 목소리들을 담아내기 때문이다. 주제적인 측면뿐 만이 아니다. 새로운 언어를 고민하고 치열하고 도전하는 미학적인 성취도 돋보인다. 만약 당신이 영화제만의 분위기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반드시 다큐멘터리에 주목해야 한다. 다큐멘터리 부문을 맡을 강소원 프로그래머는 “올해만큼 다채롭고 풍성하고 도전적인 한 해도 없었다”고 말한다. 본래 위기 상황일수록 빛을 발하는 게 다큐멘터리의 속성이다. 코로나 한 가운데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하고 있는 다큐멘터리들의 면면을 소개한다.
-올해 다큐멘터리는 한층 풍성해진 만큼 크고 작은 변화들이 보인다.
=우선 여성감독들의 영화가 많아졌을 뿐 아니라 전반적인 수준도 올라갔다고 생각된다. 비단 올해만의 특징은 아니고 몇 해 동안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BIFF #2호 [인터뷰] 위기일수록 빛을 발하는 다큐멘터리, 영화제다운 모험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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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프레임드> Unframed
박정민, 손석구, 최희서, 이제훈/한국/2021년/130분/한국영화의 오늘-파노라마
<언프레임드>는 이제훈 배우가 김유경 대표, 양경모 감독과 함께 설립한 제작사 하드컷 제작의 왓챠 오리지널 프로젝트다. 박정민, 손석구, 최희서, 이제훈 네 명의 배우가 직접 시나리오를 쓰고 연출한 단편 영화 4편을 묶었다. 관통하는 주제를 공유하는 여타 옴니버스 단편과 달리 <언프레임드>는 연출자의 개성과 비전을 최대한 살려 각기 다른 색깔의 작품들을 선보인다. 박정민 감독의 <반장선거>는 초등학교 반장선거를 둘러싼 에피소드를 다룬다. 두 파벌이 대립하는 가운데 조용하고 소심한 남학생 한 명이 부정선거에 연루되면서 묘한 상황이 벌어진다. 범죄영화처럼 흥미진진한 전개 뒤로 아이들의 세계에 대한 서늘한 진실을 포착한다.
최희서 감독의 <반디>는 엄마와 함께 사는 소녀 반디의 일상을 가만히 관찰한다. 아버지 없
BIFF #2호 [프리뷰] 박정민, 손석구, 최희서, 이제훈 감독, '언프레임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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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의 나라로> Heaven: To the Land of Happiness
임상수/한국/2021년/101분/개막작
로드무비는 대체로 두 가지로 갈라진다. 길 위에서 교훈을 얻고 본래의 삶으로 돌아오거나 영원히 길 위에 머물거나. 임상수 감독은 익숙한 갈림길 앞에서 아랑곳하지 않고 가보지 못한 길을 성큼 걷는다. <그 때 그사람들>(2005), <돈의 맛>(2012)에서 증명했듯 임상수는 어떤 장르나 익숙한 소재를 끌고 들어와도 타고난 리듬을 잃지 않고 자신의 색으로 덧칠할 줄 아는 창작자다. 신작 <행복의 나라로>는 따뜻하고 유쾌한, 전형적인 로드무비다. 동시에 특유의 냉소적이면서도 인간적인 시선으로 삶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임상수의 영화다.
상식적인 사람으로 평판이 좋은 죄수번호 203(최민식)은 출소 후 딸을 만나는 것이 꿈이다. 하지만 뇌종양으로 시한부 판정을 받고 자신에게 남은 시간이 2주 밖에 없다는 선고를 듣자 탈출을
BIFF #1호 [프리뷰] 임상수 감독, '행복의 나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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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을 하루 앞둔 10월 5일. 개막식 리허설이 한창인 해운대 영화의전당 야외극장과 남포동에서 열린 전야 상영회 모습을 사진으로 담았다.
개막식이 열리는 영화의전당 야외극장. 방역 작업도 꼼꼼히.
개막식이 열리는 영화의전당 야외극장. 기술 점검도 철저히.
개막식 전날 밤. 점검 또 점검.
화제작 폴 버호벤의 를 비롯해 상영작들의 포스터가 세워진 영화의전당 앞 거리.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 전야 상영회가 10월 5일 오후 6시 부산 중구 대영극장 롯데시네마에서 열렸다. 전야 상영회 사회는 2020년 미스코리아 선 류서빈(왼쪽)과 영화감독이자 배우 남연우(오른쪽)이 맡았다.
이병진 부산시 행정부시장, 커뮤니티비프 명예운영위원장으로 위촉된 최진봉 중구청장, 허문영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왼쪽부터)이 전야 상영회에 참석했다.
전야 상영회 무대를 꾸민 정미조와 박주원 밴드의 공연.
BIFF #1호 [화보] D-1, 부산국제영화제 개막 전날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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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땅이 꽤 넓어요.” 박선영 프로그래머는 일본과 서아시아, 동남아시아를 제외한 아시아 지역의 영화를 담당하고 있다. 중화권 영화와 인도영화를 포함하고 있으니, 담당 권역의 땅 크기와 인구수는 확실히 압도적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올해 박선영 프로그래머는 부산국제영화제의 두가지 특별전을 도맡아 진행했다. 여성감독이 만든 최고의 아시아영화를 선정해 소개하는 ‘원더우먼스 무비’와 21세기 중국영화의 특징을 살피는 ‘중국영화, 새로운 목소리’까지, 아시아영화의 과거, 현재, 미래의 지형도를 그리는 데 힘을 쏟았다. 원석의 영화들을 한편이라도 더 소개하고자 애쓰는 모습에선 아시아영화(인)에 대한 애정이 듬뿍 묻어났다.
-코로나19로 아시아 출장길이 다 막히면서 업무에도 크고 작은 변화가 생겼겠다.
=사람들을 만날 수 없게 된 게 가장 아쉽다. 만나서 영화 얘기도 하고, 신작 소식도 듣고, APM(아시아프로젝트마켓)에 끌어오기도 하고, ACF(아시아영화펀드)에 지원하라 얘기도 하고
BIFF #1호 [인터뷰] 코로나19도 막을 수 없는 아시아영화의 생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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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가언 프로그래머 추천작
볼코노고프 대위 탈출하다/Captain Volkonogov Escaped/나타샤 메르쿨로바, 알렉세이 추포브/2021년/127분/월드 시네마
코로나 상황으로 인해 많은 영화를 가져오진 못했지만 러시아 영화들의 약진이 두드러지는 한 해였다. <볼코노고프 대위 탈출하다>는 부부가 공동연출한 영화로 두 번째 공동 연출작인 <모두를 놀라게 한 남자>가 부산국제영화제 플래시 포워드에 초청된 바 있다. 이번 영화는 이야기가 강한 추격 스릴러물이다. 장르 영화 팬들도 좋아할 만한 빠른 전개와 속도감이 돋보이는 가운데 섬세한 심리 묘사도 놓치지 않는다.
디저티드/Deserted/카드리 크뢰우사르/2021년/92분/월드 시네마
칸국제영화제 주목할만한 시선상을 수상한 <디저티드>는 그야말로 논쟁적이면서도 깊은 울림을 남기는 영화다. 중동에서 피랍된 스웨덴 사진작가와 팔레스타인 납치범의 위험한 러브 스토리를 따라가는데 익숙한 드라
BIFF #1호 [기획] 부산국제영화제 프로그래머들이 진심으로 추천한 영화들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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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남동철, 박선영, 박성호), 월드(박도신, 서승희, 박가언), 한국(정한석), 와이드앵글(강소원) 그리고 커뮤니티비프 프로그래머(정미)까지, 부산국제영화제 9인의 프로그래머들이 진심을 담아 추천한 영화들을 소개한다.
남동철 수석 프로그래머 추천작
일본 영화의 힘
스기타 쿄시 감독의 <하루하라상의 리코터>는 일본 독립영화가 여전히 새로운 재능을 배출하고 있다는 걸 증명하는 작품이다. 사건을 일일이 설명하는 대신 몇 가지 상황들을 제시하는데 시적으로 표현된 울림들이 잔잔하게 퍼져나간다. 가타야마 신조 감독의 <실종>은 짜임새와 깊이를 두루 갖춘 스릴러다. <마더>에서 봉준호 감독의 조감독을 맡았던 가타야마 감독의 내공을 확인할 수 있다. 오픈 시네마에서 만날 수 있는 구사노 쇼고 감독의 <그녀가 좋아하는 것은>은 상업 극영화의 재기발랄함을 확인할 수 있다. 대중 영화적인 재미뿐 아니라 진지한 문제의식도 겸비한 복합적인 매력의
BIFF #1호 [기획] 부산국제영화제 프로그래머들이 진심으로 추천한 영화들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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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부터 부산국제영화제에서 한국 장편 극영화 선정을 담당하고 있는 정한석 프로그래머는 <씨네21> 기자 출신에 오랫동안 영화평론가로 활동해왔다. 잘 알려지지 않은 독립영화와 신인 감독의 진가를 알아보고 전파해 온 안목은 올해 출품된 약 150여 편의 한국영화 속에서 보배를 가려내는 작업 중에서도 빛났다. 마침 부산국제영화제는 개막작으로 2년 만에 한국영화인 <행복의 나라로>를 선정했고 배우 4인(이제훈, 박정민, 최희서, 손석구)이 감독 데뷔를 꾀한 영화 <언프레임드>, OTT 작품을 상영하는 신설 섹션 온스크린의 한국 드라마 시리즈들 또한 큰 화제를 모으고 있다. 한국영화의 최신 조류를 만날 수 있는 한국영화의 오늘-비전 섹션도 언제나 그렇듯 날카롭고 풍성하다. 한국영화의 질적 도약, 그리고 외연적 확장을 두루 만날 수 있는 자리인 올해 부산국제영화제. 정한석 프로그래머는 코로나 상황에도 불구하고 “제약을 아이디어로 돌파해 고도의 형식미를 갖
BIFF #1호 [인터뷰] 정한석 프로그래머, 한국영화의 역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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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영국, 캐나다를 중심으로 비아시아 영화 선정을 담당하는 박도신 월드 프로그래머는 올해 부산이 선보이는 19편의 영미권 영화를 두고 “왕중왕전”이라 수식했다. 월드, 인터내셔널 프리미어에서 아시아 프리미어로 제한선을 낮춘 플래시 포워드 부문을 비롯해 관객과의 접점을 고려한 인기작들이 포진해 있다는 이야기다. 세계 영화제 소식에 발 빠른 부산 관객의 갈증을 채워줄 작품들을 박도신 프로그래머의 목소리로 미리 만나보았다.
-올해 비아시아 영화 선정 기준에 큰 변화가 있었다고. 플래시포워드 부문을 아시아 프리미어로 기준을 낮췄다.
=플래시포워드 섹션은 비아시아권 신인감독들의 경쟁장이었다. 월드나 인터내셔널 프리미어는 곧 신인 발굴을 목적으로 하자는 취지였는데, 이미 여러 영화제를 거치는 비아시아권 영화 중에서 뛰어난 작품을 발굴하는 것이 꽤 어려웠다. 선댄스를 비롯해 비아시아권이 신인 감독들이 출품할 수 있는 영화제들이 상당히 많지 않나. 아무래도 감독과 작품의 인지도가 떨어지
BIFF #1호 [인터뷰] 박도신 프로그래머, 영미권 영화의 왕중왕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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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상영 및 행사를 상당수 축소해야 했던 지난해와 달리 26회를 맞은 올해 부산국제영화제(10월6~15일, 이하 부산영화제)는 국내외 영화인들이 참석하는 토크 프로그램 등 오프라인 행사를 다채롭게 준비 중이다. 뿐만 아니라 거장들의 신작과 화제작도 상당수여서 시네필들의 예매 전쟁도 치열하리라 예상된다. 허문영 집행위원장은 “어쩌면 표를 구하지 못한 관객에게 욕을 좀 먹을 수도 있겠구나 싶은 생각이 든다”라며 행복한 걱정을 했지만, 실상 그는 코로나19라는 예측하기 어려운 변수와 영화제의 중장기 비전을 제시해야 하는 쉽지 않은 상황에서 집행위원장 으로서의 임기 첫해를 맞았다.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좀처럼 줄지 않고 있다. 방역 문제로 한시도 마음을 놓지 못하는 상황이겠다.
=부산의 사회적 거리두기가 3단계에서 4단계로 조정된다 하더라도 일반 상영관은 50% 좌석 운영이 가능해 큰 문제가 없다. 다만 영화의 전당 야외극장의 경우 상설 상영관이 아니기 때문에, 소극적으
BIFF #1호 [인터뷰] 고도의 예술이자 놀이로서의 영화를 두루 경험할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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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국제영화제(이하 부산영화제)는 코로나19로 인한 어려움 속에서도 극장과 관객의 만남이라는 영화제의 대원칙을 지켜왔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전면 오프라인 영화제를 준비 중인 가운데 비 온 뒤 땅이 굳는 것처럼 이전보다 훨씬 풍성하고 알찬 프로그램과 양질의 영화들을 초청, 영화의 축제를 위한 만반의 준비를 끝냈다. 프로그램 구성의 크고 작은 변화 속에서 남동철 수석 프로그래머가 강조한 것은 결국 좋은 영화를 만나고자 하는 관객의 열망을 어떻게 채워줄 것인지, 영화제의 역할이 무엇인지에 대한 원론적인 고민이었다.
당연하게 들리겠지만 위기에서 상식과 역할을 지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남동철 프로그래머는 영화제의 면면을 소개한 뒤 마지막으로 올해 영화제를 제대로 즐길 수 있는 한 가지 팁을 전했다. “올해 할 수 있는 한 많은 좌석을 마련했지만 인기작들이 모인 주말에는 티켓 구하는 게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많이 알려지지 않은 감독들의 영화 중에도 보석 같은 작품들이 즐비하다
BIFF #1호 [인터뷰] 극장과 관객의 만남을 통해 발굴과 가이드 역할을 충실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