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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대까지 안 가도 영화 볼 수 있어서 좋아요.” “영화제 한다고 매년 말만 들었는데 집 근처에서 국제영화제 행사 한다고 하니까 신기하네요.” ‘영화제’라고 하면 드는 고정관념이 있다.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이는 건 당연하지만 지역주민들에게는 왠지 어렵고 멀고 딱딱하고 엄숙할 것만 같은, 누군가의 축제처럼 느껴지기도 한 게 사실이다. 하지만 본디 영화제는 사람들이 편하게 모이고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 모두의 축제여야 한다. 이를 위해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는 전통과 변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기 위한 첫 발을 디뎠다. 동네방네비프가 그 주인공이다. 동네방네 비프는 영화를 통한 축제, 일상에 스며드는 영화를 위해 기획된 부산국제영화제의 야심찬 프로젝트다. 코로나19로 인해 극장이 점차 축소되어 가는 지금, 관객과 영화가 온전히 만날 수 있는 장을 제공하고자 부산시 14개 구·군마다 스크린을 설치하여 지역주민과 영화의 즐거움을 함께 나눈다. 지역사회와 소통하는 협력체를 지향
BIFF #7호 [기획] 동네방네 피어나는 시민들의 영화 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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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집> House of Time
라즈딥 폴, 사르미사 마이티/인도/2021년/125분/뉴 커런츠
한 의사가 계속해서 같은 하루가 반복되는 집에 납치를 당한다. 아침 9시에 팔다리가 묶인 채 눈을 뜨면 차례대로 세명의 가족 구성원(할머니, 엄마, 딸)이 의사에게 수수께끼 같은 말을 건넨다.
의사는 처음엔 현실을 부정하며 물리적인 방법으로 탈출을 시도 해보다가 차츰 그런 방식으로는 이 집의 시간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반복 사이에서 차이를 만들어내며 상황을 타개해나가려 한다. <시간의 집>의 시대 배경은 코로나19 시대, 즉 지금이다. 집에 갇혀 매일이 똑같은 것 같은 하루를 보내는 이 가족의 모습은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무한한 공포감을 자아낸다. 집밖은 위험하다고 하지만 그런데 과연 집에만 있는 게 안전한 것일까. 되풀이되는 시간 속에서 의미(차이)를 만들어내는 것은 자신의 마음에 달린 것은 아닐까. <시간의 집>은 장르
BIFF #7호 [프리뷰] 라즈딥 폴, 사르미사 마이티 감독, '시간의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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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인의 연인> Nobody's Lover
한인미/한국/2021년/137분/한국영화의 오늘-비전
내색은 않지만 삶의 기반이 심히 위태로운 두 모녀가 있는데, 엄마는 유부남과 사랑에 빠졌고 딸은 두명의 남자 사이에서 갈팡질 팡한다. “엄마는 나한테 왜 이렇게 냉정해. 나한테 이렇게까지 할이유가 뭐야?” 집에 돌아오지 않는 엄마에게 그 자신도 다분히 냉정한 어조로 항의하는 18살 유진을 보고 있으면 <만인의 연인> 을 믿게 된다. 유진은 함부로 자기를 파괴하거나 관객이 불안할 정도로 미숙하게 구는 미성년이 아니다. 그녀는 단지 조용할 뿐, 스스로 돈을 벌어 생활을 건사하고 끌리는 남자에게 저돌적으로 키스하며 자신을 모욕한 상대를 돌려세워 쏘아붙일 줄 안다. 동시에 대학생 오빠 강우에게 어른처럼 섹시하게 보이길 원하고, 조숙한 동갑내기 현욱의 보호도 받고 싶다. 놀라울 정도로 삶에 능동적이면서 아직 혼란스러운 자아의 다면성을 스스로 시험할줄 아는 여성주인공과
BIFF #7호 [프리뷰] 한인미 감독, '만인의 연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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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십리 김종분> Kim Jong-boon of Wangshimri
김진열/한국/2021년/102분/와이드 앵글- 다큐멘터리 경쟁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왕십리의 한 길거리에서 50년째 채소 장사를 이어가고 있는 83살 김종분씨가 있다. 그는 91년 5월 25일 충무로 대한극장 앞에서 노태우 정권의 퇴진을 외치는 거리시위에 참가했다가 백골단의 과잉 폭력 진압으로 목숨을 잃은 김귀정 열사의 어머니다. <왕십리 김종분>은 김귀정 열사의 30주기를 기리기 위하여 만들어진 다큐멘터리지만, 영화의 주인공만큼은 김귀정이 아닌 김종분 이다. 영화는 꽤 많은 시간을 할애해 김종분이 장사를 하며 동네 사람들과 소소한 대화를 나누는 일상을 보여준다. 그렇게 영화가 그동안 누군가의 어머니로만 불렸던 한 개인의 이름을 되찾아주자, 그는 그동안 어디에도 말하지 못했던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 영화가 이뤄낸 놀라운 성취는 그럼으로써 다시 한번 김귀정 열사에 대한 이해가
BIFF #7호 [프리뷰] 김진열 감독, '왕십리 김종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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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듭 말씀드리지만 그는 영화를 가르칠 수 있다는 개념을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허문영 집행위원장) 부산국제영화제 역사상 여러 의미로 전대미문의 마스터클래스였다. 영화를 결코 ‘클래스’에서 배운 적 없는 감독, ‘마스터’의 칭호를 그다지 달갑지 않아 하는 이 감독의 이름은 프랑스 영화의 울창한 외딴 섬, 레오스 카락스. 그의 요청대로 이번 행사는 관객과의 직접적인 소통에 집중하는 방향으로 꾸려졌다. 비기를 훔치기 위해 객석을 찾은 감독, 배우, 영화과 학생들을 비롯해 영화팬들로 가득 찬 극장은 긴장과 흥분으로 자주 술렁였다. 올해 갈라 프레젠테이션 부문에 초청된 <아네트>로 영화제를 찾은 레오스 카락스는 <소년 소녀를 만나다> <나쁜 피> <퐁네프의 연인들> <폴라 X> <홀리 모터스>까지 단 6편의 작품만으로 세계 관객에게 대체 불가능한 영화적 체험을 각인시킨 진귀한 영혼의 소유자다. 10월 10일 오후 KNN 시
BIFF #6호 [기획] 레오스 카락스의 고집, “영화와 관객이 만날 장소는 극장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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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레>는 태어난 지 21일(세이레)이 채 되지 않은 아기의 아빠 우진(서현우)이 과거의 연인 세영(류아벨)의 부고를 듣고 장례식장에 다녀온 후 불길한 일들을 겪는 이야기다. 금기를 깬 주인공이 불안과 공포를 마주하는 이야기 혹은 나쁜 생각을 품었던 남자의 죄의식과 악몽에 관한 영화라고도 할 수 있다. 여기서 흥미로운 건 우리가 일상적으로 보고 듣고 믿고 행하는 한국적 미신의 요소를 공포의 요소로 활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세종대학교와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영화를 공부한 박강 감독의 첫 장편영화 <세이레>는 올해 부산국제영화제 뉴 커런츠 부문에 초청받았다. 탄생과 죽음이라는 주제에 관심이 많다는 박강 감독을 만났다.
-최초의 이야기는 어떻게 구상했나. 모티브가 된 것이 있다면.
=과거의 경험인데, 지인이 아이가 막 태어나 장례식에 가지 못하게 됐다며 상주에게 죄송하다고 대신 전해달라고 했다. 그 말을 상주에게 전했더니 상주는 아이가 태어난 것을 축하한다고
BIFF #6호 [인터뷰] '세이레' 박강 감독, “공포영화가 아니라 공포심에 관한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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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국제영화제를 온전히 즐기는 또 하나의 방법. 영화제이기에 만날 수 있는 도전적이고 개성 넘치는 영화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면 훨씬 풍성하고 다채로운 세계가 열린다. 10월 10일 영화의전당 야외무대에서는 한국영화의 오늘-파노라마 부문 네 편의 영화 <뒤틀린 집>, <우수>, <낮과 달>, <라스트 필름>에 대한 야외무대인사가 차례로 열렸다. 코로나로 인해 막혀 있던 소통의 시간. 감독, 배우와 관객들이 소중한 만남을 통해 영화제의 온도가 훈훈하게 올라간 뜻 깊은 시간이었다.
야외무대인사 <뒤틀린 집>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 한국영화의 오늘-파노라마 섹션에 초청된 강동헌 감독의 <뒤틀린 집>. 전건우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하우스 호러, 심리 스릴러물이다. 이날 오픈토크에 참석한 강동헌 감독, 서영희, 김민재 배우(왼쪽부터)는 매혹적인 비주얼과 긴장감 넘치는 영화에 대한 솔직담백한 이야기를 나눴다. 강
BIFF #6호 [화보] “극장에서도 빨리 만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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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어로> A Hero
아스가르 파르하디/이란, 프랑스/2021년/128분/아이콘
<씨민과 나데르의 별거> <세일즈맨> 등 아스가르 파르하디의 영화에는 언제나 인물을 곤란에 빠뜨리는 도덕적 딜레마가 자리 잡고 있다. 작은 불씨가 진화하기 힘들 정도로 번져가는 광경을 지켜보면서 우리는 세계의 모순과 삶에 대한 무거운 책임을 느끼게 되기도 한다. 올해 칸영화제에서 심사위원대상을 수상한 아스가르 파르하디의 <히어로> 역시 그러한 감독의 영화적 정수가 고스란히 담긴 작품이다. 빚을 갚지 못해 교도소에 간 라힘에겐 결혼을 약속한 여자친구가 있다. 여자친구는 최근 금화가 든 가방을 주웠다. 두 사람은 금화를 팔아 라힘의 빚을 갚고 새 출발을 꿈꾸는데, 최종적으로 라힘의 양심이 그들을 돌려세운다. 가방을 주인에게 돌려주기로 한 것이다. 금화의 주인을 찾아준 라힘의 선행은 곧 세상에 알려진다. 방송까지 탄 라힘은 순식간에 착한 영웅이 된다. 그러
BIFF #6호 [프리뷰] 아스가르 파르하디 '히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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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고 일상적인 이야기를 다룬 영화다. 우리가 과거를 돌아볼 때 마음속에 벌어지는 많은 생각들을 담아내고 싶었다.” <소피의 세계>는 외국인 친구 소피가 친구들의 집에 묵었던 나흘간의 시간을, 한참이 지난 뒤 다시금 되돌아보는 이야기다. 되돌아본다는 것은 영화의 본질이기도 하다. 모든 영화는 결국 재현이고, 카메라는 지나간 시간을 현재로 복원시킨다. 다시 볼 때, 찬찬히 생각할 때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 있다. 우리가 반복되는 일상이란 핑계로 놓치고 지나가버렸을지도 모를 보석 같은 순간들. <소피의 세계>는 그 소중한 감정들을 정성스럽게 주워 모아 관객 앞에 선물한다. 이제한 감독은 오랫동안 다닌 회사를 퇴사하고 처음으로 연출한 장편영화에서 자신이 어떤 종류의 연출자인지 선명하게 색을 드러냈다. 확신컨대 언젠가 만들어질 이제한 감독의 차기작들은 앞으로 여러 영화제들을 통해 관객들과 꾸준히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시간이 흐른 뒤 그의 첫 발자국인 <소피의 세계
BIFF #6호 [인터뷰]당신의 오늘을 위로하는 과거의 조각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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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 땅> Memory Land
킴퀴 부이/베트남, 독일/2021년/99분/뉴 커런츠
어느 화장터를 거쳐가는 사람들의 죽음에 관한 세 가지 이야기가 펼쳐진다. 시작은 작고 허름한 집 안, 죽은 노인 여성의 몸에서 쉬이 빠져나오지 못하는 혼령이 남은 아들을 걱정하며 육신의 경계 위로 어른거린다. 아들은 이웃집이 파둔 묫자리를 거부하고 엄마를 4번 소각실에서 화장시킨다. <기억의 땅>은 이 화장터 소각실을 매개로 연루된 서너명의 인물들을 경유하면서 그들에게 내려앉은 절망과 권태를 기록한다. 살해당한 남편을 같은 곳에서 화장한 젊은 미망인은 남편의 유골을 조상의 묘소로 다시 가져가 제의를 치러야 하고, 다가올 죽음을 염려하는 어떤 노부부는 화장을 피하기 위해 상조 회사를 찾는다. 영화는 죽음과 영혼, 장례 의식이 갖는 신비성을 살아 있는 사람들의 삶과 대결시킨다. 비디오아트의 영역을 넘나들며 죽음을 둘러싼 관념과 의식을 그러모은 다음, 이를 우연적이
BIFF #6호 [프리뷰] 킴퀴 부이 감독, '기억의 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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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에는 덥고 밤에는 춥고> Hot in Day, Cold at Night
박송열/한국/2021년/90분/한국영화의 오늘-비전
경제적으로 넉넉지 않은 젊은 부부는 대부분의 시간을 자신들의 아파트에서 보내며 각자 구직 활동 중이다. 영태(박송열)와 정희(원향라), 작은 것에도 기뻐할 줄 알고 만족할 줄 아는 이 도덕적인 부부의 상황은 그러나 좀처럼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정희는 생활비가 빠듯해지자 남편 몰래 사금융에서 돈을 빌리고, 영태는 믿었던 선배에게 빌려준 카메라를 돌려받지 못할 상황에 놓인다. 그런데도 부부는 인간의 존엄과 신뢰와 도리를 생각한다. 빌린 카메라를 팔아버렸다는 선배에게 카메라값으로 300만원을 받은 영태는 어쩐지 돈을 너무 많이 받은 것 같다며 100만원을 다시 돌려주는 인물이다. <낮에는 덥고 밤에는 춥고>는 자본주의 시스템에 너무도 어울리지 않는 부부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비극적 상황도 희극으로 승화하는 웃픈 코미디다.
BIFF #6호 [프리뷰] 박송열 감독, '낮에는 덥고 밤에는 춥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