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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토피아 디스토피아]
세 청년
지난해 가을, 9·11 사건과 관련한 어떤 이의 발언을 격렬하게 비판한 며칠 뒤, 이오덕 선생이 내 글을 읽었다며 전화 메모를 남겼다. 화가 나신 건가 싶었지만, 설사 야단을 맞더라도 이분이라면 할 수 없는 일이지 싶어(그는 지난 반세기 동안 한국의 아이들과 한국의 말을 위해 가장 비타협적으로 싸워온 전사다) 다음날 일찌감치 전화를 드렸다. 그는 내 글을
2002-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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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토피아 디스토피아]
자영업
‘indie’라는 미제(美製) 단어는 한글로 ‘인디’라고 번역된다. 요즘은 이런 표음(表音)이 표의(表意)보다 더 효과적이다. 즉, 인디를 ‘독립’으로 번역하면 어감이 바뀐다. ‘indie’의 어원이 ‘independent’라서 직역한 것이겠지만 뉘앙스가 달라진다. 무엇보다도 한국인에게 독립이라는 단어는 정치적으로 다가오고, 그것도 ‘민족’과 연관해서 다가
2002-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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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토피아 디스토피아]
노출
몸을 드러낸 여자들은 도시의 여름을 긴장시킨다. 탱크톱에 핫팬츠로, 강렬하게 몸매를 드러낸 여자가 저쪽에서 걸어올 때, 더위에 늘어진 거리는 문득 성적 활기를 회복한다. 노출이 대담한 여름 여자를 볼 때마다 나는 내가 그 여자의 옷을 보고 있는지 몸을 보고 있는지 혼란에 빠진다. 그리고 이 혼란은 온갖 정의로운 담론들이 아우성치는 이 황폐한 도시에서 밥벌이
2002-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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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토피아 디스토피아]
횡설수설
한산하다. 김단과 김건은 할머니에게 가고 아내는 고창에 춤 전수를 갔다. 그들과 일주일째 연락을 끊고 있다. 가족이라는 관리 체제를 잠시 떠나보는 건 그들에게나 나에게나 유익한 일이다. 휴가철의 한산함이 끝날 무렵, 두해를 끌어온 <서준식 옥중서한>이 나온다. 832페이지 양장본. 이놈들아 이게 책이다 하는 마음으로 낸다. 객기일까. 그러나 때론
2002-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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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토피아 디스토피아]
불경(不敬)
‘인터넷에서 벌어지는 논쟁’에 대한 흥미는 이제 많이 줄어들었다. ‘익명성을 이용한 감정의 배설일 뿐 생산적 토론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이 지배적 여론이고, 나 역시 정신건강을 위해서는 여론을 따르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가끔은 ‘왜 논쟁이 반드시 생산적이고 건전해야만 하는가’라는 의문이 들기도 한다. 유심히 관찰하면 논쟁을 ‘생산적이고 건전한’
2002-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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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토피아 디스토피아]
기브 미 초콜릿의 기억
미군에 대한 나의 생각은 그다지 진보적이거나 자주적인 것이 못 된다. 나는 내 유년의 배고픔과 공포의 추억 속에서만 미군을 생각할 수 있다. 나이 오십이 훨씬 넘은 지금도 나는 길에서 주한미군을 마주치면 주눅이 들어서 피해간다.아아, 미군. 먼지를 일으키며 달리는 미군 지프를 따라가면서 그들이 던져주는 초콜릿을 받아먹으며 나는 자랐다. 나보다 좀더 나이 많
2002-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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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토피아 디스토피아]
편지3 - 하나되면 죽는 사람들
해미님. 월드컵이 끝나고 히딩크도 고향으로 돌아갔지만 여진은 남습니다. 고단한 사람들이 모처럼 맞은 축제의 달콤한 기억을 쉽게 잊지 못하는 건 당연한 일일 겁니다. “히딩크, 당신의 능력을 보여주세요”에서 “4700만 우리 모두 가슴 벅차게 행복했습니다”로 이어지는 삼성카드의 심령부흥회풍 광고(이 기괴한 광고에 왜 아무도 항의하지 않는 걸까요)나, 월드컵에
2002-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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