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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
메뚜기도 한철
어릴 때 본 영화의 한 장면에서 처음 그것을 보았다. 초원의 맑은 하늘 위에 갑자기 몰려든 검은 비구름. 귀를 찢을 듯한 굉음이 울리고 곧 그것은 하늘을 덮고, 태양을 가리고, 익어 고개를 숙인- 드넓은 논의 이삭들 위로 작은 폭탄처럼 쏟아져내렸다. 저게 뭐예요? 저것은, 메뚜기란다. 대수롭잖게 아버지가 얘기했지만, 메뚜기, 하면 ‘폴짝폴짝’을 떠올리던 어
글: 이다혜 │
2003-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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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
지식인
인터넷으로 어느 시사잡지에 실린 스와핑에 관한 기사를 읽다가 외국의 관련 사이트를 소개하고 있기에 웹 브라우저의 주소창에 주소를 입력하고 엔터를 치니 그 사이트로 가는 듯하다 난데없이 ‘두루넷 유해정보 차단 서비스’라는 화면이 뜬다. 어라, 이상하다 싶어 다시 해봐도 마찬가지다. 유해정보를 아예 서버에서 원천적으로 막아주는, 내가 신경써서 차단 프로그램을
글: 권은주 │
2003-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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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
슬픔의 바오밥나무
어린 왕자의 소혹성 B612호의 면적은 11평 정도가 아닐까 싶다. 그러니까 11평의 아파트를 생각해도 좋고, 그 아파트의 바닥을 구체(具體)로 뭉친 형태를 상상해도 좋을 것이다. 말건 펴건, 어쨌거나 11평이란 공간은 그리 넓은 곳이 아니다. 아니, 90%의 사람들은 그곳을 좁다고 말한다. 5%의 사람들은 그런 평수가 있는지도 모르고, 나머지는 기권이다.
글: 권은주 │
2003-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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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
관객의 삶: <신과 함께 가라>
수학자로 유명한 피타고라스는 자신을 ‘철학자’라 부른 최초의 사람인데, 그는 이것을 설명하기 위해 인생을 올림피아 경기 축제에 비유하고 거기서 발견할 수 있는 세 가지 태도를 거론하였다. 축제가 벌어지면 그곳에서 장사를 하거나 즐기기 위해 오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경기에 참가하여 명예를 얻으려는 사람도 있고, 오로지 묵묵히 그것을 보기 위해 모이는 사람도
글: 박혜명 │
2003-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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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
착각
그러니까 옛날인데, 로버트 윌슨이란 인물이 있었다. 영국인이었고, 런던에서 병원을 개업한 외과의사였으며, 남자였다. 울컥, 하지 마라. 고작 그런 이유로 로버트 윌슨이 유명해진 것은 아니니까. 그의 이름이 세상에 알려진 것은 한장의 사진 때문이었다. 영국과, 런던과, 병원과, 남자와는 아무 상관없는- 말해 무엇하지만 한장의 괴수(怪獸) 사진이었다.세월은 흘
글: 이다혜 │
2003-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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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
본질과 관객: <파리,텍사스>
영화를 보러 가는 관객의 가장 기본적인 목적은 극장비를 건지는 데 있다. 그런데 문제는 어떤 경우에 ‘극장비를 건졌다’고 판단하는지가 관객마다 다르다는 데 있다. 이는 영화 관객만이 아니라 자기 돈과 시간을 들여서 뭔가를 보거나 읽는, 모든 관객 또는 독자에게 해당되는 문제이기도 하다. 물론 가끔은 돈과 시간을 전혀 들이지 않고 지나가다 우연히 건성으로 본
글: 강유원 │
2003-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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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
죽고 싶은 건 당연한 거야
인체의 세포는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분열해. 그럼 하나의 세포가 두개로 늘어나느냐? 아니지. 둘 중 하나만 살아남는 거야. 생각해봐. 두개의 세포가 모두 살아남으면, 인간은 곧 거인이 되겠지. 즉 다른 한쪽이 상대적으로 작아지면서- 그 속에 분열과정에서 생긴 노폐물과 독소가 모두 담기는 거야. 즉, 자멸이지. 바로 그 때문에 살아남은 세포는 청결한 세포,
글: 박민규 │
2003-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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