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창] [이창] 수애와 저는 서로를 깊이 사랑합니다 S#12 거실(INT-N) 어둡고 고요한 거실, 문 밖에서 키도어의 비밀번호를 누르는 소리가 들리고 곧이어 문이 열리며 복도의 강렬한 한줄기 빛과 함께 들어서는 여자, 수애. 거실등도 켜지 않은 채 구두를 벗고 재킷을 벗어 소파에 아무렇게나 던져버리고는 부엌으로 사라지는 수애. 어둠 속에서도 망설임 없는 그녀의 움직임은 그곳이 그녀에겐 익숙한 글: 신정구 │ 2005-09-02
- [이창] [이창] 그리움 경제가 어렵다는 얘기를 몇년째 듣는지 모르겠다. 가끔 좋은 시절이 있기는 있는 모양인데, 이상하게도 나는 항상 그 시절이 지난 다음에야 그것을 알게 된다. 경제가 잘 돌아가는 동안에는 아무도 내게 그런 얘기를 해주지 않기 때문이다. 지금 경제가 어려운 것은 사람들이 돈을 쓰지 않기 때문이라고 한다. 쓰고 싶어도 쓸 돈이 없는 경우는 어쩔 수 없 글: 안규철 │ 2005-02-18
- [이창] [이창] 지우개 지금 당신의 책상 서랍이나 필통 속에는 아마 지우개가 한두개쯤 들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아주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그것을 사용할 일이 거의 없을 것이다. 학교에 다니는 동안 연필과 함께 늘 챙겨야 했던 이 보잘것없는 고무덩어리는 글씨를 쓰거나 계산을 할 때 번번이 일어나는 실수를 처리해주는 아주 요긴한 물건이었지만, 학교를 마친 다음부터는 쓸모가 없 글·그림: 안규철 │ 2005-01-14
- [이창] 그냥 13월로 넘어가면 어떨까? 한해가 저물어간다. 어느새 또 일년이 지나가고 나도 이젠 스물을 훌쩍 뛰어넘는 나이가 됐다(참고로 스물을 훌쩍 뛰어넘는다는 표현엔 아주 다양하고 폭넓은 나이들이 포함된다). 나이와 상관없이 연말이 되면 사람들은 변한다. 겨울이라 그런가? 아니지…. 더운 나라 사람들도 추운 나라 사람들도 추웠다 더웠다 하는 나라 사람들도 아마 다 그럴 거다. 평소와 다 글: 장진 │ 2005-01-07
- [이창] 타임머신 요즘 과일은 계절을 가리지 않고 나온다. 딸기나 참외 같은 것들을 한겨울 동네 슈퍼에서도 흔히 구할 수 있으니, 거기서 예전 같은 감동을 느낄 이유가 없어졌다. 야채는 비닐하우스에서 사시사철 생산되고 과일들은 냉장 창고에 보존된다. 도시 외곽과 농촌의 풍경을 점점 더 낯설게 만드는 이 두 종류의 집은, 시간에 관여한다는 점에서 일종의 타임머신이라 할 수 있 글: 안규철 │ 2004-12-27
- [이창] 좀만 옆으로 비켜줘 녀석이 죽었다.몹쓸 병에 걸려 적지 않은 투병 생활을 했고 꽤 많은 돈과 시간을 투자했지만 별다른 효력도 보지 못하고 그 녀석은 죽었다. 애를 쓰다가 결국, 녀석은 죽었다. 사실, 그 녀석이 애를 쓴 건 별로 없었다. 뭐가 그리 태평인지… 어떤 사후의 멋진 세상을 꿈꾸는지 죽음으로 가는 녀석의 표정과 기운은 죽음을 생각 안 하는 그 어떤 사람보다 훨씬 나았 글: 장진 │ 2004-12-17
- [이창] 건강검진 40 중반을 넘기면서부터 나는 아내의 손에 이끌려 2년마다 한번씩 건강검진을 받으러 병원에 가는 신세가 되었다. 혈관과 간에 문제가 있던 분의 아들이고, 그 유전적 기질을 고스란히 물려받아 일 중독자에 각종 기호품의 중독자인 나로서는 싫어도 어쩔 수 없는 일이다.중년의 나이로 건강검진을 받다보면 사람이 산다는 것의 구차함을 새삼 느끼게 된다. 낯선 의사 앞 글: 안규철 │ 2004-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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