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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비평]
'사라진 시간' 속 형구의 삶은 왜 바뀌었을까
한 남자가 있다. 그는 경찰이고 아내와 두 아들을 가족으로 둔 가장이다. 거나하게 술에 취한 밤이 지나고 그의 삶이 뒤바뀐다. 이제 그는 초등학교 교사고 아내와 아들이 없는 미혼의 남자다. 남자는 자신을 전자의 인물로 기억하는데 그를 제외한 모든 사람들은 그를 후자의 인물로 여긴다. 남자의 설움은 그 간극에서 비롯된다. 영화가 절반쯤 진행됐을 때 등장하는
글: 박정원 │
2020-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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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비평]
농인과 청인의 다른 문화를 가로지르는 '나는보리'의 성취와 아쉬움
푸른 하늘이 화면 가득 차 있고, 소녀가 조심스레 프레임 안으로 걸어들어온다. 소녀는 좁다란 무언가의 위를 걷고 있는지 양팔을 들어 균형을 잡는데, 흡사 여린 날개를 펼쳐드는 작은 새의 몸짓처럼도 보인다. 아이는 이내 무언가를 보았는지 환하게 웃으며 인사를 건네고, 다시 프레임 밖으로 유유히 걸어나간다. 그런데 아이는 어느 곳을 걷고 무엇을 본 것일까.
글: 홍은미 │
2020-0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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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비평]
'파도를 걷는 소년'을 보고 남은 의구심에 대하여
<파도를 걷는 소년>의 기본 공간 배경은 제주도지만, 주인공인 김수(곽민규)를 중심에 놓고 좀더 세분화해서 살펴보면 크게 세개의 장소, 그러니까 인력사무소, 서핑클럽, 김수의 집으로 구성돼 있다. 그리고 저 너머에 이상향처럼 엄마가 살고 있는 중국, 하이난이 (엽서처럼) 있다. 거친 단순화를 용서한다면 공간적 배경으로만 놓고 볼 때 <파도
글: 우혜경 │
2020-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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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비평]
'부부의 세계'와 '인간수업'이 재현하지 말았어야 할 것들
온라인상에서 드라마 <부부의 세계>와 <인간수업>을 말할 때 자주 발견되는 표현은 ‘사이다 전개’ 그리고 ‘마라맛’이다. 마라맛은 강하고 자극적인 막장의 ‘매운맛’에서 진화해 어딘가 고급스럽다는 뉘앙스를 풍긴다. 감상을 맛에 비유하기 시작한 것은 말초적인 자극에 익숙해진 요즘의 창작-소비의 형태를 표상한다. 하이라이트 구간을 인터넷
글: 김소미 │
2020-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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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비평]
'바람의 언덕', 박석영 감독의 전작 '스틸 플라워' '재꽃'과의 비교
사실적인 것과 자연스러운 것은 다르다. 사실적인 것이 자연스럽게 되려면 편집이 필요하다. 박석영의 영화들은 사실적이지만 자연스럽지 않다. 예를 들어 <재꽃>(2016)에서 사기를 당한 명호(박명훈)는 분노에 가득 차서 철기(김태희)를 잡겠다고 쇠지레(빠루)를 들고 다닌다. 그런데 명호는 계단에서 쇠지레의 무게와 길이 때문에 쇠지레를 놓치고 쇠지
글: 박지훈 │
2020-0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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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비평]
'너의 새는 노래할 수 있어'에서 미야케 쇼가 담아낸 것과 그것을 위한 시간에 대하여
미야케 쇼의 <너의 새는 노래할 수 있어>의 중반부엔 뜻밖의 장면들이 등장한다. ‘나’(에모토 다스쿠)와 사치코(이시바시 시즈카), 시즈오(소메타니 쇼타)가 청춘의 활기로 스크린을 감전시켜놓는 클럽 신 뒤에 이어지는 장면들에서다. 세 인물은 밤이 되면 한데 모여 취하고 웃고 떠들며 가슴 벅찬 시간을 보내지만, 낮이 되면 각자의 공간에서 시간을
글: 홍은미 │
2020-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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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비평]
'타이거 킹: 무법지대'의 관찰하는 카메라의 윤리를 묻는다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시리즈 <타이거 킹: 무법지대>(이하 <타이거 킹>)는 섬뜩한 정보에서 시작한다. 지구상에는 감금되어 사육되는 대형 고양잇과 동물들이 야생의 대형 고양잇과 동물들보다 많다. 미국에서만도 5천 마리에서 1만 마리 사이의 대형 고양잇과 동물들이 사육되고 있는데, 야생 상태의 동물들은 기껏해야 3천 마리가 조금 넘는다.
글: 듀나 │
2020-0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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