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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에서 빙의·시간여행까지 차례로 격파해 나가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세계
미스터리 작가의 두뇌는 어디까지 미칠 수 있을까. 히가시노 게이고는 물리학과 수학, 뇌이식과 심장 외과, 사법제도, 버블경제부터 빙의와 시간여행이라는 상상의 영역까지, 작가로서의 한계를 실험이라도 하듯 차례차례 격파해나간다. 현대사회의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는 그의 날카로운 눈길을 피하는 건 불가능한 듯싶다. 일본 최고의 미스터리 작가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 세계와 함께, 드라마와 영화로 옮겨진 그의 작품 중 6편을 집중 소개한다.
[히가시노 게이고] 일본 최고 미스터리작가의 헌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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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스 프로야스의 <노잉>은 압도적인 재난영화다. 나이트 샤말란적인 음모론 영화다. 요한계시록적인 지구 종말 영화다. 그리고 안드로메다로 뻗어가는 우주적 SF영화다. 그러니까 대체 이게 무슨 영화냐고? 설명하기가 쉽지 않다. 중요한 건 알렉스 프로야스가 <다크 시티> 이후 가장 프로야스적인, 모두의 뒤통수를 후려갈기는 기묘한 상업영화를 만들어냈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노잉>은 이런 질문으로부터 시작한다. “지구의 종말을 어떻게 막지?”
“지구의 종말을 어떻게 막지?” 극중의 니콜라스 케이지가 말한다. 그는 알고 있다. 자신은 지구의 종말을 막을 수 없다는 것을. 그는 <아마겟돈>의 브루스 윌리스도 아니고 <인디펜던스 데이>의 윌 스미스도 아니다. 이 찌뿌듯한 할리우드 스타의 얼굴에 비장한 영웅의 면모는 없다. 그러니까 저 대사를 들을 때쯤 영리한 관객은 대충 이해하게 될 거다. <노잉>에서 지구의 종말을 막을 수 있
[must see] <노잉> 무섭다, 정말 경이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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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살인>으로 충무로에 입성한 박대민 감독은 원래 건축을 전공하다 뒤늦게 영화과에 진출한 영화마니아였다. <키노>를 섭렵하고 벽에 포스터를 붙이며 시네키드로 성장하는 동안 그는 영화연출의 A to Z를 배웠다. 조곤조곤, 스탭과 배우와 대화를 많이 하기로 소문난 <그림자살인>의 현장. 그는 허투른 낭비없이 설계도대로 이 영화를 깔끔하게 마무리했다. 2004년 착상 이후 그를 연출자의 고민에 빠지게 한 <그림자살인>이라는 짐을 내려놓은 지금, 그는 홀가분한 기분 한편으로 첫 영화의 아쉬움을 토로한다.
-막동이 시나리오 공모전 당선작이다. 소재가 독특한데 어떻게 구상했나.
=구한말과 탐정의 컨셉은 김봉서 PD가 먼저 제안했다. 당시 연출부 스탭으로 생활했는데 김 PD가 함께 작품을 해보자고 제안했다. 구한말과 탐정이라는 요소만 있으면 뭘 해도 할 수 있겠더라. 그래서 자료 조사에 들어갔다. 탐정이 움직일 수 있는 사건은 죄다 뒤져보고,
[박대민] “역사에 얽매이기 싫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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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춤했던 충무로의 건재를 알릴 참신한 복병이 등장했다. <그림자살인>은 제법 큰 규모의 경성 시대극이자 한국 최초의 탐정 누아르물이며, 톱스타 황정민이 출연하는 상반기 기대작이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 영화를 걱정스럽게 보는 시선들도 있다. 앞선 경성 배경의 영화들은 스크린에서 별다른 흥행 성과를 얻지 못했으며, 최초의 탐정물이란 수식어는 기대와 더불어 모험을 수반한다. 누아르라는 무거운 장르는 충무로에서 시대극의 규모를 배반하는 비인기 장르다. 게다가 ‘밥상 스타’ 황정민은 최근 <검은집>에 이어 <슈퍼맨이었던 사나이>에서 거듭 부실한 타율을 기록, <너는 내 운명>의 관객 동원력을 의심케 만들었다. 그러나 걱정했던 이 장막들은 첫 공개 시사를 계기로 기우였음이 확인됐다. <그림자살인>은 걱정만큼 어둡지도, 생각만큼 가볍지도 않은 중도의 균형을 유지한다. 절반의 기대와 절반의 걱정을 놓고 볼 때 확실히 이 영화는 기대점을 더 많
<그림자살인> 좌충우돌 조선 탐정 납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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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 주먹의 하드보일드
류승완 감독은 흘러, 넘친다. 쥐어짜는 스타일은 아니다. 적어도 지금까진 그랬다. 그는 <아라한 장풍대작전>(2004) 후반작업을 진행하면서 <주먹이 운다>(2005)의 프리 프로덕션을 동시에 진행했다. ‘컷’ 소리에 모두가 탈진했던 <피도 눈물도 없이>(2002) 새벽 현장. 인천 부둣가를 바라보면서 그는 충혈된 눈으로 도시의 마천루를 날아다니는 마루치, 아라치(<아라한 장풍대작전>)를 상상했다. <내가 집행한다>의 얼개가 불쑥 떠올랐던 때도 다르지 않다. <다찌마와리: 악인이여 지옥행 급행열차를 타라>(2008)의 촬영이 잠시 지연되는 틈을 타 그는 ‘쓱싹’ 시나리오를 써내렸다. “다들 알고 있지 않나. 알프스 로케이션을 앞두고 스위스 비자가 안 나와서 얼마간 쉬었다는 거. (웃음)”
농담으로 버무린 탄생 비화, 하지만 <내가 집행한다>에 ‘키득거림’ 따윈 없다. 감옥에서 갓
[2009년, 4편의 신작 구상] 4. 류승완 감독의 <내가 집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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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의 윤리학을 새로 쓴다
2004년 말 <발레교습소>를 개봉한 뒤 변영주 감독은 쉬고 싶은 마음이었다. 직접적으로는 <발레교습소>의 흥행 실패 탓이기도 했지만, 근본적으로는 “2005년 <낮은 목소리> 1편을 개봉하고 10년 동안 5편의 영화를 만들었는데 앞으로 어떤 영화를 만들어야 할지 고민할 때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낮은 목소리> 3부작 이후 그는 <밀애>와 <발레교습소>를 통해 당대의 공기와 사람들을 포착해 보여주는 상업영화를 만들려 했지만 그의 판단으론 실패의 연속이었다. “상업영화를 만들었는데 기껏 받은 칭찬이 ‘진정성은 있다’는 것이라면 뭔가 큰 문제가 있는 게 아닌가 싶었다.” 전환점이 필요했다. 10년 만의 ‘휴가’는 그렇게 시작됐다.
반성과 새 출발을 위한 1년여의 시간 동안 변영주 감독이 가장 힘을 많이 쏟은 건 미셸 우엘벡, 척 팔라닉, 히가시노 게이고, 오쿠다 히데오 등의 소설을
[2009년, 4편의 신작 구상] 3. 변영주 감독의 <화차>(가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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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이준익다운 이야기
구름을 벗어나려 했던 사람. 서자로 태어나 세상이 가둔 굴레를 뛰어넘으려 했던 남자.
이준익 감독이 차기작으로 택한 영화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의 주인공 견자는 시대의 압박과 싸워나가는 인물이다. 그는 양반과 상민의 구별이 철벽 같았던 조선시대를 대상으로 세상의 한계를 물었고 나아가 자신의 한계와도 맞섰다. 타이거픽처스 조철현 대표의 제안으로 박흥용 작가의 만화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을 읽은 이준익 감독은 주인공 견자의 드라마틱한 면모에 마음이 끌렸다. 이후 만난 박흥용 작가의 세계관, 사고방식에도 동의했다. 자연스레 영화화를 생각했고 조철현 대표의 시나리오를 받아 같은 이름의 영화 초고를 완성했다. <즐거운 인생> <님은 먼곳에>에 밀려 뒤늦게 구체화됐지만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은 여러모로 이준익 감독의 영화세계를 떠올리게 하는 작품이다. 부정한 정치세계를 바탕으로 한 시대 설정도 그렇고, 세상
[2009년, 4편의 신작 구상] 2. 이준익 감독의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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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는 내내 무서운 영화로
솔직히 어울리지 않는다. <실미도>와 <공공의 적>의 강우석 감독이 만화가 윤태호의 웹툰 <이끼>를 연출한다는 소식은 언뜻 농담처럼 들렸다. <이끼>의 팬들도 <이끼>를 연출할 최적의 감독 리스트에 강우석을 올리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야기와 감정을 우직하게 밀어붙이는 그의 영화적 스타일과 눈빛만으로 더러운 기분을 느끼게 만들고 끊어진 필라멘트의 섬광으로 피부의 잔털들을 서게 만드는 <이끼>의 정서는 서로 멀리 있는 게 아니라 아예 다른 세계를 바라보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강우석 본인도 세간의 시선을 모를 리 없을 것이다. “당연히 알지. 네티즌은 당장 감독 바꾸라고 한다며?” (웃음) 그럼에도 강우석 감독은 지금 <이끼>를 준비한다. 그의 영화적 이력에서 볼 때, <이끼>는 자칫 무모한 도전으로 기록될지 모를 프로젝트다. 물론 강우석은 바꿔서 말한다. “그런 만큼 정말
[2009년, 4편의 신작 구상] 1. 강우석 감독의 <이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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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우석 <이끼>, 이준익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 변영주 <화차>(가제), 류승완 <내가 집행한다>
아직, 한국영화는 살아 있다.
온갖 비관적 전망에도 2009년 초반 한국영화계는 <과속스캔들>과 <워낭소리>의 예기치 않은 성공에 힘입어 예년에 비해 크게 힘이 떨어지지 않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여기에 박찬욱, 홍상수, 이창동, 봉준호, 윤제균, 최동훈, 장진 등 쟁쟁한 감독들의 영화가 준비 중이니 올해 한국영화는 예상 밖으로 풍성한 수확을 거둘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이제부터 소개하려는 중견 감독들의 신작이 제대로 가세한다면 2009년은 어쩌면 최근 들어 가장 기억할 만한 해로 남을지도 모른다. 2009년 한국영화의 화룡점정이 될 이 4편의 영화는 윤태호의 인기 만화를 원작으로 하는 강우석 감독의 스릴러 <이끼>, 박흥용의 만화를 바탕으로 한 이준익 감독의 액션영화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
[2009년, 4편의 신작 구상] 한국영화 BIG 4, 베일을 벗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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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엘과 에단, 코언 형제는 장르 변주의 달인이다. 필름누아르를 교묘하게 뒤틀었던 데뷔작 <블러드 심플> 이후 코언 형제는 수많은 장르를 그들만의 방식으로 다뤄왔다. 이들은 갱스터영화(<밀로스 크로싱>)나 할리우드 고전코미디(<허드서커 대리인>)는 물론이고 로맨틱코미디(<참을 수 없는 사랑>), 서부극(<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등의 틀을 빌려왔지만 그건 결국 ‘코언 형제표 영화’에 다름 아니었다.
13번째 장편영화 <번 애프터 리딩>을 통해 코언 형제가 도전한 장르는 첩보물이다. 그렇다고 이 장르 특유의 음산하고 냉혹한 분위기나 ‘본 시리즈’ 같은 현대적 첩보물의 무한 액션을 기대해서는 안된다. 이건 코언 형제의 영화니 말이다. 게다가 이들 필모그래피의 절반을 차지하는 코미디이므로 코언 버전의 007을 바란다면 당장 마음을 바꿔먹는 게 좋다. 그러니 이 영화의 관전 포인트는 ‘코언 형제가 첩보물을 어떻게 만들었을
[must see] <번 애프터 리딩> 이 ‘멍청이’들을 즐겨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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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식적인 진실 하나. 여름 기대작 중 절반은 결국 블록버스터가 아니라 디제스터(Disaster)로 판명난다. 그리고 그 자리는 예기치 않았던 히트작들이 채우곤 한다. 10편의 리스트에 이름을 올리지 않았으나 우리의 뒤통수를 멋지게 후려칠 슬리퍼 히트 예감작 5편이 여기에 있다. 몇편은 개봉 미정이다. 개봉 불능이라는 소리는 아니니 안심하시라.
<드랙 미 투 헬> Drag Me to Hell
감독 샘 레이미 출연 출연 앨리슨 로먼, 저스틴 롱 개봉예정 6월
우리는 잠시 잊고 있었다. <스파이더 맨>으로 블록버스터의 제왕이 되기 전의 샘 레이미가 <이블 데드>를 만든 호러의 마왕이었다는 걸 말이다. <드랙 미 투 헬>은 오랜만에 호러 장르로 복귀한 샘 레이미의 신작이다. 내용도 아주 B급영화스럽다. 은행 대출업무를 담당하던 크리스틴(앨리슨 로먼)과 남자친구(저스틴 롱)가 집 융자금 상환기한을 늘려달라는 노파의 부탁을 거절했다가 저주에 걸
가자, 함께 지옥으로 가자! 슬리퍼 히트 예감작 5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