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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돌과 조화의 미학을 찍는다
한국영화의 대표적인 스타일리스트는 이명세 감독이다. 그러나 멋진 이미지에 버금갈 만큼 알맹이가 얼마나 알찬가 하는 점에서 그의 스타일은 갈증을 일으키곤 한다. ‘디자인됐다’는 인공미를 주저없이 뿜어내는 이현승, 민병천의 비주얼은 빼어나지만 독창적인 세계 구축이라는 점에서 어딘가 허전함이 남는다. <정사>와 <순애보>를 거쳐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에 이른 이재용 감독의 영화들은 스타일리스트의 자의식을 앞선 감독들만큼 드러내지 않지만 ‘이재용 스타일’이라 부를 만한 일관된 그 무엇을 보여준다. ‘이재용 스타일’에선 스타일이 형식이자 곧 내용이다. 따라서 이미지의 경계 안에 머물러서는 그 전모를 밝히기 어렵다. 드라마와 캐릭터가 전복적인 듯하면서 끝내 위험하지 않고, 섹스의 공간과 상황을 변태스런 지경으로 몰고 가도 퇴폐로 흐르지 않으며, 사랑의 진정성을 부정하는 듯하면서 사랑의 판타지로 끊임없이 회귀하는 기저에는 형식
<스캔들: 조선남녀상열지사> 감독 이재용의 스타일 분석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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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르주아 vs 보헤미안
이재용 감독은 “사람이 왜 이런데?” 하는 질문을 받으면 “충청도 중산층 출신이라서 그래”라고 농담처럼 대꾸하곤 한다. 아닌 게 아니라 그의 영화에는 구질구질한 인생이 좀체 등장하지 않는다. 한결같이 넉넉한 부르주아들이다. <정사>와 <스캔들…>의 등장인물들은 시대만 달랐지 서로 조응할 만한 상류층이다. <순애보>에서 우인은 비록 동사무소의 말단 직원이지만 아버지 재산 덕에 적어도 경제적으로 부족함이 없다. 그들은 모두 부르주아이지만 동시에 보헤미안이다. 비극적으로 뒤얽힌 사랑 때문이건 남루한 일상이 지겨워서건 그들은 한곳에 머물러 있기를 거부한다. <스캔들…>의 조원이 문무에 능하나 출세에 뜻이 없고 유희를 찾아 즐기는 것도 이런 별스런 존재이기 때문일 것이다. 부르주아를 중심에 세우지만 프롤레타리아를 차별하거나 무시하지 않는다. <순애보>에서 삼류 댄서로 살면서 미혼모가 되는 리에나 불법체류자 아랍
<스캔들: 조선남녀상열지사> 감독 이재용의 스타일 분석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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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기(天氣) 거스르는 영기(映氣)로, 영화는 이렇게 단련된다. 전국 19곳 로케이션, 악천후와 싸우며 막바지 촬영 중인 <태극기 휘날리며> 살인적 강행군의 현장을 가다
<태극기 휘날리며>에 대해 알려진 것은 많지 않다. 강제규 감독이 4년 만에 메가폰을 잡았으며, 장동건과 원빈이 한국전쟁이라는 파국의 상황에 휘말리게 되는 형제로 출연하며, 순제작비 140억원 규모의 초대형 전쟁영화라는 것. 이게 전부다. 지난 2월 크랭크인한 뒤 7개월이 지났다. 일본인들의 촬영장 방문 이벤트에 한 차례 문을 연 것을 빼곤 아직까지 촬영현장을 공개한 적이 없다. 그런데 태풍 매미로 9월 말에 공개할 예정이었던 평양 시가지 세트의 상당 부분이 파손됐고, 촬영현장을 둘러볼 수 있는 시점도 10월 중으로 또 미뤄졌다. 목마른 자가 우물을 찾듯, <씨네21>은 제작사가 원치 않는 방문을 강행했고 가까스로 그동안의 고생담을 듣고 촬영현장을 엿볼 수 있었다. “아직도 안 갔어?
<태극기 휘날리며> 현장 급습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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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19곳 로케이션, 유랑하듯 촬영한다
“순제작비 140억원. 촬영기간 9개월. 촬영횟수 136회. 군복 1만9천벌, 군화 1천 켤레 제작. 1950년대 의상 4천여벌, 물품 6천여점 제작. 200여구의 시체 제작. 1천여점의 총기, 실제 크기의 탱크 , 장갑차, 증기기관차 제작. 엑스트라 동원 수 2만3천명. 주요 배우 80여명. 전체 스탭 규모 150여명.”(<태극기 휘날리며> 보도자료에서)
제작진의 자평이 아니더라도, <태극기 휘날리며>의 프로덕션 진행은 규모에 비하면 매끄러운 듯 보인다. 대규모 장면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이날 합천 현장에 상주하는 배우, 스탭만 어림잡아 400명. 많은 날은 촬영장에 800명의 인원이 오간다. 제작부가 17명, 연출부가 9명 등인 것만 봐도 여타 영화의 3배는 족히 됨직한 크기다. 제작진에 따르면, 인건비만 전체 제작비의 1/3 수준인 50억원에 달한다. 그러나 엄청난 악천후에도 불구하고 이들 대규모 군단이 예
<태극기 휘날리며> 현장 급습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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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으로 몸을 가린 황매산. 해발 1100m 고지라 칼바람의 연속이다. 이방인은 얼굴을 싸매느라 정신없지만 200여명의 제작진은 아랑곳하지 않는다. “현장 분위기 처지지 않게끔 하려고” 항상 원색의 트레이닝복을 챙겨입고 촬영에 임한다는 강제규 감독. 폭파장면 촬영에 들어가기 직전, 배우들과 스탭들을 독려하며 꼼꼼히 리허설을 준비하던 그에게 불쑥 몇 가지를 물었다.
-태풍 때문에 피해가 크겠다.
=예산이 오버되고 일정에 다소 차질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처음에는 갑갑했지만 2시간 만에 맘 고쳐먹고 어떻게 하면 빨리 수습할 수 있을까를 고민했다. 걱정한다고 무너진 세트가 벌떡 일어나는 건 아니잖나. (웃음) 이번 일로 대세에 큰 지장이 있는 것도 아니다. 벌써 110회를 넘겼는데 이 정도로 뭘. 예산 걱정들 하는데 우린 최대한 줄여서 시작했고, 지금도 돈 쓰는 건 긴장하고 있으니까 걱정하지 말라.
-순천 촬영 때 종일 비맞다 실신한 보조출연자들도 발생했는데 미동도 하지 않고 촬영
<태극기 휘날리며> 현장 급습 [3] - 강제규 감독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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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at is STAR TREK?‘엔터프라이즈’호 40년의 항해 그리고 뒤집어본 <스타트랙><스타트랙> 시리즈가 열 번째 극영화 <네메시스>를 세상에 내놓았다. 반가운 피카드 선장이 ‘브릿지’ 한가운데 자리잡은 <네메시스>는 낯익은 승무원들과 함께 숙적 로물루스 행성에서 진행된 음모를 파헤치는 영화. 그 자체로는 소박한 SF영화지만, 열 번째 영화가 나왔다는 것만으로도 충성스러운 팬들 ‘트레키’들은 환호를 보낼 것이다. 1966년 첫 번째 TV시리즈가 발표된 이후, <스타트랙: 넥스트 제너레이션> <스타트랙: 보이저> 등으로 세대를 거듭했고, 애니메이션과 영화, 소설 등으로 모습을 바꿔가면서 소년들을 사로잡아온 <스타트랙>. 30년이 넘도록 생명을 이어온 이 시리즈의 매력은 무엇일까? SF평론가 박상준이 한눈에 파악하기 힘든 이 오래되고 방대한 시리즈를 정리했다. 그와 함께, 미국의 개척정신과 품넓은 포용력을
40년을 이어온 <스타트랙>의 매력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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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랙> 어떻게 볼 것인가?오늘날 스타트랙은 ‘인류의 꿈과 진취성을 대변하는 멋진 SF모험극’ 정도로 인식되고 있지만 사실 그렇듯 순결(?)하고 낭만적이기만 하지는 않다. <스타트랙>과 그 문화적 위상에 대한 기존의 평가는 좀 상투적인 데가 있으므로(미국식 모험정신의 산물, 미래의 신화, 과학기술적 유토피아의 청사진 추구 등등), 여기서는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았던 숨은 맥락들을 뒤져보기로 한다. 미국 러트거스대학의 미국학 석좌교수인 브루스 프랭클린은 베트남전 당시의 <스타트랙>을 꼼꼼히 고찰한 바 있는데, 그 내용은 대략 아래와 같은 것이다. 이러한 분석은 오늘날 영화나 만화의 형태로 숱하게 접할 수 있는 미국식 SF모험담들을 어떻게 읽고 받아들여야 할지 좋은 길라잡이가 될 것이다. 물론 그 이야기의 방식들은 훨씬 더 세련되고 교묘해졌지만.<스타트랙> 오리지널 TV시리즈의 방송기간인 1966년 9월부터 1969년 6월까지는 미국 역사상
40년을 이어온 <스타트랙>의 매력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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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랙> 핵심 체크엔터프라이즈호샌프란시스코에서 건조된 첫 번째 엔터프라이즈, 정식명칭 U.S.S. 엔터프라이즈 NCC-1701호는 미국의 개척정신을 이어받은 우주선이었다. 최소한 엔터프라이즈를 지휘했던 미국 출신 세 번째 선장 제임스 T. 커크는 그렇게 자부했을 것이다. 400명 넘는 승무원을 싣고 우주공간을 도약하는 ‘워프’ 시설과 순간이동 장치를 갖추었던 우주선. 그러나 호전적인 행성 클링곤과의 전투를 겪으면서 돌이킬 수 없는 손상을 입었다. 커크 선장의 뒤를 이어 <스타트랙> 시리즈를 이어받은 장 뤽 피카드 선장은 성능이 개선된 U.S.S. 엔터프라이즈 NCC-1701-D호를 지휘했다. 승무원과 승객 1012명을 실을 수 있는 엔터프라이즈-D, U.S.S.는 워프 속도가 빨라졌을 뿐만 아니라 중추부분이 위험에 처했을 경우 선체를 분리할 수 있는 기능도 갖추었다. 이 분리 기능은 클링곤과의 전투에서 유용하게 쓰였던 방어수단. <스타트랙> 시리즈
40년을 이어온 <스타트랙>의 매력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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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파라다이스 취향대로 빠져라!10월2일 <도플갱어>로 문 여는 부산영화제, 입맛대로 즐기기 6가지 키워드부산국제영화제가 10월2일 그 여덟 번째 막을 올린다. 일본 최고의 영화작가 중 하나인 구로사와 기요시의 <도플갱어>로 막을 여는 이번 행사는 10월10일 박기형 감독의 가족잔혹극 <아카시아>로 막을 내릴 예정이다.60개국에서 온 244편의 영화가 상영되며 3천여명의 게스트가 찾아와 역대 최대 규모로 기록될 이번 영화제의 특징은 세가지로 요약될 수 있다. 첫째, 아시아의 신진감독들의 작품이 대거 참가한다는 점. 8년동안 단편부문 또는 PPP 등을 통해 발굴된 감독들의 작품이 두드러진다. 둘째, 독립적으로 제작된 한국 장편영화들이 대거 선보인다는 점. <선택> <파괴> <그 집 앞> <오구> 등은 작품성 면에서도 주목해야 할 영화들로 꼽힌다. 세번째는 지난 2년 동안 쉬었던 야외상영장이 다시 문을 연다는
제 8회 부산국제영화제,네 멋대로 즐기기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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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마귀Arimpara아시아 영화의 창 | 인도 | 무랄리 나이르 | 2003년 | 90분10월4일 오후 8시 대영1관, 6일 오후 2시30분 메가박스9관사마귀가 생긴 날<사좌>(1999)로 칸영화제 황금카메라상을 수상했던 무랄리 나이르의 신작 <사마귀>는 참으로 이상한 영화다. 하지만 이 작품엔 한마디로 딱 잘라 정의 내리기 힘든 기묘한 매력이 있다. ‘끝에서 시작하는 이야기’란 부제를 달고 있는 <사마귀>는 벌판에 쓰러져 있는 한 남자의 독백으로 시작한다. 빌리 와일더의 <선셋대로>(1950)를 떠올리게 하는 이러한 도입부 이후, 우리는 부유한 지주로서 아내와 아들과 함께 편안한 삶을 누리고 있는 남자의 모습을 보게 된다. 그런데 어느 날 그는 자신의 턱에 작은 사마귀 하나가 돋아난 것을 발견한다. 처음에 그는 이를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지만 이 사마귀는 점점 커져서 급기야 그의 얼굴만한 크기로까지 자라난다. 부르주아적 일상성에 대한
제 8회 부산국제영화제,네 멋대로 즐기기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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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y Word No. 02리 * 얼 * 리 * 즘 * 영 * 화시추현실, 투사은막(試錐現實, 投射銀幕)-----리얼리즘은 이제 지겹다고? 그렇지 않다. 여기 우리의 눈에서 쏟는 눈물과 우리의 입에서 터지는 웃음을 담아 길어올린 영화들에 주목하시길. 현실이 스크린에 쏟아져 내리면 빛과 그림자는 삶이 된다.오사마Osama새로운 물결 | 아프가니스탄 | 세디그 바르막 | 2002년 | 83분10월3일 오후 7시 메가박스6관, 6일 오후 7시 메가박스6관판도라의 상자는 희망을 지니고 있긴 한 걸까?탈레반 정권이 들어서자, 각종 기관들은 폐쇄된다. 병원에서 일하던 모녀 또한 일자리를 잃는다. 게다가 남자의 동행없이 여자는 바깥 나들이조차 금지된다. 생계를 유지할 수 없게 되자 전쟁 통에 아들을 잃은 노모는 손녀의 머리를 깎고, 남편을 잃은 여인은 딸에게 오사마라는 이름을 지어준다. 하루 아침에 소년이 된 소녀. 오사마는 우유를 파는 가게에서 조수로 일하게 되나, 얼마 지나지 않아 남
제 8회 부산국제영화제,네 멋대로 즐기기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