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헌즈 다이어리] <화씨 911>
- [정훈이 만화] <스파이더 맨2> 거미맨 성희롱 논란!
- “샤트야지트 레이가 세상을 떠났을 때 나는 몹시 울적했다. 그런데 압바스 키아로스타미의 영화를 보고 난 다음에 신이 그의 자리를 대신할 적임자를 찾아냈다는 것을 알았다.”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의 영문 포스터에 인용된 구로사와 아키라의 말이다. 나는 벽에 붙여둔 포스터에서 꼬마의 눈길과 마주칠 때마다 이 영화를 처음 본 날 몸이 느끼던 진동을 회상한다.내게 있어 프랑스 누벨바그의 첫 번째 이미지는 어린아이의 모습이다. 프랑수아 트뤼포의 때문이다. 행복하지도 않고 착하지도 않은 어린아이가 바다를 향해 내달리다가 물에 가로막혀 뒤돌아서는 그 얼어붙은 마지막 프레임이 내 가슴을 400번쯤 구타하지 않았을까.만화영화 <로보트 태권브이>에서 조그만 깡통 로봇이 가슴에 달린 양철 뚜껑을 열고 고춧가루를 발사하던 그 시절 이래로, 나는 어린이 영화에 민감하다. 그 이유를 이제는 알 것 같다. 오지 않는 무언가를 기다리며 먼 곳을 바라보거나, 마당에 떨어지는 빗방울을 어린이 영화
- [헌즈 다이어리] <해리 포터와 아즈카반의 죄수>
- [정훈이 만화] <범죄의 재구성> 은행털이 시나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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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훈이 만화] <인어공주> 애들이 사시미 뜬다고 놀려
- 2002년 베를린이었다. 그해 영화제에 온 유럽 사람들이 <블러디 선데이>에 대해서 보이는 반응은 내 감각을 넘어서는 데가 있었다. 이번주 김현정 기자의 글이 알려주듯이, 이 영화는 동시대 유럽인들의 기억 속 어딘가를 건드려 통증을 유발했던 것 같다. 그러나 당시의 내게 <블러디 선데이>의 스타일과 내용은 기억이 아니라 현실에 가까웠다. 그것을 정면으로 대하자니 어질어질한 현기증이 몰려왔다. 기억은 안전거리를 갖고 있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지금 충무로는 가까운 과거에 일어났던 실화들을 열심히 뒤쫓고 있다. 정한석 기자는 이를 두고 한국 근대사에 뚫려 있는 블랙홀로 빠져들어간다는 표현을 썼다. <살인의 추억> 마지막 장면에서 박두만 형사(송강호)가 들여다보았던 땅밑의 검은 구멍을 지금 많은 사람들이 함께 바라보고 있는 셈이다. 거기서 우리가 보는 것은 무엇인가? 왜 들여다볼까?과거를 캐는 것은 현재가 마뜩찮거나 고통스럽다는 뜻일 터이다. “도대체 왜 되돌아본다는 것은
- [헌즈 다이어리] <인어공주>
- [정훈이 만화] <트로이> 신의 아들 아켈레우스, 병무청에 가다
- 최근에 익힌 말 가운데 기특하게 쓸모 많은 것이 ‘동급 최강’이다. 급의 차이 즉 범주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평가는 각각의 범주 내부에서 내리겠다는 화법이다. 이것을 영화에 적용하면 특정 부류 자체를 옹호하거나 배척하는 대신 그 부류들 안에서 잘 만들어진 혹은 소홀한 영화들을 분별하고 평가하는 태도가 자리잡게 될 것이다. 문화 다양성이란 동급 최강이 많다는 뜻일 터.나는 여느 누구와 마찬가지로 취향이 선명한 편인데, 내가 좋아하는 범주 안에서 어지간히 잘 만들어진 영화와 별로 좋아하지 않는 부류의 동급 최강이 주는 기쁨의 총량이 얼추 비슷하지 싶다. 물론 좋아하는 부류의 동급 최강을 만나면 몽롱하게 취한 기분이 2주일쯤 간다. 취향에 따른 관대함의 차이는 어쩔 수 없는 것 같다.직업적인 이유로 시사회를 다니다 보면 참 못 만들었다 싶은 영화에도 어쩌다 걸리게 되는데, 그럴 때는 내 얼굴 아는 사람 없다면 10분 만에 일어서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실제로 만든 이에 대한 예의와 관련자 동급 최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