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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꽤 오래된 김기덕의 지지자다. 그가 베니스영화제 감독상을 받은 지금 이런 말을 하는 게 낯간지럽게 들릴지 모르지만 그간 김기덕을 지지하는 일이 쉽지 않았음을 고백해야겠다. 1996년 <악어>를 처음 봤을 때 나는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 감동했다. 한강 물밑에서 죽어가는 한 남자의 모습이 숭고한 종교적 기적처럼 보였다. 나는 당연히 남들도 그렇게 느낄 거라 생각했다. 착각이었다. 당시 <악어>를 본 평론가나 기자 누구도 이 영화를 지지하지 않았다. 뭔가 잘못됐다고 생각했지만 그때 난 풋내기 영화기자였다. 좋은 영화로 판단했다고 <악어>의 훌륭함을 다 표현할 능력이 내겐 없었다. <악어>를 좋게 본 평론가가 있을까? 나는 애타게 누군가를 찾고 있었다. 내가 글로 쓰지 못한 이 영화의 진정한 새로움을 누군가는 봤을 것이라 믿었다. 내가 아는 한 그해 <악어>를 지지한 유일한 평론가는 정성일씨였다. 그의 글은 김기덕 감독뿐 아니라 내
김기덕 감독에 관한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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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즈 다이어리] <우리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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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이 만화] <80일간의 세계일주> 80일만에 세계일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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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즈 다이어리] <맨 온 파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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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전 한달 휴가를 얻어 유럽에 배낭여행을 간 적이 있다. 미술 관련 서적 하나를 들고가 3주간 유럽여행을 하면서 유명한 미술관 몇 군데를 방문했다. 그중 암스테르담의 고흐 미술관을 잊을 수 없다. 고흐의 그림을 보다 나도 모르게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미술 관련 서적에서 본 도판에서 전혀 느낄 수 없던, 살아 있는 듯한 생생한 붓질의 느낌 때문이었을까. 평소 고흐의 그림을 특별히 좋아한 적 없건만 그의 삶과 영혼에 델 듯했다. 물론 그건 낯선 경험에서 오는 충격이 컸을 것이다. 그 유명한 그림들을 직접 대면할 기회가 한번도 없던 한국 촌놈이니 그럴 만한 일 아닌가. 지금 돌이켜보면 굳이 고흐의 그림이 아니었대도 그랬을 거란 생각이 든다. 진품의 향취는 결코 모방할 수 없는 전율을 불러온다.
그때 본 미술관 풍경 가운데 기억에 오래 남는 일은 초등학생들이 선생님의 설명을 들으며 그림을 보는 모습이었다. 이 아이들은 저 유명한 화가의 그림을 직접 보며 자라는구나. 무심히 그 모습을
문화적 저력의 정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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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즈 다이어리] <꽃피는 봄이 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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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이 만화] <인형사> 버림받은 인형들의 복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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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도 아동용 세계명작전집이 잘 팔리나? 잘 모르겠지만 내가 어렸을 때는 웬만한 집엔 문고판전집이 하나쯤은 있었다. 우리집엔 초등학교 2학년 때 처음 생겼다. 대부분 그렇겠지만 친척 중에 월부 책장사를 하는 분이 계셔서 구입한 것이다. 50권 문고가 생긴 날 너무 좋았던 기억이 난다. 한달쯤 다른 거 안 하고 그 책만 보는 것으로 행복했다. 한권한권 1권부터 50권까지 독파하는 데 얼마나 걸릴까? 다 읽으면 다른 전집을 사달래야지, 그런 마음가짐으로 차근차근 읽었다. 짐작하겠지만 쉽지 않았다. 재미있는 몇권을 읽고나자 남은 수십권보다 또 다른 전집 50권이 탐났다. 다른 전집을 사달라고 떼를 썼던 기억이 난다.
중·고등학교 다닐 때도 비슷했다. 도스토예프스키, 헤밍웨이, 카뮈, 카프카 등 쟁쟁한 문호의 책을 권하는 사람이 많았지만 한두권 읽다 포기했다. <죄와 벌>을 제쳐두고 애거사 크리스티의 추리소설을 읽었고 조흔파의 소년소설에 빠져들었다. 고등학교 졸업하면서 그간
개편호를 내놓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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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즈 다이어리] <연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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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이 만화] <알포인트> 돈기남 중위, 알포인트에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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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올림픽이 멋지긴 멋지다. 4년마다 세계 최고의 자리를 놓고 다투는 대회니만치 하루하루 손에 땀을 쥐는 명승부가 이어졌다. 이번에도 한국은 평소 외면받던 종목들이 놀라운 투혼을 발휘했다. 유도, 탁구, 배드민턴, 양궁 등 금메달을 딴 종목들은 물론 역도, 체조, 하키, 핸드볼, 배구 등 숱한 비인기 종목에서 강호들의 간담을 서늘케 했다. 언론의 레퍼토리는 4년 전이나 16년 전이나 다를 바 없다. 그들이 얼마나 열악한 환경에서 운동을 했고 어떤 좌절과 역경을 딛고 일어섰는가. 식상하고 진부한 얘기지만 그들의 성공스토리는 여전히 가슴을 파고든다. 왜일까? 아마 뻔한 이야기라도 진실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들은 4년에 한번 아주 잠깐 세상의 주인공이 된다. 이제 올림픽이 끝나면 그들은 퇴장한다. 앞으로 4년간 그들은 또다시 잠깐 주인공이 되는 그날을 위해 피와 땀을 흘릴 것이다. 올림픽이 멋지다면 그건 그들이 주인공인 유일한 무대이기 때문이다.탁구 결승전에서 금메달을 딴 순간 나도 모
올림픽이라는 블록버스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