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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21 리뷰]
빌리 엘리어트
장밋빛 환희로 양볼을 물들인 사내아이가 공중으로 솟구친다. 천국에라도 닿을 듯이, 두번 세번, 높게 더 높게. 하지만 황홀한 비상의 순간이 끝나면 우리는 소년의 머리 위에 드리운 지저분한 천장과 발 밑에 깔린 낡은 침대 매트리스를 본다. ‘분홍신’의 포로가 된 광산촌 소년의 동화 <빌리 엘리어트>는 그렇게, 팍팍해서 목이 메는 현실에 대해서는 너
2001-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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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21 리뷰]
베가 번스의 전설
“경기의 리듬은 삶의 리듬을 보여주죠.” 어둠 속에서 골프채를 휘두르는 주너에게 수호천사처럼 다가온 베가 번스는 그렇게 말한다. 골프채를 잡는 법(그립)에서 삶의 태도를, 골프경기에서 삶의 리듬을 볼 수 있다고. 자신과의 싸움, 승부와 반전이 뒤얽힌 스포츠가 인생의 축소판 같다는 것은 익히 들어온 비유. “골프는 경기를 할 순 있지만 이길 수는 없는 게임”
2001-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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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21 리뷰]
신투차세대
홍콩영화는 죽었는가? <신투차세대>는 아니라고 답한다. <신투첩영> <퍼플 스톰> 등 최근의 홍콩영화들은 할리우드 첩보영화에 흔히 나오는 고도의 테크놀로지에 고유의 수공업적인 액션을 섞어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냈다. <신투차세대>도 그런 흐름의 연장선에 서 있다. 살아 있다는 것은 그러나, 그저 존재한다는 것과 다르
2001-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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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21 리뷰]
너 어느 별에서 왔니
지구 여성 학습시간. 최첨단 홀로그램으로 여성의 신체 모형이 뜬다. “성감대는 여기, 여기 그리고 여기….” 구두와 향수를 칭찬하고, 얘기를 들을 때 적당히 추임새를 넣어주는 것이, 여성을 유혹하는 키포인트. 지구를 정복하려면 먼저 종족을 번식시켜야 한다고 결론지은 외계인들은 열심히 ‘지구 여자 공략법’을 배운다. 물론 실전이 이론 같지는 않다. <너
2001-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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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21 리뷰]
체리 폴스
연쇄살인마의 단도가 항상 부정한 여인에게 향하는 것만은 아닌 것 같다. <체리폴스>에선 순결서약을 지키려는 10대 여학생들이 주검으로 변하니까. 영화에서 체리폴스라는 지명이 은근한 속뜻을 드러낼 때, 급기야 10대들이 벌이는 광란의 섹스파티는 목숨부지를 위한 필사의 구원식이 된다. <체리폴스>는 “살기 위해선 끝까지 처녀로 남을 것”을
2001-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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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21 리뷰]
부에나비스타 소셜 클럽
거리엔 매연을 내뿜는 자동차 대신 말라빠진 개들이 하릴없이 어슬렁거리고 저마다 두툼한 시가를 물고 다니며, 방조제에 부서지는 파도가 만들어내는 물보라가 아스라한 도시 아바나. 그곳에 더불어사는 <부에나비스타 소셜 클럽>의 노연주자들은 언뜻 그 배경과 구분되지 않을 정도로 궁핍하고 앙상해 보인다. 그러나 이들이 음반녹음실, 공연장에서 연주하는 모습
2001-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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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21 리뷰]
너스 베티
베티의 거실에서 소동이 벌어지고 있다. 베티의 남편이 마약을 빼돌렸고 청부 살인자들이 그를 응징하러 찾아왔다. 이건 현실이다. 베티의 방은 사뭇 다른 분위기다. 베티는 지금, 달콤한 휴식이자 짜릿한 하이라이트인 일과를 수행중이다. 병원을 무대로 한 연속극 <사랑하는 이유>를 보는 시간. 이건 환상이다. 거실에서 남편이 피를 흘리며 죽어가는 순간,
2001-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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