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디스토피아로부터] 나를 죽여줘 초등학교 5학년 어느 날. 담임 선생님의 결근으로 그날 체육 시간에는 우리 반과 옆 반의 피구 시합이 벌어졌다. 운동장에 주전자 물을 부어 그은 선 안으로 아이들이 비좁게 섰다. 피구는 공에 맞으면 ‘죽는’ 경기다. 공을 잡아야 살아남을 수 있다. 밀집도가 높은 초반엔 공에 맞은 아이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간다. 대부분 나처럼 공을 두려워해 섣불리 잡지 못하 글: 이동은 │ 일러스트레이션: 정원교 │ 2019-03-20
- [디스토피아로부터] 나의 괴로움이 너의 고통에서 시작된 것이 아니기를 영화 <가버나움>은 레바논의 수도 베이루트에 사는 12살 소년 자인(자인 알 라피아)이 사람답게 살고자 있는 힘껏 발버둥친 고난의 한철을 담아낸 이야기로, 이 어린 소년의 힘겨운 수난사에 어쩌면 우리가 평생 모르고 살았을 지구 반대편 폭력의 현장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영화는 특히 지금 이 순간 레바논 사회의 여성들이 어떤 끔찍한 환경 속에서 고 글: 윤가은 │ 일러스트레이션: 마이자 │ 2019-03-13
- [디스토피아로부터] 그 누구도 고상함을 누릴 수 없다 최악의 세계를 어떻게 묘사할 수 있을까? 아무 죄 없는 아이들이 어른들이 만든 ‘악’으로 상처받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흔한 방법 중 하나다. 더 최악의 세계를 묘사하는 덜 흔한 방법이 있다. 아이들이 어른들이 만든 악에 물들고 심지어 거기에 적극적으로 동참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다. 영화 <가버나움>은 최악의 세계 중에서도 최악을 보여준 글: 심보선 │ 일러스트레이션: 정원교 │ 2019-03-06
- [디스토피아로부터] 스카이 캐슬이라는 파국 주말 밤, 별생각 없이 새로 시작하는 드라마를 보다가 자세를 고쳐 앉은 사람은 나만이 아니었던 것 같다. JTBC 드라마 <SKY 캐슬> 얘기다. 드라마의 중심에 있던 명주(김정난)는 겨울밤 비틀거리며 집을 나와 호화로운 주택지구 한가운데 꾸며진 눈 덮인 연못 옆에서 장총으로 자살한다. <SKY 캐슬> 1회는 이 ‘역대급’ 엔딩으로 글: 권김현영 │ 일러스트레이션: 마이자 │ 2019-02-27
- [디스토피아로부터] 천국보다 낯섦 “모든 것이 완벽합니다. 안 그래요? 당신이 좋아하는 음악, 영화, 책, 요리. 전부 준비했어요. 아니 정확히는 당신이 좋아할, 좋아할 수밖에 없는 모든 것이죠. 천국이 따로 있을까요? 당신에게 맞추어진 세상. 당신보다 당신을 더 잘 아는 우리가 마련한 그대의 기호와 취향. 어때요? 파라다이스 크루즈.” 김씨는 반신반의했다.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이 결합 글: 이동은 │ 일러스트레이션: 정원교 │ 2019-02-20
- [디스토피아로부터] 그 사랑은 기적이다 초등학교 1학년 때 나는 동네에 처음 생긴 서예학원의 첫 수강생으로 등록했다. 상가에 막 들어선 학원을 구경하다 부드러운 화선지와 향긋한 먹 냄새에 취해 서예가 뭔지도 모른 채 엄마를 졸라 학원에 등록한 터였다. 의자에 무릎을 꿇고 올라서야만 글씨를 쓸 수 있을 정도로 어렸던 나는, 그래서 실수로 벼루도 종종 깨먹고, 먹물도 자주 쏟아 책상도 망쳐놓았지만 글: 윤가은 │ 일러스트레이션: 마이자 │ 2019-02-13
- [디스토피아로부터] 세상 구석들의 만남 국민문학의 세계시장 진출에 대한 사회학적 연구를 진행하는 해외 연구자를 만나 대화를 나눴다. 그녀는 노벨 문학상에 대한 한국 미디어의 뜨거운 관심을 언급하며 아주 기본적인 그러나 본질적인 질문을 던졌다. “해외에서 인정받는 것이 왜 그렇게 중요한가요?” 자동적으로 ‘국위 선양’이라는 말이 떠올랐다. 국위 선양은 아마도 스포츠 분야에서 두드러질 것이다. 선 글: 심보선 │ 일러스트레이션: 정원교 │ 2019-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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