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디스토피아로부터] “지키고 싶었던 것들” 최근 한 연구자가 대학교수직을 그만두며 쓴 <대학을 떠나며>라는 칼럼이 화제였다. 대학이 성과 중심의 신자유주의 체제에 흡수되면서, 교수/연구자의 본업이 사회적으로 얼마나 무익·무능하게 됐는지를 신랄하고도 아프게 고발하는 글이었다. 10여년에 걸쳐 대학원을 졸업하고, 때때로 강사 생활을 전전하며 수료생 신분을 유지하고 있는 나 역시 익히 듣고 글: 오혜진 │ 일러스트레이션: 박지연 │ 2019-11-27
- [디스토피아로부터] 의전이라는 마약 얼마 전, 한 행사에서 목격한 일이다. 행사를 주관한 단체의 대표가 연단에 올라 기념사를 시작하려던 참이었다. 그때 단체 관계자가 급히 대표의 이름이 적힌 명패를 들고 가서 연단 위의 강연대 위에 놓으려 했다. 대표는 미소를 지으며 그럴 필요 없다는 듯 손을 저었다. 그때 또 다른 단체의 대표가 이 장면을 보고 호쾌하게 말했다. “의전 참 잘하네!” 그 글: 심보선 │ 일러스트레이션: 다나 │ 2019-11-20
- [디스토피아로부터] 디스토피아의 도래로부터 소중한 것을 지켜내기 <터미네이터> 시리즈는 최첨단의 전쟁 기계를 만드는 인간의 어리석음을 전제로 두고 있지만, 동시에 어리석은 인간 종을 지켜내기 위한 노력을 부단히 이어가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스토리상 시리즈의 ‘적장자’로 보이는 <터미네이터: 다크 페이트> 역시 그렇다. 영화의 주인공들은 이번에도 도래하지 않은 미래에서 온 살인 기계를 상대로 싸움으 글: 김겨울 │ 2019-11-13
- [디스토피아로부터] 인생 버스도 환승 할인, 안 될까요? 민원 가-0123호. “안녕하세요. 대중교통 환승 제도를 편리하게 이용하고 있는 시민입니다. 버스를 갈아탈 때나 다른 교통수단으로 환승할 때 기본요금을 다시 내지 않아도 되는 환승 할인 제도는 정말 합리적인 것 같아요. 사실 원하는 목적지까지 한번에 가는 버스가 없을 때가 많거든요. 잘못 탈 때도 있고요. 그럴 때마다 요금을 다 내야 했는데, 이 제도 덕 글: 이동은 │ 일러스트레이션: 다나 │ 2019-11-06
- [디스토피아로부터] “이 일이 좋아지지가 않아요” 경진의 첫 업무는 “n포털에 ‘실내 포차’를 키워드로 검색했을 때 블로그 검색결과 1페이지 안에 ‘더진포차’ 맛집 후기가 노출”되게 하는 것이었다. 기계적으로 도배된 광고들은 더이상 소비자들을 매혹할 수 없기에 현대 마케팅 문법은 진화를 거듭한다. 구체적 개성을 지닌 가상인물의 블로그를 꾸며 자연스럽게 광고를 노출하는 것. 시간과 열정, 재능이 요구되는 글: 오혜진 │ 일러스트레이션: 박지연 │ 2019-10-30
- [디스토피아로부터] 묻다 과거 영화에서 범죄자들의 범법 행위는 그들이 처한 현실에 비추어 정당화되곤 했다. 예컨대 영화 <오발탄>에서 삶의 희망을 박탈당한 주인공에게 은행털이는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관객이 범죄자들에게 감정이입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단서들이 필요했다. 그들은 무고한 시민을 해하지 않는다. 만약 그들이 불가피하게 그런 일을 저지른다면 결국은 죗값을 치러야 글: 심보선 │ 일러스트레이션: 다나 │ 2019-10-23
- [디스토피아로부터] 음악의 즐거움 예전 같았으면 테이프가 늘어졌을 것이다. 듣고 듣고 또 들어서, 더이상 테이프가 음악을 재생해낼 수 없을 때까지 테이프를 잡아 늘리고 말았을 것이다. 요즘 이렇게 열렬히 사랑에 빠져 있는 음악은 감미로운 목소리의 발라드도 몸을 들썩이게 하는 댄스곡도 힙한 감성의 인디음악도 아닌, 몇 백년 묵은 클래식이다. 하도 오랫동안 한방을 차지하고 있는 바람에 거기 글: 김겨울 │ 일러스트레이션: 박지연 │ 2019-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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