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디스토피아로부터] 드라마 예찬 대학 교수인 지인이 내게 이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집에 가면 소파에 파묻혀 TV 보다가 잠들어요. 하루 종일 두뇌 노동에 시달리다보니 아무것도 생각 안 하는 시간이 너무 좋아요.” 소위 “정신노동”에 종사하는 이들도 과로와 피로 탓에 ‘수동적 여가’ , 즉 몸과 마음을 움직이지 않는 휴식을 선호한다. 우리는 ‘저녁이 있는 삶’을 고대하지만 저녁 글: 심보선 │ 일러스트레이션: 정원교 │ 2018-12-05
- [디스토피아로부터] 건투를 빈다 모든 일에 힘껏 화를 내는 일은 가능하지 않다. 그래봤자 대부분 소용없다는 걸 잘 알기 때문이다. 살아남기 위해 거리를 둔다. 그리고 다시 마음이 단단해지면, 그때 다시 할 수 있는 걸 한다. 하지만 어떤 종류의 일에는 이런 생존 전략이 도저히 감당할 수 없을 때가 있다. ‘최소한의 사회정의’가 무너졌다고 느낄 때 내 마음은 폭주 모드가 된다. 사랑하는 글: 권김현영 │ 일러스트레이션: 마이자 │ 2018-11-28
- [디스토피아로부터] 나에게서 너에게로 경남 진주에서 출발해 경부고속도로를 거쳐 휴전선 아래 파주까지 도착하는 세 남매의 여정을 함께하고 있다. 실은 지난 11월 2일부터 지금 촬영 중인 영화 얘기다. 영화를 찍는다는 것은 경험을 만드는 행위다. 직간접 경험이 녹아든 시나리오를 토대로 스탭과 배우는 또 다른 실제 세계를 함께 창조하는 경험을 한다. 그리고 관객은 영화라는 그 경험의 결과물을 극 글: 이동은 │ 일러스트레이션: 정원교 │ 2018-11-21
- [디스토피아로부터] 서울은 공사 중 지난 10월, 손등에 올라온 발진이 쉬이 가라앉지 않아 조금 겁을 먹고 병원을 찾았다. 나이 지긋한 의사 선생님은 대상포진을 걱정하며 호들갑을 떨던 나를 진정시키면서 그저 접촉성 피부염일 뿐이라고 약을 바르면 금방 괜찮아질 거라며 웃어 보였다. 지난 몇주간 만진 거라곤 노트북과 외장하드 밖에 없는데 대체 어디에서 무엇에 감염된 건지 알 수 없던 나는 다시 글: 윤가은 │ 일러스트레이션: 마이자 │ 2018-11-14
- [디스토피아로부터] 미노드 목탄, 미누를 기리며 2009년 10월 15일, 내가 미누를 마지막으로 본 날이다. 사무실 앞에서 연행당한 그는 화성외국인보호소에 갇혔다. 말이 보호소지 감옥이나 다름없었다. 그는 수감복을 입고 면회실의 아크릴 창 너머에서 친구들을 맞았다. 1992년 한국에 들어와 18년 동안 머물면서 그는 한국인과 이주민의 공존을 위해 노력했다. 밴드 ‘스탑크랙다운’의 리더였던 그는 한 글: 심보선 │ 일러스트레이션: 정원교 │ 2018-11-07
- [디스토피아로부터] 알고자 하는 용기 사상으로서의 페미니즘은 비판적 실천 학문이라는 계보 속에 있다. 그런데 페미니스트의 비판은 종종 파시즘적 광기를 동반한 비합리적 감정의 분출로 간주되거나(‘페미 파쇼’), 성차별 반대라는 목표를 위해서라면 기꺼이 잔인해질 수 있는 나치(‘페미 나치’)로 묘사된다. 파시스트든 나치든 모두 지독한 국가주의자들인데, “여성에게는 조국이 없다”고 외쳐왔던 페미니 글: 권김현영 │ 일러스트레이션: 마이자 │ 2018-10-31
- [디스토피아로부터] 결국 로또가 답인가 올해 EBS국제다큐영화제에서 상영한 허윤수 감독의 다큐멘터리 <영화과를 졸업한 언니들과 나>의 첫 장면은 감독이 제작한 단편영화의 엔딩 크레딧으로 시작한다. 다큐멘터리 속 화자인 나는 영화과를 졸업하고 영화를 만들어 원하던 감독이 되었다. 이 사실로 다큐멘터리를 시작한 이유는 아마도 현실은 지금부터라고 말하는 것이리라. 다큐에는 화자를 포함해 글: 이동은 │ 일러스트레이션: 정원교 │ 2018-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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