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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는 첫째, ‘지식인을 조롱하는 영화’가 아니다. 둘째, ‘모호하고 매혹적인 여성에 관한 영화’도 아니다. 주변부 떨거지인 그들을 지식인이라 하기엔, 아직까지 ‘지식인’이란 말이 아깝고, 그녀에게 매혹되기엔 그녀가 너무 싸구려다. 영화는 그녀를 닮았다. 겉으론 ‘교수’라는 직함에 외모도 그럴싸하지만 천박한 정신에 자아도취가 전부인 그녀처럼, 영화 역시 그럴듯한 제목에 세련된 포스터와 예고편을 내세우지만, 형편없는 주제의식과 자의식 과잉이 전부이다. 시(詩)를 읊고 살짝 다리를 저는 설정처럼 영화 또한 온갖 형식미학을 어수선히 차용하고, 적당히 언밸런스하고 깨는 듯한 편집을 통해 짐짓 예술영화인 척한다. 언제나 그렇지만 첫 장면이 중요하다. 사진 찍는 수녀들의 시선이 머무는 바닷가 여인은 두개의 텍스트를 연상시킨다. 하나는 지방성(地方性)을 화두로 삼는 <무진기행>이요, 다른 하나는 히스테리아를 화두로 삼는 <프랑스 중위의 여자>이다.
주변부 떨거지들에
매혹되기엔 너무 값싼, <여교수의 은밀한 매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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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영화의 최대 관문은? 만약 당신이 ‘부산국제영화제’라고 답했다면 그건 절반짜리 정답에 불과하다. 미학 또는 축제의 관점에서라면 당연히 부산영화제가 아시아를 대표하겠지만, 영화산업에선 단연 홍콩필름마트가 아시아 최대 규모를 자랑하기 때문이다. 지난 3월23일 4일간의 일정을 마친 홍콩필름마트는 나날이 성장해가는 아시아영화의 힘과 이에 대한 세계의 관심을 확인할 수 있는 기회였다.
28개국에서 408개 업체가 참여해 그동안 열린 행사 중 가장 큰 규모로 기록되는 이번 필름마트는 10회째를 맞아 몸집을 더욱 부풀렸다. 지난해부터 신설된 HAF(홍콩 아시아 필름 파이낸싱 포럼. 부산영화제의 PPP와 같은 성격)가 2회째를 맞았을 뿐 아니라 음악산업의 마켓인 홍콩 뮤직페어까지 신설한 것이다. 이들 행사를 주관하는 홍콩무역발전국의 레이먼드 입 부총재는 “논스톱 교역 플랫폼”이라는 표현을 쓰며 이번 행사의 성격을 분명히 했다. 아시아 지역의 영화 등 영상물 그리고 음악 콘텐츠를 홍콩 중
[현지보고] 홍콩에 부는 대륙의 바람, 제10회 홍콩필름마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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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극장 관계자들이 2007년까지 극장에서 스포츠 경기를 3D로 생중계하기 위한 준비가 한창이다. 이는 화제작 부재와 비디오 게임, 고화질 대형 TV와의 경쟁 등으로 티켓판매율이 9% 하락했던 지난해 위기상황을 겪은 극장주들의 적극적인 타개책이다. “극장은 이제 지역 공동체 오락의 중심으로 변화해야 한다. 이를 위해 스포츠보다 좋은 것이 어디 있겠나?”라고 내셔널 어뮤즈먼츠의 샤리 레드스턴은 말한다. 물론 극장에서 스포츠를 관람하는 것 자체는 그리 새로운 광경이 아니다. 보스턴 레드삭스가 월드 시리즈에서 우승컵을 차지한 2004년, 극장 체인인 내셔널 어뮤즈먼츠는 뉴잉글랜드의 몇몇 극장에서 고화질로 야구 경기를 생중계한 바 있다. AMC, 시네마크 등 극장 체인 공동체, 내셔널 시네미디어 역시 지난 몇년간 NASCAR 데이토나 500, 투르 드 프랑스, MLS 등을 몇몇 극장에서 중계했다.
그러나 편안하게 집안에서 경기를 시청하거나, 경기장의 생생한 공기를 호흡하고 싶은 스포
위기의 미국 극장들, 스포츠 경기 3D 생중계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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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영화의 봄은 오는가. 2005년도 중국의 영화산업이 괄목할 만한 성장세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버라이어티>의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의 박스오피스 규모는 전년에 비해 33% 성장한 2억4700만달러였고, 제작편수도 25% 상승한 260편을 기록했다. 자국영화의 흥행성적도 눈에 띄게 상승했다. 1800만달러를 벌어들이며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한 첸카이거의 <무극>을 비롯해 서극의 <칠검>, 유진위의 <정전대성>(情癲大聖), 성룡의 <신화>와 <이니셜 D>, <퍼햅스 러브> 등 지난해 최고의 흥행을 기록한 열편의 영화 중 여섯편이 자국영화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같은 국산 대작들의 선전에 힘입어 지난해 중국의 자국영화 점유율은 60%를 넘어섰다. 1994년의 영화시장 개방 이래 중국영화의 흥행성적이 처음으로 할리우드영화를 능가한 것이다. 방송규제기관인 SARFT(국가광파전영전시총국)는 자국 영화산업의 급속
중국 영화산업 성장세 눈에 띄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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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광범위한 부패문화에 젖어있다”
-‘시리아나’라는 제목은 무슨 뜻인가.
=워싱턴의 싱크 탱크가 실제로 사용하는 단어다. 그들은 중동의 국경을 다시 그릴 수 있다는 은유적인 의미로 그 단어를 사용했다. 자신의 필요와 욕심에 따라 어떤 지역을 마음대로 재단하겠다는 꿈은 시저 이래 많은 이들의 소망이었지만 매우 잘못된 생각이기도 하다.
-<시리아나>는 로버트 베어의 논픽션이 원작이다. 그 책을 어떻게 픽션으로 각색했는가.
=베어를 모델로 삼은 CIA 요원 밥은 이 영화의 1/3 정도에 해당하는 이야기를 끌고 간다. 그래서 나는 다른 세계도 연구해야만 했다. 처음엔 베어가 들려준 믿지 못할 이야기들이 얼마나 사실과 일치하는지 확인했다. 베어는 책에 등장하는 사람들을 내게 소개시켜주었고, 그 때문에 좀더 넓은 관점을 얻을 수 있었다. 나는 헤즈볼라 지도자와 석유재벌, 무기거래상, 보수적 싱크 탱크인 미국 기업연구소 멤버들, 투자은행인 칼라일그룹의 임원들을 만났다. 결
<시리아나>의 제작배경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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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9월11일은 전세계가 충격에 빠진 날이었다. 그날 이후 오사마 빈 라덴은 역사상 가장 유명한 사우디아라비아인이 되었고, 미국은 복수를 준비했고, 그날을 기억하는 영화와 드라마와 수많은 책이 쏟아졌다. 그러나 그날 이후 세계가 변했을까? 냉정한 영화 <시리아나>는 미국과 중동을 하나로 묶고 있지만 너무 거대해 보이지 않는 그물을 더듬어 찾아내며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유목민에게 길을 비켜주는 지혜로운 왕자의 개혁은 신기루가 되고 워싱턴은 다시 한번 샴페인을 터뜨릴 것이라고. 그러나 <시리아나>는 희망을 강요하지 않기에 오히려 가치가 있는 영화다. 존재하지도 않는 희망에 젖어 사는 이들은 다만 불우한 현실을 단단하게 굳히는 역할만 하기 때문이다. 미국의 자본으로 만들어졌지만 그 자본을 부정해야 한다고 말하는 영화 <시리아나>. 2001년 가을에 시작된 영화가 어떻게 태어나고 자라왔는지 되짚어본다.
외국인 노동자 캠프를 찍기 위해 두바이 외곽
<시리아나>의 제작배경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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샹탈 애커만, 바버라 해머, 도리스 되리의 신작과 마를린 호리스 특별전
방 안은 어둡고, 시선은 창밖을 향해 있다. 샹탈 애커만의 다큐멘터리 <저 아래>(Down There/ 프랑스, 벨기에/ 2006년/ 79분)에서 카메라는 창밖을 여기저기 살펴보지만 마치 집안일을 하다 시선을 돌린 것처럼, 혹은 바깥 사람들에게 그 존재를 드러내고 싶지 않은 것처럼 창문에 드리운 발조차 걷지 않은 상태다. 오래된 활동사진을 보는 듯한 속도로 시간은 흘러간다. 이곳은 텔아비브. 샹탈 애커만 감독의 내레이션이 없다면, 이 영화에는 어떠한 극적인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나는 거의 모든 것으로부터 단절되어 있다”며 최소한의 삶을 살고 있다는 애커만 감독의 말과 적요한 화면은 바닷가에 가서도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저편에서>등의 영화에서 경계의 문제를 탐구했던 애커만 감독의 시선과 내적 성찰이 만나는 작품이다.
초현실주의 예술가, 배우, 작가, 시인, 문학평론가, 번
제8회 서울여성영화제 가이드 [4] - 거장의 손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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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만든 주체의 성별 혹은 영화가 다룬 이슈가 이른바 여성영화의 충분조건이 될 수는 없다. 같은 주제 혹은 이슈를 다루더라도 여성의 화법, 여성의 시선은 다를 것이라는 기대가 존재한다. 실제로 올해 여성영화제 상영작 중 상당수는 성역할, 가족 안에서 여성의 관계, 여성의학, 페미니즘 등 여성학의 고전적인 이슈를 새로운 방식으로 고민하고 있다.
여성은 남성과 달리 태생적으로 육체의 변화에 훨씬 민감하게 반응하는 존재다. 그들은 매달 육체적 변화를 경험하고, 남성에게는 그저 쾌락으로 그칠 수 있는 성관계가 유발할 수 있는 직접적인 결과인 임신을 직접적으로 맞닥뜨려야 하는 쪽이다. 임신과 피임의 권리를 인류 역사 이래 최초로 주장했던 시대에 만들어진 다큐멘터리 <그럼, 그짓 하지마!>(Don’t Screw,Then!/ 카롤 루소풀로/ 프랑스/ 1971∼73년/ 17분)는 육체와 쾌락을 적극적으로 고민하고 자신들의 이론을 실천에 옮기는 여성들의 적나라한 언어를 그대로
제8회 서울여성영화제 가이드 [3] - 새로운 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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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선한 이슈, 매우 구체적인 이슈들로 여성문제를 재조명하는 영화들을 모았다. 세계 최초의 여성 비행기 납치범의 다큐멘터리는 우리에게 새로운 고민의 지점을 남긴다. 아프리카 특별전 섹션의 일부 다큐멘터리는 경제문제와 여성의 노동이라는 고질적 문제를 재점검하고 있다. 당신은 여성 복서의 다큐멘터리를 보며 스포츠업계에 일반화된 여성성의 상품화 논리에 분노하다가도 이슬람 가부장 체제 속에 일반화된 여성 차별과 폭력을 법적 처단하는 통쾌한 다큐멘터리를 보는 순간 환호할 것이다.
흰 셔츠의 남자를 길바닥 위에 사정없이 때려눕히는 아이들이 보인다. 발길질과 주먹질이 멈추지 않는다. 피범벅된 남자에게서 암전되는 화면. <삶의 한 방식>(A Way of Life/ 엠마 아산테/ 영국/ 2004년/ 91분)은 이렇듯 잔인하게 이야기를 시작한다. 열돌 된 아가를 둔 열여덟살의 미혼모 레이 앤은 엄마로서의 생존 본능과 철없는 10대의 반항기로 뒤섞여 있다. 무직의 레이 앤은 열악한 경제
제8회 서울여성영화제 가이드 [2] - 새로운 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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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회 서울여성영화제가 눈앞으로 다가왔다. 4월6일부터 14일까지 서울 신촌 아트레온 극장 3개관을 중심으로 열리는 이번 영화제는 33개국 97편이라는, 여느 때보다 풍성한 차림으로 관객과 만날 채비를 마쳤다. 샹탈 애커만, 도리스 되리 등 거장의 신작을 비롯해 각국의 화제의 신작들이 포함된 ‘새로운 물결’, 여성문제를 정치·사회적 입장에서 강력히 어필하는 ‘여성영상공동체’, 유일한 경쟁부문인 ‘아시아 단편경선’ 등 인기있는 고정 섹션들이 예년과 다름없이 선보이는 가운데 <안토니아스 라인>의 마린 고리스 감독 특별전, 심혜진이라는 특정 여배우를 키워드 삼아 90년대 한국영화 뉴웨이브를 재해석하는 한국영화 특별전, 60년대 미국의 여성 뉴스릴 집단과 프랑스의 비디오 액티비스트들 작품을 집중 조명하는 다큐멘터리 특별전, 아프리카영화 특별전 등 그 어느 때보다 참신한 특별 섹션들이 눈길을 끈다.
60년대 다큐멘터리와 아프리카 특별전, 놓치지 말자
‘페미니스트 다큐멘터리의
제8회 서울여성영화제 가이드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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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디 앨런의 신작 <매치 포인트>의 언론 시사회가 4월4일 CGV 압구정에서 열렸다. 2005년 칸 영화제에서 첫 선을 보인 뒤 우디 앨런의 최근작 중 가장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아온 작품이다. 우디 앨런의 터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뉴욕을 떠나 런던에서 촬영된 영화이며, 그의 영화 중 보기 드물게 코미디가 배제된 영화다. 숨겨둔 정부와의 관계가 불씨가 되어 존재론적 물음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그의 전작 중 <범죄와 비행>과 많은 비교가 되고 있다.
3류 테니스 선수생활에 싫증난 크리스(조나단 라이 메이어스)는 본업을 그만두고 상류층 사람들을 가르치는 테니스 교습 선생으로 살아가며 뭔가 다른 삶을 꿈꾼다. 크리스는 오페라 보기를 즐기고, 도스트예프스키와 스트린드버그의 문학작품을 즐겨 읽는 교양인이다. 그런 그가 바라는 것은 "사회에 공헌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이다. 그러나 우연히 만난 상류층 2세 톰을 친구로 사귀게 되면서 크리스의 인생길은 꿈꾸던 것과는
우디 앨런의 신작 <매치 포인트> 기자시사회 열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