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을 끝내는 일은 아이를 뒤뜰로 데려가서 총으로 쏴버리는 것과 같다”는 트루먼 카포티의 말은 과장이 아니다. 때로 그는 맹렬한 비난이라는 총구 앞에 그의 글과 함께 서야 했다. 그를 키운 것도 몰락하게 한 것도 그의 글이었다. 미국 소설가인 카포티는 살아서 유명해졌고 60년대에 책을 팔아 백만장자가 됐으며 대중의 스타가 된 몇 안 되는 작가 중 한 사람이었다. 실제 일어난 살인사건을 취재해 쓴 <인 콜드 블러드>로 ‘논픽션 소설’이라는 장르를 개척한 카포티는 <티파니에서 아침을> <크리스마스의 추억> 같은 소설로도 잘 알려져 있지만, 무엇보다 뉴욕 사교계의 총아였다. 보잘것없는 출생, 우울했던 유년기, 재능을 발판 삼은 극적 상승가도, 비참한 말로. 소설의 주인공에나 어울릴 법한 삶을 산 카포티의 이야기는 영화 <카포티>로 만들어져 필립 세이무어 호프먼에게 2006년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안겼고, 그의 삶을 다룬 또 하나의 영화 <오
미국 소설가 트루먼 카포티의 삶 [1]
-
뜻밖이었다. 송일곤 감독의 <마법사들>에 정웅인이 출연하기로 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도대체 감을 잡을 수가 없었다. 누군가에게 그런 혼란은 여전히 남아 있다. 아무런 정보없이 <마법사들>의 포스터를 본 누군가라면, 정웅인의 얼굴을 확인한 순간 <마법사들>은 <두사부일체> 혹은 <투사부일체>와 같은 코미디영화라고 예단할지 모른다. 정웅인에게도 <마법사들>은 결과를 알 수 없는 모험이었다. “다른 걸 해보고 싶다”는 막연한 욕구가 “마그마처럼 들끓었지만” 그도 서울예대 동기인 장현성과 송일곤 감독을 만나기 전까지 그리고 96분의 살인적인 실험을 막상 몸으로 겪기 전까지, 그의 선택이 어떤 마법을 피워올릴지 전혀 몰랐다. 개봉을 앞둔 지금, 그는 <마법사들>에 어떤 마음을 품고 있을까. 본인은 스스로 부족한 것을 발견할 수 있는 기회였다고 말하지만, <마법사들>은 배우 정웅인을 다시 보게 만드는 영화
송일곤 감독 신작 <마법사들>에 출연한 정웅인
-
<뉴욕타임스>의 필자 찰스 솔로몬이 미국 애니메이션의 수다스러움을 질타했다. 그는 <치킨 리틀> <마다가스카> <로봇> 등의 영화를 거론하며 이들을 ‘휴대폰영화’로 불러달라고 운을 뗐다. 캐릭터들이 마치 무료통화 500분을 다 쓰려고 혈안이 된 사람마냥 쉴새없이 떠들어댄다는 것이다.
미국 애니메이션이 이렇게 시끄러워진 것은 최근의 일이다. 미국 애니메이션의 황금기를 연 월트 디즈니는 캐릭터의 움직임만으로 스토리를 만들어냈다. <백설공주> <피노키오>의 스토리 작가 조 그랜트는 “디즈니는 팬터마임의 위대한 옹호자다. 신을 만들 때 그가 보여준 아름다운 움직임들이 애니메이션에 그대로 반영돼 있다”고 회상했다. 한나와 바버라의 <톰과 제리>도 마임에 가까웠고, 워너브러더스가 제작한 로드 러너와 코요테 시리즈도 음악과 ‘삡삡’ 소리로 모든 것을 해결했다.
찰스 솔로몬은 아버지 대신 전쟁에 나가려는 뮬란이 검으로
[What's Up] 좀 조용해질 수는 없는 거야?
-
모두들 너무한 거 아냐? 황제께서 황제 테니스 치시는 건 당연하잖아. 독점사용 안 하면 실력 들통날 거고, 사용료를 내셨다면 그 돈을 다 어떻게 모으셨겠어. 그분은 서울 강남에 빌딩과 상가 4채를 가지신 179억원의 재산가로 다른 대선 후보들과는 비교도 안 되는 대부호란 말이야.
시 예산이 173억원이나 들어가지만 산하단체가 아니라서 정기감사도 받지 않는 시 체육회에 밥줄 끊긴 한나라당 옛 지구당 사무국장 출신자를 억대 연봉의 상임부회장으로 앉힌 거나, 자기한테 줄선 애들이 친목 다질 때 밥값을 시 체육회 경비로 처리했기로서니 그걸 비리의혹이라고 콕 집어 말해야 해? 남산 테니스장 사용료 대납도 그래. 2천만원이나 대납해줬으면 청탁도 할 수 있는 거지. 소음·먼지·석면 피해 우려되는 중학교 애들보다는 황제의 옥체가 더 중요하니까 잠원동 부지도 학교로 안 쓰고 테니스장으로 쓰게끔 압력 넣으셨겠지. 집중 호우로 비상 걸린 날(2004년 7월17일) 테니스 친 건 황제 나름의 샤머니
[이슈] 황제의 큰 꿈
-
-
이름 때문이었을 것이다. 사람들은 자신들의 귀가 플라시보의 달콤쌉싸름한 사운드에 속고 있다고 생각했다. 이 모던록 밴드가 가진 것은 리더이자 기타리스트 겸 보컬 브라이언 몰코의 창백한 아름다움뿐이며 데이비드 보위가 칭찬한 음악성은 보위의 모방뿐 아니라 디페시 모드와 스미스와 모리시와 R. E. M을 혼합한 겉멋이지 않을까 의심했다. 바꿔 말하면 플라시보의 음악은 그만큼 중독성이 강했다. 너무 쉽게 마음을 빨아가기 때문에 듣는 이는 정신을 차려야만 했다.
2004년 플라시보가 밴드 생활 8년을 정리하며 낸 베스트 앨범 <Once More With Feelings>에 두개의 신곡 <I Do> <Twenty Years>가 실렸다. 이 두곡의 사운드와 무드는 플라시보가 한결같이 추구해온 음악에 대한 부연설명에 속했다. 보위가 사라지고 디페시 모드가 변하고 R. E. M이 슈퍼밴드로 거듭나는 길을 플라시보는 좇지 않았다. 얄미울 정도로 안정적인 길만 고집한다
위약효과의 무시무시한 아우라, 플라시보
-
3차 공연을 맞은 <밑바닥에서>는 막심 고리키의 희곡 <밑바닥>을 각색한 창작 뮤지컬이다. 고리키의 희곡은 빈민자 합숙소에 한 노인이 나타나 희망을 전하기 시작하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밑바닥에서>는 인물의 이름과 성격만을 남겨둔 채 전혀 다른 이야기를 만들었고, 때로는 인물마저 바뀌었다.
5년 전에 실수로 사람을 죽여 감옥에 들어갔던 페페르는 친구들과 함께 누이 타냐의 술집에서 축하파티를 열고 있다. 그사이 페페르의 연인 바실리사는 백작과 결혼했고 몸이 아팠던 누이동생 안나는 병세가 악화되어 침실에 틀어박혀 지내게 되었다. 그날 저녁 새로 종업원으로 들어온 나타샤가 술집에 도착한다. 페페르는 노래를 잘하고 성격이 밝은 나타샤에게 끌리지만, 백작에게 얻어맞으며 비참하게 살고 있는 바실리사는 페페르를 향한 집착을 거두지 못한다. 이 술집엔 알코올 중독으로 자신의 이름마저 잊은 배우와 사기꾼 사친, 자신의 몸을 요구하지 않는 남자를 만나 들떠하는 창녀
노래로 듣는 고리키, <밑바닥에서>
-
올 들어 연달아 출시된 두편의 <버스터 키튼 컬렉션>은 무성영화 시대의 신화적 코미디언으로 기억되고 있는 버스터 키튼의 평탄치 않았던 인생을 새로이 뒤돌아볼 기회를 준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65주년 기념이란 부제를 달고 출시된 <버스터 키튼 컬렉션>은 그가 마지막으로 계약했던 컬럼비아 영화사의 단편 코미디 전편을 수록하고 있는데, 여기서 65주년은 컬럼비아와 키튼이 작업했던 1939년에서 1941년을 의미하고 있다. 당시 극장의 주 상영작 사이에 트는 막간극 형태의 이 단편들은 무성영화의 종말과 예술적 운명을 같이할 수밖에 없었던 슬랩스틱코미디 대가의 영화인생이 왜 쇠락해갔는지에 대한 담담하면서도 가슴 아픈 기록이다. 시리즈 코미디 <세 얼간이>(Three Stooges)의 감독이자 제작자였던 줄스 화이트가 주도한 이 프로그램에서 키튼이 펼치는 ‘세 얼간이’류의 어설픈 개그와 과장되고 바보스런 몸짓에서 군데군데 애크러배틱한 키튼 특유의 슬랙스틱의 여운
[DVD vs DVD] 코미디 대가의 영화인생, 그 뒤안길
-
<자토이치> DVD에는 두편의 메이킹 다큐멘터리가 들어 있다. 하나는 제작발표부터 베니스영화제 수상까지를 간략히 소개한 레디메이드 붕어빵. 하지만 기타노 다케시의 매니저가 직접 촬영한 다른 하나는 현장감도 생생하고 무엇보다 그 자체가 하나의 코미디다. 이 ‘매니저 버전 메이킹’의 특징은 단역배우들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는 것. 매니저는 <돌스>로 신인상을 수상했던, 기타노의 운전사 출신 배우 니시무라를 상영시간 내내 근엄한 목소리로 놀려댄다. 대사 한줄이 주어졌던 그는 레디고 직전만 해도 ‘대사 칠 때 오버하는 건 풋내기나 하는 짓’ 어쩌고 하며 잔뜩 폼을 잡지만, 감독의 지시가 떨어지자 긴장한 듯 몇번이나 NG를 낸다. 화가 난 감독은 결국 니시무라의 대사를 빼앗아버리고 연기도 못하게 하지만,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린 그는 다른 단역들과 계속 노닥거린다. 똑같은 단역이지만 창을 들고 ‘야∼’ 하며 달리던 무호마쓰는 성실한 자세로 주가가 올라가는데, 반대로 주
[서플먼트] 본편의 재미를 넘는 ‘매니저 버전 메이킹’, <자토이치>
-
<말아톤>이 감독판으로 나왔다. 일반판에 O.S.T를 묶어 출시된 한정판을 구매한 자라면 다소 억울할 수 있겠으나, 부가영상만 300여분이라는 양적 서비스가 ‘팔아먹기’란 시장논리를 귀엽게 용서할 수 있지 않을까. 이번 타이틀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록은 정윤철 감독이 얘기하는 영화 <말아톤>의 코멘터리다. ‘좋은 영화 만들기’의 지침서를 찾는 이들에게 추천한다. 본편의 화질과 음질은 DTS시스템 사용으로 좀더 업그레이드 버전으로 감상할 수 있다. 또한 삭제장면과 NG장면들도 색보정을 거쳐 고화질로 복원했다.
정윤철 감독의 나의 연출론, <말아톤 감독판>
-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들은 ‘증명’될 수 있을까? 정신병으로 죽은 천재 수학자 아버지의 업적을 증명하기 위한 딸과 제자의 이야기 <프루프>는 인생에서 사랑과 믿음이 가장 필요하다는 진실을 살포시 전한다. 이 주제는 원작자이며 극본을 맡은 데이비드 아우번의 인터뷰에서 확인할 수 있다. 스페셜 피처에서는 <프루프>의 전 제작과정을 감독과 제작자, 주연배우들의 인터뷰를 통해 생생하게 감상할 수 있다. 특히 영화에 대한 감독의 애정이 음성해설에서 증명되는데, 감독은 영화 전편과 삭제장면을 꼼꼼히 안내한다.
사랑과 믿음이 제일이라, <프루프>
-
스포츠영화의 재미는 실제 경기를 관람하는 듯한 유쾌함만으로 족하지 않을까. 여기에 실존 인물을 집어넣어 신화까지 곁들인다면 그 감동은 상상 그 이상일 수밖에 없다. <내 생애 최고의 경기>는 1913년 제18회 US오픈에서 전설의 골퍼, 해리 바든 등을 제치고 우승한 프란시스 위멧의 이야기이다. 영화의 배경이 된 제18회 US오픈과 프란시스 위멧, 해리 바든의 생애는 부록에서 자세히 들을 수 있다. 영화 속 프란시스 위멧 역의 시아 라보프의 스윙이 제법 폼나는데, 석달 동안 매일 강습받은 결과라고 한다.
골프의 전설을 만나세요, <내 생애 최고의 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