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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스 디킨스의 <크리스마스 캐롤>이 일종의 성탄극으로 쓰여졌다는 건 잘 알려져 있다. 요즘 같으면 텔레비전의 크리스마스 특집극 같은 것일 텐데, 즐거운 명절을 맞아 이웃을 생각하고 우리 안의 탐심을 다스려보자는 계몽적 뜻을 담는 건 예나 지금이나 다를 바 없다. 그런 이야기 가운데 단연 명편은 안데르센의 <성냥팔이 소녀>다(적어도, 서양동화를 많이 읽고 자란 내겐). 서양의 크리스마스 못지않게 가족들을 불러모으는 한국의 명절을 겨냥해 개봉하는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이 그런 종류라는 얘기를 하려는 건 아니다.추석을 앞두고, 다시 두툼한 합본호를 만들었다. 그 가운데, 분량으로는 아주 작은 글 한편을 심어넣게 된 경위를 말씀드리련다. 9·11 테러 한돌을 앞두고, 스위스를 근거지로 활동하는 우리의 해외기고가 임안자 선생이 이라는 옴니버스 다큐멘터리에 관한 글을 써줄 수 있다고 통지해왔다. 마침 이 다큐는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도 상영됐고, 황혜림 기자가
메리 크리스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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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남이 기적을 낳는다’는 종교적이지만 ‘오래 살고 볼 일이다’는 생활의 지혜고, ‘만나봐야 안다’는 것은 엄정한 과학적 진리다. 이인성이 <식물성의 저항>을 열림원출판사에서 펴냈을 때만 해도 나는 좀 뜨아했었다.이인성의 산문이 소설에 비해 제법 읽기가 수월키는 하지만, 열림원은 돈과 친한 ‘보드라운’ 출판의 대명사요 이인성은 어렵기로, 독자를 학대하기로 ‘작정한’(?) 소설의 대가 아닌가. 그런데, 계간 <문학 판>의 발행인과 편집인(이란 말도 사실 이인성에게는 안 어울린다)으로 술상 푸짐하게 차려놓고 마주앉으니 열림원 대표 정중모의 우람하고 잘생기고 푸짐한 의리가 그렇게 ‘정중’할 수 없고 이인성의 예리하게 각진, 잘생겼다고는 할 수 없으나 어쨌든 ‘유미주의적’인 외모가 그토록 자상한 ‘인성’을 발하는 것이 또한 그렇게 잘 어울릴 수가 없다.편집위원을 보면 김예림은 얼굴이 아버지 김병익(문학평론가)을 빼다 박았는데, 놀랍게도 너무 여성적이라 유전학적 고찰을
계간 <문학 판> 출판잔치를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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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과정부터 말이 많았던 만큼, 기대도 많고 벼르는 이도 많았던 영화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이 9월13일 개봉했다. 게임의 틀을 씌우고, 액션에서 시작해 금강경까지 들이미는 전무후무한 형식과 내용의 이 영화를 두고 어떤 이는 ‘100억원짜리 고예산 컬트영화’라고 부르기도 했다. 장선우 감독의 영화가 대체로 그렇듯, 이번에도 반응이 극에서 극으로 갈린다.장선우 감독이 박광수 감독과 함께 코리안 뉴웨이브를 열어젖히던 80년대 후반 정성일씨는 영화평론을 쓰고 있었고, 이효인씨는 영화운동집단에 몸담고 있었다. 90년대 초반 이씨가 영화평론을 쓰기 시작했고, 94년 장 감독의 <너에게 나를 보낸다>가 나왔을 때 이씨는 지지의, 정씨는 반대의 양 극단에 섰다. 이후로도 이 둘은 장선우 영화에 관한 한 ‘친장선우’와 ‘반장선우’의 대표 평자처럼 여겨져왔다. 이제 막 본모습을 드러낸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에 대해, 이 둘로부터 리뷰를 받아 싣는다. 편집자이효인,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두가지 시선(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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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옛날이 아닌 현재, 미국의 연방수사국 지하실에는 외계인과 돌연변이, UFO를 쫓는 부서가 있고, 이들은 외부에 좀처럼 새어나가지 않는 기밀을 다루고 있다고 합니다. 그 부서는 기이한 현상을 잘 믿는 요원과 잘 믿지 않는 요원 둘이서 늘 툭탁대면서 아직도 운영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X파일>은 확실히 <전설의 고향>같은 괴기성 드라마로 시작했다. 들으면 코웃음칠 내용. 외계인, 돌연변이, 귀신, 주술. 그러나 X파일 사건들은 황당한 내용에 비해 지나치게 있을 법했다. 비현실적, 혹은 의사과학적인 내용을 과학적으로 접근하는 두 FBI 요원의 모험은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무너뜨리며 인식의 영역을 넓혀나갔다.지금이야 상상이 안 가지만 처음 나올 당시, 박봉에 걸맞은 조촐한 옷차림과 외모에서 그다지 튀지 않는 두 수사관의 모습은 리얼리티 그 자체였다. 지난주에 이어 이번 주에도 나왔다는 것을 제외하고는 도저히 주인공이라고 믿을 수 없는 요원들이 수사하는 상황 상황은
시리즈 종영에 부쳐(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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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냥팔이 少女의 再臨, 註解 無得無說分 第一정성일의(성냥팔이 소녀의 재림, 주해 “얻을 것도 없고 설할 것도 없다” 버전 1)정성일/ 영화평론가성냥팔이 少女의 再臨이라는 映畵의 註解에 관한 (저의) 글에 接續하시겠습니까? No, 라고 對答하실 분들은 어서 빨리 옆의 페이지를 보아주시고 Yes, 라고 對答하실 분들은 以下를 읽어주십시오. 이 게임도 아니고 映畵도 아닌, 여기서 弄談하는 바를 그대로 돌려주자면, 若有色 若無色, 若有想 若無想, 若非有想非無想(형상이 있는 것과 형상이 없는 것, 생각이 있는 것과 생각이 없는 것, 생각이 있는 것도 아니고 생각이 없는 것도 아닌) 사이버 世上에 여러분이 오신 것을 못내 可憐하게 여깁니다. 이 奇怪하고 難澁하며 橫說竪說하는 ‘액션 神秘劇’의 饒舌 속으로 들어오시기 위해서 몇 가지 規則을 지키셔야 합니다. 첫째, 성냥팔이 少女의 再臨을 그냥 市場의 規則에 맡겨서 죽게 내버려두어라. 그러나 그 映畵가 죽기 전에 張善宇의 사랑을 얻어라. (이 映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두가지 시선(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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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일씨의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에 나오는 한자의 음을 순서대로 정리한 것입니다. 중복되는 한자의 경우, 두번째부터는 싣지 않았습니다.少女 소녀 / 再臨 재림 / 註解 無得無說分 第一 주해 무득무설분(32단락으로 이뤄진 금강경의 7번째 단락) 제일 / 映畵 영화 / 註解 주해 / 接續 접속 / 對答 대답 / 以下 이하 / 弄談 농담 / 若有色 若無色, 若有想 若無想, 若非有想非無想 약유색 약무색, 약유상, 약무상 / 世上 세상 / 可憐 가련 / 奇怪 기괴 / 難澁 난삽 / 橫說竪說 횡설수설 / 神秘劇 신비극 / 饒舌 요설 / 規則 규칙 / 市場 시장 / 張善宇 장선우 / 觀客 관객 / 讀者 독자 / 映畵 愛好家 영화 애호가 / 金剛經 금강경 / 句節 구절 / 胡蝶夢 호접몽 / 深奧 심오 / 暗示 암시 / 症狀 증상 / 自己催眠 자기최면 / 談論 담론 / 臥虎藏龍 와호장룡 / 引用 인용 / 前 전 / 覺悟 각오 / 自暴自棄 자포자기 / 對象 대상 / 知識 지식 / 錯覺 착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 특별 주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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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일동포 뮤지션 토와테이(정동화)는 일본 출신으로 세계 팝음악계에 가장 많이 알려진 DJ라 할 만하다. 사실 그의 음악활동이 처음부터 일본을 배경으로 이루어진 것은 아니다. 그의 음악적 성장은 그가 뉴욕의 디자인학교인 ‘파슨스’에 유학을 간 이후에 본격적으로 이루어졌다. 학교를 다니면서 클럽에서 디제잉을 하기도 했던 그는 전설적인 테크노 힙합 DJ인 아프리카 밤바아타(Africa Bambaataa)를 만나면서 뉴욕의 힙합-일렉트로니카 판에 발을 들여놓았다. 그는 어 트라이브 콜드 퀘스트나 정글 브러더스 등 뉴욕을 배경으로 활동하는 최고로 지적인 힙합 뮤지션들과 교류하게 되고, 그러면서 점차 자신의 이름을 뉴욕의 클럽들에 각인시켜 나갔다. 그의 경력이 한 단계 도약한 것은 는 1990년대 초 일렉트로니카 댄스 트리오 ‘Deeelite’에 참여하여 전세계적인 히트곡 를 발표하면서부터. 그 이후 그 명성이 일본으로 역수입되어 그는 일본의 일렉트로니카 판에서 일약 정상급 뮤지션 대우를 받게
토와테이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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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니스=김혜리 vermeer@hani.co.kr·취재협조 윤성봉, 한창호수백을 헤아리는 다리와 골목, 흡사 검은 관과 같은 곤돌라들이 떠다니는 수로의 거미줄에 감싸인 도시 베니스는 그대로 하나의 아름다운 미궁이다. 비밀과 마법을 은닉한 베니스의 자태는 니콜라스 뢰그의 <돈 루크 나우>, 앤서니 밍겔라의 <리플리>, 이안 소프틀리의 <도브>처럼 황금 같은 지중해의 햇살 뒤에서 인간의 깊은 어둠을 보는 영화들을 유혹해왔다. 그러나 지난 9월8일 닻을 내린 제59회 베니스국제영화제에 부족한 것은 다름아닌 미스터리였다. 미라 네어 감독의 <몬순 웨딩>에 그랑프리를 선사해 놀라움과 탄식을 동시에 자아냈던 지난해 폐막식과 달리, 올해의 황금사자상 수상작인 피터 멀랜 감독의 <막달렌 시스터즈>와 여우주연상, 개인 공헌상(촬영)을 차지한 <파 프롬 헤븐>은 영화제 초반부터 내내 일반 관객과 기자들의 지지도 상위권에 머무른 경쟁작이었
제 59회 베니스 국제영화제 결산(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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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11일>, 11명의 감독, 11배의 기쁨올해는 베니스영화제가 알베르토 바르베라 전임 위원장이 도입한 경쟁부문 이원화 체제를 운영한 두 번째 해. 대안영화 섹션으로 정체성을 명료하게 한다는 모리츠 데 하델른의 의도 아래 '현재의 영화'를 개명한 '업스트림' 섹션에서는 10년 만에 메가폰을 잡은 티안주앙주앙 감독의 <작은 마을의 봄>이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를 연상시키는 스토리와 단아한 미장센을 앞세워 작품상에 해당하는 산 마르코 상을, 자살을 만류한 자원봉사자를 겨냥한 스토킹을 소재로 극단적인 관음주의 판타지를 펼친 쓰카모토 신야의 이 심사위원 대상을 받아 동북아시아 영화에 트로피를 보탰다. 수상권에는 들지 못했으나 전형적인 프랑스식 심리묘사를 교통체증의 밀봉된 시간과 공간 속에서 새롭게 그려 세련된 여성적 에로티시즘을 보여준 클레어 드니의 <금요일 저녁>, 북구의 신성 루카스 무디손이 상업적 성공을 거둔 전작들의 기분좋은 휴머니즘을
제 59회 베니스 국제영화제 결산(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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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돌 맞는 영화제, 이제 어디로 갈까1932년 엑첼시오르 호텔 테라스에서 출범해 햇수로 70년, 횟수로 59회를 맞은 베니스영화제는 흔히 "주름살 제거수술이 필요한 연로한 숙녀"에 비유된다. 프랑코 베르나베 비엔나레 위원장에 의해 전격 초빙된 모리츠 데 하델른 신임 집행위원장이 강조하는 입장도 '대대적 수술'의 메스를 쥐지 못하는 한 소방수 노릇을 하기 위해 베니스에 머무를 까닭이 없다는 것이다. 스타와 마켓의 존재가 국제영화제의 영향력과 위상에서 가장 긴요하다고 믿는 데 하델른의 신념은 올해 베니스영화제에도 미약하게나마 반영됐다. 마켓의 전초 형태로 신설된 베니스 스크리닝에는 1693명의 영화산업 관계자가 등록했지만 이탈리아영화에 치우친 프로그램과 일반 관객이 오가는 시네마 가든에 설치된 부적절한 부스 위치로 인해 큰 성과는 보지 못했다. 모리츠 데 하델른은 "이탈리아에서는 어디서 방탄 조끼를 살 수 있는지 알아보는 중이다"라는 농담으로 자신의 좁은 입지를 암시하면서 영화제의 체
제 59회 베니스 국제영화제 결산(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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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회 베니스영화제에서 감독상과 신인연기상, 비공식 상인 국제영화평론가협회상과 세계 가톨릭 언론 연맹상까지 품에 안은 이창동 감독의 <오아시스>는, 장르 연구와 숙련된 스타일을 재확인시키는 수작들 틈에 마음을 흔드는 에너지를 지닌 작품이 희귀했던 올해 베니스영화제 후반의 샘물이었다. 영화제 막바지인 9월6일, 팔라 갈릴레오 극장에서 베네치아59 경쟁작 중 끝에서 두 번째로 공개된 <오아시스>의 언론 시사회 첫 40분은 출감 뒤의 '두부 먹기' 관습 등 한국적 정황을 온전히 이해 못하는 외국 관객에게 부담스러운 듯했다. 그러나 홍종두와 한공주의 만남 이후로는 자연스러운 몰입의 공기가 형성됐고, 종두가 어머니 생일잔치의 가족사진에 공주가 들어가야 한다고 고집하는 장면에서는 웃음과 박수가 터지기도 했다. 기자 시사 뒤 엑첼시오르 호텔에서 열린 '한국영화의 밤'에 참석한 영화제 관계자와 현지 언론인들은, 이탈리아 일간지 <일 메사게로>의 파비오 페르제티 기
<오아시스> 현지 반응과 외지에 실린 비평모음(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