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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다시 반전이다. 1980년대의 침체를 <플레이어>(1992)로 보기 좋게 역전시켰던 로버트 알트먼 감독은, 장 르누아르의 시선으로 추리한 앙상블 미스터리 <고스포드 파크>로 근작 <진저브레드 맨>과 <닥터 T>가 남긴 미진한 뒷맛을 후련하게 일소했다. <고스포드 파크>에서도 인간 군상들의 쇼는 알트먼 영화에서 늘 그렇듯이 난장판으로 끝나고, 그 아수라장을 빚어나가는 솜씨는 경이롭다.유사시 연출을 대행할 감독을 두고 메가폰을 잡는 77살의 나이에도 인간 일반과 주류 할리우드를 향한 독설을 누그러뜨릴 줄 모르는 로버트 알트먼 감독은 지금도 차기작을 위해 신발끈을 고쳐 매고 있다. 최근 본 할리우드영화를 묻는 질문에 “기억이 잘 안 난다”라고 대답하는 이 오만하고 냉정한 노장의 스테이지 뒤쪽을 영화평론가 유운성이 들여다보았다. 편집자1990년은 화가 빈센트 반 고흐가 사망한 지 꼭 100주년이 되는 해이다. 이때 구로자와 아키라와
<고스포드 파크>, 혹은 인간 난장의 오만한 지휘자 로버트 알트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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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트먼의 명성을 확고히 한 영화는 블랙코미디 <매쉬>(1970)이다. 이후 알트먼 영화가 세련된 복합성을 지닌 작품으로 변화하는 것은 촬영감독 빌모스 지그몬트의 참여로 인해 비로소 가능해졌다. 지그몬트는 <맥케이브와 밀러부인>(1971), <이미지>(1972) 그리고 <기나긴 이별>(1973)에서 알트먼과 함께 작업했다. 그는 당시 막 명성을 쌓아나가기 시작하던 새로운 감독들과 많은 작업을 같이 했는데, 그중에는 스티븐 스필버그(<슈가랜드 특급>(1974), <미지와의 조우>(1977)), 마이클 치미노(<디어 헌터>(1978), <천국의 문>(1980)), 존 부어맨(<서바이벌 게임>(1972)) 등이 포함되어 있다.70년대 이루어진 장르영화의 쇄신에 지그몬트의 유려한 영상이 큰 몫을 담당했음을 주목해둘 필요가 있다. 마이클 치미노의 대작 서부극 <천국의 문> 작업 당시, 지
로버트 알트먼의 동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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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으로…> 가는 길에서 한 걸음 떨어져 뒷짐만 지고 서 있는다는 건 어지간한 강심장이 아니고서야 힘들다. 꺼슬한 손, 굽은 허리, 할머니의 느릿한 몸짓은 때묻은 유년의 문지방 안으로 어느새 관객들을 불러들인다. 그리고 그 풍경에서 우리는 한때 상우였던 자신을 본다. 김치를 찢어 밥 위에 얹어주는 할머니에게 입을 삐죽이며 앙탈하고, 마른 가슴팍을 끝내 밀쳐내던 못된 아이를. 이 영화를 흐뭇한 추억에 젖어서만 볼 수 없는 것은 그 넘치는 사랑을 당연하게 받고 함부로 대했던 죄책감과 되갚을 길 없는 쓸쓸함 때문일 것이며, 극장 문을 나와서도 ‘내 할머니·외할머니’께로 향한 길은 각자의 가슴에 깊이 새겨진다. 결국 응석을 그치는 손주가 밤새 써서 건네는 크레용 편지처럼, “이 땅의 모든 외할머니께 바친다”는 이정향 감독의 헌사처럼, 여기 <집으로…>를 본 평론가, 작가들이 보내온 글은 그 꼬불꼬불한 마음의 길을 타박타박 따라가며 쓴 엽서다. 편집자학식높고 교양있는
`액자` 속의 외할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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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는 우리 속담이 저주스럽습니다. 사이버펑크를 얘기하는 시대에 무슨 놈의 얼어죽을 색깔론입니까. 홧술깨나 마신 듯한 후배가 전화로 분통을 터뜨린다. 어느 문학잡지의 추천으로 시단에 나온 후배는 자기 본업이야말로 재야 영화평론가라고 떠들고 다닌다. 그 바닥 인간들 수준이 본래 그런 걸 어떡하냐는 내 말투가 못마땅했는지 녀석은 영화판을 겨냥한다. 한국영화와 조폭의 인연 한번 질깁디다. 욕을 못해 환장했습니까. 도대체 왜 그리 거칠고 시끄럽죠? 세상도 나도 물 속으로 가라앉았으면 좋겠어요. 침묵이 그립습니다.침묵이 그리운 녀석에게 침묵의 힘을 보여주기로 했다. 비를 맞으며 매표소 앞에 늘어선 사람들을 보는 감독보다 행복한 이가 또 있을까. 부럽고 흐뭇한 풍경이었다. 닭백숙을 뜯을까, 자장면을 말아올릴까. <집으로…> 를 보고 나온 우리는 심각하게 고민하던 끝에 중국집에 들어갔다. 아무리 자장면이 맛있어도 옆에서 짬뽕 국물 들이키는 소리가 들리면
마침내 망막에 남은, 주름진 할머니의 실루엣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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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할당된 원고지가 10장 이내인 관계로, 필요한 몇몇 정보를 짧게 설명하고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겠다.(정보 1) 난 외할머니가 계시다. 아직까지 건강하시다.(정보 2) 외할머니랑은 다섯살 때부터 여덟살 때까지 같이 살았었다.(정보 3) 외할머니랑 살던 시절, 옆집엔 인종이란 동갑 친구가 살았었고, 양 집안간엔 잦은 왕래가 있었다. 그래서 인종이 어머니는 외할머니가 날 어떻게 키우셨는지 정확히 기억하고 계시다.할머니가 나한테 뭘 해주셨더라?난 가끔씩 인종이 집엘 놀러 간다. 그때마다 인종이 어머니는 날 반갑게 맞이해주시고는, 인종이가 여자친구가 없다면서 걱정걱정을 하시다가, 5만원 상당의 팔뚝만한 굴비를 구워주신다. 그리고는 내 외할머니께서 건강하신지 안부를 물으신다. “너 니네 외할머니께 잘 해 드려야 된다. 너한테 정말 잘 해주셨다.”솔직히 난 외할머니께서 나한테 뭘 얼마나 잘 해주셨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내가 기껏 기억하고 있는 건, 엄마한테 왜 등을 안 긁어주냐고
상우는 반드시 큰 돈을 벌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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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레이드2>의 사운드트랙은 스코어에 비해 선곡된 음악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다. 호러·스릴러 분야에서 명성이 높은 마르코 벨아미트리의 기분 나쁜 스코어도 관객의 기분을 영화 속으로 밀어떨어뜨리는 데 일조하지만, 역시 영화의 분위기를 받쳐주는 건 선곡된 노래들이다. 선곡이라기보다는 영화를 위해 새롭게 재편집되었거나 만들어진 노래들.사운드트랙 프로듀서는 그 유명한 해피 월터즈이다. 그는 이미 <저지먼트 나이트>와 <스폰>에서 독특한 상상력의 프로듀싱으로 명성을 떨친 바 있다. 그의 상상력의 핵심은 ‘장르간의 결합’이다. <저지먼트…>에서는 강력한 스래시풍의 록과 힙합을, <스폰>에서는 일렉트로니카와 역시 강력한 록을 섞어서 나름의 경지를 만들었고, 이번 <블레이드2>에서는 일렉트로니카와 힙합을 섞었다. 해피 월터즈는 꼭 영화음악계의 돈 킹 같다. 이름만 들어도 팬들을 흥분시킬 만한 ‘큰손’들을 어찌도 그렇게 잘 불러낸다
<블레이드2> 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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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연가 classics>예당클래식 발매드라마 <겨울연가> 삽입곡들 위주로, 지난 30년간 조용필, 민해경, 양수경 등의 곡을 써온 피아니스트 이호준의 자작곡들을 수록한 음반. <남과 여> <러브스토리> 등의 영화음악을 작곡한 프란시스 레이의 <하얀 연인들>이 눈길을 끈다. <하얀 연인들>은 드라마 <겨울연가>에 삽입돼 큰 인기를 모았으나 시중에서 수록음반을 쉽게 구할 수 없었던 곡. 이 음반에는 <하얀 연인들>을 비롯하여, 피아노와 바이올린 선율이 아름답게 실린 가수 류의 <처음부터 지금까지> <My Memory> 등 15곡이 수록돼 있다. CD 안에는 뮤직비디오가 들어 있으며, 전 곡의 악보집이 제공된다.<파리의 보사노바>씨앤엘 뮤직 발매브라질의 음악 보사노바가 형성되기까지는 재즈뿐 아니라 프랑스의 샹송이 큰 영향을 끼쳤다. 1930년대 프랑스의 아티스트들은 브
<겨울연가 classics> / <파리의 보사노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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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보드리야르 지음/ 백의 펴냄/ 1만5천원
프랑스의 지성 장 보드리야르가 1979년 출간한 철학 및 문화비평서 <유혹에 대하여>의 한국어 개정판. 보드리야르는 ‘유혹’이라는 개념을 현대사회를 형성하는 중요한 원리로 제시하는데, 그에게 ‘유혹’은 ‘가상의 세계에서 상징적인 방식으로 현대인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어떤 것’을 뜻한다. <유혹에 대하여>는 이 ‘유혹’이라는 개념을 통해 여성성과 남성성, 테크놀로지와 대중매체 등 현대사회의 문화현상을 분석한다.
<유혹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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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1 때 청계천 헌 책방 거리를 자전거 타고 쏘다니며 ‘나까마’(이 책방에서 구입한 책을 저 책방에 팔며 차액을 남기는 짓) 노릇을 꽤 열심히 했던 탓에 지금도 종로통 같은데 드문드문 남아 있는 헌 책방을 그냥 지나치지 못한다.헌 책방에는 이른바 ‘원서’들도 있다. <펜트하우스> <플레이보이>가 주종이지만 그 속에 미국에서도 구하기 힘든 흑인운동 관련, 아메리카 인디언 관련 책들도 ‘폐기처분’ 도장이 찍힌 채 섞여 있다. 이런 책들을 어떻게 싸게 사느냐. 우선 <펜트하우스>를 ‘주요하게’ 들고 ‘관련’ 책들을 ‘아무렇지 않게’ 든다. 그리고 하나씩 내밀며 “얼마요?” 하고 묻는다. 주인은 <펜트하우스>에 눈을 반짝이며 “2천원”, 그리고 나머지 책은 흥미없다는 듯 “한꺼번에 천원” 그런다. 그러면 나는 <펜트하우스>를 도로 꼽고 나머지 책값을 지불하고 나온다. 물론 그것도 옛날이다. 청계전 헌 책방들은 일제시대 때 출간된 문학작
문지사 <세계도해대백과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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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 위주의 댄스음악만이 TV를 주요 매개로 팔려나가고, 대형도매상이 음반유통의 선진화를 가로막고 있으며, 시장의 대부분을 소수 ‘메이저’ 기획사가 지배하고 있음에도 항상 구조적 불안정성에 시달리는 곳. <글로벌, 로컬, 한국의 음악산업>(신현준 지음/ 한나래 펴냄)이 묘사하는 한국 음악산업의 모습이다. 이 책이 처음한 말한 건 아니다. 한국 음악산업의 기형성과 비건강성은 언론이나 각종 매체를 통해 꾸준히 언급돼왔다. 하지만 현상을 지적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정도의 내용만을 담았던 그동안의 문제제기와 달리 <글로벌…>은 전 지구적 네트워크의 일부로서의 한국 음악산업의 실체를 파헤친다.정치경제학이라는 본체에 문화연구(Cultural Studies)를 통해 빚어낸 다양한 이론이라는 도구를 끼워가며 한국의 음악산업을 세세하게 분해하려는 이 책은 한국의 음악산업을 분석하기 위해 ‘지구화/국지화’ 또는 ‘글로벌/로컬’이라는 방법론을 적극적으로 이용한다. 이제 공고해지는
<글로벌, 로컬, 한국의 음악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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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생각나지 않지만 어린 시절 분명, 무엇인가 내 옆에 있었다고 생각한다. 나는 그것을 형상화하기 위해 노력했다.” 지난해 한국을 방문한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 토토로를 두고 했던 말이다. 어릴 적 그렇게 대단하게 보였던 것들이 지금은 초라하게 느껴지는 이유를, ‘무엇인가’의 존재로 설명하는 그 마음이 와닿아서, 박제처럼만 생각됐던 이 사람의 가치를 비로소 실감했었다.‘2002 KBSTV 애니메이션 기획안 공모’에 선정된 26부작 코믹 판타지 <꼬마 여우 요랑>은 각자 마음속에 간직하고 있는 ‘무엇인가’를 다시 한번 떠올리게 하는 작품이다. 일단, 가지각색의 밝고 예쁜 색깔이 마음을 환하게 만든다. 주인공은 분홍빛 여우, 요랑이다. 천상의 서고지기였던 요랑은 누구도 못 말리는 장난꾸러기. 결국 귀중한 책을 지상으로 떨어뜨리고, 그 벌로 천년 안에 책을 찾아오라는 벌을 받는다. 지상으로 쫓겨온 요랑은 그러나 빈둥거리며 999년의 시간을 보낸다. 남은 시간은 고작 1년.
무엇이었을까, 어린 시절 <꼬마 여우 요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