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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 가족 테넌바움 가에 바치는 엘레지 <로얄 테넌바움>은 어디서 본 듯하지만 어디서도 본 적이 없는 영화다. 그러나 이제 세 편의 영화를 완성한 감독 웨스 앤더슨에게 “지금 죽어도 영화사에 기록될 감독”이라는 칭찬과 “유아적 자기도취”라는 폄하는 <로얄 테넌바움>이 처음이 아니다. 그의 전작 <바틀 로켓>과 <빌 머레이의 맥스 군, 사랑에 빠지다>는 조용하지만 인상적인 파문을 일으키며 그가 할 하틀리와 쿠엔틴 타란티노 이후 가장 독창적인 세계를 이룰 미국 인디 영화계의 멤버가 될 지도 모른다는 ‘의심’을 자아내왔다. 뒤늦게 우리가 스크린에서 처음 만나는, 그러나 앞으로 오랫동안 영화 팬들의 머릿 속에 머무를 듯한 예감을 던지는 새로운 재능 웨스 앤더슨 감독을,<로얄 테넌바움>의 3월29일 개봉에 앞서 소개한다.
‘위대한 테넌바움가의 사람들’을 만나 보시렵니까? 영화 <로얄 테넌바움>의 내레이터 알렉 볼드윈의 세
<로얄 테넌바움>과 웨스 앤더슨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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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아이의 눈, 어른의 손
<로얄 테넌바움>에서 일급 스타들의 앙상블을 지휘한 웨스 앤더슨 감독이지만 <…맥스군 사랑에 빠지다>에서 동경해온 명코미디언 빌 머레이를 처음 만났을 때에는 그에게 연기를 지시할 때마다 귓전에 속닥거렸다고 한다. 혹시 머레이에게 무안을 당해도 스탭들 앞에서 체면을 잃지 않으려는 귀여운 궁리 끝에 나온 복안이었다. 이 일화에서 보듯 이제 3편을 헤아리는 웨스 앤더슨 영화를 양쪽에서 버티는 북엔드는 세상을 바라보는 사춘기적 경이로 상기된 소년의 눈과 원숙한 장인의 손끝이다. 유년과 성년의 ‘문턱’에 머물러 있는 감독의 정신을 변명이라도 하듯 웨스 앤더슨의 영화에서 아이들은 어른스럽고 어른들은 아이 같다. <로얄 테넌바움>에서 한팀으로 게임하는 아들에게 총을 쏘고, 양녀를 꼬박꼬박 “나의 입양한 딸”로 소개하는 아버지 진 해크먼은 기회주의자일 뿐만 아니라 유치한 인물이다. 의젓한 손주들에게 사소한 규칙위반과 짓궂은 장난을 가
<로얄 테넌바움>과 웨스 앤더슨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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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틀 로켓>
웨스 앤더슨의 데뷔작 <바틀 로켓>은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정답 없는 대화를 나누는 ‘워킹 앤 토킹’ 스타일의 1990년대 중반 X세대 영화와 비슷한 외관을 갖고 있다. 멀쩡하게 퇴원하는 친구가 탈출한다고 믿고 흥분해 있는 몽상가 디그난과, 친구의 흥을 깨지 않기 위해 부러 창문에서 시트를 타고 퇴원하는 다정다감한 청년 안소니가 <바틀 로켓>의 두 주인공. 인생에 강렬한 드라이브를 부여하고 싶어하는 디그난은 안소니에게 ‘행복과 부를 위한 75개년 계획’을 제시하고 그에 따라 두 친구는 도둑질에 나선다.
연습 삼아 안소니의 집을 털고, 범죄조직 두목인 헨리에게 깊은 인상을 심어주기 위해 서점을 터는 두 사람. 주인공들은 <애리조나 유괴사건>을 연상시키는 우스꽝스럽고 소소한 범행을 저지르지만 그것은 고속도로에서 디그난이 피워올리는 병 불꽃처럼 짧은 젊은 날의 섬광이며 이어지는 대화의 소재가 될 뿐 악이나 액션으로서는 거
<로얄 테넌바움>과 웨스 앤더슨 [3] - 웨스 앤더슨 비디오 영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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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얄 테넌바움>은 <샹하이 눈> <에너미 라인스> 등 ‘뉘앙스’와는 거리가 먼 장르영화의 주인공으로 오웬 윌슨의 얼굴을 익혔던 국내 관객에게 또 다른 재발견의 기회다. 웨스 앤더슨의 단편과 장편에서 작가이자 연기자로서 동반자적 관계를 지속해온 오웬 윌슨의 진면목을 스크린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텍사스 주립대 시나리오 강의에서 만난 웨스 앤더슨과 오웬 윌슨은 룸메이트로 대학 시절을 함께 보냈다. 둘의 동거는 방을 둘러싼 다툼으로 시작됐다. 먼저 입주한 앤더슨이 화장실과 발코니가 딸린 2층을 선점했고 둘은 중간고사가 끝난 뒤 방을 바꾸기로 했으나, 반드시 좋은 학점을 받아야했던 에드가 엘런 포에 관한 윌슨의 과제를 앤더슨이 대신 써줌으로써 윌슨은 1층 작은 방에 만족해야 했다고. 언제나 윌슨이 산만하지만 재능을 감춘 학생이라고 주장했던 담당 교수는 앤더슨의 숙제에 아주 만족해 A+ 학점을 주고 “봤지, 이게 이 친구의 잠재력이야”라고 주변에 자랑했다
<로얄 테넌바움>과 웨스 앤더슨 [4] - 웨스 앤더슨과 오언 윌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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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작품으로 일약 스타가 되는 배우들도 많은 충무로에서, 12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천천히 스타덤을 향한 지난한 코스를 밟아온 배우가 있다. 이범수가 그렇다. 1990년, 대학 3학년일 때 영화에 처음 발을 들여놓은 그는 12년이 지난 서른셋에야 처음으로 주연으로서 자신의 이름을 포스터에 새겼다.
20대의 처음부터 끝까지를 관통한 뒤 30대 중반에 이르는 시간. 성실하고 착실하게 영화에 몸담았던 그에게 12년은 짧지 않은 시간이었다. 각종 인터뷰에서 “영화에 단역, 조역, 주연이 따로 있냐”는 말을 유난히 많이 하던 배우. 그런 그라, 주연이 된 것에 대해 담담할 법도 하건만, 웬걸. 이제사 밝히는 바, 그는 처음부터 주연을 향한 욕망에 몸사래쳤었다. 쉬 드러내지 않았을 뿐.
자꾸만 지연되곤 하는 욕망이 있었기에, 더욱 길었던 12년. 그 시간들은 이범수 스스로 말하는 것처럼 “우수한 성적으로 이수해낸 훈련과정”이라거나 “오너가 되기 전 수위나 경리로 일해본 실무경험의 시간들”일
이범수의 `서른세살의 쿠데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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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쉬움 남는 조연 시절, “나도… 했다면…”
어쨌건 힘들게 출연한 영화 <태양은 없다>로 이범수는 처음 뜰 수 있었다. 홍기(이정재)를 끈질기게 쫓아다니던 단발머리 깡패 고리대금업자 병국이 그의 역. 병국은 멋지구리한 정우성, 이정재와 또 다른 맛으로 시선을 끌었다. <태양은 없다>의 병국이 된 이후, <해가 서쪽에서 뜬다면> 때 처음 들어온 인터뷰 요청이 제법 늘어났다. 하지만, “기분이 방방 뜨기보다는 그동안 도와준 선후배들께 감사한 마음이었다”라고 이범수는 그때를 떠올린다. 인기 하나 없던 자신을 캐스팅해준 김성수 감독은 지금까지 은인이나 다름없고.
조연으로의 입성 이후, 달라진 것은 언론의 관심이 늘어난 것만이 아니었다. 촬영현장에서, 그는 그동안 자제하던 것들을 맘껏 펼칠 수 있었다. “촬영현장이 대부분 배우 위주로 굴러가잖아요. 무명 시절에는, 만약 내가 인정을 받는다면 현장에서 더 열심히 하고 연기도 열연을 할 수 있을 텐데, 했었
이범수의 `서른세살의 쿠데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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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행배우] 나는 흥행배우란 말을 믿지 않는다. 배우 때문에 흥행이 되나? 결코 그렇지 않다. 흥행은 주위의 힘이 있어야 되는 것이다. 메이저 배급사에서 극장 100개 잡고 트는 영화와 처음부터 작게 가는 영화가 있을 때, 배급사 잘 만나 흥행이 되면 그 영화의 출연배우는 흥행배우가 되는 것 아닌가. 작품에 대해서라면 몰라도 배우에게 흥행배우란 말은, 그래서 쓸 수 없다.
[거품] 나는 거품이 없는 배우다. 아니, 거품이 없다기보다는 세제가 없다. 세제를 안 넣어주어도 깨끗이 빨아 온 게, 내 연기인생이다.
[불안] 이 바닥에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미래에 대한 불안을 갖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늘 하던 대로만 하면 된다는 생각이 있었다. 제일 두려운 건 나 자신이었다. 초심만 잃지 않으면 서른 전에 뭔가 된다는 확신이 20대 때는 있었다. 그런데, 그렇게 되지 않자 “어차피 될 거 빨리 되지 되게 늦게 되네” 하는 생각은 들었다. (웃음)
[외모] 외모에 대한 콤플렉스
이범수의 `서른세살의 쿠데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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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경비구역 JSA>의 박찬욱(39) 감독이 만든 네 번째 장편 <복수는 나의 것>이 모습을 드러냈다. 지난 15일 첫 시사회장에 나온 박 감독은 “기술 시사때 보니 내 취향에 딱 맞는 영화”라고 자평했다.
- `복수는 나의 것`이란 제목의 출전이 있나.
= 구약성서 <신명기>에서 야훼가 “유대민족을 괴롭히는 인간들은 내가 다 처치하겠다”고 선언한다. 정의는 내가 세워줄 테니 사사로이 너희들끼리 그러지 말라는 신의 말씀이다. 그러나 이 영화에선 주인공들이 ‘신이 대신 보낸 처형자’라도 된 양 서로에게 앙갚음한다.
- 착한 인물들이 너무 극심한 악행으로 치달리는 게 아닌가.
= 사람들은 무언가 사태가 어긋나면 그 원인을 자기 바깥에서 찾으려 한다. 사회에 책임을 돌리거나 신에게 버림받았다고 생각한다. 그럴수록 증오는 증폭된다. 그런 사람이 휘두르는 폭력은 더욱 극악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악행에 발을 들여놓는 순간 내가 왜 이렇
`폭력의 가속도 갈데까지 가봤다`, 박찬욱 감독과의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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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 스모키 첫 내한공연연세대학교 대강당/ 3월30∼31일 토 6시·10시, 일 6시/ (주)라이브플러스/ 02-573-0038지금 30대에게 너무나 친숙한 노래 <Living next door to Alice> <What can I do> <Mexican Girl>의 영국 록밴드 스모키가 그룹결성 27주년 기념 콘서트투어로 한국을 선택했다. 1974년 결성, 70년대 중반에서 80년대까지 큰 인기를 모았던 스모키는 아름다운 선율의 곡과 크리스 노먼의 허스키한 창법으로 우리나라에서 유독 사랑을 받았던 그룹. 내한공연은 이번이 처음이다.CAN 라이브 콘서트연세대학교 대강당/ 3월23∼24일 7시30분/ A.C펀드/ 02-6288-2381, 1588-7890, 1588-1555TV드라마 <피아노>에 삽입된 <내 생에 봄날은 간다…>로 제2의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는 CAN의 라이브 콘서트. 배기성, 이종원의 뛰어난 개인기 덕분에
2002 스모키 첫 내한공연 / CAN 라이브 콘서트 / 봄바람 꽃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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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련은 곧 희망입니다>
커크 더글러스/ 인북스 펴냄/ 8천원
1995년 어느 날, <스팔타커스> <영광의 길> 등에 출연했던 할리우드의 노배우 커크 더글러스는 오른쪽 뺨에 예리한 통증을 느낀다. 뇌졸중이라는 병이 찾아왔다는 신호. 이 책은 뇌졸중으로 쓰러진 직후 절망에 빠져 권총자살까지 시도했던 커크 더글러스가 고통을 극복하기까지의 과정을 솔직하게 써내려간 고백록이자 인생회고록이다. 죽음 대신 삶을 선택했던 노배우의 심경과 고통 속에서 발견한 삶의 희망이 허심탄회하게 펼쳐진다.
시련은 곧 희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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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e With Us> 케미컬 브라더스 EMI 발매“우리와 함께 가요”라며 케미컬 브라더스가 안내하는 세계는, 다시 뿅뿅대는 전자음과 비트가 끌어가는 일렉트로니카의 실험장이다. 케미컬 브라더스는 89년 영국 맨체스터의 나이트클럽에서 팀을 이룬 두 DJ 톰 롤랜즈와 에드 시몬즈의 듀오. 힙합부터 록까지를 녹여내고 전자음의 결과 리듬을 풍성하게 샘플링하며 일렉트로니카의 표현력을 넓혀온 이들은, 봉고를 비롯한 퍼커션의 리듬이 역동적인 <It Began In Africa>, 서정적인 기타가 섞인 <Hoops> 등 초현대적이면서도 정서적인 전자음악을 들려준다.memories of Sanremo포니캐년 발매칸초네의 산실로 유서 깊은 이탈리아 산모레가요제에서 1950년대부터 1970년대 사이에 나온 곡들을 4장의 CD에 모았다. 클래식을 제외한 이탈리아의 대중가요를 의미하는 칸초네는 영미권의 팝과는 또 다른 질감. 1958년 1위곡이며 <Volare>
케미컬 브라더스 / memories of Sanrem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