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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 유학간 지 2년이 되던 해 베를린의 겨울은 혹독하게 추웠고 나는 경제적으로나 정서적으로나 참담하게 메말라 있었다. 집안의 반대나 나 스스로의 망설임은 차치하고서라도 어렵게 도달한 그때까지의 시간들이 조금씩 조금씩 마치 욕실벽면의 타일조각이 떨어져 나가듯 무너져내리고 있던 때였다. 음악 한다는 일이 너무도 힘겹게 느껴졌고 더불어 공부마저 유급위기를 가까스로 넘기며 절망적으로 진행중이다 보니 장래는커녕 그냥 그때까지의 시간들이 ‘중도포기’라는 절대절명의 위기를 맞고 있던 시기였던 게다.
베를린의 중심가에는 베를린영화제로도 유명한 조 팔라스트 극장이 웅장한 위용을 자랑하며 서 있고 그 외에도 국내의 멀티플렉스 영화관 못지않은 시설을 자랑하는 호화영화관들이 즐비했다. 우스운 사실은 그곳의 입장료는 다른 곳에 위치한 극장들에 비해 비싸다는 점이다. 그러다보니 가난하기로 유명한 독일의 대학생들은 중심가가 아닌 변두리 영화관을 이용하기 마련인데 밥은 굶어도 책은 못 사도 보고 싶은
꿈이여, 다시 한번, <사랑의 행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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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은경은 올해도 쉬지 않는다? 영화세상에서 제작하는 로맨틱 코미디 <좋은 사람 있으면 소개시켜 줘>에 출연하고 있는 신은경이 <블루>에도 캐스팅되었다. 해군 소속 SSU(해난구조대) 대원들의 사랑과 우정을 그리는 영화 <블루>에서 신은경이 맡은 역은 강수진 소령. 영국에서 유학하고 돌아온 화통하고 쿨한 성격의 교관이다. 강제규필름과 신생영화사인 지오엔터테인먼트에서 공동제작하며, 신은경은 <좋은 사람…> 촬영이 끝나는 5월 정도에 합류할 예정이다. 신은경의 상대는 일찌감치 출연이 확정된 신현준. <편지>의 이정국 감독이 연출하며 4월 중에 크랭크인한다.
영화 <블루>에서 해군 소령역에 캐스팅된 신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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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로 로카르노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배우 김호정이 ‘디지털 삼인삼색’ 프로젝트에 합류한다. 일본의 스와 노부히로 감독의 작품 <Mutual Looking or Hiroshima 2002>에 캐스팅된 것. 지난 2월27일 열린 2002 전주국제영화제 개최 설명회 참석차 한국을 방문했던 스와 감독은 문승욱 감독의 <나비>에서 김호정의 연기를 보고 서면으로 먼저 캐스팅을 제의했다. 그리고 지난 3월12일에 직접 김호정을 만나 자신의 의사를 전달했고, 김호정은 이를 받아들였다고.
김호정을 캐스팅한 뒤 시나리오를 대폭 수정하기도 한 <Mutual Looking or Hiroshima 2002>는 스와의 전작들처럼 영화 안팎의 경계가 모호하다. 영화는 한국의 배우 김호정이 일본 영화감독 스와 노부히로가 쓴 ‘새로운 영화를 만드는 데 당신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내용의 편지를 받고 히로시마에 간다는 전제를 깔고 시작한다. 막상 히로시마에 도
배우 김호정 `디지털 삼인삼색` 프로젝트에 합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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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글쥬스>에서 전혜진이라는 배우의 이름은 낯설다. <행복한 장의사> <죽이는 이야기>를 본 관객이라면 ‘전이다’라는 특이한 이름 석자를 기억할지도 모르겠다. <행복한 장의사>에서 곰다방 미스 황, <죽이는 이야기>에서 배우지망생 춘자로 등장했던 전이다가 바로 전혜진이다. <정글쥬스>에서 본명인 전혜진을 크레딧에 올린 이유, 아니 전이다란 이름을 쓴 이유가 궁금해진다. “<죽이는 이야기> <행복한 장의사> 할 때까지만 해도 영화를 계속 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어요. 내 이름이 나가는 것도 싫었고요.”
이야기를 듣다보니 전혜진은 싫어하는 것도 많다. “학교 다니기 싫었다. 연기도 시작하기 전에는 하기 싫다. 카메라 앞에 서는 것이 싫고, 타이틀에 이름 올리는 것도 싫다. 남 앞에 서는 것도 싫고, 내가 한 연기를 보는 것도 싫고, 내가 출연한 영화에 대해 누군가가 말하는 것도 싫다”며 두툼한 자기
“남자에게 한 10대 맞으니 눈물나데요” <정글쥬스> 전혜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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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엽기적인 그녀>의 촬영을 끝낸 차태현과의 인터뷰중이었다. 시종일관 명랑활달하게 모든 대답을 이어가던 그의 얼굴에서 잠시 낯선 긴장의 표정이 스쳤다. “사실 다른 배우를 보면서 긴장하는 법이 별로 없거든요. 그런데 <공동경비구역 JSA>의 하균이 형(신하균)을 보는데, 순간 떨리는 거예요. 아, 큰일났구나. 저렇게 돼야 되는데, 갑자기 걱정이 밀려오더라고요.” 신하균은 그랬다. 한국영화의 허리를 든든하게 받쳐주고 있는 최민식, 설경구, 송강호, 유오성의 바통을 이어받을 다음주자들 사이에서 그의 존재는 위협적일 만큼 강렬한 어떤 빛을 발하고 있었다. 그리고 신하균에 대한 무형의 기대는 <…JSA> 이후 1년 반 만에 확실한 증거를 탄생시켰다.
신이 쥐어준 송곳을 원수의 목에 내리꽂고, 복수의 칼날로 도려낸 신장을 소금에 찍어 어그적어그적 씹어삼키는 이 남자의 건조한 표정 속엔 해맑게 미소짓던 우리의 미소년은 이미 증발해버렸다. 병으로 죽어가는 누나를
서글픈 백수, <복수는 나의 것>의 신하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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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아이의 몸은 천천히, 그러나 몰라보게 변한다. 몸이 어느 한 형태에 안착하기까지, 보기 싫게 부풀었다 단단해지는 그 과정은 보통 시간 속에 묻히고 곧 잊혀진다. 브리타니 머피는, 그런 점에선 불우하다. 그녀의 잘 알려지지 않은 연기경력에서, <클루리스>의 촌스럽기 그지없는 시골 전학생 타이는 빠뜨릴 수 없는 기억의 시작이기 때문이다. 알리시아 실버스톤이 ‘예쁘게 만들어주기 대작전’을 벌이던 뚱뚱한 곱슬머리 여학생 타이. 지금의 머피가 완성된 유리공예품이라면 타이를 연기하던 그녀는 유리공예사가 입김을 확 불어넣고는 아직 매만지기 전 단계의 울퉁불퉁한 유리덩어리였다. “다 조명과 의상과 가발 때문이라구요. 그 영화를 찍었던 건 막 가슴이 부풀어오른 열다섯살 때였어요. 어쩔 줄 모르던 때였단 말이에요.” 뒤늦게 항변을 하건 말건, 어쨌거나 그 발육과정상 제일 못생긴 모습으로, 머피는 뉴저지에서 9살때부터 부풀려온 할리우드 드림을 펼쳐보이기 시작했다.
“말해주지 않겠어요.”
<돈 세이 워드>의 브리타니 머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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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났을 때 PD는 19부 대본을 읽는 것으로 강행군의 중간을 메꾸고 있었다. 19일 방송될 20회 마지막 대본은 2월13일 수요일 현재 나오지 않은 상태. 윤석호 PD의 드라마는 현대적 화면 방식과 화려한 색감을 보여 시각적 완성도가 높다. <느낌> <컬러> <웨딩드레스> <프로포즈> <초대> <가을동화>가 그가 만들어낸 감정이 살아있는 윤석호표 드라마들. 13일 백상예술상에서 윤석호 PD는 <겨울연가>로 드라마 연출상을 받았다.KBS 별관에 플래카드가 크게 걸려있던데 그만큼 회사에서 작품에 기대를 했다는 뜻일 것이다.<가을동화>가 끝난 뒤가 데스크 직전이었다. 승진을 안하면 불만이고, 승진을 하면 작품을 할 수 없고. <가을동화>가 성공해서, 사람들이 충고하기도, 지금이 나가는 타이밍이다라고 하더라. 노선잡는데 헤매다가 나왔다. 외부에서 제작을 하니까 “너 역할 해야 돼” 하는 말을 듣
윤석호 PD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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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상이 흑인에게 화해의 몸짓을 보냈다. 24일 미 로스앤젤레스 코닥극장에서 열린 오스카상 시상식에서 공로상이 시드니 포이티어(75)에게 돌아갈 때부터 이변의 분위기는 느껴졌다. 그러나 여우주연상이 흑인배우 할 베리에게 돌아갈 것으로 예측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이어 남우주연상까지 흑인배우 덴젤 워싱턴에게 돌아감으로써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장은 흑인배우들을 위한 헌화의 자리처럼 보였다. 가장 격정적인 순간은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할 베리의 이름이 불려졌을 때였다. 할 베리는 믿을 수 없다는 듯 “오 마이 갓”을 연발하며 한 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그는 수상 연설을 통해 “이 시간은 앞서간 많은 이들을 위한 순간”이라며, “제이다 핀켓, 비비카 박스 등 많은 유색 동료 여배우들이 열고자했던 그 문이 이제야 열렸다”고 말했다. 그는 또 자신을 돌봐주고 도와준 많은 스텝들에게 일일이 감사의 말을 전하며 “이 무서운 세계에서 저를 도와주신 것에 대해 감사한다”고 말했다. 수상 소감이 길어
`검은` 감동의 눈물 모처럼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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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상 역사상 최초로 3명의 흑인배우가 남우주연상은 물론 여우주연상과 공로상까지 상을 탄 이날 행사의 사회는 공교롭게도 흑인 여배우 우피 골드버그가 맡았다. 우피 골드버그는 흑인 수상자의 이름이 불려질 때마다 흥분을 감추지 못했으며, 수상소감이 이어질 땐 후보에 올랐던 스타들도 눈물을 글썽거렸다. 덴젤 워싱턴은 “내가 학교에서 세계 최고의 배우가 되고싶다고 했을 때 주변의 학생들은 모두 나를 비웃었다”며 흑인배우로서 겪어온 어려움을 이야기했다. 특히 그는 공로상을 탄 시드니 포이티어를 가리키며 “당신을 늘 좇아가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존경심을 표시했다. 이날 행사에는 우디 앨런 감독이 처음으로 아카데미 시상식장에 나타나 눈길을 끌었다. 그는 자신이 감독상을 탈 때도 뉴욕 클럽에서 색소폰을 불어야 한다며 아카데미 시상식장에 나타나지 않았었다. 9.11 테러 이후 처음 열린 시상식에 아카데미 위원회는 뉴욕에서 만들어진 영화들을 특별편집했고 우디에게 이 소개를 맡겼다. 참석자들의
아카데미상 시상식 이모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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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오는듯 마는듯 날씨가 구물구물하다. 영국령 시절 한때 영화를 자랑하던 홍콩 시내의 경찰 기숙사 건물은 을씨년스럽기만 하다. 통틀어 1~2 가구 밖에 살지 않는 건물 밖 커다란 카메라 크레인이 3층에서 밑으로 쭉 내려오자 커다란 방부제 쓰레기꾸러미를 든 한 남자가 나타난다. 중국 본토에선 의사였지만 홍콩에 건너와 극빈층으로 전락한 파이 역을 맡은 리밍(여명)이다. 지난 23일 홍콩의 할리우드 거리에선 홍콩 감독 첸커신의 단편영화 <과년회가(過年回家)>의 막바지 촬영이 한창이었다. 이 영화는 <반칙왕>의 김지운 감독과 <잔다라>의 타이 논지 니미부트르 감독, <첨밀밀>의 첸 감독 등이 인간의 `두려움'을 공동 주제로 만드는 미스테리 옴니버스 영화 <쓰리(Three)> 가운데 한 편이다. 아시아에서 만들어진 최초의 공동영화로 기록될 이 작품에 대한 기대 때문인지 3개국에서 100여명의 취재진이 모여들었다. 이미 촬영을 마치고 주연
`인간의 두려움` 3국 3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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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절 워싱턴 & 할 베리 상 생긴 이래 처음올해 아카데미 남우주연상과 여우주연상을 모두 흑인 배우가 차지했다. 특히 여우주연상을 흑인 배우가 받은 건 아카데미상 74년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24일 저녁(현지 시각) 미 로스앤젤레스 코닥극장에서 열린 오스카상 시상식에서 여우주연상은 할 베리에게, 남우주연상은 덴젤 워싱턴에게 돌아갔다. 흑인 배우가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건 지난 1964년 시드니 포이티어가 수상한 이래 38년만의 일이다. 할 베리는 <몬스터스 볼>에서 남편이 사형당한 뒤 사고로 아들까지 잃어버리는 여성 역을 맡아 열연했고, 덴젤 워싱턴은 <트레이닝 데이>에서 부패한 경찰 역을 연기했다. 할 베리는 수상 연설을 통해 “이 시간은 앞서간 많은 이들을 위한 순간”이라며, “비비카 박스 등 많은 유색 여배우들이 열고자 했던 그 문이 이제야 열렸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함께 했던 동료들에게 감사의 말을 전하며 “이 무서운 세계에서 저를 도와주신 것
아카데미 남.녀주연상 모두 흑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