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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
핸드폰 유감
외출했다가 돌아와 책상 옆에 놓여있는 자동응답기의 재생 버튼을 눌러보면 가끔 어머니의 목소리가 튀어나온다.“엄마한테 전화왔다고 전해 주시오 잉.” 십년 전이나 지금이나 자동응답기 앞에서 한결같은 어머니의 목소리를 듣고 있으면 웃음이 저절로 나온다. 리모컨 보기를 돌같이 하시는 어머니에게 자동응답기는 기계가 아니다. 내 딸이 전화를 받지 못하니까 대신 받아주
2002-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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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
인생, 위험과 자유의 기회
나는 소설가가 된 뒤 <씨네21> 필자가 되고 싶었다. ‘전 <씨네21> 편집장’이라는 크레딧으로 행세하기는 유오성처럼 ‘쪽팔려서’싫었다. <씨네21>에서 원고를 쓰라고 하면 ‘금의’(錦衣)를 못 구해서 ‘환향’(還鄕)을 못 한다고 말하곤 했다. 그런데 결국은 금의를 입기 전에 환향하고 말았다. ‘소설가’라는 크레딧을 구해오
2002-0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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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
따뜻하고 아름다운 진흙투성이
꽃샘추위는 남아 있겠지만 요즘은 간혹 어마, 봄볕이네, 싶게 따사로운 햇살을 불쑥불쑥 만난다. 내집 근처의 북한산 자락을 오르다보면 졸졸졸 물흐르는 소리도 귀에 섞이기 시작했다. 흰바위는 더욱 희어 보이고 다소 풀이 죽은 듯했던 소나무는 푸른색이 생기있게 되살아났다. 무슨 까닭인지 계곡으로 뿌리를 내리고 있어 내내 얼음 속에 서 있던 나무의 밑둥(벌써 몇해
2002-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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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
재수를 시작하는 스무살들에게
내가 스무살 때 태어난 조카의 이름은 순정이다. 우리 나이로 내가 마흔이 되니 그애가 스물이 되었다. 내 기억이 정확하다면 프로야구 원년이거나 아니면 그 다음해의 여름에 그애가 태어났을 것이다. 올케가 해산하러 시골에 가고 오빠가 퇴근하기를 기다리며 나는 저물녘에 빈집에서 프로야구를 보곤 했다. 특히 해태가 게임을 하는 날이면 어김없이 텔레비전 앞에 앉아
2002-0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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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
꼭 안아주고 싶은, 두 친구들아
‘바밤바’나 ‘아맛나’라는 아이스크림 이름을 기억하는가. 그들에게도 호시절이 있었는데 이제 배스킨라빈스나 하겐다즈에 밀려 누구도 거들떠도 안 보는 아이스크림을 우리집 앞 슈퍼에서는 판다. 엊그제는 그 앞을 지나다가 ‘바밤바’나 한개 사갈까 하고 안으로 들어갔더니 돈을 계산하는 탁자 위에 웬 하얀상자 하나가 거꾸로 뒤집어진 채 놓여 있는데 상자가 살살 움직이
2002-0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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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
불행도, 나의 삶
나는 서울의 거리 중에서 광화문이 좋다. 20대의 한 시절, 미래가 불안하니 서로 매일 만나 붙어다니던 여자친구들과 밤늦도록 헤어지질 못하고 서성이던 거리. 세종문화회관 계단이나 분수대 옆 나무의자, 교보문고의 시집코너나 지금은 사라지고 없는 양지다방, 시립미술관으로 변한 서울고등학교 운동장이나 미리내 분식점, 무심히 안을 들여다보던 꽃집과 공중전화부스와
2002-0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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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
간결하게, 간절하게
지난 한해 동안 목요일은 안산으로 강의 나가는 나와 함께 사는 사람이 집에 들어오기를 기다리는 날이기도 했다. 그의 가방 속에는 <씨네21>이 들어 있어서였다. 안산에서 우리집, 혹은 우리집에서 안산까지는 이러저러한 교통수단을 다 이용해야 갈 수 있고 올 수 있다. 버스를 타고 전철역까지 나가 전철을 타고 한 시간을 간 다음 안산역에서 내려서는
2002-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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