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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
아무것도 믿지 말자
● 미국 동시테러가 일어난 지도 벌써 두달이 지났다. 이젠 전쟁, 혹은 일방적인 공격으로 바뀌었다. 하지만 여전히 동시테러와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무차별 공격을 바라보는 나는 하나의 관객에 불과하다. 그걸 보는 나의 태도는 스포츠경기나 영화를 보는 것과 별 다르지 않다. 야구를 보면서 매일 선수들의 기록을 살펴본다. 누가 안타를 몇개 쳤고, 누구는 홈런을 쳤
2001-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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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
이탈에 부친다
● 언제 생각해봐도 유치하지만, 예전에 ‘언젠가 한번 꼭 해봐야지’라고 다짐했던 일 하나는 눈이 부시도록 화사한 남국의 해안 백사장에 놓인 긴 의자에 누워 한가로이 책을 읽는 것이었다. 세상의 모든 것에서 떨어져나와, 혼자만의 시간과 공간을 호젓하게 즐기는 것. 새소리가 들리는 산사나 제주도의 푸른 밤이 아니라는 건 분명 할리우드영화 어딘가에서 영향을 받
2001-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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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
`‘쓸모없는 것들`의 용도는?
● 여느 때처럼, 얼마 전 일본을 가서도 밤에는 늘 TV 앞에 앉아 있었다. 유흥가를 찾아가지 않는 이상, 일본의 밤을 가장 느긋하게 즐기는 방법은 방안에 틀어박혀 있는 것, 이라고 생각한다. 조용하고, 한적한 기분을 느끼기에는. 차를 마시면서, 센베를 또각또각 잘라먹으면서, 딱히 목적없이 TV를 보면서, 무위로운 나날을 보내는 건은 꽤 즐거운 일이다. 저
2001-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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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
질주의 끝
● <분노의 질주>란 영화는, 아주 단순한 '액션' 영화다. 총싸움이 등장하기도 하고, 대형 트럭에 매달리는 스턴트를 보여주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장면은'질주' 그 자체에 집중한다. 얼마 전 개봉했던 <드리븐>은 카 레이싱을다룬 스포츠영화였다. 400킬로미터에 육박하는 속도가 중요하기는 하지만, 그보다는 '승부'를 둘러싼 인간군상의 희노
2001-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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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
치통, 오프라, 그리고 하이너 뮐러
● 벌레먹은 어금니가 밤새 시큰거릴 때, 타이레놀의 경고가 충분치 않을 때, 손가락이나 혀로 그 빌어먹을 어금니를 지그시 눌러본다. 아주 상쾌한 아픔이 느껴진다. 무릎의 상처 딱지도 그렇다. 시뻘겋게 되도록 손톱으로 긁어대면 또한 역설의 쾌가 밀려온다. 무좀으로 너덜너덜해진 발톱 사이를 문지를 때도 그렇고 뒤꿈치의 각질을 벗겨낼 때는 극도의 희열까지 맛보게
2001-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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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
소설의 운명
● 읽을 만한 소설이 드물다는 엄살은 이제 엄연한 사실로 확인되고 있다. 범타에 그치고 있는 주요 작가들의 근황도 그러하거니와 간혹 병살타까지 치고 있어서 소설의 매력이란 도대체 무엇인가 하는 극단적인 궁금증까지 자아내는 형국이다.그 증후인 바, 두눈을 부릅뜨게 만드는 평론이 최근 몇년 사이 찾아볼 수 없다는 사실로서 소설의 하향세를 확인할 수 있다. 최근
2001-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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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
진리는 어렵다
옛말에 ‘修身齊家 연후 治國 平天下’라고 하였으되 실은 맨 앞머리의 格物致知, 誠意正心을 빼먹는 수가 더러 있다. 독재 시절, 입신양명의 율법으로 수신제가 운운하는 실용적 처세를 최고 덕목으로 강요한 탓이겠으나 어쨌든 이 항목 중에 가장 어려운 대목이 적어도 나의 경우에는 격물치지, 네 단어다. 치국 평천하라고 해서 왼발로 프리킥 차듯이 조금만 노력하면 될
2001-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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