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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2일 개봉한 홍상수 감독의 네 번째 영화 <생활의 발견>은 매우 짓궂다. 삶에서 작은 좌절을 겪은 한 남자(김상경)의 우연한 여행 길목에 두 여자(예지원·추상미)를 세워둔 뒤 이들이 벌이는 `사랑, 그 우스꽝스러움'에 카메라의 앵글을 맞춘, 얄궂고도 씁쓸한 코미디다. 이 영화를 시사회에서 처음 봤을 때 가장 기억에 남은 대사는, “우리가 인간이 되기는 힘들지만 괴물이 되지는 말자”란 말이었다. 선배에게 이 말을 들은 주인공은, 이 얘길 춘천에서 만난 다른 선배와 여자에게 써먹는다. 감독 스스로 이 영화의 열쇠말은 `모방(흉내)'이라고 말한다. 이 대사가 머리 속에서 맴돌았던 이유는, 이 말과 거의 정반대인 문장 하나가 한때 나의 좌우명과도 같았던 적이 있기 때문이다. 그 문장은 단재 신채호(1880~1936)의 <문예계 청년에게 참고를 구함>이란 에세이에 등장한다. 공교롭게도 단재는 이 글에서 남 흉내내기에 급급한 조선의 현실을 매섭게 질타한다. “누
`괴물이 되지 말자`는 <생활의 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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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들이 일하려면 스스로 여자라는 것을 확인하고 또 일에 집중해야 한다. 그러려면 2배의 에너지가 필요하다. 여성으로서 일을 한다는 것 자체를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믿지 않는다. 이란에는 10명 정도의 여성감독이 있다. 그러나 나머지 500명은 남성감독들이다.” 지난 2000년 부산국제영화제 뉴커런츠 부문 대상을 수상한 이란의 여성감독 마르지예 메쉬키니는 ‘이란에서 여성감독으로 산다는 것’에 대한 소회를 이렇게 밝힌 바 있다. 여성을 전통의 상징으로 여겨 현대 문명에서 소외시키는 이 문화권에서 영화를 찍는 여성들이 그런 굴레에 갇힌 자신들의 모습을 반영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일 것이다.이란에서 활동중인 여성감독 중에 가장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이들은, 타흐미네 밀라니를 빼면, 마흐말바프가의 사람들이다. 그 중 하나가 언급한 마르지예 메쉬키니로, 모흐센 마흐말바프의 아내다. 그의 작품 <내가 여자가 된 날>은 ‘여자의 생애’를 보여주는 세편의 에피소드로 구성돼 있다. 아
이란의 여성감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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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극장가가 웃음으로 들썩거릴 전망이다. 12일 첫 선을 보일 <재밌는 영화>를 필두로 <아이언 팜> <울랄라 씨스터즈> <해적, 디스코왕 되다> <일단 뛰어> <뚫어야 산다> <묻지마 패밀리>등 코미디 영화들이 잇따라 개봉 채비를 갖춰 나른한 봄기운을 폭소로 날려버릴 태세다. <신라의 달밤> <조폭마누라> <달마야 놀자>등 지난해 한국 영화 흥행의 견인차 역할을 했던 코미디 영화가 주로 조폭 일색이었던 것과는 양상이 좀 다르다. 다양한 형식과 소재를 갖춘 작품들이 건강한 웃음과 유머로 관객들을 찾아간다. <재밌는 영화>는 <쉬리>의 기본 틀에 한국영화 28편으로 갖은 양념을 치고버무린 국내 최초의 패러디 영화. 김정은ㆍ임원희ㆍ서태화가 <엽기적인 그녀> <거짓말> <친구> <인정사정 볼 것 없다>등 히트작들을
코미디영화 `봇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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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우연과 필연, 자유(의지)와 결정(론)에 대한 책들을 깊이 읽어보지 못했다. 그러나 밋밋하게 절충이라고 불리는, 세련되게는 종합이나 지양이라고 불리는 어중간한 태도를 벗어나 어느 한쪽을 편들어야 한다면, 내 생물체적 감수성은 나를 필연과 결정의 편으로 내몬다. 그러니까 나는 우연(이라고 우리가 생각하는 것)이 결국 필연이고, 자유(의지에 바탕을 두었다고 생각되는 사태)가 시간의 처음부터 미리 결정되었던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 생각은 우연과 필연, 자유(의지)와 결정(론)이 결과적으로는 동일하다는 생각이기도 하다. 그것은 우리의 삶이 일회적인 한, 그리고 우리가 겪어왔고 겪어갈 시간축 이외에 다른 시간축(들)을 상상하기 힘든 한, 자연스럽게 다다르게 되는 결론이다. 그런 유일한 시간축을 가정한다면, 생명의 발생은 우연적이었다라는 자크 모노의 명제는 생명의 발생은 필연적이었다라는 명제와 별 차이가 없을 것이다.그러나 그런 생각을 공개적으로 발설하는 것은 세상을 극도로 부도덕하
<세렌디피티>를 본 아저씨의 `사랑에 관한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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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체데이 내한공연>예술의전당 토월극장/ 4월18∼24일 평일 4시·7시30분, 토·일 3시·6시(월 쉼)/ 02-548-4480, 1588-7890, 1588-1555/ 서울예술기획(주)1968년 페테르부르크에서 작은 마임극단으로 시작해 세계적인 마임 컴퍼니로 성장한 러시아 마임극단 리체데이의 세번째 내한공연. 리체데이는 스텀프, 탭덕스 등 다른 비언어 포퍼먼스와 달리 타악기를 많이 쓰지 않고 전통적인 팬터마임에 음악과 다른 소도구들을 접목하는 특유의 방식으로 인간의 희로애락을 표현, ‘시적 아름다움으로 충만한 광대극’이라는 평을 얻고 있다.<이루마 내한공연>영산아트홀/ 4월27일 3시/ 02-658-35467/ 스톰프뮤직드라마 <겨울연가>에서 최지우의 테마곡으로 삽입되어 큰 인기를 얻었던 <When the Love Falls>의 이루마가 내한공연을 갖는다. 이루마는 5살 때부터 영국에 유학하여 음악을 공부한 24살 뉴에이지 피아니스
리체데이 내한공연 / 이루마 내한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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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모와 집착의 역사>
콜린 에번스 지음/ 이마고 펴냄/ 1만5천원
카인과 아벨 이후, 세상에는 수많은 라이벌과 정적이 있어왔다. 선의의 라이벌은 서로를 성장시키고 더욱 높은 경지로 끌어올리지만, <음모와 집착의 역사>에서 다루는 ‘라이벌’은 주로 서로를 파멸로 몰아넣은 정적들이다. 엘리자베스 대 메리, 올리버 크롬웰 대 찰스 1세, 스탈린 대 트로츠키, 아문센 대 스콧, 에드거 후버 대 마틴 루터 킹 등의 대결을 ‘전형적인 단편소설의 테크닉’으로 끌어간 것도 흥미롭다.
<음모와 집착의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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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춘 박은옥 20년 골든앨범>삶의 문화 발매20여년을 한결같이 한국 포크계를 지켜온 정태춘, 박은옥의 골든앨범. 정태춘의 1978년 첫 앨범 <시인의 마을>에서 1998년에 발표한 20주년 기념 앨범 <정동진/건너간다>까지 총 11장의 앨범에 실린 100곡 가운데 33곡을 가려뽑은 편집앨범. <시인의 마을> <회상> <떠나가는 배> <북한강에서> <사랑하는 이에게3> 등 시대와 민중을 어루만져주었던 추억의 명곡들을 만날 수 있다.<The Best of Me> 데이비드 포스터 워너뮤직 발매오랫동안 대중적인 사랑을 받아온 팝 작곡가 겸 프로듀서이자 영화음악가로도 잘 알려진 데이비드 포스터의 베스트 음반. 척 배리의 백밴드부터 출발해 스카이락이란 밴드로 히트곡을 내고, 존 레넌, 바브라 스트라이샌드 등 당대 톱 뮤지션들의 녹음 세션으로도 이름을 떨친 포스터는 79년 어스, 윈드&파
<정태춘 박은옥 20년 골든앨범>/[The Best of Me] 데이비드 포스터/[Papa Loves Mambo] 나카소네 가오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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켈트족에 처음 관심을 가진 것은, ‘드루이드’ 때문이었다. 언젠가, 영국 남부지역의 갖가지 거석 건조물이 드루이드의 종교의식과 관련이 있는 것이 아닌가, 라는 가설을 봤을 때였다. 켈트족의 사제인 ‘드루이드’. 그뿐이었다. 켈트족에 대한 책은 거의 없었고, 유럽의 역사나 고대 문명을 이야기할 때 조금씩 곁가지로 다루어지는 정도였다. 이번에 나온 <켈트>(줄리에트 우드 지음/ 들녘 펴냄)가 유난히 반가운 이유는 그것이다. 그동안 조각조각 알아온 ‘켈트’에 잘못된 상식과 오류가 많았음을, 이 책을 읽으면서 실감했다. 일례로 나는 켈트족이 영국과 유럽 일부 지역에만 존재한 소수 민족으로 알았다. 그러나 켈트족은 고대에 지중해와 북유럽을 제외한 유럽 전역을 지배했다. 기원전 3세기 무렵부터 쇠퇴하기 시작한 켈트족은, 기원전 500년경 유럽 대륙에서 거의 자취를 감추고 아일랜드에서 황금시대를 누렸다. 자연 특히 숲을 숭배해온 켈트족의 사원은 숲 속의 공터였고, 그들은 이집트나 마야
<켈트> <마야> <티베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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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작업을 하는 공간은 두 군데다. 아들 두놈에게 일찌감치 안방을 헌납하고 아내와 내가 공용 침실-거실 겸 서재로 챙긴 마루(덕분에 우리 집은 애들이 조용한 편이다)와 역삼동 소재 한국문학학교 사무실이 그것.마루에는 책상을 조합하여 평균치의 3배는 족히 되는 면적을 확보했다. 그리고 벽 2면을 사전류와 CD로 채워놓았다. 학교 사무실 책상 면적도 2배는 된다. 옛날에는 글을 쓰다 말고 후배들과 회의를 해야 하는 일이 많았지만 변변한 공간이 없어서 조태일(시인, 작고)과 김주영(소설가)의 공간을 솔찮은 세월 동안 빌려썼었다.얼굴이 꾀죄죄해서 ‘공간 없는’ 태가 나는지 내게 ‘책상 하나 주마’고 이기웅(열화당 사장)과 정병규(디자이너)도 호의를 베풀었었다. 그래서 이리 뒤늦게 면적 욕심이 큰 건가.그렇단들, 참고서적이 아무리 좋아도 두권을 사서 한 군데씩 비치할 돈 능력은 아직도 안 되는 셈인데, 웬일로, 위 책은 가장 가까운 곳에 세권이나 있다. 1994년 9월30일 재판3쇄, 누계
내 기억의 씨줄과 날줄 <세계사연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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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사회에는 도끼를 든 살인마들에 대한 근원적인 공포가 있는 듯하다. 귀신이 등장하는 초자연적인 현상이 전설의 주테마인 우리나라와는 달리, 확실히 도끼로 사람을 난자하는 살인마들에 집착하는 모습이 자주 눈에 띄기 때문이다. 그런 현상은 미국의 영화 속에서도 잘 드러난다. 최근에 도끼 살인마를 등장시킨 영화들만 해도 <캠퍼스 레전드> <슬리피 할로우> 등이 있었고, <샤이닝>과 같은 고전이나 <나는 도끼 부인과 결혼했다> 같은 코미디도 도끼 살인마에 대한 미국인들의 공포심리를 잘 드러내준 영화들. 같은 맥락에서 캐스린 비글로우 감독의 <웨이트 오브 워터>도 현대의 미국인들이 도끼 살인마의 이야기에 얼마나 강박적인 집착을 가지고 있는가를 잘 보여준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영화에서도 설명된 것처럼 실제 사건이 일어난 것은 1873년 3월6일, 메인주와 뉴햄프셔주의 경계선에 있는 숄스 군도의 스머티노즈라는 이름의 섬에서였다. 희생자였던
<웨이트 오브 워터> 소재, 스머티노즈 섬 살인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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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인표와 김윤진이 귀엽게 망가졌다! 이들이 어떤 배우던가? 목소리 깔고 눈에 힘주거나 심각하게 총구를 겨누고 활시위를 당기는 연기에 익숙한 얼굴들이 변해도 한참 변했다. 상상하기 힘든 이들의 망가진 모습을 <아이언 팜> 홈페이지에서 미리 보여준다. ‘아이언 팜’이란 주로 무협지에 등장하는, 뜨거운 모래에 손을 단련하는 기수련 방법의 하나. 영화에서는 주인공 아이언 팜이 모래 대신 전기밥통을 수련의 도구로 사용하는데, 이 엉뚱한 밥통의 이미지를 경쾌하게 그려낸 플래시가 눈에 띈다.LA폭소테러현장이라는 이름으로 만들어진 4편의 메이킹 필름은 정성들여 만든 흔적이 역력하다. 크랭크인하는 첫날의 풍경부터 담기 시작하여 바텐더 아카데미에서 김윤진이 실습하는 모습, 현지인 스탭들인 프로덕션 코디네이터와 동시녹음기사가 즉흥으로 랩핑하는 모습 등 제작현장의 뜨거운 열기와 아기자기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볼거리를 제공한다. 영화의 주요 장면을 편집한 본예고편 외에도 정훈이의 애니메이션으
<아이언 팜>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