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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3우리는 한 명제의 참이 다른 명제들의 참으로부터 따라 나온다는 것을 그 명제들의 구조로부터 알아본다.5-2이 영화에는 두권의 책이 있다. 하나는 (영화 바깥에 놓여진) 이 영화의 제목인 임어당(林語堂)의 <생활의 발견>이고, 다른 하나는 (영화 안에서 사용되는) 춘천에서 선배 성우의 집에서 들고 나온 <스콧 니어링 자서전>이다(영화에서 사용한 판본은 표지로 미루어 짐작건대 김라함씨가 번역한 실천문학사 출판본이다). 아마도 성우는 지난해 또는 지지난해에 샀을 것이다(이 책은 2000년 5월에 출판되었다). 또는 홍상수가 <생활의 발견> 트리트먼트를 쓰기 석달 전에 나왔다. 임어당은 ‘자유주의’를 내세운 반공주의자였으며, 스콧 니어링은 ‘급진적’ 사회주의자였다. 경수는 스콧 니어링에 대해서 알고 있으며(선영에게 설명한다), 선영은 “그 책이 아마 제가 알고 있는 어떤 분 인생을 바꾼 책일 거예요”라고 대답한다(분명치는 않지만 아마 그 ‘어떤 분’
제5장 착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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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논리학의 명제들은 동어 반복들이다. 앞에서도 한 말이지만 홍상수는 이렇게도 말한다. 경수는 세존보살의 점괘에 의하면 “저 사주는 스님 사주가 돼가지고, 산천을 벗삼아 가지고, 산으로 산으로 다녀야 되는 사주기 때문에, 속세에 인연이 없습니다. 인간의 인덕도 없고(중략)”라고 한다. 세존보살의 점괘가 맞다면 결국 경수는 부산에 도착하지 못할 것이다. 그는 더 떠돌아다녀야 하며, 심지어 “구월 시월에는 몸에 칼댈 일도 있”다. 만일 그가 홍상수 영화의 페르소나라면 그의 주인공은 끝내, 또는 적어도 앞으로 “올래 또 삼재가 들어오기 때문에” 삼년은 그 어디에도 머물지 못하고 떠돌아야 할 것이다. 하지만 경수의 생각은 다르다. (61신 경주 삼겹살집에서 선영에게 한) 경수의 말에 따르면 “언젠가 운전사 아저씨가 그러더라고요. 야! 인덕이 있다” 홍상수가 누구의 말을 믿을지는 알 수 없다.6-2그런데 궁금한 것은 경수가 부산에 내려간다고 말하는 대목이다. 부산에는 (선영에게 한 말에 의
제6장 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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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수가 회전문의 뱀을 떠올리다, 또는 말할 수 없는 것에 관해서는 우리는 침묵하지 않으면 안 된다.
n-1, ou Che Vuoi?_ 이 글은 먼저 홀수를 쓴 다음 짝수를 채워나간 글이다. 그러나 배열은 앞의 숫자에 뒤의 숫자를 더한 것이 하나의 숫자이다. 그러므로 합산을 한 다음 짝수를 빼면 원래의 글이 된다. 동일한 수는 앞의 수가 앞선 것이 우선이다. 그러나 짝수의 글이 필요없는 것은 아니다. 짝수는 설명과 반론으로 이루어져 있다. 하지만 짝수의 글을 다시 배열한 다음 순서대로 놓고 거기서 그 순서에 따라 5의 배수는 의도적으로 더해진 것이다. 그러므로 읽지 않아도 된다. ▶ 성일, 상수의 영화를 보고 회전문을 떠올리다
▶ 제2장 자막
▶ 제3장 회전문
▶ 제4장 구조
▶ 제5장 착각
▶ 제6장 아버지
▶ 제7장 …그리고 침묵
제7장 …그리고 침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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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알 수 없다, 그러므로 그는여기, 두 건달이 있다. 특정한 직업 없이 거리를 떠돈다는 점에선 보통 건달과 같다. 이들은 그러나 주먹과 어깨 대신 음악과 영화와 그림으로 세상을 누빈다. 경계에 서서, 낯설다는 듯 멀뚱하게 세상을 쳐다보다, 재미있는 판이 보이면 뛰어들어 한판 놀더니, 금방 다른 판을 기웃거리는, 천생 유목민들. 백현진과 고구마, 그들을 우리는 신종문화건달이라 부른다. 편집자그를 한마디로 소개하는 것은 난감한 일이다. ‘저자’, ‘마부’, ‘없었을텐데 그러므로 나는’이라는 엉뚱한 호칭까지. 신발 바꿔 신듯 태연자약하게 이름을 갈아치우는 데다, 음악, 미술, 영화에까지 이리저리 발을 걸쳐 복잡무쌍한 크레디트를 가진 이 서른한살 청년을 뭐라고 부르면 좋을까? 가장 짧고 간단한 알림말을 붙여보자면 이렇다. 어어부프로젝트에서 노래하는 사람, 백현진.황신혜 밴드의 김형태가 이들의 2집 ‘개, 럭키스타’에 부친 말을 보면 어어부를 설명하는 단어들은 온통 ‘불(不)’ 투성이다.
<뽀삐> <꽃섬> 출연한 어어부프로젝트 보컬 백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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뽕짝부터 아방가르드까지를 가로지르는 어어부밴드는 듣기 좋은 멜로디뿐 아니라 아름다운 이야기에도 도무지 관심을 두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대신 불안한 음률 속에 담긴 노랫말은 사회의 시스템 이면을 들추고 바깥으로 밀려난 인물들을 등장시켜, 사람들이 적당히 덮어두고 외면하려 하는 세상의 균열난 틈을 슬그머니 까발리고 희망에 대한 의심을 품게 한다. 백현진이 모든 노랫말을 쓰는 어어부의 노래를 듣고 있으면 이야기가 흐르거나 그림이 그려진다. “원고지만 갖고 시작한 게 아니라 시각적인 관심사에서 출발했기 때문에” 글을 쓸 때 의도하지 않아도 녹아나는 것 같다는 것이 그의 자평. 그 노랫말에서 모두 뒤집어 엎자며 혁명을 외치는 뜨거운 전복의 기운은 찾아볼 수 없지만, 견고해보이는 삶을 툭 건드려 기우뚱대게 만든다.“여기 이 마을엔 주민 모두가 서로를 등쳐먹기 제법 바쁘네. 난쟁이를 감금시켜 외투단추를 달게 하고 자전걸 훔쳐 팔아먹는 삶”(멀고 춥고 무섭다) “퀭한 눈에 지저분한 두 소녀 탬버
백현진이 쓴 노랫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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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경의 끝을 떠도는 여행자“만나봐, 재밌어.” “뭐랄까, 백현진이 괴로워하는 건달이라면, 권병준은 꿈꾸는 건달이라고 할 수 있지.” 주위의 풍문을 듣고 고구마를 만나러 가는 동안, 오래 전 기억 하나가 떠올랐다. 그가 아직 대학에 다니면서 밴드 ‘토마토’를 하고 있을 때였다. 우연히 그와 한 택시를 탔다. “아, 고구마 아니세요?” 하고 알아보는 척을 하자 그는 조금 쑥스러워하며 “네”라고 했었다. 그때, 고구마는 이미 특별했다. 강의실과 집, 기껏해야 술집과 학원을 오가는 평범한 학생들 속에서 그는 무엇인가에 매료되어 자기만의 세상 속을 유영하는 이로 보였다. 말하자면 그때 이미 고구마는 “뭘 하고 살지 필이” 온 사람 같았다. <죽이는 이야기>에서의 그의 잊지 못할 대사처럼.강남구청 사거리 대로변 빌딩의 작업실에 들어섰을 때, 고구마는 하얀 식탁 옆에 연두색 티셔츠를 입고 서 있었다. “천천히 하죠. 저도 지금 방금 왔는데” 하며 차를 끓여 주었고, 작업실 구경을 권했
<죽이는 이야기> <우렁각시>, 삐삐롱스타킹의 고구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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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이는 이야기> 1997고구마의 영화데뷔작. 음악 때문에 여균동 감독을 만났다가 여관 종업원 역에 전격 캐스팅됐다. 여관방에다 몰래 카메라를 설치해놓고 촬영을 해 그걸 깡패에게 ‘바치는’ 동시에, 문성근이 분한 영화감독에게 영감을 주기도 하는, 중요한 조역. 몰카 비디오를 처음 찍은 후 하는 대사 “이제 어떻게 살지 필이 와요, 필이”는 깊은 인상을 남겼다. 고구마의 첫 영화이자 고구마 출연작 중 백미. 고구마는 극중 전혜진이 클럽에서 부르는 감미로운 노래를 작곡, 음악 크레딧에 이름을 올렸다.<건축무한육면각체의 비밀> 1998<죽이는 이야기>를 끝내고 얼마 안 있어 순전히 ‘배우’로 캐스팅된 영화. 그러나 “커뮤니케이션 잘 되고, 영화가 처음인 나를 배려 많이 해 주는” 행복한 작업이었던 <죽이는 이야기>와 달리, 이 영화는 “하고 나서 후회”를 하고 만다. “영화판을 제가 잘 몰라요. 사실 지금도. 무슨 영화를 해야 하고 말아야 하는지
고구마의 영화작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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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아시스>는 모험처럼 보인다. 이창동 같은 냉정한 리얼리스트가 멜로판타지를 시도한다는 점 때문만이 아니다. 주인공 남녀는 전과자와 뇌성마비 장애인이다. 너무 전형적인 약자들이다. 전과자는 범법행위를 무기삼아 힘을 발휘할 수도 있지만, 이 영화의 종두는 어딘가 모자랄 뿐 남을 해칠 만큼 악하지 못하다. 주인공들은 ‘선’으로, 사회는 ‘악’으로 고정돼 평행선을 달리면서 주인공들은 자꾸 벼랑으로 몰릴 것 같다. 이렇게 도식화됐을 때 이분법이 굳어지고, 인간을 읽을 새로운 단서나 아이러니는 실종되는 경우가 많았다.지난해 11월 ‘전과자와 뇌성마비 장애인의 사랑이야기’라는 힌트만 주고 촬영에 들어간 지 5개월이 흐른 지난 4월3일 제작진은 처음으로 촬영현장을 공개했다. 이를 계기로 영화의 자세한 줄거리를 접했을 때, 우려했던 그 도식이 그대로 담겨 있었다. 이창동 감독은 어떤 생각 아래 어떤 영화를 만들고 있는 걸까.장애를 겪고 있는 것은 사회, 그리고 우리장애를 겪고 있는 것은
이창동 감독의 <오아시스>, 촬영현장 첫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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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종두(설경구)는 전과 3범이다. 폭행, 강간미수에 사람을 치어죽이고 뺑소니쳤다. 뺑소니로 2년 반을 복역하고 집에 왔더니 가족들이 이사가고 없다. 29살에 별을 세개나 단 종두도 한심하지만, 감옥간 그에게 이사간 사실도 알리지 않고 출소일조차 모르는 가족들도 무심하다. 힘들게 집에 온 뒤에도 엄마, 형, 형수 등 종두의 가족은 그를 반기지 않는다. 골칫덩어리로 여길 뿐이다. 출소한 뒤 마땅한 일 없이 어슬렁대던 종두는 뺑소니칠 때 죽었던 피해자의 집을 찾아간다. 거기서 피해자의 딸이자 뇌성마비 장애인인 한공주(문소리)를 만난다. 가족들에게 냉대받기는 공주도 마찬가지다. 공주의 오빠 내외는 장애인에게 우선적으로 배당되는 새 아파트에 입주하면서 막상 공주는 전에 살던 낡은 아파트에 혼자 버려놓고 갔다. 옆집 아줌마에게 공주의 밥값으로 월 20만원을 주면서, 새 아파트에 장애인 입주 여부를 확인하는 검사원이 나올 때만 공주를 그곳에 데려다 놓는다.<오아시스>의 줄거리는 두개의
<오아시스>는 어떤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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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만든다는 건 때로 생명을 거는 일이다. 타흐미네 밀라니 감독에겐 그렇다. 이란 현대사의 그늘을 증언한 작품으로 사형선고를 받았던 그녀에게 영화 만들기란, 생사를 건 투쟁이다. 그 엄중한 진실을 우린 받아들일 수 있을까. 4월5일 개막한 서울국제여성영화제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을 찾은 그녀를 만나는 일은 설레고 두려운 일이다. 편집자우리의 영화 동지 타흐미네 밀라니가 이란 정부에 의해 체포됐다는 소식에 분노를 금할 수가 없다. 영화감독에게 이런 폭압적인 태도를 취하는 것은 이란에서도 전례 없던 일이다. 우리는 밀라니 감독을 지지하고 그와 연대할 것을 선언한다(영화인들의 연대선언문).지난 가을, 인터넷에 연대선언문이라는 것이 떠돌기 시작했다. 프랑스의 여성감독 카트린느 브레이야가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이 구명운동에는 모두 1500명의 영화인이 서명을 했다.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 마틴 스콜시스, 스티븐 소더버그, 숀 펜, 리 안, 마이크 리, 페이 더너웨이, 스파이크 리, 두산 마
카메라를 든 이란의 여성전사, 타흐미네 밀라니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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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회 전주국제영화제(26일~5월2일) 조직위원회(jiff.or.kr, 위원장 최민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교수)는 지난 2일 기자회견을 열어 총 271편에 이르는 올 영화제 프로그램을 발표했다. 개막작으로는, 1973년 박정희 정권 시절 중앙정보부가 저지른 김대중 납치사건을 정면으로 다룬 사카모토 준지(44) 감독의 정치 스릴러 <케이티>가 선정됐다. 폐막작으로는 경쟁부문인 `아시아 독립영화 포럼'의 최우수상 수상작을 앵콜 상영한다. 중심 프로그램인 `아시아 독립영화 포럼'엔 일본 후루마야 도모유키 감독의 <나쁜 녀석들> 등 17편이 초청됐다. 정치적 후진성의 극복에서 성 정체성에 대한 혼란에 이르기까지, 우리 시대 아시아인들의 다양한 고민을 담고 있는 작품들이다. 필리핀 내란 과정에서 상처받은 젊은이들의 사랑에 관한 영화인 마리 오하라 감독의 <악령>이 정치적 주제를 다룬 영화라면, 중국 리위 감독의 <물고기와 코끼리>는 중국 대륙에선
대안영화로 찾는 대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