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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아시스(Oasis)가 돌아왔다. 2년 만에 내놓은 새 앨범 <Heathen Chemistry>와 더불어 말이다. 블러(Blur)와 함께 1990년대 브릿팝(Britpop)의 맹주 노릇을 했던 오아시스. 세월의 흐름과 트렌드의 변덕은 이들의 영광을 다소 퇴색시켰던 게 사실이다. 물론 여기엔 난폭하기로 소문난 노엘과 리엄 갤러거 형제의 악동 행각도 한몫 단단히 했지만.<Heathen Chemistry>는 오아시스의 ‘심기일전’이 흘러 넘치는 음반이다. 이들 특유의 활력은 여전하고, 귀에 쏙쏙 잘 들어오는 멜로디 라인 또한 건재하다. 오아시스가 쌓은 명성과 스타덤이 한때의 요행수가 아니었음을 잘 보여준다.그러나 <Heathen Chemistry>는 단순히 이들의 건재함을 입증하는 데 그치지는 않는다. 무엇보다 오아시스의 음악세계가 성숙해졌음을 느낄 수 있다. 예전에 보여줬던 다소 과하다 싶을 정도의 자신감이 대폭 절제되어 있는 대신, 좀더 느긋해지고 완숙
오아시스의 신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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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8년 전쯤 되나. 창비사의 한 방에서 김사인(문학평론가)과 오랜만에 만나 시분저분 얘기를 나누고 있는데 문 밖 복도에서 무언가가 흘끗 지나갔다. 어잉? 사인아. 여기 무슨, 사슴 키우냐?… 예?… 무슨?… 방금 사슴 한 마리가 휙 하고 지나갔다니까?….당시 계간지 창비의 편집위원인가 자문위원인가에 이름을 올리고 그러잖아도 착함과 웃음이 얼핏 너무 ‘헤퍼’(?) 보이는 얼굴을 다시 한번 착한 웃음으로 단도리하며 쑥스럽다는 듯, 그러나 한치의 오차도 없이 선배 겸 손님 ‘접대’에 마음을 쓰던 그의 표정이 일순, 황당해졌다. 4층 건물 복도에 무슨 사슴 한 마리?… 하지만, 다시 사슴이 휙 지나가고 그는 곧 파안대소했다. 아, 저분요? 형, 황인숙씨 처음 보나? 핫하, 맞아. 사슴 한 마리, 하하. 잘 봤어….그렇게 나는 시인 황인숙을 처음 만났고 그뒤 자주 만나지는 못하지만 사슴의 ‘살림 혹은 체온’을 갈수록 가깝게 느끼는 ‘친밀의 경이’를 시도 때도 없이 느낀다. 경이라… 가령 다
황인숙 동화/이제하 그림 <지붕 위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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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니오 모리코네는 음악으로 한 장르의 컨벤션을 만들었다. 그것이 바로 <석양의 무법자>(The Good, the Bad, the Ugly)의 테마다. 방울뱀의 춤이나 시체 위를 맴도는 까마귀 울음, 사막의 황량한 밤에 떠도는 알 수 없는 메아리, 머리 가죽을 벗기는 아메리칸 인디언의 의식, 그 모든 걸 동시에 떠오르게 하는 냉혹하고 비정한 느낌의 이 테마는 바로 마카로니 웨스턴(미국 사람들은 ‘스파게티 웨스턴’이라 부른다)과 동격이다. 또한 마카로니 웨스턴은 이 테마로부터 직접적으로 연상된다. 이 테마의 느낌이 없는 마카로니 웨스턴은 존재하지 않는다.엔니오 모리코네는 이국적인 피리소리, 펜더 트윈 리버브 앰프가 내는 독특한 ‘또요요용’(영어로는 twang) 하는 울림의 전기기타, 민속음악적인 북소리, 그리고 유럽 특유의 풍부한 스트링 오케스트레이션을 혼합하여 이 테마를 탄생시킨다. 거칠고 냉혈적이며 일자무식인 듯한 스트레이트한 음악이지만 몇번을 들으면 이 테마가 얼마나 세
<석양의 무법자> 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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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수를 갚아주오.” 사내는 내 손을 잡은 채 숨을 거두었다. 낡은 교회의 십자형 창문으로부터 불길한 핏빗 그림자가 드리운다. 이곳이 성스러운 곳이었던 건 아주 오래 전의 일, 지금은 지옥까지 이어진 어둠의 공간이 돼버렸다. 믿을 것은 검 한 자루뿐, 무거운 문을 어깨로 있는 힘껏 밀어 열고 신중하게 발을 내디딘다. 흔들거리는 촛불빛에 교회는 조용하다. 곳곳에 놓여 있는 관을 지키는 것은 죽은 자뿐. 갑자기 호전적인 외침과 함께 하급 마물들이 새카맣게 몰려든다. 세계를 구할 용사는 순식간에 넋이 나가버렸다. 어떻게 도망쳐나왔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녀석들의 키득거리는 웃음소리가 아직도 머릿속에서 울리고 있다. 정신을 차리고보니 지니고 있던 검까지 어디선가 떨어뜨리고 없다.이미 나온 지 몇년이나 지난 <디아블로>를 처음 플레이했을 때 벌어졌던 일이다. 결국은 엔딩까지 봤지만 허리춤 정도밖에 오지 않는 조그마한 녀석들이 악마같이 덤벼들던 순간의 공포는 지울 수 없다. 더
내가 공공도로의 바퀴벌레라니…<수도고 배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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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부천판타스틱영화제에서 화제작 중 하나였던 영화 <헤드윅> 홈페이지가 8월9일 극장개봉을 앞두고 오픈했다. ‘제2의 <록키 호러 픽쳐쇼>’라고 할 수 있는 이 영화는 여자로 성전환한 트랜스젠더의 이야기를 신나는 록음악과 애니메이션과 유머로 버무려 경쾌하게 그려낸 작품이다. 홈페이지의 핵심도 바로 이 음악과 영상이다. 아예 메인화면에서 주제곡인 <Origin of Love>가 흐르고 다섯개의 파트로 나뉜 애니메이션과 함께 가사를 한글로 볼 수 있게 해놓았다. 주인공 헤드윅이 부른 노래들은 ‘Power O.S.T’ 코너에 실린 각 트랙의 일부분을 들을 수 있고, 전부를 즐기고 싶다면 링크된 필름2.0 사이트를 방문하면 된다.게시판은 올해 최고의 영화라고 격찬하는 네티즌들의 반응으로 뜨겁게 달아올라 있다. 벌써부터 관련 동호회와 카페들을 개설했을 정도다. 물론 지난해에 만들어진 해외 팬사이트 ‘헤드헤즈’에는 더 신속한 관련 뉴스와 데이터가 풍성하다. ‘
<헤드윅>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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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가끔씩 별 생각없이 본 영화에서 큰 충격을 받는 경우가 있다. 마지막으로 그런 경험을 한 것은 약 3년 전 미국에서 유학생활을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였다. 친한 미국인 친구로부터 추수감사절 만찬에 초대받은 나는 버지니아주의 샬롯스 빌이라는 도시로 여행을 떠났다. 영화에서나 보던 칠면조 요리를 비롯한 미국의 전통(?) 음식들을 맛있게 먹고 나자, 그 친구는 시내구경도 할 겸 영화나 한편 보러 가자고 제안했다. 당시 개봉되고 있었던 <인사이더> 등 몇몇 영화를 보고 싶었던 내 의사와는 달리 그 친구가 고른 영화는 <존 말코비치 되기>. 도무지 어떤 영화인지 전혀 정보가 없는 상태였기 때문에 내심 불만족스러운 생각이 들었지만, 근사한 저녁을 대접받은 상황이어서 반대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 2시간 뒤, 나는 그 친구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보지 않았다면, <존 말코비치 되기> 같은 좋은 영화를 내가 스스로 찾아볼 가능성
<레퀴엠>의 감독 대런 애로노프스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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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해 제작되는 만화와 애니메이션 수에서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하는 일본은 출판만화가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될 수 있는 확률이 제일 높은 나라임에 틀림이 없다. 물론 수많은 공모전과 인기투표, 단행본 출간 등 수백, 수천대의 경쟁률을 뚫은 인기작만이 누리는 권리이긴 하지만 연재 도중에도 어느 정도 인기 궤도에 오르기만 하면 거의 어김없이 애니메이션, 게임 등의 작업이 진행되는 환경은 문화 콘텐츠상품의 기반으로서 ‘만화’가 넘칠 정도로 제작되는 계기가 되고 있다.하지만 인기 만화는 인기 애니메이션이 되기 위한 조건일 뿐 실제로 원작만화의 재미를 충분히 살리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평면상의 만화를 입체인 애니메이션으로 만드는 과정에서 캐릭터의 분위기가 돌변하는 경우도 있고, 한정된 시간 속에 많은 원작 속의 이야기를 담으려다 보니 스토리가 엉망이 되는 경우도 허다하기 때문이다. 모든 애니메이션 제작사에 작품을 제작하는 데 충분한 시간이나 자금, 스탭들이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팬들이 가
애니도 리콜이 되나요?<공각기동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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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만화가 6인의 기획전 ‘판타지’가 8월6일까지 서울 종로구 관훈동 갤러리 ‘창’에서 열린다. 이애림, 이향우 등 기성 만화잡지계에서도 꾸준한 활동해온 이들은 단순한 인쇄 매체를 넘어서 만화의 풍부한 상상력을 독자들과 함께 공감하기 위한 자리를 마련한 것이다. 기존의 만화전시회처럼 단순히 원화를 내거는 데 그치지 않고, 공간과 소품을 활용한 입체만화, 실사와 일러스트레이션을 결합한 설치만화 등 다양한 형식의 작품을 보여주고 있다. 이번 전시회는 이향우의 ‘판타지’, 최인성의 ‘숨바꼭질’, 권신아의 ‘폐쇄공간의 복제’, 이태영의 ‘길 잃은 자들의 도시 쌍뜨라 니 콘드로스’, ‘호흡기 질환의 개’(meat ball), 이애림의 ‘춤’ 등 6개의 주제로 구성되어 있다.<펫숍 오브 호러즈> 완결차이나타운의 신비한 동물 가게를 중심으로 인간, 동물, 초자연적인 존재들이 뒤얽힌 이야기를 담은 아키노 마쓰리의 <펩숍 오브 호러즈>가 전 10권으로 국내 완결 출간되었다.
색다른 만화, `판타지`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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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이 두근두근, 난생처음 제대로 된 거짓말을 해보려고 하는 어린애 앞에서 부모나 선생님이 빙그레 웃고 있다. “너, 거짓말이지.” 자신의 머릿속을 들여다보는 듯한 그 눈길. 갑자기 머리 뒤가 쭈뼛 서면서, 혹시 세상 사람들이 모두 내 생각을 들여다보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망상에 빠지게 된다. 그렇다면 내가 그 여자애를 좋아하는 것도, 어제 도시락의 당근 반찬을 몰래 버린 것도 모두 알고 있을 것이 아닌가? 빨리 딴 생각을 해야 한다. 이젠 생각조차 거짓으로 꾸며야 한다.어린 시절 한번쯤 해볼 만한 생각. 그런데 이 만화에서는 진짜로 그런 일이 벌어진다. 그것도 단순히 자기 앞의 사람이 거짓말을 꿰뚫어보는 것만이 아니라, 주변 수십 미터의 사람들이 자신의 생각 모두를 읽어버리게 되는 것이다. 선천성 R형 뇌량 변성증의 돌연변이, 통칭 사토라레. 그들은 예외없는 IQ 180 이상의 천재들로, 머릿속의 폭발할 것 같은 강한 정념이 좁은 항아리 밖으로 흘러나오는 물처럼 넘쳐나오게 된다
사토 마코토의 <돌연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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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동CGV에서 <라이터를 켜라>를 봤다. 참으로 오랜만의 명동 나들이였다. 내 세대 서울 사람들이 흔히 그랬겠지만, 나도 10대 후반과 20대 전반의 많은 시간을 그곳에서 흘려보냈다. 영세를 받기 직전에 이게 아니다 싶어 뛰쳐나오기는 했으나, 나는 길지 않았던 고등학교 시절 명동성당에서 교리학습을 하기도 했다. 그때 내가 고분고분한 아이였다면, 지금 그레고리오라는 본명을 지니고 있을 것이다. 천장이 온통 거울이었던 ‘우주시대’라는 카페와 비발디의 <사계>가 지겹게 흘러나오던 ‘하늘소’라는 찻집에서 나는 덜 익어 새큼달큼한 밀어를 한 여자와 나누곤 했다. 그 여자가 진탕 취해 코스모스백화점 앞에서 몸을 가누지 못하던 날, 나는 그녀와 더불어 한 생애를 감당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명동의 문화와 돈이 한강 이남으로 빠져나가면서 이 ‘밝은 동네’가 많이 퇴락한 듯싶었는데, 이번에 가보니 어느새 다시 살아난 듯하다. 명동은 내 20대 시절처럼 활기로 출렁이고 있었다. 라
아저씨가 <라이터를 켜라>를 보고 떠올린 `라이터` 사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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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재미있다. 오랜만에 눈물이 날 만큼 신나게 웃는다. 나뿐만이 아니라 관객 모두가 동시에 자지러진 웃음을 여러 번 나눈다. 물론 그 웃음에 실린 공감의 깊이와 뒷맛은 저마다 다를 법도 하다. 실컷 웃고 나서, 느긋이 되새김질하며 영화관을 나서는 순간, 갑자기 난감해진다. 이 재미를 어떻게 글로 옮길 것인가? 재미있게 영화를 보고 나서, 재미없을 것이 뻔한 글을 써야 하는 일이 새삼 막막해진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재미만으로도 충분할 이 영화에는 곰곰이 읽어내야 할 것들이 적지 않게 있었다.10인 10색 폭소 열차<라이터를 켜라>의 홍보 메인 카피는 ‘본격 트레인 액션’이었다. 언뜻 <언더 씨즈>를 떠올리게 하는- 아닌게아니라 영화 스스로 극중에서 <언더 씨즈>를 자기반영적으로 인용하고 있다- 이 홍보 문구는 분명 과장이고 허위다. 영화 시작 5분이면, 애초에 이 영화가 겨냥하고 있는 것이 달리는 기차의 속도감도 좁은 공간 속에서 긴박하게 전개되는
<라이터를 켜라>에 나타난 캐릭터의 전형성과 상투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