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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칼럼]
[오픈칼럼] 보길도, 유물론, 영화 그리고 와인
늦여름, 가랑비가 옅은 안개와 뒤섞여 내릴 때 불영사 초입에 들어섰다. 불영계곡의 아늑하고 멋진 경치 사이로 난 길은 신비롭기까지 해서 ‘내가 무릉도원을 다 가보는구나’ 싶을 정도였다. 가만히 모습을 드러낸 사찰은 고즈넉하고 정갈하게 나를 맞아주었고 속으로 터져나오던 감탄은 절정을 맞았다. 강원도 울진을 지나 그냥 내키는 대로 차를 몰고 달리다가 만난
글: 이성욱 │
2005-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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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칼럼]
[오픈칼럼]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
안톤 슈나크의 글을 읽은 건 열여섯살 때, 세월의 묵은 냄새 나는 헌책방에서였다.
16살.
민증 좀 까보라며 테이블로 다가오는 술집 주인의 굳은 입매가 우리를 슬프게 한다. 인사 안 하고 지나갔다고 박박 우기며 가던 길 되짚어와서 곤봉을 휘두르는 선생의 주름진 이마가 우리를 슬프게 한다.
내 편지를 받고 답장은 내 친구에게 보낸
글: 이종도 │
2005-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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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칼럼]
[오픈칼럼] 안녕하세요? 스팸메일 보내는 분
회사에 출근하면 가장 먼저 하는 게 컴퓨터 켜는 일이다. 웅웅, 부팅되는 소리를 듣고 타다닥, 바탕화면에 아이콘들이 뜨는 걸 본다. 그리고 아웃룩을 연다. 거짓말 않고 100개 넘는 새 메일이 받은 편지함에 들어와 있다. 아련한 옛시절의 친구가 보낸 메일은커녕 내 기사 엉망이라고 시비거는 독자 메일도 없다. ‘신용불량에서 탈출하세요~ 빚 독촉 이젠 해
글: 박혜명 │
2005-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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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칼럼]
[오픈칼럼] 영화주간지 기자의 직업병
“언젠가는 영화를 만들려는 생각이 있죠?” “영화공부를 더 하고 싶지 않아요?” 그런 질문들을 받을 때마다 우물거린다. 나는 영화도 좋았지만 잡지도 영화 못지않게 좋았다. 한 영화에 관해 또 하나의 스토리를 지어내고 그 스토리를 뒷받침하는 영화 이미지를 고르고 거기에 리듬을 넣어 지면을 구획하는 일이 즐거웠다. 예전에는 외화 수입사들이 파일이 아니라
글: 김혜리 │
2005-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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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칼럼]
[오픈칼럼] ‘여우와 신포도’의 교훈
6년 전에 나는 직장을 구하지 못한 졸업예정자였다. 이력서는 세번밖에 쓰지 않았고, 쓴다 해도 받아주지 않을 것 같았다. 운전면허도 없던 내가 이력서에 적을 수 있는 건 **대학 **과 졸업예정이 고작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씨네21> 공채에 떨어지고도 박한 원고료와 교통비에 고마워하면서 출퇴근하는 객원기자가 되었다. 괜찮을 거라고, 한달
글: 김현정 │
2005-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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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칼럼]
[오픈칼럼] 독일에서 들려줘, 그때 그 함성
축구를 보러 갔다. A매치는 월드컵 이후 처음이다. <씨네21>은 상암월드컵경기장과 10분 거리에 있다. 상암CGV에는 뻔질나게 드나들면서도 정작 서울FC의 경기를 봤던 건 지난 1년간 단 한번. 그럼에도 구정 당일에 급상경하여 축구장을 향한 것은 2002년 초여름의 기억 때문일 것이다. 일본 드라마 <모토카레>의 엔딩에 남자주인
글: 김수경 │
2005-0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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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칼럼]
[오픈칼럼] 서러워라, 나이든다는 것은
마흔도 안 됐는데 벌써 반백이다. 두살 위인 연극연출가에게 형이라고 부르며 친한 척을 하려고 했더니 불편해하는 기색이다. 머리가 허옇게 센 동생을 둔다는 것도 곤혹스런 일일 것이다. 누우면 슬픔처럼 출렁이는 뱃살, 거울 앞에 서면 폭설을 맞은 듯한 머리칼. 뿐이랴, 한때 곧고 강직했으며 오만하게 머리를 들고 다녔으나 지금은 어깨를 웅크리고 한없이 작아
글: 이종도 │
2005-0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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